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인사이드 | 중국발 디젤유 전쟁] 값싼 中 기름 ‘덤핑 공습’
[차이나 인사이드 | 중국발 디젤유 전쟁] 값싼 中 기름 ‘덤핑 공습’
summary | 중국은 세계 2위의 디젤 생산국이었지만 그간 수출량은 미미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기름이 남아돌자 수출로 방향을 틀었다. 작년 상반기 중 32만9000t이던 중국의 월 평균 디젤 수출량은 하반기 들어 86만5000t으로 급증했다. 지난 2~3년 글로벌 금융시장이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동안 실물 부문에선 더 격한 서바이벌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알루미늄과 철강 시장이 혼탁해지더니 최근 들어선 아시아 디젤유 시장의 전황이 격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배경엔 역시 중국이 있다.
전장의 확산 : 잠시 글로벌 철강 업계와 알루미늄 업계 등이 그간 치른 전황부터 간략히 보자. 중국의 경기 둔화, 특히 중국 내 부동산 신규 개발 투자가 가라앉으면서 본토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과 알루미늄은 계속 외부로 뿜어져 나왔다. 신규 증설에 들어갔던 중국 내 대형 설비들이 지난 2012년부터 순차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이런 양상은 더 뚜렷해졌다. 내부 수요는 줄고 공급량은 확대되니, 본토 업자들로선 출하량을 대거 수출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국의 알코어는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중국산 알루미늄의 범람을 한탄하고 있으며, 불공정 경쟁을 시정해달라고 당국에 읍소하기 바쁘다. 철강 업계의 경쟁 양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2009년 2460만t이던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이 지난해 1억1240만t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다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잇단 덤핑 제재로 이어져 주요국 사이의 통상마찰을 격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굴뚝산업에 대한 감산과 설비감축 계획을 제시했지만,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에 걸쳐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업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디젤 시장으로 넘어가보자. 사실 중국은 세계 2위의 디젤 생산국이었지만 그간 수출량은 미미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디젤의 대부분이 국내 광업 부문과 발전, 트럭수송 등에 소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 모멘텀이 약해지면서 본토의 디젤 수요는 둔화된 데 비해 휘발유와 제트유에 대한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인해 정유공장의 가동률은 계속 높아져 중국 내 디젤도 공급 과잉을 맞게 됐다.
결국 남아도는 디젤은 수출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중 32만9000t이던 월 평균 디젤 수출량은 하반기 들어 86만5000t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1월 디젤 수출량은 전달(12월)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00%(10배)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아시아의 디젤 전쟁 : 이런 변화에는 중국 당국의 정책 요인도 자리한다. 작년부터 당국은 민간 독립 정유사들에게 원유 수입 쿼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는 에너지산업 내 경쟁도입과 에너지 가격 시장화의 일환이었다. 현재 중국은 에너지 등 유틸리티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던 방식에서 점진적으로 시장에 의한 가격 책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국유 회사들이 누리던 독점권을 일부 민간업자에 넘겨줬다. 경쟁과 효율을 높여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시노펙 등 국유석유회사들이 독점하던 원유 수입권이 민간에 할당되면서 군소 민간 정유사들의 정제 가동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 정유사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최저 가격 룰이 지켜지고 있는데, 본토에서 최저가는 국제 가격보다 더 높게 설정돼 있다. 즉 본토 정유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일정 부분 마진을 보장받고 있기에 수출 가격을 내려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버퍼를 갖추고 있다. 현재 중국산 디젤이 주로 향하는 곳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다. 아시아 역내 디젤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2월 12%로 올라섰다. 9개월 전 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월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한국과 싱가포르·인도에 이어 아시아 4위의 디젤 수출국이 됐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JBC에너지에 따르면 중국산 디젤의 공습으로 아시아 역내 정유사들의 디젤 마진은 1년 전 배럴당 16달러에서 현재 1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물론 중동산 원유 가격 자체가 떨어져 역내 주요 정유사들 역시 일정한 정제 마진을 유지하고는 있다. BMI리서치는 “중국발 디젤 공급 과잉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아시아의 디젤 가격이 유럽과 북미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JBC에너지는 디젤 수출 부문에서 중국이 작년까지 세계 20위 수준이었지만, 3년 뒤(2018년)에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 경쟁으로 전선 확대되나 :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져온 글로벌 유동성 축소나, 위안화 쇼크만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니다. 금융시장이 발 딛고 선 실물경기라는 지반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미국이라는 소비대국이 글로벌 수요를 견인하는 효과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 비해 2008년 미국발 금융쇼크 이후 글로벌 성장을 도맡았던 중국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난 세월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지나오는 동안 주요국이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단행하기보다 ‘좀비 기업’을 떠받치기 위한 돈풀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구조적으로 심화돼 현재 글로벌 제조업 전반을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기 마련인 주가와 회사채 가격도 하방 압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좀 더 근원을 따지고 들면 전 세계적으로 기술혁신의 정체와 고령화의 진전으로 생산성의 둔화를 겪으며, 이렇다 할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하튼 글로벌 수급 불균형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은 이제 겨우 구조조정의 출발선에 들어섰다. 산업구조를 단번에 뜯어고치려다가는 심각한 경기 충격과 금융 부실을 양산할 게 자명해 중국도 점진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부문의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 내 해소될 성질이 아님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작년부터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위안화는 당국의 정책 방향에 의해서든 시장의 힘에 의해서든 중장기 약세 압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변부 경제에 추가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과 성장모델 전환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 나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변국 생산설비 역시 버티지 못하고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미 중간재 자급 단계에서 수출 단계로까지 나아가려는 중국의 현재 모습에서 주변국 산업이 향후 겪게 될 외풍의 강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급변하고 있는 아시아 디젤 수출시장이 보여주듯 중국의 정책 변화는 시차를 두고 실물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점에서 13차 5개년 계획에 담긴 중국의 산업정책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의 전략은 글로벌 밸류체인의 상단으로 올라서는 데 맞춰져 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내 경쟁지도 역시 변해갈 것임을 의미한다. 중앙의 물적 지원이 핵심 영역에 집중되는 중국의 산업환경 특성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정 부분 결과물은 나타날 거다. 중국은 이미 중후장대 산업 부문과 백색가전에 이어 스마트폰 부문에서 그 가능성을 엿봤다. 주변국 입장에선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지 모를 중국의 경착륙 위험’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확대돼 나갈 산업경쟁 전선(戰線)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장의 확산 : 잠시 글로벌 철강 업계와 알루미늄 업계 등이 그간 치른 전황부터 간략히 보자. 중국의 경기 둔화, 특히 중국 내 부동산 신규 개발 투자가 가라앉으면서 본토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과 알루미늄은 계속 외부로 뿜어져 나왔다. 신규 증설에 들어갔던 중국 내 대형 설비들이 지난 2012년부터 순차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이런 양상은 더 뚜렷해졌다. 내부 수요는 줄고 공급량은 확대되니, 본토 업자들로선 출하량을 대거 수출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미국의 알코어는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중국산 알루미늄의 범람을 한탄하고 있으며, 불공정 경쟁을 시정해달라고 당국에 읍소하기 바쁘다. 철강 업계의 경쟁 양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2009년 2460만t이던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이 지난해 1억1240만t으로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다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잇단 덤핑 제재로 이어져 주요국 사이의 통상마찰을 격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굴뚝산업에 대한 감산과 설비감축 계획을 제시했지만,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에 걸쳐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업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디젤 시장으로 넘어가보자. 사실 중국은 세계 2위의 디젤 생산국이었지만 그간 수출량은 미미했다.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디젤의 대부분이 국내 광업 부문과 발전, 트럭수송 등에 소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 모멘텀이 약해지면서 본토의 디젤 수요는 둔화된 데 비해 휘발유와 제트유에 대한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인해 정유공장의 가동률은 계속 높아져 중국 내 디젤도 공급 과잉을 맞게 됐다.
결국 남아도는 디젤은 수출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중 32만9000t이던 월 평균 디젤 수출량은 하반기 들어 86만5000t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1월 디젤 수출량은 전달(12월)에 비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00%(10배)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아시아의 디젤 전쟁 : 이런 변화에는 중국 당국의 정책 요인도 자리한다. 작년부터 당국은 민간 독립 정유사들에게 원유 수입 쿼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는 에너지산업 내 경쟁도입과 에너지 가격 시장화의 일환이었다. 현재 중국은 에너지 등 유틸리티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던 방식에서 점진적으로 시장에 의한 가격 책정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국유 회사들이 누리던 독점권을 일부 민간업자에 넘겨줬다. 경쟁과 효율을 높여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시노펙 등 국유석유회사들이 독점하던 원유 수입권이 민간에 할당되면서 군소 민간 정유사들의 정제 가동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 정유사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최저 가격 룰이 지켜지고 있는데, 본토에서 최저가는 국제 가격보다 더 높게 설정돼 있다. 즉 본토 정유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일정 부분 마진을 보장받고 있기에 수출 가격을 내려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버퍼를 갖추고 있다. 현재 중국산 디젤이 주로 향하는 곳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다. 아시아 역내 디젤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2월 12%로 올라섰다. 9개월 전 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월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일본과 대만을 제치고 한국과 싱가포르·인도에 이어 아시아 4위의 디젤 수출국이 됐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JBC에너지에 따르면 중국산 디젤의 공습으로 아시아 역내 정유사들의 디젤 마진은 1년 전 배럴당 16달러에서 현재 1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물론 중동산 원유 가격 자체가 떨어져 역내 주요 정유사들 역시 일정한 정제 마진을 유지하고는 있다. BMI리서치는 “중국발 디젤 공급 과잉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아시아의 디젤 가격이 유럽과 북미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JBC에너지는 디젤 수출 부문에서 중국이 작년까지 세계 20위 수준이었지만, 3년 뒤(2018년)에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 경쟁으로 전선 확대되나 :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져온 글로벌 유동성 축소나, 위안화 쇼크만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니다. 금융시장이 발 딛고 선 실물경기라는 지반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미국이라는 소비대국이 글로벌 수요를 견인하는 효과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 비해 2008년 미국발 금융쇼크 이후 글로벌 성장을 도맡았던 중국의 힘은 약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난 세월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지나오는 동안 주요국이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단행하기보다 ‘좀비 기업’을 떠받치기 위한 돈풀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구조적으로 심화돼 현재 글로벌 제조업 전반을 옥죄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기 마련인 주가와 회사채 가격도 하방 압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좀 더 근원을 따지고 들면 전 세계적으로 기술혁신의 정체와 고령화의 진전으로 생산성의 둔화를 겪으며, 이렇다 할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하튼 글로벌 수급 불균형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은 이제 겨우 구조조정의 출발선에 들어섰다. 산업구조를 단번에 뜯어고치려다가는 심각한 경기 충격과 금융 부실을 양산할 게 자명해 중국도 점진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부문의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 내 해소될 성질이 아님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작년부터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위안화는 당국의 정책 방향에 의해서든 시장의 힘에 의해서든 중장기 약세 압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주변부 경제에 추가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과 성장모델 전환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 나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변국 생산설비 역시 버티지 못하고 해체의 과정을 밟게 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미 중간재 자급 단계에서 수출 단계로까지 나아가려는 중국의 현재 모습에서 주변국 산업이 향후 겪게 될 외풍의 강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급변하고 있는 아시아 디젤 수출시장이 보여주듯 중국의 정책 변화는 시차를 두고 실물 부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관점에서 13차 5개년 계획에 담긴 중국의 산업정책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중국의 전략은 글로벌 밸류체인의 상단으로 올라서는 데 맞춰져 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내 경쟁지도 역시 변해갈 것임을 의미한다. 중앙의 물적 지원이 핵심 영역에 집중되는 중국의 산업환경 특성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정 부분 결과물은 나타날 거다. 중국은 이미 중후장대 산업 부문과 백색가전에 이어 스마트폰 부문에서 그 가능성을 엿봤다. 주변국 입장에선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지 모를 중국의 경착륙 위험’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확대돼 나갈 산업경쟁 전선(戰線)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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