[금호산업 누구 품으로] 예상 밑돈 입찰가에 박삼구 회장 유리해져
[금호산업 누구 품으로] 예상 밑돈 입찰가에 박삼구 회장 유리해져
올 상반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 금호산업 인수전이 일단 결론 없이 멈춰 섰다.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은 본입찰 마감일인 4월 28일 농협은행·우리은행 등 6개 금융회사(채권단)가 참석한 운영위원회를 열고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이번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인수가로 6007억원을 써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채권단이 가격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번에 매각하는 금호산업 지분은 채권단이 2010년부터 이어진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하게 된 57.5%다. 지분 가치만 평가하면 4500억원 수준이지만 금호그룹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8000억~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이 때문에 입찰을 앞두고 재계에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1조원에 육박하는 인수가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베팅은 전혀 달랐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입찰 직전 최소 8000억원은 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포기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2라운드로 넘어가게 됐다. 1라운드 구도는 금호아시아나와 호반건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었다. 호반건설은 호남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권 업체로 부상했는데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흔들리며 대형 건설사가 주춤하는 사이 무차입 경영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까지 100위권 밖에 머물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15위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그룹 전체가 흔들린 금호아시아나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광주 출신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김 회장은 광주고 출신이다. 입찰 공고가 난 이후부터 업계에선 두 사람의 대립 구도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 입찰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김 회장이 박 회장을 도와준 모양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1%)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기업은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에어부산·금호터미널 등 아시아나 항공 계열사까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런 것 치곤 호반건설이 제시한 인수가는 너무 낮았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호반건설이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박 회장이 원하면 약 7.5%를 빼놓고는 되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박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번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50%+1주에 해당하는 약 5300억원에 회사를 되사올 수 있었다. 어차피 다시 살수 있으니 호반건설이 낮은 가격에 인수할수록 박 회장에게 좋은 일인 셈이다. 김 회장이 진짜 금호산업이 탐났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면 박 회장이 되살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을 불렀어야 했다.
호반건설이 인수 부대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안을 포함시킨 것도 의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은 ‘인수 이후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까지 염두에 둔 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자금 회수가 목적인 채권단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유상증자를 얼마나 하든 그 돈은 해당 기업으로 들어갈 뿐 채권단이 얻는 이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 실패를 예상하고 집어넣은 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박 회장에게 시간도 벌어줬다. 호반건설이 사실상 빠지면서 이제 인수전은 금호아시아나와 채권단의 힘싸움으로 구도가 바뀌게 됐다. 자금 마련이 가장 큰 걱정인 박 회장으로서는 그룹 재건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더 조건이 좋은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번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면 박 회장은 당장 5300억원 정도를 마련해야 할 처지였다. 한때 ‘1조원 베팅설’까지 나올 만큼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나타냈던 김 회장이 도리어 일종의 가이드라인(6000억원)만 제시하고 링을 떠나는 분위기다. 물론 호반건설 입장에선 제대로 이름 장사를 했으니 크게 손해 볼 일도 아니다.
향후 채권단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다시 공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면 호반건설이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사모펀드 등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매입자가 이미 유찰된 인수건에 대해 인수가를 대폭 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새로운 인수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전히 강력한 박 회장의 파워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게는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만한 자금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기업 오너 대부분은 재계에서 두터운 인맥을 보유한 박 회장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와 등을 돌리면서까지 사들일 만큼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선택은 채권단이 박 회장과 직접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현재로선 이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5월 7일로 예정된 채권단 전체회의에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박 회장과 개별 입찰을 진행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채권단 내에서도 ‘재입찰을 해도 제값 받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연히 채권단은 더 받길 원하고, 박 회장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최대한 부담을 줄이길 원할 거다. 협상을 시작한다면 박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사재 출연(그룹 전체 약 3300억원)까지 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일단 호반건설 인수 제안을 채권단이 거절했기 때문에 가격은 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 애널리스트는 “우선매수청구권 대상인 ‘지분 50%’를 기준으로 6000억원~6500억원 정도에 타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으로서는 자금만 조달할 수 있다면 다시 그룹을 품에 안을 기회를 잡는 것이지만 채권단 입장에선 마뜩잖은 가격이다. 그동안 출자전환한 원금만 1조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그럴 만하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인수가격은 회계법인의 중재로 박 회장 측과 채권단이 결정한다. 만일 이견이 커서 수의계약도 무산된다면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 장기간 표류하게 될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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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포기하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2라운드로 넘어가게 됐다. 1라운드 구도는 금호아시아나와 호반건설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었다. 호반건설은 호남 지역 기반의 중견 건설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권 업체로 부상했는데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흔들리며 대형 건설사가 주춤하는 사이 무차입 경영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까지 100위권 밖에 머물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15위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그룹 전체가 흔들린 금호아시아나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셈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 회장 모두 광주 출신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김 회장은 광주고 출신이다.
의아한 ‘6000억원’ 그 속에 담긴 호반건설 속내는?
호반건설이 인수 부대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안을 포함시킨 것도 의아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은 ‘인수 이후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까지 염두에 둔 안’이라고 설명하지만 자금 회수가 목적인 채권단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유상증자를 얼마나 하든 그 돈은 해당 기업으로 들어갈 뿐 채권단이 얻는 이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 실패를 예상하고 집어넣은 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박 회장에게 시간도 벌어줬다. 호반건설이 사실상 빠지면서 이제 인수전은 금호아시아나와 채권단의 힘싸움으로 구도가 바뀌게 됐다. 자금 마련이 가장 큰 걱정인 박 회장으로서는 그룹 재건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더 조건이 좋은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번 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면 박 회장은 당장 5300억원 정도를 마련해야 할 처지였다. 한때 ‘1조원 베팅설’까지 나올 만큼 강력한 인수 의지를 나타냈던 김 회장이 도리어 일종의 가이드라인(6000억원)만 제시하고 링을 떠나는 분위기다. 물론 호반건설 입장에선 제대로 이름 장사를 했으니 크게 손해 볼 일도 아니다.
향후 채권단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다시 공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면 호반건설이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사모펀드 등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매입자가 이미 유찰된 인수건에 대해 인수가를 대폭 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새로운 인수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여전히 강력한 박 회장의 파워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많게는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만한 자금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기업 오너 대부분은 재계에서 두터운 인맥을 보유한 박 회장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와 등을 돌리면서까지 사들일 만큼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선택은 채권단이 박 회장과 직접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현재로선 이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5월 7일로 예정된 채권단 전체회의에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박 회장과 개별 입찰을 진행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채권단 내에서도 ‘재입찰을 해도 제값 받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연히 채권단은 더 받길 원하고, 박 회장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최대한 부담을 줄이길 원할 거다. 협상을 시작한다면 박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사재 출연(그룹 전체 약 3300억원)까지 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일단 호반건설 인수 제안을 채권단이 거절했기 때문에 가격은 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분 50%’ 6000억~6500억 선에서 힘겨루기 치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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