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재색’을 겸비한 회사가 있다. 세계 일류 기술력과 고유의 기업문화를 모두 가졌다는 뜻이다. 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대표는 그만의 독특한 ‘거꾸로 경영론’으로 13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램리서치코리아의 이직률은 2.5%다. 반도체 업계의 평균 이직률 5%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램리서치 본사의 매출은 59억 달러(약 6조7700억원)였다. 이 가운데 25%가 한국 법인에서 나온다. 램리서치코리아의 직원 수는 550명, 직원 한 명당 3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직원 만족도 역시 생산성에 뒤지지 않는다. 기업정보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이 회사 전·현직 직원들의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3점으로 상위 4.7%이내다. 즐겁게 일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지난해 램리서치코리아의 신입사원 서류 전형 합격자는 200여 명. 이들은 면접장에서 서 대표를 만났다. 그가 1차 면접에서 합격자를 가려낸 뒤 엔지니어와 매니저들이 업무능력을 파악해 최종 합격을 결정했다. 보통 실무진이 먼저 업무능력을 평가하고 대표이사가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방식과 반대다. “업무능력보다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지만 서 대표는 10년 전부터 ‘거꾸로 면접’을 고수해오고 있다. 4년 전부터는 면접 때 이력서를 전혀 보지 않는다. 스펙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적성이기 때문이다.
“얘기를 해보면 성적 맞춰 공대에 간 건지, 정말 적성이 맞아서 엔지니어가 되려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목표의식이 없으면 엔지니어로 오래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스로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미국 텍사스 A&M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원래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미국에 간지 몇 년 되지 않은 터라 영어에 영 자신이 없었죠.” 상대적으로 영어 실력이 덜 중요한 수학, 물리학, 공학 가운데 공학을 선택했다. 이후 ASML코리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시네틱스-필립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같은 반도체 회사를 거쳐 13년 전 램리서치에 합류했다. “30년 넘게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며 이제야 맞는 옷을 입은 듯해요. 적성에 맞지 않으면 힘듭니다.”
면접방식을 바꾸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비전과 핵심 가치가 뭘까. 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이를 강조했다. “램리서치의 비전은 ‘고객 신뢰 1위’입니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8대 핵심가치인 성취, 정직함과 일관성, 혁신과 지속적 개선, 상호 존중, 열린 의사소통, 주인의식과 책임, 팀워크, 배려를 지키려고 합니다.” 누가 들어도 옳은 말이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서 대표 스스로 “가식적으로(Cheesy) 들릴 수 있겠지만”이라고 할 만큼 지나치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 대표는 “그 어려운 것을 우리 직원들이 해낸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피라미드를 그리더니 위쪽부터 램리서치 본사, CEO, 임원, 엔지니어, 고객이라고 썼다. 그런 뒤 넓은 면이 위로 오게 피라미드를 뒤집었다. “고객이 제일 중요하고 다음 중요한 사람이 고객을 직접 대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자신과 본사는 가장 아래 쪽에 있다. 고객우선주의의 일례로, 램리서치코리아는 고객사가 외국에 진출하면 조직을 파견해 현지 커뮤니케이션, 엔지니어링, 고용 등을 지원한다. 물론 비용이 더 들지만 일관적인 관리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에 공장을 세울 때도 램리서치코리아가 함께 했다.
인사고과, 우수직원 선정 같은 회사의 모든 인력관리의 기준 역시 핵심가치의 준수 여부다. 서 대표는 “일관성 있게 비전과 핵심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객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서 대표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세심하게 챙긴다. 그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기자에게 커피를 권했다. “어떤 걸로 하실래요?” 다양한 종류를 즐길 수 있는 고급 캡슐 커피다. 주변에 커피 전문점이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해 사무실의 모든 커피 머신을 캡슐형으로 교체했다.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램리서치코리아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DHK솔루션빌딩에 있다. 4~7층을 사용한다. 인터뷰에 동석한 이혜진 전무는 “대표님은 출근하시면 자리에 안 계신다. 4~7층을 오르내리며 ‘머리를 새로 한 것이냐’, ‘아기는 잘 크느냐’며 직원들 안부를 묻는다”고 말했다. 업무시간에 사장이 돌아다니면 직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이 전무는 “처음 겪으면 그럴지 모르지만 일상처럼 있는 일이라 다들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었다.
당초 사장실이 따로 없다. 업무 중요도에 따라 서 대표가 자리를 옮겨 가며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기술팀 옆에서 일하다 이번 달에는 인사관리(HR)팀 옆에 책상을 두는 식이다. 임직원들의 사무실 크기도 모두 똑같다. 구조는 임원들이 가운데 모여 일하고 그 주위를 엔지니어들이 둘러싸고 있다. “개선할 점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얘기하라는 의미입니다.”
‘열린 소통’ 문화는 서 대표의 자랑거리다. 실제 램리서치코리아의 많은 직원이 ‘수평적 기업문화’를 장점으로 꼽았다. 서 대표는 ‘커리지 팔로어십(Courage Followership)’을 강조했다. “늘 용기 있는 팔로어가 돼라”고 합니다. 7년 전부터 직원들에게 직접 강연도 한다.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합니다. 사장이 기업문화를 따르지 않으면 그 사장을 따를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바뀌면 사장을 바꿔야지요.” 그는 그러면서도 “실은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사장뿐 아니다.
그는 입사 6개월이 지난 신입사원 대상 강연에서 “우리 회사는 부하 직원 누구나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상사에게 잘못된 점을 말할 수 있다. 윗사람은 늘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또 한번 일깨운다. 그의 ‘커리지 팔로어십’ 강연은 미국 본사 매니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펀(Fun)’한 분위기 역시 램리서치코리아 고유의 문화다. 서 대표는 글로벌 본사가 정한 8대 핵심가치에 재미를 더했다. “일 자체가 ‘펀’할 수는 없습니다. 일은 힘들어요. 하지만 일하는 곳과 사람들은 ‘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연말마다 ‘펀 이그제큐티브(fun executive)’를 뽑는다. 말 그대로 재미 담당 임원이다. 여기에 자원 혹은 선발한 30여 명의 팀원이 배정된다. 이들은 1년 동안 예산 한도 없이 사소한 행사부터 연말 송년회까지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기획한다. 조건은 하나다. 지난해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올해 이미 요가 강습, 인문학 배우기,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이벤트가 20개 넘게 준비돼 있다. “처음에는 자원자가 없어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재미 담당 임원으로 뽑았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다음 번에 뽑히기 싫어서 행사를 재미있게 즐기더라니까. 하하.” 5년 전부터는 서로 하겠다고 나서 공약을 내거는 ‘후보’까지 생겼다고 한다. 과연 업무 외 일이 반가울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회사에서 ‘펀 팀’에 속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이 덜하다”라며 “그보다는 내 마음대로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알려줬다. 서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기 싫지 않나! 회사를 재미있게 만들어 어서 회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펀 팀’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내부 승진제도’를 도입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램리서치코리아는 새 자리가 나면 80%를 내부 직원으로 충원한다. 램리서치코리아는 1989년 설립 당시 직원이 60명에서 지난해 550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새로운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능력 면에서 60~70%만 충족해도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 내부 직원에게 승진 우선권을 줍니다.” HR팀이 직책에 맞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개인 역량 개발을 돕는다.
직원들의 가족도 챙긴다. 1년에 한번 가족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공휴일이 토·일요일이면 대체 휴일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직원 본인과 가족의 법률·재무·정신건강과 관련해 전문가에게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난해 램리서치의 매출은 59억 달러였다. 램리서치코리아는 램리서치 전체 매출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16개국 지사 가운데 5년 연속 매출 기준 1위다. 서 대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대형 고객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술력으로도 시장을 선도하기 때문에 램리서치에서 한국은 일순위”라고 말했다. 마틴 앤스티스 램리서치 글로벌 CEO가 한국을 정기적으로 찾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지난 4월 6일에도 방한해 고객사와 만났다.
램리서치코리아는 한국에 자체 생산공장을 두고 부품을 생산한다. 경기도 오산의 램리서치매뉴팩처링코리아는 2011년 설립된 생산 법인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재 채용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지난 3월에는 2013년 51명이던 직원 수가 2015년 116명으로 늘어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 대표는 “오산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다른 외국 지사로도 보낸다”며 “직접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품 국산화로 한국 부품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침체는 램리서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암울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특히 3D 낸드플래시 분야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침체기가 지나고 다시 활황기로 돌아설 때를 걱정했다. “매출 곡선을 보면 항상 상승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났습니다. 시장이 커질 때를 대비하는 게 고민입니다.” 지난해에 신입사원 13명을 뽑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좀 천천히 갈 때 땅을 다져놓으려 합니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1980년 데이비드 램이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설립한 세계 3대 반도체 공정 장비기업. 16개국에 지사가 있고 총 직원은 7300여 명이다. 2014년 12월 나스닥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반도체 공정 가운데 박막 증착, 플라스마 식각, 감광막 제거, 웨이퍼 세정과 관련한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한다. 주요 분야는 식각으로 2010년부터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시장 점유율 50% 이상)를 지켜오고 있다. 식각은 반도체 웨이퍼에서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2012년 경쟁사인 노벨러스를 인수하며 증착 분야의 경쟁력도 높아져 세계 1, 2위를 다툰다. 증착은 반도체 실리콘 기판에 얇은 박막을 반복해서 쌓는 공정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역시 경쟁사인 KLA텐코와 인수를 발표하고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램리서치코리아는 매년 자연환경국민신탁의 반달가슴곰 서식지 및 생태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받은 혜택을 어떻게 돌려줄까 늘 고민합니다.” 서 대표의 말이다. 반도체 공정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환경사업에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성남지역 아동지원사업,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기부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램사우회’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일일 산타로 아이들에게 직접 포장한 선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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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면접은 CEO가 제일 먼저
“얘기를 해보면 성적 맞춰 공대에 간 건지, 정말 적성이 맞아서 엔지니어가 되려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목표의식이 없으면 엔지니어로 오래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스로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미국 텍사스 A&M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원래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미국에 간지 몇 년 되지 않은 터라 영어에 영 자신이 없었죠.” 상대적으로 영어 실력이 덜 중요한 수학, 물리학, 공학 가운데 공학을 선택했다. 이후 ASML코리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시네틱스-필립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같은 반도체 회사를 거쳐 13년 전 램리서치에 합류했다. “30년 넘게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며 이제야 맞는 옷을 입은 듯해요. 적성에 맞지 않으면 힘듭니다.”
고객이 제일 위, 글로벌 본사는 제일 아래
그가 피라미드를 그리더니 위쪽부터 램리서치 본사, CEO, 임원, 엔지니어, 고객이라고 썼다. 그런 뒤 넓은 면이 위로 오게 피라미드를 뒤집었다. “고객이 제일 중요하고 다음 중요한 사람이 고객을 직접 대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자신과 본사는 가장 아래 쪽에 있다. 고객우선주의의 일례로, 램리서치코리아는 고객사가 외국에 진출하면 조직을 파견해 현지 커뮤니케이션, 엔지니어링, 고용 등을 지원한다. 물론 비용이 더 들지만 일관적인 관리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중국 시안에 공장을 세울 때도 램리서치코리아가 함께 했다.
인사고과, 우수직원 선정 같은 회사의 모든 인력관리의 기준 역시 핵심가치의 준수 여부다. 서 대표는 “일관성 있게 비전과 핵심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객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서 대표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세심하게 챙긴다. 그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기자에게 커피를 권했다. “어떤 걸로 하실래요?” 다양한 종류를 즐길 수 있는 고급 캡슐 커피다. 주변에 커피 전문점이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해 사무실의 모든 커피 머신을 캡슐형으로 교체했다.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직원들에게 ‘상사 꾸짖으라’ 독려
당초 사장실이 따로 없다. 업무 중요도에 따라 서 대표가 자리를 옮겨 가며 일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에는 기술팀 옆에서 일하다 이번 달에는 인사관리(HR)팀 옆에 책상을 두는 식이다. 임직원들의 사무실 크기도 모두 똑같다. 구조는 임원들이 가운데 모여 일하고 그 주위를 엔지니어들이 둘러싸고 있다. “개선할 점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얘기하라는 의미입니다.”
‘열린 소통’ 문화는 서 대표의 자랑거리다. 실제 램리서치코리아의 많은 직원이 ‘수평적 기업문화’를 장점으로 꼽았다. 서 대표는 ‘커리지 팔로어십(Courage Followership)’을 강조했다. “늘 용기 있는 팔로어가 돼라”고 합니다. 7년 전부터 직원들에게 직접 강연도 한다.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합니다. 사장이 기업문화를 따르지 않으면 그 사장을 따를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바뀌면 사장을 바꿔야지요.” 그는 그러면서도 “실은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사장뿐 아니다.
그는 입사 6개월이 지난 신입사원 대상 강연에서 “우리 회사는 부하 직원 누구나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상사에게 잘못된 점을 말할 수 있다. 윗사람은 늘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또 한번 일깨운다. 그의 ‘커리지 팔로어십’ 강연은 미국 본사 매니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능력 모자란 직원에게 ‘승진 우선권’을?
이 회사는 연말마다 ‘펀 이그제큐티브(fun executive)’를 뽑는다. 말 그대로 재미 담당 임원이다. 여기에 자원 혹은 선발한 30여 명의 팀원이 배정된다. 이들은 1년 동안 예산 한도 없이 사소한 행사부터 연말 송년회까지 재미있는 이벤트들을 기획한다. 조건은 하나다. 지난해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올해 이미 요가 강습, 인문학 배우기,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이벤트가 20개 넘게 준비돼 있다. “처음에는 자원자가 없어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재미 담당 임원으로 뽑았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다음 번에 뽑히기 싫어서 행사를 재미있게 즐기더라니까. 하하.” 5년 전부터는 서로 하겠다고 나서 공약을 내거는 ‘후보’까지 생겼다고 한다. 과연 업무 외 일이 반가울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회사에서 ‘펀 팀’에 속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이 덜하다”라며 “그보다는 내 마음대로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알려줬다. 서 대표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기 싫지 않나! 회사를 재미있게 만들어 어서 회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고 ‘펀 팀’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내부 승진제도’를 도입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램리서치코리아는 새 자리가 나면 80%를 내부 직원으로 충원한다. 램리서치코리아는 1989년 설립 당시 직원이 60명에서 지난해 550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새로운 자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능력 면에서 60~70%만 충족해도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 내부 직원에게 승진 우선권을 줍니다.” HR팀이 직책에 맞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개인 역량 개발을 돕는다.
직원들의 가족도 챙긴다. 1년에 한번 가족 해외여행을 지원하고 공휴일이 토·일요일이면 대체 휴일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직원 본인과 가족의 법률·재무·정신건강과 관련해 전문가에게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매출 감소 때보다 늘어날 때가 더 걱정
램리서치코리아는 한국에 자체 생산공장을 두고 부품을 생산한다. 경기도 오산의 램리서치매뉴팩처링코리아는 2011년 설립된 생산 법인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재 채용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지난 3월에는 2013년 51명이던 직원 수가 2015년 116명으로 늘어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 대표는 “오산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을 다른 외국 지사로도 보낸다”며 “직접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품 국산화로 한국 부품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침체는 램리서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암울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특히 3D 낸드플래시 분야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침체기가 지나고 다시 활황기로 돌아설 때를 걱정했다. “매출 곡선을 보면 항상 상승세가 더 가파르게 나타났습니다. 시장이 커질 때를 대비하는 게 고민입니다.” 지난해에 신입사원 13명을 뽑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좀 천천히 갈 때 땅을 다져놓으려 합니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김상선 기자
[박스기사] 램리서치는… - 세계 1위의 반도체 식각 장비기업
램리서치코리아는 매년 자연환경국민신탁의 반달가슴곰 서식지 및 생태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받은 혜택을 어떻게 돌려줄까 늘 고민합니다.” 서 대표의 말이다. 반도체 공정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환경사업에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이 외에도 성남지역 아동지원사업,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기부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램사우회’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일일 산타로 아이들에게 직접 포장한 선물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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