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웨이이 하이얼코리아 부사장
푸웨이이 하이얼코리아 부사장
얼마 전 하이얼은 엄청난 ‘빅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7년 연속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하이얼이 한국 시장에서도 반값 TV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면 하나. 얼마 전 세계적인 ‘빅딜’이 있었다. 지난 1월 15일 중국 하이얼이 미국 최대 가전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막판까지 인수를 저울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삼성·LG를 필두로 한 국내 주요 가전업계가 술렁였다.
장면 둘. 하이얼코리아는 지난 1월 국내 온라인 판매 전용 TV 브랜드 ‘무카(Mooka·無可)’를 출시해 인터넷 쇼핑몰 옥션과 함께 진행한 행사에서 하루 만에 500대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32인치 HD해상도의 LED TV로서 공식 판매가는 29만9000원이지만, 19만9000원에 판매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비슷한 사양 TV 가격에 반값에 불과했다. 여세를 몰아 42인치 신모델까지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화 전략에 일찍 눈을 뜬 하이얼 그룹은 아시아·미주·유럽·중동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유독 아시아 지사 소속이기는 하지만 관리는 본사가 직접 하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본사 사람들 모두 귀를 쫑긋 세웁니다.”
한국시장을 묻자 하이얼코리아를 총괄하는 푸웨이이(傅偉藝·34) 부사장이 한 말이다. 그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하지만 진출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과 LG가 우뚝 서 있는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 가전브랜드 하이얼은 여전히 ‘중국제품’ 선입견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하이얼은 미국 GE가전부문 인수, 이보다 앞서 2012년 뉴질랜드 럭셔리 가전브랜드 피셔앤페이클(Fisher & Paykel), 2011년 일본 산요(Sanyo)의 가전 사업 등을 인수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 판매량에서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하이얼의 행보가 조심스럽다. 무카 TV로 돌풍을 일으킨 것도 하이얼코리아가 최근 들어 맞은 낭보다. 무카 TV 얘기부터 꺼내봤다. ‘무카’의 뜻부터 묻자 푸 부사장은 “무한한 가능성, 무에서 유를 창조, 2·30대를 상징하듯 하이얼도 새롭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추진 중인 브랜드”라며 “현재 인터넷 시대를 사는 젊은 층을 타겟으로 중국에서 대표 온라인 전용 TV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무카TV가 인기를 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올해로 한국 시장 진출 13년째 맞는 하이얼 코리아는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푸 부사장의 경력과 맞물린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발령이 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설마 한국이 일본보다 까다로운 시장이겠느냐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1년쯤 지났을까?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한국의 TV·냉장고·세탁기 시장을 조사했던 푸 사장은 “세계적으로 13~22kg 대용량 세탁기나 700~1000L의 양문형 냉장고는 드물다고 믿었는데 제품은 물론 수요도 탄탄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TV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 TV를 선호하는 동시에 화면전환 속도에도 민감하다. 중국에서는 화면전환에 3~4초가 걸려도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서는 불만이 쏟아진다”고 웃었다.
2004년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하이얼코리아는 2010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 시장이 하이얼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은 것. 푸 부사장도 부임 당시 한국에서 ‘중국산’이 쌓인 ‘저가 이미지’ 편견을 잘 알고 있었다. 2010년 이전까지는 광고마케팅비 지출을 통해 편견을 깨려는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푸 부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국 시장에 맞는 상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는 “가전업계의 벤츠(삼성)와 BMW(LG)가 꽉 잡은 한국 시장에 ‘품질’을 외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알아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근무경험을 떠올리던 푸 부사장은 ‘고령화’와 ‘핵가족·1인가족화’에 주목했다. 그는 “일본도 가전 시장이 철옹성 같았다. 일본에서 세탁기 사업을 맡았을 때 1인 가족이나 고령층을 위한 소형세탁기를 내놓았는데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한국도 그가 오기 4개월 전부터 출시한 3kg 소형세탁기의 소비자 호응이 군불을 때듯 천천히 높아질 때였다. 한국도 틈새시장이 분명 있다는 신호였다. 푸 부사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로 양말이나 셔츠 등을 간단하게 빨 수 있는 제품 수요가 갑자기 커졌다”고 했다.
이때부터 하이얼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전환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는 TV·세탁기를 중심으로 빠른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취생이나 독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탁 용량 3㎏대 소형 세탁기는 하이얼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 특히 용량 100L 이하의 소형 냉장고는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한 것도 한몫한다. 가전 판매 업체인 롯데하이마트 지점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산이라고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성능과 비교하면 가격이 워낙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사후관리)도 많이 개선되면서 중국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전략이 주효한 것 아니냐는 말에 푸 부사장은 손사래 치며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를 ‘저가상품’이라고 한다. 하이얼은 거품이 없고 튼튼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적(절한)가(격)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적가상품’의 배경에는 하이얼의 품질 철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푸 부사장은 하이얼에 취업하기 전 얘기를 꺼냈다. 대련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글로벌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을 찾고 있었다. 그의 눈을 사로잡는 문구가 있었으니 ‘선나후이(先難後易)’, 어려운 일을 먼저, 쉬운 일은 나중에라는 뜻이었다. “저 문구는 장루이민(張瑞敏·67) 하이얼 회장의 기업 철학이면서 ‘바둑을 두려거든 고수와 두어라’라는 말과 함께 쓰였다”며 푸 사장은 90년대 하이얼이 독일·미국 가전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또 “하이얼 본사 전시관에 가면 장루이민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불량 냉장고 76대(1984년 당시 냉장고 1대 값은 중국 평균 근로자의 석 달치 임금)를 때려 부쉈다는 망치가 전시돼 있다”며 그는 하이얼의 ‘품질’ 최우선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핸드폰과 무선전화기 15만 대를 부순 ‘불량 제품 화형식’보다 10년 가까이 앞선 셈이다.
‘품질’ 얘기를 이어가던 푸 부사장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지식도 자랑했다. 외국어 전공을 한 게 아니었냐고 재차 묻자 그는 웃으며 “일본 세탁기 사업 부문에 배치되고, 몇 달간 한 일이 경쟁사 세탁기를 분해·조립하는 것이었다”며 “하이얼은 문·이과 상관없이 입사하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거나, 엔지니어와 몇 개월씩 같이 근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엔지니어가 아닌 사원도 기술 문제도 자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목표와 다짐을 묻자 푸 부사장은 “하이얼 본사도, 우리도 한국 시장에서 천천히 성장목표를 향해 가는 ‘우보 전술’의 묵직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얼이 알리바바·샤오미 같이 한국에서도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품질’ 얘기를 한참 이어가던 그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96년대 중국 서부 쓰촨성을 비롯한 전역의 농촌에서 세탁기 고장 신고가 잦았어요. 옷 세탁이 아니라 고구마 등 농산물을 씻는데 사용했기 때문이죠. 회사 내에서도 농민을 탓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해요. 장루이민 회장은 생각이 달랐죠. 2년을 투자해 고구마와 과일, 조개까지 씻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잘 팔렸냐고요? 당연히 ‘완판’됐죠.”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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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둘. 하이얼코리아는 지난 1월 국내 온라인 판매 전용 TV 브랜드 ‘무카(Mooka·無可)’를 출시해 인터넷 쇼핑몰 옥션과 함께 진행한 행사에서 하루 만에 500대가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32인치 HD해상도의 LED TV로서 공식 판매가는 29만9000원이지만, 19만9000원에 판매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비슷한 사양 TV 가격에 반값에 불과했다. 여세를 몰아 42인치 신모델까지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화 전략에 일찍 눈을 뜬 하이얼 그룹은 아시아·미주·유럽·중동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유독 아시아 지사 소속이기는 하지만 관리는 본사가 직접 하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본사 사람들 모두 귀를 쫑긋 세웁니다.”
한국시장을 묻자 하이얼코리아를 총괄하는 푸웨이이(傅偉藝·34) 부사장이 한 말이다. 그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하지만 진출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과 LG가 우뚝 서 있는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 가전브랜드 하이얼은 여전히 ‘중국제품’ 선입견이 강한 탓이다.
하지만 하이얼은 미국 GE가전부문 인수, 이보다 앞서 2012년 뉴질랜드 럭셔리 가전브랜드 피셔앤페이클(Fisher & Paykel), 2011년 일본 산요(Sanyo)의 가전 사업 등을 인수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 판매량에서 7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독 하이얼의 행보가 조심스럽다. 무카 TV로 돌풍을 일으킨 것도 하이얼코리아가 최근 들어 맞은 낭보다.
‘무카TV’ 한국 판매 첫날 매진
그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발령이 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설마 한국이 일본보다 까다로운 시장이겠느냐며 막연하게 생각했다. 1년쯤 지났을까?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한국의 TV·냉장고·세탁기 시장을 조사했던 푸 사장은 “세계적으로 13~22kg 대용량 세탁기나 700~1000L의 양문형 냉장고는 드물다고 믿었는데 제품은 물론 수요도 탄탄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TV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 TV를 선호하는 동시에 화면전환 속도에도 민감하다. 중국에서는 화면전환에 3~4초가 걸려도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서는 불만이 쏟아진다”고 웃었다.
2004년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하이얼코리아는 2010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 시장이 하이얼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은 것. 푸 부사장도 부임 당시 한국에서 ‘중국산’이 쌓인 ‘저가 이미지’ 편견을 잘 알고 있었다. 2010년 이전까지는 광고마케팅비 지출을 통해 편견을 깨려는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푸 부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국 시장에 맞는 상품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는 “가전업계의 벤츠(삼성)와 BMW(LG)가 꽉 잡은 한국 시장에 ‘품질’을 외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알아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근무경험을 떠올리던 푸 부사장은 ‘고령화’와 ‘핵가족·1인가족화’에 주목했다. 그는 “일본도 가전 시장이 철옹성 같았다. 일본에서 세탁기 사업을 맡았을 때 1인 가족이나 고령층을 위한 소형세탁기를 내놓았는데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한국도 그가 오기 4개월 전부터 출시한 3kg 소형세탁기의 소비자 호응이 군불을 때듯 천천히 높아질 때였다. 한국도 틈새시장이 분명 있다는 신호였다. 푸 부사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로 양말이나 셔츠 등을 간단하게 빨 수 있는 제품 수요가 갑자기 커졌다”고 했다.
이때부터 하이얼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전환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는 TV·세탁기를 중심으로 빠른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취생이나 독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탁 용량 3㎏대 소형 세탁기는 하이얼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한다. 특히 용량 100L 이하의 소형 냉장고는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한 것도 한몫한다. 가전 판매 업체인 롯데하이마트 지점의 한 직원은 “예전에는 중국산이라고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성능과 비교하면 가격이 워낙 저렴하고 애프터서비스(사후관리)도 많이 개선되면서 중국산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 하이얼의 ‘선나후이’ 철학
‘품질’ 얘기를 이어가던 푸 부사장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지식도 자랑했다. 외국어 전공을 한 게 아니었냐고 재차 묻자 그는 웃으며 “일본 세탁기 사업 부문에 배치되고, 몇 달간 한 일이 경쟁사 세탁기를 분해·조립하는 것이었다”며 “하이얼은 문·이과 상관없이 입사하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거나, 엔지니어와 몇 개월씩 같이 근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엔지니어가 아닌 사원도 기술 문제도 자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목표와 다짐을 묻자 푸 부사장은 “하이얼 본사도, 우리도 한국 시장에서 천천히 성장목표를 향해 가는 ‘우보 전술’의 묵직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얼이 알리바바·샤오미 같이 한국에서도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품질’ 얘기를 한참 이어가던 그는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96년대 중국 서부 쓰촨성을 비롯한 전역의 농촌에서 세탁기 고장 신고가 잦았어요. 옷 세탁이 아니라 고구마 등 농산물을 씻는데 사용했기 때문이죠. 회사 내에서도 농민을 탓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해요. 장루이민 회장은 생각이 달랐죠. 2년을 투자해 고구마와 과일, 조개까지 씻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잘 팔렸냐고요? 당연히 ‘완판’됐죠.”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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