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쌍용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쌍용차를 이끄는 선봉장은 최종식 사장이다. 지난해 취임한 최 사장은 소형 SUV 티볼리 열풍을 앞세워 쌍용차 판매대수를 15만대에 육박하는 14만4764대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서울 역삼동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에 있는 이 회사 최종식(66) 사장의 방에는 ‘팔마도(八馬圖)’란 이름의 그림이 걸려있다. 8마리의 말이 힘차게 달리는 모습은 흡사 말들이 당장이라도 족자 밖으로 뛰어나올만한 운동감을 자랑한다. 사장실이 10평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벽면을 다 차지할 만한 이 그림이 ‘다소 큰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팔마도엔 최 사장의 비원(悲願)이 담겨있다. 바로 ‘쌍용차가 힘차게 달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그의 숙원이다.
그림 속 말들처럼 쌍용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수년간 부진과 노사분규, 먹튀 자본 문제 등으로 시름시름 앓아왔던 쌍용차로서는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지난해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티볼리 열풍을 앞세워 쌍용차 판매대수를 15만대에 육박하는 14만4764대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최 사장이 쌍용차에 합류한 2010년 당시 쌍용차의 한해 판매대수는 8만1747대에 그쳤다. 덕분에 요즘 서울 역삼동의 쌍용차 서울사무소나 경기 평택의 쌍용차 공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이런 기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3월에만 내수 9069대, 수출 3941대를 포함 총 1만3010대를 판매했다. 이는 3월 초 출시된 티볼리에어가 소형 SUV(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인 티볼리와 동반 상승세를 기록하며 판매 성장을 주도한 덕이다.
티볼리와 티볼리에어가 쌍용차 회생을 위한 필살의 무기라면, 쌍용차를 이끄는 선봉장은 최종식 사장이다. 197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갖춘 자동차 전문가다. 지금도 해외모터쇼장에서 그를 마주친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이 깎듯이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예우를 다하는 이유다. 최 사장은 기아차 마케팅실장, 현대차 기획실장, 마케팅 총괄 본부장, 상용차 판매 본부장,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 법인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10년 쌍용차의 영업부문장(부사장)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솔선수범하는 경영자로 이름이 높다. 자동차 업계로 보면 비교적 고령이지만, 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후 그는 경기 평택공장에서 매주 2~3일 이상 6~7평 규모의 원룸형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사장의 기숙사지만, 일반 직원들이 출장 때 쓰는 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방이다. ‘경영자는 현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지금도 최 사장은 매일 아침 평택공장으로 출근해 업무를 본다. 휴일을 반납한 건 기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60대가 넘으셨는데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실까 싶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국내에서 사용 중인 업무용 차는 1년 만에 4만㎞ 이상을 달렸다. 서울-평택 간 거리는 약 70㎞ 정도다. 그가 얼마만큼 분투하는지 알 수 있다.
해외시장 개척도 진두지휘한다. 최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래 지금까지 유럽과 중국, 인도 등 총 20여 차례의 출장을 다녀왔다. 월 2회 꼴이다. 해외모터쇼 참가와 바이어 미팅 등 모두 직접 챙긴다. 해외시장 진출은 그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런 만큼 수시로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월 말에도 ‘2015년 실적발표’에 앞서 임원진 회의를 열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쌍용차 측은 “글로벌 주요 시장이 모두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이어졌다”며 “티볼리같은 SUV 모델을 앞세워 남미나 중동 등 신흥시장 진출에 박차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현재 6:4 정도인 쌍용차의 내수와 수출 비중을 4:6 정도로 바꿔갈 계획이다. 최우선 목표는 서유럽과 러시아다. 이어 중국과 미국으로도 영역을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궁극적으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도 도전장을 낸다는 각오다. 미국 시장의 첫 진출작은 티볼리 시리즈가 될 것이란 계획을 수차례 밝혀온 그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운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 없을 터. 최 사장은 노력한 만큼 운도 따르는 복 많은 경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시된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때마침 불어닥친 레저 열풍 덕에 판매가 늘었다. 2010년 22만2000대 규모였던 국내 SUV 시장은 지난해 35만6000대 규모로 60% 이상 커졌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SUV가 대세인 것도 호재다.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승용차는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SUV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라고 말하곤 한다. 쌍용차 측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티볼리의 소형 SUV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티볼리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11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 이래 첫 신차인 동시에 그가 사장으로서 내놓은 첫 차다. 쌍용차에 있어서도 각별하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판매대수를 키우는 효과는 물론 쌍용차 자체를 전 연령대가 이용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기존 쌍용차는 ‘중장년 남성이 타는 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생애 첫 차 구입자를 겨냥한 티볼리의 전략은 적중했다. 덕분에 티볼리 전체 구매 고객 중 40% 이상이 35세 이하다. 쌍용차 브랜드 자체가 젊어진 셈이다. 최 사장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쌍용차 고객은 로열티가 높은 만큼, 티볼리를 통해 쌍용차를 경험한 고객층은 추후 티볼리보다 윗급의 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티볼리 열풍 덕에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42억 원이던 쌍용차의 영업손실 규모는 2분기 199억원, 3분기 36억원 등으로 점차 개선되다가, 4분기에는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계상으로는 8분기만에 이룬 흑자 전환이다. 2013년에 자체 자산매각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순수한 영업활동으로는 9년 만의 성과다.
올해 출시한 티볼리에어도 최 사장과 쌍용차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티볼리에어는 티볼리의 차체를 24.5cm 늘린 롱바디모델이다. 판매도 순조롭다. 티볼리 에어는 출시 한달 만에 5100여대의 누적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영업일수 기준으로 따지면 하루에 190~200대 꼴로 팔린 셈이다. 가성비(가격대비 만족도)와 실용성이 호평을 얻은 덕이다. 올해 내수판매 목표는 1만대다. 한 달 만에 1년 목표의 절반을 넘겼다. 사실 티볼리의 성공 이면에는 쌍용차 자체가 가진 강한 근성과 ‘SUV 종가’라는 DNA가 있다. 숱한 인수합병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SUV만은 놓지 않았다. SUV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짜고, 없는 돈을 그러 모아 SUV 개발에 투자했다. 오늘날의 티볼리 성공을 가져온 진짜 배경이다. 지금도 티볼리의 성공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직원들이 합심해 노력해 준 덕”이란 원론적인(?) 답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낭보도 있다. 쌍용차는 최근 페루 경찰차 시장을 접수했다. 특유의 내구성과 강력한 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SUV ‘렉스턴W’ 2100대를 페루 경찰 측에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쌍용차 측은 “지난해 12월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권을 따냈다”며 “올 4월부터 페루 경찰청에 렉스턴 가솔린 모델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경찰 업무 수행에 필요한 각종 옵션들을 추가한 렉스턴 차량은 이달부터 평택항에서 선적돼 페루를 향해 출항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남미 시장에도 쌍용차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 사장에게는 ‘믿는 구석’도 있다. 바로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과, 노조의 신뢰가 그것이다. 우선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그를 비롯한 한국 경영진에 전폭적인 신뢰를 표현한 상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밝혔다. 마힌드라그룹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 생산능력 확충과 제품 개발에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전세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닌 쌍용차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는 이제 자체 영업능력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만일 필요할 경우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는 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성장 계획도 밝혔다. 쌍용차는 일단 2021년까지 ‘연 30만대 판매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1단계 목표다. 지난해 판매치(14만4764대)의 두 배 가량이다. 쌍용차의 평택 공장은 연산 25만대 규모다. 계획대로라면 증설도 가능하다. 신차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년 말까지 내놓을 Y400(프로젝트명, 렉스턴급 SUV)을 비롯해 세 가지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 최 사장과 쌍용차의 청사진은 이미 상당부분 현실이 되고 있다. 일단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오랜 기간 쌍용차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노조와의 관계도 순조롭다. 쌍용차 노사 양측은 지난해까지 6년 간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또 지난해 말에는 2008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희망퇴직자, 분사자, 해고자 중 입사지원자에 한해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시 단계적으로 채용하는 동시에 복직점검위원회를 통해 이행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내용의 단계적 복직안에 합의했다. 노사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제기했던 법적 소송들도 대부분 취하하기로 했다. 올해 3월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티볼리에어 신차 발표회 당시 최 사장은 물론 홍봉석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결의를 함께 다진 것도 양측의 이런 노력이 낳은 결실이다.
판매가 늘면서 자연스레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동률은 65% 선이다. 최 사장은 취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 25만대 완성차 공장을 100% 가동해 수익을 내는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판매가 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직원들의 복직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야, 쌍용차 퇴직자의 복직도 앞당겨진다.
이제 쌍용차가 부활의 초석을 닦았다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 사장과 쌍용차 앞에 놓인 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우선 티볼리가 속해있는 소형SUV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기아차는 티볼리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 최근 소형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를 출시했다. 한국GM의 트랙스와 르노삼성차의 QM3 역시 승부수를 던질 기세다. 쌍용차엔 티볼리 외에 판매를 이끌어갈 인기차가 없다는 점도 분명한 부담이다. 한 두 차종 만으로 기업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여기에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러시아 등이 경기 불안으로 수출이 줄어들었다. 올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쌍용차의 완성차 수출 대수는 1만1044대로 전년 동기보다 6.5%가 빠졌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4만5000여대로 전년의 7만2000여대를 한참이나 밑돈다. 쌍용차와 최 사장이 이런 장애물들을 모두 건너뛰고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쌍용차 임직원들은 팔마도의 질주가 현실에서도 계속되리라 믿고 있다. 기틀은 마련됐다.
- 이수기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림 속 말들처럼 쌍용자동차가 질주하고 있다. 수년간 부진과 노사분규, 먹튀 자본 문제 등으로 시름시름 앓아왔던 쌍용차로서는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지난해 사장 자리에 오른 그는 티볼리 열풍을 앞세워 쌍용차 판매대수를 15만대에 육박하는 14만4764대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최 사장이 쌍용차에 합류한 2010년 당시 쌍용차의 한해 판매대수는 8만1747대에 그쳤다. 덕분에 요즘 서울 역삼동의 쌍용차 서울사무소나 경기 평택의 쌍용차 공장은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이런 기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3월에만 내수 9069대, 수출 3941대를 포함 총 1만3010대를 판매했다. 이는 3월 초 출시된 티볼리에어가 소형 SUV(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인 티볼리와 동반 상승세를 기록하며 판매 성장을 주도한 덕이다.
티볼리와 티볼리에어가 쌍용차 회생을 위한 필살의 무기라면, 쌍용차를 이끄는 선봉장은 최종식 사장이다. 197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갖춘 자동차 전문가다. 지금도 해외모터쇼장에서 그를 마주친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이 깎듯이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예우를 다하는 이유다. 최 사장은 기아차 마케팅실장, 현대차 기획실장, 마케팅 총괄 본부장, 상용차 판매 본부장,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 법인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10년 쌍용차의 영업부문장(부사장)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솔선수범하는 경영자로 이름이 높다. 자동차 업계로 보면 비교적 고령이지만, 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후 그는 경기 평택공장에서 매주 2~3일 이상 6~7평 규모의 원룸형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사장의 기숙사지만, 일반 직원들이 출장 때 쓰는 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방이다. ‘경영자는 현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휴일도 반납, 1년에 4만㎞ 달리며 분투
해외시장 개척도 진두지휘한다. 최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래 지금까지 유럽과 중국, 인도 등 총 20여 차례의 출장을 다녀왔다. 월 2회 꼴이다. 해외모터쇼 참가와 바이어 미팅 등 모두 직접 챙긴다. 해외시장 진출은 그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런 만큼 수시로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월 말에도 ‘2015년 실적발표’에 앞서 임원진 회의를 열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쌍용차 측은 “글로벌 주요 시장이 모두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이어졌다”며 “티볼리같은 SUV 모델을 앞세워 남미나 중동 등 신흥시장 진출에 박차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현재 6:4 정도인 쌍용차의 내수와 수출 비중을 4:6 정도로 바꿔갈 계획이다. 최우선 목표는 서유럽과 러시아다. 이어 중국과 미국으로도 영역을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궁극적으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도 도전장을 낸다는 각오다. 미국 시장의 첫 진출작은 티볼리 시리즈가 될 것이란 계획을 수차례 밝혀온 그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운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 없을 터. 최 사장은 노력한 만큼 운도 따르는 복 많은 경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출시된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때마침 불어닥친 레저 열풍 덕에 판매가 늘었다. 2010년 22만2000대 규모였던 국내 SUV 시장은 지난해 35만6000대 규모로 60% 이상 커졌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SUV가 대세인 것도 호재다.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승용차는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SUV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라고 말하곤 한다. 쌍용차 측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티볼리의 소형 SUV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다.
티볼리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11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 이래 첫 신차인 동시에 그가 사장으로서 내놓은 첫 차다. 쌍용차에 있어서도 각별하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판매대수를 키우는 효과는 물론 쌍용차 자체를 전 연령대가 이용하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기존 쌍용차는 ‘중장년 남성이 타는 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생애 첫 차 구입자를 겨냥한 티볼리의 전략은 적중했다. 덕분에 티볼리 전체 구매 고객 중 40% 이상이 35세 이하다. 쌍용차 브랜드 자체가 젊어진 셈이다. 최 사장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쌍용차 고객은 로열티가 높은 만큼, 티볼리를 통해 쌍용차를 경험한 고객층은 추후 티볼리보다 윗급의 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티볼리 열풍 덕에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42억 원이던 쌍용차의 영업손실 규모는 2분기 199억원, 3분기 36억원 등으로 점차 개선되다가, 4분기에는 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계상으로는 8분기만에 이룬 흑자 전환이다. 2013년에 자체 자산매각으로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순수한 영업활동으로는 9년 만의 성과다.
올해 출시한 티볼리에어도 최 사장과 쌍용차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티볼리에어는 티볼리의 차체를 24.5cm 늘린 롱바디모델이다. 판매도 순조롭다. 티볼리 에어는 출시 한달 만에 5100여대의 누적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영업일수 기준으로 따지면 하루에 190~200대 꼴로 팔린 셈이다. 가성비(가격대비 만족도)와 실용성이 호평을 얻은 덕이다. 올해 내수판매 목표는 1만대다. 한 달 만에 1년 목표의 절반을 넘겼다.
티볼리 열풍 주도해 흑자 전환 성공
최 사장에게는 ‘믿는 구석’도 있다. 바로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과, 노조의 신뢰가 그것이다. 우선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그를 비롯한 한국 경영진에 전폭적인 신뢰를 표현한 상태다.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밝혔다. 마힌드라그룹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 생산능력 확충과 제품 개발에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전세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부문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의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닌 쌍용차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는 이제 자체 영업능력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만일 필요할 경우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는 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성장 계획도 밝혔다. 쌍용차는 일단 2021년까지 ‘연 30만대 판매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1단계 목표다. 지난해 판매치(14만4764대)의 두 배 가량이다. 쌍용차의 평택 공장은 연산 25만대 규모다. 계획대로라면 증설도 가능하다. 신차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년 말까지 내놓을 Y400(프로젝트명, 렉스턴급 SUV)을 비롯해 세 가지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
대주주 마힌드라그룹과 노조의 신뢰가 큰 힘
판매가 늘면서 자연스레 공장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가동률은 65% 선이다. 최 사장은 취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 25만대 완성차 공장을 100% 가동해 수익을 내는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판매가 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직원들의 복직 문제도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야, 쌍용차 퇴직자의 복직도 앞당겨진다.
이제 쌍용차가 부활의 초석을 닦았다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 사장과 쌍용차 앞에 놓인 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우선 티볼리가 속해있는 소형SUV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기아차는 티볼리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 최근 소형 하이브리드 SUV인 ‘니로’를 출시했다. 한국GM의 트랙스와 르노삼성차의 QM3 역시 승부수를 던질 기세다. 쌍용차엔 티볼리 외에 판매를 이끌어갈 인기차가 없다는 점도 분명한 부담이다. 한 두 차종 만으로 기업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여기에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러시아 등이 경기 불안으로 수출이 줄어들었다. 올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쌍용차의 완성차 수출 대수는 1만1044대로 전년 동기보다 6.5%가 빠졌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4만5000여대로 전년의 7만2000여대를 한참이나 밑돈다. 쌍용차와 최 사장이 이런 장애물들을 모두 건너뛰고 계속 달려나갈 수 있을까. 쌍용차 임직원들은 팔마도의 질주가 현실에서도 계속되리라 믿고 있다. 기틀은 마련됐다.
-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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