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⑤ | 프랜차이즈 기업의 혁신전략(下)] 해외 진출도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
[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⑤ | 프랜차이즈 기업의 혁신전략(下)] 해외 진출도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성능 저가’의 파괴적 기술 시장에서는 직관적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먼저 실행한 후 학습하면서 최초의 사업 구상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고성능 고가’를 추구하는 존속적 혁신에서는 신중한 계획에 의한 실행이 혁신전략이다.
유통·서비스산업은 가성비 키워드가 대세를 장악했다. 그러나 가성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가격파괴로 갈 수 있다. 문제는 가격파괴는 시장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직판·전자상거래·소셜커머스 등의 제살 깎아먹기 할인 경쟁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시장이 그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프랜차이즈 시장의 파괴적 혁신이 가능할까. 치킨 시장은 두 마리 치킨의 파괴적 혁신이 이미 시작되었다. 치킨 한 마리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 인식은 실제 원가가 높은지 낮은지의 사실관계를 떠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치킨 맛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좋다. 두 마리 치킨의 가격이 같은 양의 한 마리 치킨보다 30% 정도 저렴하면서 적당한 맛만 유지한다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음식 편의점의 파괴적 기술도 등장할 수 있다. 음식만을 취급하고, 다양한 음식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컵라면·김밥·도시락을 먹기에 자리가 불편한 기존의 편의점과 차별화가 된다. 이자카야·와인·수제맥주 시장도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이들 업종은 아직도 비싼 편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이미 많은 업종에서 가격 거품이 빠졌다. 하지만 점포에서 자동화와 셀프서비스 시스템이 도입되면 파괴적 혁신이 계속 일어날 소지는 있다. 게다가 장기 불황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려는 합리적 소비자를 계속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핀테크와 O2O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쇼핑과 푸드테크 산업의 발달은 비용 절감과 가격 인하를 더욱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교육시장의 파괴적 혁신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한 C2C 강의나 교육 상품 거래를 통해 일어날 수 있다.
새로운 가치 기준에 다른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소비자 가치 기준의 변화는 기능성→신뢰성→편리성→가격의 순으로 옮겨간다. 브런치 카페는 편리성과 가격을 가치 기준으로 하는 파괴적 혁신 업종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시장인 학교 앞이나 동네상권에서 젊은 엄마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중소형 점포가 좋다. 커피 및 음료와 빵, 베이글, 햄버거, 오믈렛, 피자, 파스타 등을 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다면 한두 시간 엄마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 것이다. 가격은 커피 및 음료를 포함한 세트 메뉴가 1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서너 명이 와서 2~3인분만 주문하면 1인당 객단가가 7000~8000원 선으로 식사와 커피를 원스톱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기존의 브런치 카페는 세트 메뉴가 보통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동네상권이라 임대료도 비싸지 않고, 주말에도 가족단위나 주부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베이글 또한 카페의 신시장형 파괴적 기술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베이글과 치즈의 결합, 베이글 버거, 베이글 샌드위치 등 메뉴를 다양하게 하고, 맛과 품질을 개발해 나간다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여성 고객층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글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아서 당분간은 성공한 혁신기업이 크게 신경 쓸 여지가 없다.
치킨 시장도 신시장형 파괴적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 치킨은 시장의 성숙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존속적 기술인 맛의 차별화로는 기존 혁신기업을 이기기 어렵다. 천연 재료로 만든 웰빙치킨이 새로운 가치 기준이 될 수 있다. 치킨은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국민 간식이지만, 인공 첨가물과 튀김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아이들 건강에 민감한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서울 지하철 화곡역 근처에 있는 ‘안심치킨’은 모든 메뉴를 인공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100% 천연 재료로 만든 웰빙치킨 카페다. 건강에 민감한 여성 고객이 70%를 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단체 주문이 줄을 잇는다. 가격대는 일반 치킨전문점과 비슷하다. 치킨의 주류 시장을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이 존속적 혁신에만 치중하면 파괴적 혁신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혁신기업들은 끊임없이 파괴적 기술의 도전을 받아왔다. 한 업종에서 10년 전에 강자였던 기업 중에서 현재까지도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파괴적 기술의 등장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혁신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더 기획하고, 더 고객 친화적이 되고, 전사적 품질경영의 방법을 도입하면서 ‘고성능 고가’의 업종에 치중하는 존속적 혁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2 브랜드의 실패 등 지속적인 성공 확률은 낮았다. 파괴적 혁신을 등한시하는 사이 트렌드의 변화가 심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파괴적 기술은 순식간에 주류 시장을 위협했다.
혁신기업이 파괴적 기술에 대응하려면 파괴적 혁신을 추진할 독립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의 기본 원칙은 첫째, 일찍 시작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혁신과 달리 시장 선점의 효과가 크다. 둘째, 작은 조직이어야 하며, 셋째, 조기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 독립된 소규모 조직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면서 조기 성공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성공은 자신감을 불어넣고, 예기치 않은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패한다 해도 주류 부문이 건재한데다 작은 조직이어서 실패의 리스크가 적다.
조직 구성원으로 대기업 출신은 프랜차이즈 혁신기업의 신규 사업에 맞지 않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자원의 충분한 지원을 받고 성공을 경험했을 뿐이다. 자원의 지원이 없으면 경영자의 마인드를 탓하고, 자원이 없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다양화가 파괴적 혁신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은 전혀 다른 팀이 맡는 것이 좋다. 이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면 성공적으로 제2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단,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새로운 시장은 기술 획득 과정에서 유통까지 파괴적 기술에 맞는 산업 내 가치 네트워크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 진출도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의 한 방법이다. 프랜차이즈 혁신기업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자원이 결합하면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단, 해외 진출 때 처음부터 너무 과도한 투자는 금물이다. 초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경험을 살려 다시 도전하려면 단계별 투자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은 세계화 시대에 국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높여 줄 것이다.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통·서비스산업은 가성비 키워드가 대세를 장악했다. 그러나 가성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가격파괴로 갈 수 있다. 문제는 가격파괴는 시장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직판·전자상거래·소셜커머스 등의 제살 깎아먹기 할인 경쟁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시장이 그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두 마리 치킨의 가격 파괴
새로운 가치 기준에 다른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소비자 가치 기준의 변화는 기능성→신뢰성→편리성→가격의 순으로 옮겨간다. 브런치 카페는 편리성과 가격을 가치 기준으로 하는 파괴적 혁신 업종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시장인 학교 앞이나 동네상권에서 젊은 엄마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중소형 점포가 좋다. 커피 및 음료와 빵, 베이글, 햄버거, 오믈렛, 피자, 파스타 등을 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다면 한두 시간 엄마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 것이다. 가격은 커피 및 음료를 포함한 세트 메뉴가 1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서너 명이 와서 2~3인분만 주문하면 1인당 객단가가 7000~8000원 선으로 식사와 커피를 원스톱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기존의 브런치 카페는 세트 메뉴가 보통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동네상권이라 임대료도 비싸지 않고, 주말에도 가족단위나 주부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베이글 또한 카페의 신시장형 파괴적 기술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베이글과 치즈의 결합, 베이글 버거, 베이글 샌드위치 등 메뉴를 다양하게 하고, 맛과 품질을 개발해 나간다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여성 고객층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글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아서 당분간은 성공한 혁신기업이 크게 신경 쓸 여지가 없다.
치킨 시장도 신시장형 파괴적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 치킨은 시장의 성숙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존속적 기술인 맛의 차별화로는 기존 혁신기업을 이기기 어렵다. 천연 재료로 만든 웰빙치킨이 새로운 가치 기준이 될 수 있다. 치킨은 ‘치느님(치킨+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국민 간식이지만, 인공 첨가물과 튀김기름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아이들 건강에 민감한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서울 지하철 화곡역 근처에 있는 ‘안심치킨’은 모든 메뉴를 인공 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100% 천연 재료로 만든 웰빙치킨 카페다. 건강에 민감한 여성 고객이 70%를 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단체 주문이 줄을 잇는다. 가격대는 일반 치킨전문점과 비슷하다. 치킨의 주류 시장을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혁신기업이 존속적 혁신에만 치중하면 파괴적 혁신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혁신기업들은 끊임없이 파괴적 기술의 도전을 받아왔다. 한 업종에서 10년 전에 강자였던 기업 중에서 현재까지도 강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파괴적 기술의 등장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혁신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더 기획하고, 더 고객 친화적이 되고, 전사적 품질경영의 방법을 도입하면서 ‘고성능 고가’의 업종에 치중하는 존속적 혁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2 브랜드의 실패 등 지속적인 성공 확률은 낮았다. 파괴적 혁신을 등한시하는 사이 트렌드의 변화가 심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파괴적 기술은 순식간에 주류 시장을 위협했다.
혁신기업이 파괴적 기술에 대응하려면 파괴적 혁신을 추진할 독립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의 기본 원칙은 첫째, 일찍 시작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혁신과 달리 시장 선점의 효과가 크다. 둘째, 작은 조직이어야 하며, 셋째, 조기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 독립된 소규모 조직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빠르게 움직이면서 조기 성공의 기쁨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성공은 자신감을 불어넣고, 예기치 않은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패한다 해도 주류 부문이 건재한데다 작은 조직이어서 실패의 리스크가 적다.
남보다 일찍, 작게 시작해야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2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3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4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5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6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7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8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9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