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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노벨경제학자의 은밀한 향기’(9)] 당신에게 ‘독신세’를 물린다면…

[조원경의 ‘노벨경제학자의 은밀한 향기’(9)] 당신에게 ‘독신세’를 물린다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해 베를린 이주민·난민등록센터를 방문해 난민과 함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미혼자에게 ‘독신세’를 물린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턱도 없는 소리라고 소리를 지를 것 같다. 확실히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다. 서른 즈음에 일과 결혼에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만혼(晩婚)이나 비혼(非婚)이 흔한 요즘이지만 독신세가 턱도 아닌 소리가 아니란 것은 역사적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독신세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일정 연령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는 남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거나 독신세를 물렸다. 자식이 없으면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에서도 유럽과 미주 일부 국가에서 저출산을 막기 위해 독신세를 거둔 사례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독신세를 도입한다면 북받치는 서러움에 독신자 모임의 항거가 거셀 듯하다.

독신세와 별도로 조세제도에서 자녀 유무나 결혼 유무로 세금에 차이를 두는 경우는 흔하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나라와 비교할 때 독신 가구와 자녀 둘을 둔 기혼 가구 간의 조세부담의 차이가 적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자녀가 있고 없음에 따라 조세 부담에 차이가 있다[그래프 참조]
 중국도 2050년에 노동력 부족 사태 직면
아시아의 풍부한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 20년 간 세계 무역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키운 주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인구 감소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미래에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UN은 2100년까지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의 비율이 6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가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중국도 2050년이면 노동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다.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아이를 가질 것이란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UN은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32% 증가하나, 생산 가능인구는 26%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은 오히려 생산가능인구가 5% 감소한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26%, 28% 감소한다니 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인구 감소가 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무섭게 느껴진다. 이런 와중에 이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미국은 생산가능인구가 오히려 10% 늘어날 것이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대 500만 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했다. 불법 이민자 중엔 젊은층이 많다. 길게 보면 이들이 미국을 살찌우는 토대가 된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본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경제는 인구이고, 인구는 국력이라는 주장이 그래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고개를 돌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을 보자. 독일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난민에 우호적인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포스트방크는 난민 유입에 따라 2030년까지 수도 베를린, 포츠담, 함부르크 같은 주요 도시의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난민이 저출산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고 GDP의 4%가량을 점하는 건설업 부문의 투자를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지출 증가, 최저임금제 실시에 따른 내수 호조와 함께 독일 경제 성장의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독일의 난민 개방 정책에는 인도적 시각 외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2015년 사상 최대 규모인 110만 명의 시리아 중동 난민이 독일에 유입된 배경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독일이 난민을 성공적으로 수용하면 오늘의 도전이 미래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난민 수용 후 사회 통합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를 우리가 부담해야 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독일은 강한 국가입니다. 충분히 잘 대처할 것입니다.”

 메르켈 총리 ‘난민은 불안 아닌 기회’
그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이 ‘유럽 사회의 불안이 아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인식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독일의 대책은 난민 수용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신념이다. 2060년경에 독일 인구가 최대 20% 감소하고, 노동인구가 30% 정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본 그의 결단이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2016년 3월 독일 3개주에서 개최된 주의회 선거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이 패배하고 반난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이 약진했다. AfD는 불법 난민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국경 관리 요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fD는 “외출 때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을 등장시킨 광고를 내보내며 난민 범죄자 추방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난민이라고 메르켈이 다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리아처럼 큰 위험에 빠진 국가에 대해서만 망명을 허가해 준다. 추방을 앞둔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를 울린다.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꿈이 있어요. 대학에 가는 것이 내 꿈이에요. 저는 지금 여기 살고 있지만 미래를 그릴 수 없어요. 앞으로는 독일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르거든요. 남들이 삶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공영방송에서 이 소녀와 대담한 메르켈은 독일이 난민을 전부 받아줄 수는 없다는 냉정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는 메르켈의 냉정한 이야기를 어린 소녀가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중동과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유럽에 정착하고 누구나 기피하는 일을 하면서 허름한 집에 살고 있다. 값싼 단순 노동에 종사하며 한편으로는 경제에 기여하지만 실업률 증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상당수 유럽인은 난민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 인식한다. 유럽연합(EU)의 유럽경제전망 보고서는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역대 최대 난민 유입이 EU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EU 전체의 GDP를 0.2∼0.3% 증대시키는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와 인구와의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자.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맬서스의 인구론은 우울한 경제 이야기다. 산업혁명에 따른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맬서스는 인구 증가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봤다. 인구의 자연적인 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식량 생산의 증가는 산술급수적이므로 인간의 빈곤은 자연 법칙의 결과라고 했다.

산업혁명 이후 맬서스가 예상하지 못한 생산성 증가가 발생하자 경제학자들은 인구를 구매력과 생산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인식하게 됐다. 인구가 힘이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살게된 후의 인구 증가는 실제로 썩 괜찮았다. 그러나 선진국 경제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세계 인구는 증가하는데 선진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고령화 현상은 연금과 의료비용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노인 부양도 짐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 미처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대 간 갈등문제로 악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선진국일수록 여성의 지위 향상과 함께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문제가 흔하다.
 인구가 혁신과 경제성장 촉진
사이몬 쿠즈네츠
혹자는 맬서스의 ‘인구 증가의 저주’보다 무서운 ‘인구 감소의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의 무서운 상황을 보자. 대도시 요코하마 한복판에 위치한 고토부키 마을의 한 노인은 저출산 상황에서 오래 사는 것이 죄라고 자책한다. “일본 인구의 4분의 1이 65세 이상 늙은이인데 그 참 문제가 아니겠어요? 이미 빚을 질대로 진 국가가 돈이 어디서 나서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다 먹여 살리겠어요. 이 정도로 버티는 것도 감사해야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자식에게 버림받으면 죄를 지을 수밖에 없잖아요. 감옥에 가면 밥도 주고 운동도 시켜 주고 벗도 있으니…. 그래서 좀도둑이 되기도 해요.”

일본의 노인층은 한국보다 경제적 상황이 나은데 빈곤화가 노년층에서도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점점 이완돼 노인들은 장래를 염세적으로 바라본다. 혼자 죽어 나중에 발견되는 고독사도 흔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형기를 마쳐 석방된 노인들의 상당수가 다시 5년 내에 감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본의 한 연구소는 30년 후에 1000여 개 마을에서 출산 적령기의 여성이 사라지고, 1억30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본 인구가 85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에 해당하는 곳이 인구 감소로 2040년경에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이 초저출산율로 지구상에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의 인구 추세가 지속되면 2750년 인구가 ‘0’이 되어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 학생의 숫자를 비교해보라. 서울대를 졸업하고 컵밥을 먹으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젊은이의 눈물을 보라. 이야기가 너무 극단적이라면 조금 가정을 완화하자. 훗날 한국에 독신세가 도입되고, 국민연금 납부액이 증가하고,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감소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도 미뤄졌다고 생각해 보자.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다수 복지정책이 중단되고 각종 인프라는 돈이 없어 노후화되고 버려지는 지방의 집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끔찍하지 않나? 요즘 세대 중 일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비용도 줄이고 자기의 삶을 온전히 즐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울음이 그친 쓸쓸한 살풍경이 우리에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면 우리에게 조국은 무슨 의미인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인류 최대 혁명은 ‘인구가 줄어드는 혁명’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이런 인구혁명이 나타나 잃어버린 세월을 세어보라. 피터 드러커는 인구 감소로 일본 사회가 성장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불안정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계가 일본화 되는 것을 경계했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의 중간에 위치한 중위연령을 끌어 올린다. 아이를 낳지 않아 중위연령이 50대로 간다고 하자.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은퇴자와 어린이를 뺀 나머지 인구가 모든 일을 떠맡아야 한다. 로봇으로 대체하자고? 상상하기도 싫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세금 감소와 국가 재정 악화로, 구매력 감소로, 경제·사회 활력 저하로 직결되고 결국 국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몬 쿠즈네츠는 맬서스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인구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현대 경제에서 인구 규모의 증가는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많을수록 혁신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쿠즈네츠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1인당 생산이 적어도 30~40년 이상 지속적으로 증가할 때 근대적 경제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쿠츠네츠의 의미가 성립하려면 인구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1인당 GDP가 증가하고, GDP가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빨리 증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산기술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기술 진보가 그래서 쿠즈네츠에게는 중요하다. 그는 인구 규모가 클수록 기술 진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그 결과 1인당 GDP도 늘어나 부양할 수 있는 인구가 증가한다고 본 것이다. 누군가는 경제를 움직이는 파도가 경기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의 파도라 한다.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내려가는 경제 엘리베이터를 생산성 증가나 통화·재정 완화 정책으로 악을 써서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나 유럽의 사례를 보면 내려가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쿠즈네츠는 GDP의 개념을 도입한 인물로 유명하지만 인구 변동이 일정한 주기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쿠즈네츠 파동’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쿠즈네츠의 책에는 인구 증가와 혁신을 통해 국가를 번영시키려는 ‘진보의 향기’가 스며들어 있다. 인구 절벽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학생이 줄어들어 그 많던 학교가 통합되고 선생님을 뽑는 인원이 확 줄어든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자. 대학의 구조조정이 멀었다고 할 수 있나? 그 많은 대학교수는 어떻게 하고, 대학교수가 되려는 새로운 피는 어떻게 수혈하나? 문명의 기기가 발전된 기술 진보가 있을지언정 우리가 더 나은 진보의 길을 가고 있다고 우리는 감히 말할 수 없다. 지금은 미개인 소리 듣기 딱 맞는 이야기이나 10명 낳아 키우던 가난한 시절도 있었다. 당시는 아이가 고비용의 대상이 아니라 제 밥벌이를 하는 노동 자산이었다. 먼 훗날 고독의 살벌함과 싸우고 있는 후손을 생각해 보자. 귀여운 장난감 같은 아이가 주는 즐거움을 좀 더 낭만적으로 생각할 수 없도록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 아이 안 낳겠다는 개인의 합리성을 욕만 할 수 없지만 사회는 어둡게 변할 것이다. 자식에 대한 과잉 보호와 지긋지긋한 경쟁의 아귀다툼 속에서 저출산이 숙명이 되고 있는 상황은 쿠즈네츠의 믿음을 배신하는 ‘악마의 유혹’이다. 북적이던 형제끼리 옹기종기 모여 메밀묵 사라는 소리를 들으며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먹던 그 시절. 덜 부유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인류 최대 혁명은 ‘인구가 줄어드는 혁명’
UN은 2050년 65세 이상 인구를 16%로 추정하고 있다. 15세 미만 어린이 수는 북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개도국, 북아메리카에서 증가하나 다른 지역에서는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향후 20년 간 젊은층 규모는 감소한다고 한다. 젊은층이 부족해 노동력과 구매력이 함께 떨어지는 이중 악재에 세계가 직면한다니 소름이 끼친다. 세계적으로 40~65세 인구는 21% 증가할 전망이다. 이들이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부유한 국가의 중년과 노년 연령대를 공략하는 것이 그래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륙별로 인구 추세의 변화는 인구 유입, 가임 여성 수, 출산율 전망에 크게 좌우된다. 앞으로 젊은 이민자는 북아메리카·싱가포르·호주 등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가임 여성의 수는 북아프리카·중동·인도 같은 아시아 개도국에서 증가하는 반면, 서유럽, 아시아 부국, 동유럽, 중국에서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 세계가 주목할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중국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이목은 인도로 집중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인도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앞서기 시작했다. 인도의 경우 경제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인구는 늘 것으로 전망된다. 가임 여성 수가 증가하기에 출산율 하락이 있더라도 이를 상쇄해 인구가 증가하게 된다. 중국의 총 인구는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2024년이면 인도의 인구가 중국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세계 주요 기업이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애플이 인도에 기술개발센터 설립을 발표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인도시장을 향후 10년 동안 애플이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으로 인식한다. 그 근거에 ‘인구배당효과(Demog raphic Dividend)’가 있다. 고출산 농촌경제에서 저출산 도시경제로 전환 때 출산율 하락 초기에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높아지고 부양률은 낮아져 저축률이 증가하고 높은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구배당효과의 근거다.

 세계가 인도를 바라보는 이유는?
현재 12억의 인도 인구 중 절반이 25세 이하이고, 평균 연령은 29세로 중국(37세)보다 훨씬 젊다. 인도는 2025년이 돼야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이 7.2%를 기록하며 고령화 사회 초입에 진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도는 수출 주도의 중국과 달리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을 추구해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앞으로 인도 내수시장은 1991년 경제개혁 이후에 태어난 세대(Post-Reform Generation)들이 견인해 나갈 것이다. 이들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소비 지향적인 생활문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모니터링 리포트 2015/2016: 인구변화 시기의 개발 목표’ 보고서에서 세계적 노령화 추세의 진행을 경고하며 난민이나 이민 인구를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2050년 세계 전체 인구에서 저소득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9%에서 14%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저소득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인구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민자 혹은 난민 수용이 저성장 침체기를 걷고 있는 주요 선진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보건사회연구원도 2024년부터 노동력 부족이 시작될 것이라며 2060년 노동력 부족 규모를 9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한국과 일본이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아시아의 젊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민청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청년실업문제, 외국인 노동자 범죄, 순혈주의를 내세워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누군가 미국과 일본의 경기부양 효과의 차이가 왜 나는지를 진지하게 물었다고 하자.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경기 부양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금리도 올렸다. 그런데 왜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은 효과가 미진한가?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본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는 그 원인을 인구에서 찾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지속되는 한 경기부양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이라고 한다. 하여간 인구가 부(富)의 지도를 바꾸는 세상이다.

사이몬 쿠즈네츠 (Simon Kuznets, 1901년 4월~1985년 7월): 국민소득 이론과 국민소득 통계에 관한 실증 분석으로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컬럼비아대에서 수학하고 1926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파트나 임대주택의 집세가 오르면 건축이 활발해지고, 수급 균형으로 집세는 안정되며 건축도 일단락된다. 인구의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수요 증대와 기존 아파트나 가옥의 노후화와 진부화로 새로운 건축 붐이 다시 활발하게 된다. 인구 증가와 건축물의 수명을 20년으로 감안해 20년의 건축순환주기(쿠즈네츠 사이클)를 주장했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에 대한 역(逆) U자 가설로 유명하다.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 물가, 복지, 소비자, 국제금융, 통상, 대외경제 분야에서 일했다. 미주개발은행 이사실에서 한국 대표로 근무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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