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 경제에 주름살] 제2의 ‘세월호 사태’ 되지 않게 해야
[메르스 공포, 경제에 주름살] 제2의 ‘세월호 사태’ 되지 않게 해야
1년 전 세월호 사고 때도 이랬다. 안전 시스템은 허술했고, 대형 사고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전문가는 부족했고, 현장의 목소리는 묵살됐다. 정부는 늑장 대처했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보는 통제됐고, 루머는 확산됐다.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청와대는 묵묵부답하며 시간을 끌었고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사고는 결국 엄청난 사회적 상처를 남기고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성수기를 앞뒀던 내수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고,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경기는 1년 내도록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이 확산 중인 올해 6월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확진 환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2차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고 정부가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했던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발병 지역이 일부 병원과 지역에 국한될 거라던 말도 거짓말이 됐다. 그런 와중에 정부의 대처는 세월호 사태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정부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메르스가 확산된 근본 이유다. 1차 감염자는 5월 11일 발열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병원을 전전하고 9일이 지난 뒤에야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 진료한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격리되지 않은 환자를 통해 14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가 격리 중이던 메르스 의심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후에야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의심 환자란 점을 파악했다.
6월 1일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이후 6일이 지나도록 보건당국은 그가 감염 환자인지 몰랐다. 세월호 사건 때도 그랬다. 정부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부터 배가 침몰한 11시 20분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구조인원, 탑승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종자와 구조자 수를 계속 바꿔 말하며 혼란을 키웠다. 사고 이후 대처 과정에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국무총리 직무대행)가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3일이나 지난 뒤였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 긴급 대책반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메르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확진 환자가 15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감염자 수는 18명이었다. 메르스 사망자가 2명이 나왔을 때 대통령은 오래 전 예정된 여수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컨트롤타워가 비상시와 평상시 구분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부처간 혼선이 빚어졌다.
세월호 때도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전 10시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7시간이 지나서야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 경제는 급속히 냉각됐다. 많은 기업이 각종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4월)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매월 0.1~0.4포인트씩 4개월 연속 오르던 지표가 참사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참사 이후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참사 전 전달보다 0.06% 상승(4월)했던 전국 주택가격은 참사 이후 상승폭이 4분의 1수준으로 둔화했다. 수도권에선 0.02% 하락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역시 참사 이후 12.9% 줄며 증가세가 꺾였다. 세월호 참사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각종 행사와 단체 여행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경기 위축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양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수 경기는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불안심리가 번지면서 2년 연속 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휴업하는 학교가 늘었고 세월호 참사 때와 비슷하게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도 증가했다.
메르스 공포로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CEO는 “버스로 몇 정거장 밖에 안 되는 거리에 사는 직원들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늘 3분의 1쯤 비어있던 빌딩 주차장이 요즘엔 만차”라고 말했다. 또 “여름 휴가를 일찍 신청하는 직원들이 늘어 사유를 물어보니 다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메르스 피신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외출을 삼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온라인몰 매출은 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6월 1~3일 메르스 확산의 중심 지역에 있는 동탄점과 평택점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8%, 12% 감소했다. 확진 환자가 격리되지 않고 중국으로 출국했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관광 업계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까지 중국인 6900명을 포함해 약 7000명이 한국 관광을 취소했다. 롯데호텔은 6월 들어 중국인 예약 취소가 10%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6월 3일 중국인 관광객 취소자가 전날 300여명에서 55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도 6월 방한 예정인 중국인 관광객 5000여명 가운데 120명 정도가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주력 내수 판매품인 화장품 회사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서 관련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직후부터 연일 내림세다. 한국화장품은 환자 발생 직후 주가가 27%가까이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경기 위축이 세월호 사태 때처럼 연중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따른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가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여전히 세월호 때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 경기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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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이 확산 중인 올해 6월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확진 환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2차 감염된 환자가 사망하고 정부가 ‘가능성이 없다’고 공언했던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발병 지역이 일부 병원과 지역에 국한될 거라던 말도 거짓말이 됐다. 그런 와중에 정부의 대처는 세월호 사태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정부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메르스가 확산된 근본 이유다. 1차 감염자는 5월 11일 발열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병원을 전전하고 9일이 지난 뒤에야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 진료한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격리되지 않은 환자를 통해 14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가 격리 중이던 메르스 의심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후에야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의심 환자란 점을 파악했다.
6월 1일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이후 6일이 지나도록 보건당국은 그가 감염 환자인지 몰랐다. 세월호 사건 때도 그랬다. 정부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부터 배가 침몰한 11시 20분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구조인원, 탑승인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종자와 구조자 수를 계속 바꿔 말하며 혼란을 키웠다.
대형 재난 때마다 컨트롤타워 보이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메르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확진 환자가 15명’이라고 말했다. 당시 감염자 수는 18명이었다. 메르스 사망자가 2명이 나왔을 때 대통령은 오래 전 예정된 여수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컨트롤타워가 비상시와 평상시 구분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부처간 혼선이 빚어졌다.
세월호 때도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전 10시 서면보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7시간이 지나서야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 경제는 급속히 냉각됐다. 많은 기업이 각종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4월)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매월 0.1~0.4포인트씩 4개월 연속 오르던 지표가 참사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참사 이후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참사 전 전달보다 0.06% 상승(4월)했던 전국 주택가격은 참사 이후 상승폭이 4분의 1수준으로 둔화했다. 수도권에선 0.02% 하락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역시 참사 이후 12.9% 줄며 증가세가 꺾였다. 세월호 참사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각종 행사와 단체 여행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경기 위축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양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수 경기는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불안심리가 번지면서 2년 연속 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휴업하는 학교가 늘었고 세월호 참사 때와 비슷하게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학교도 증가했다.
메르스 공포로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CEO는 “버스로 몇 정거장 밖에 안 되는 거리에 사는 직원들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늘 3분의 1쯤 비어있던 빌딩 주차장이 요즘엔 만차”라고 말했다. 또 “여름 휴가를 일찍 신청하는 직원들이 늘어 사유를 물어보니 다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메르스 피신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외출을 삼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매출이 줄고 온라인몰 매출은 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6월 1~3일 메르스 확산의 중심 지역에 있는 동탄점과 평택점의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8%, 12% 감소했다.
불안심리 커져 내수 경기 직격탄
하나투어는 6월 3일 중국인 관광객 취소자가 전날 300여명에서 55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도 6월 방한 예정인 중국인 관광객 5000여명 가운데 120명 정도가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주력 내수 판매품인 화장품 회사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서 관련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확인된 직후부터 연일 내림세다. 한국화장품은 환자 발생 직후 주가가 27%가까이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경기 위축이 세월호 사태 때처럼 연중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메르스에 따른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정부가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여전히 세월호 때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 경기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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