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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후지중공업] 판매량은 일본 꼴찌 수익성은 세계 1위

[스바루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후지중공업] 판매량은 일본 꼴찌 수익성은 세계 1위

후지중공업의 미래를 짊어진 임프레자 콘셉트카. 신형 임프레자는 올 연말 공식 출시된다. / 사진:동양경제
퀴즈 하나. 꽤 어려운 문제다. 현재 가장 수익성이 좋은 자동차 제조사는 어디일까? 연간 판매대수 1000만대, 순이익 2조엔(약 20조7000억원)이란 엄청난 실적을 자랑하는 도요타가 아니다. 바로 후지중공업(브랜드명 ‘스바루’)이다. 후지중공업의 연간 판매대수는 95만대로 100만대에 못 미친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 8곳 중 가장 적다. 그럼에도 2014년 4230억엔(약 4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판매대수가 4~5배나 많은닛산이나 혼다의 약 70% 수준이다. 더 놀랄만한 수치는 바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무려 9.1%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이런 회사는 없다. 요시나가 야스유키 사장 자신도“이 숫자는 특수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10년 전 후지중공업의 처지는 완전히 달랐다. 2000년대 중반 타사가 판매대수와 실적을 크게 늘리는 동안 후지중공업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스바리스트(스바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라 불리는 열성팬이 있었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확장성이 없었다. 결국 2005년 처음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도요타로부터 8.7%(지금은 16.5%)의 출자까지 받았다. 생산 능력이 남아돌던 미국 공장은 도요타 ‘캠리’ 수탁 생산으로 겨우 버텼다.
 10년 전 나락으로 떨어졌던 회사가 어떻게?
그러다 2007년부터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모든 경영자원을 북미 지역에 집중시킨 것이다. 당시 후지중공업의 최대 시장은 일본이었고, 북미는 그 다음이었다. 북미 지역에서 스바루의 점유율은 약 1%로 낮았지만, 눈이 많이 오는 미국 북부 지역에선 나름 선전했다. 스바루는 수평대향엔진(직렬 또는 V자형으로 실린더를 배치하는 일반 엔진과 달리 주로 스포츠카에 적용하는 방식)과 사륜구동이라는 특징 때문에 눈길 등 악조건에서 더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북미 집중을 위한 정책으로 후지중공업은 일본에서만 판매했던 경차의 개발과 생산을 종료했다. 후지중공업의 자동차 사업은 경차인 ‘스바루360’에서 출발했다. 회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사업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경차에 개발 능력을 쪼개기보다는 세계에서 팔리는 차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용단도 무엇도 아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철수하는 게 당연했다”(요시나가 야스유키 후지중공업 사장).

신차 개발은 철저히 북미의 니즈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 사이즈나 디자인이 그랬다. 도로가 좁은 일본에서 판매하기에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을 각오하고 간판 차종인 세단 ‘레가시’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포레스타’의 덩치를 한 단계 키웠다. 마케팅 전략도 변경했다. 스바리스트가 선호하는 성능보다는 스바루 차량으로 캠프나 낚시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부분을 강조했다. 자신 있는 안전성에 ‘가족과 휴식’이란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다. 전략은 주효했다. 스바루의 북미 판매대수는 꾸준히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미국 시장에서 매년 플러스 성장이다. 일본에서는 판매대수가 거의 정체상태고 실적도 오락가락하지만, 미국에서 선전한 덕분에 공장 가동률도 크게 개선됐다. 이 시점에 순풍이 불었다. 2012년 말부터 이어진 엔저다. 일본 생산 의존도가 높고 북미 수출이 많은 후지중공업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미국 시장점유율 8년 만에 1%→3.3%
스바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간 생산능력이 80만대 정도인 공장은 휴일 출근과 야근으로 풀가동됐다. 그래서 겨우 90만 대 정도를 생산했다.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걸로는 부족했다. 현재 미국에서 스바루을 구입한 사람은 보통 몇 개월을 기다린다. 무리하게 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격 인하폭도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미국에서 스바루의 인센티브(가격 인하에 따른 판매장려금)는 1대당 900달러(약 108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3000달러 이상인 업계 평균에 비교했을 때 가격 인하가 거의 없는 것과 같다.

이는 당연히 제조사와 딜러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이점이 크다. 큰 폭으로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면 중고차 시세가 크게 하락해 돌고 돌아 소비자도 결국 손해를 본다. 역으로 가격 인하가 없다면 중고차 가격이 높게 유지된다. ‘신차 히트→공장 가동률 향상→가격 인하 억제→브랜드 가치 향상’이라는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엔저라는 순풍까지 더해지며 유례 없는 이익률을 낸 것이다.

이 사이 미국에서 스바루 점유율은 2007년 1%대 초반에서 지난해 3.3%로 크게 늘었다. 그렇게 팔리는데도 생산능력 증강은 최대한 억제했다. 스바루는 규모가 작은데다가 라인업이 SUV에 치우쳐 있다. 인기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괜찮지만 한 모델이 빠지는 순간, 판매대수는 급감한다. 이 리스크가 풀 라인업을 갖춘 제조사와 비교할 게 못 된다. 그럼에도 특히 미국에서의 수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충분한 공급을 요구하는 딜러들에게 응할 의무가 있기에 후지중공업도 결국 결단을 내렸다. 현재 20만 대인 미국 공장의 생산량을 올해 말까지 20만대 더 늘리기로 했다.

도요타에겐 별 의미 없는 숫자겠지만 후지중공업에게 20만 대는 엄청난 숫자다. 현재 전체 생산규모가 84만대 정도란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일단 생산능력을 높이면 가동률 유지를 위해 일정 대수를 계속 판매해야만 한다. 나카니시 타카키 자동차 산업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스바루에게 20만 대는 늘어난 수요에 겨우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기업경제학으로 유명한 미시나 카즈히로 고베대학 교수는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 모두 경기가 좋을 때 과도하게 고정비를 늘리는 바람에 불황 때 호되게 당했다”고 경고한다.

2015년 미국 자동차 시장은 과거 최고수준인 연 1700만대 정도로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탄탄한 미국 경기 회복, 낮은 금리, 저유가 등 거의 모든 조건이 딱 들어 맞는 상황이다. 역으로 말하면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줄고, 제반 조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여전히 금리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당장 판매가 줄어들 위험은 크지 않아도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제 스바루의 틈새시장이 없어진다. 당연히 라이벌 제조사의 공세도 심해질 것이다”(미시나 교수).

생산능력 증강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2016년 말 출시하는 신형 ‘임프레자’다. 이 모델부터 적용하는 새 플랫폼(차체 골격 부분)은 향후 모델의 기본이 된다. 임프레자가 매력적인 차량으로 인정받는다면 그 후 신차에도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기존보다 차종 간 공통화 영역이 더 넓어진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개발과 부품조달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공장 가동률 저하에 대한 수익 악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스바루의 장기인 안전 기술도 갈고 닦는 중이다. 미국 내 차량 안전평가에서 스바루는 항상 전 모델이 최상위에 오른다. 무토 나오코 스바루 기술본부장은 “구체적인 정책은 밝힐 수 없지만, 차기 플랫폼에서도 안전성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박스기사] 요시나가 야스유키 후지중공업 사장 | “지금은 들떠 있을 때가 아니다”
요시나가 야스유키 후지중공업 사장.
스바루의 기세가 무섭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대수가 2000년대 중반 19만대에서 지난해 53만대로 껑충 뛰었다. 엔화 하락 덕분에 수익률도 업계 최고다. 내놓은 전략이 차례차례 맞아 떨어지며 모든 사업 환경이 최고인 지금, 리더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시나가 야스유키 사장을 만났다. 요시나가 야스유키 사장은 1977년 후지중공업 입사했다. 2007년부터 일본 영업본부장을 맡아 침체된 일본 내수 판매를 일으켜 세웠다. 2009년 이사 겸 전무 집행임원을 거쳐, 2011년 6월 사장이 됐다. 좌우명은 ‘막망상(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망상을 버리라는 뜻)’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실 지금은 모든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괜찮다. 그 중에서 스바루는 특히 잘 나가는 중인데.


“지금 이익률은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체 중 이렇게 높은 이익률을 낸 곳은 없다. 공장의 높은 가동률과 수요 증가 등 여러 요소가 겹친 결과다. 굳이 성공 요인을 꼽자면 철저한 차별화를 추진한 것이다. 우리는 풀 라인업 제조사가 아니다. 상품을 전부 갖추는 것도, 전 세계 시장에 내놓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까진 내놓는 전략들이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이걸 유지하기 위해 매일 죽을 만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알다시피 자동차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대형 업체는 라인업으로 리스크를 조절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발매한 모델이 성공하면 이익이 단숨에 커지고, 반대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 잘 팔린다고 들떠 있을 수가 없다.”



올해까지 미국 공장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는 투자를 했는데.


“스바루는 지금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차가 부족해 고객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증설을 추진 중인데 판매가 둔화되면 무거운 고정비 부담에 짓눌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자동차와 같은 소비재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하지만 최근 스바루의 강세가 단기적인 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힘이 붙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부터 수치를 쫓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스바루의 세계 점유율이 1% 정도로 매우 미미하지만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3.3%로 9위다. 잘 팔리면 ‘200만대를 목표로 하겠다’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목표를 던지는 순간에 수치를 쫓기게 되고, ‘신흥국을 공격하겠다’, ‘잘 팔리는 콤팩트카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우리는 숫자보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 덩치 싸움에서 수와 양으로 승부를 겨룰 생각은 조금도 없다. 경영 자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스바루가 그런 곳에 에너지를 쏟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항복해야 한다. 냉정하게 우리의 위치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브랜드 평가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고객 기반은 취약하다.


“처음으로 스바루를 구입한 고객이 다음에도 스바루를 사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몇 %의 고객이 스바루를 정말로 좋아하게 될까? 스바루의 지속성은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스바루 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영업이 중요하다. 스바루가 잘 팔려도 미국에서 딜러 수를 늘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딜러 1인당 연간 판매대수가 2007년 약 300대에서 지금은 900대를 넘어섰다. 딜러 한 명, 한 명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짠 거다. 그래야 딜러들이 우리를 믿고 벌어들인 돈을 서비스에 투자한다.”



의외로 중국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원래 2020년도 12만대 판매가 목표였으나 지난해 5만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현지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장을 유지해야 하는 압박이 없다. 우리는 한번에 약 100만엔씩 깎아주면서 팔 수가 없다. 그냥 하던 대로 스바루의 가치를 아는 고객에게 꾸준히 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스바루는 부유층의 세컨드카다. 욕심부리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중국 시장이 안정됐을 때, 판매 기반이 없으면 곤란하다. 준비는 하고 있다. 거대한 중국시장에 흥미 없는 사업가는 없다.”



지금의 높은 이익률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주주들과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나?


“현재 17% 정도인 영업이익률은 2020년까지 10% 정도로 낮출 계획이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와 이야기하면 후지중공업은 연구개발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500억엔(약 5100억원) 수준으로는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1000억엔 정도까지 늘릴 것이다. 이익률은 그 다음이다. 물론 많이 벌었으면 확실하게 돌려달라는 주주들의 압박도 크다. 그러나 이익이 났다고 한번에 왕창 돌려주고 끝내는 것은 성실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이나 거래처를 포함한 전체적인 환원 밸런스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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