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거리로 바뀌는 ‘홍합(홍대·합정)밸리’] 그곳에 가면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의 거리로 바뀌는 ‘홍합(홍대·합정)밸리’] 그곳에 가면 스타트업이 있다
#1. 7월 14일 오후 2시 서울 동교동 청기와주유소 뒤쪽 골목의 카페 ‘팀플레이스’. 각각의 독립된 공간에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창업 준비, 수공예품 제작, 영어회화 과외 등 모인 목적이 다양했다. 매장 한쪽에서 간단한 식사를 주문할 수 있어 늦은 점심을 먹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홍보 컨설팅 업체 레드브릭스의 김병관 이사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공간”이라며 “늘 열띤 토론으로 웅성거리는 소리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2. 건너편 서교동 홍대입구역 근처. 자전거 뒤에 사람이 탈 수 있게 수레를 연결한 자전거 인력거가 달리고 있다. 스타트업 헤이라이더의 택시·관광 서비스로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웹, 유선 전화를 이용해 인력거를 부르면 고객을 태우고 거리를 돌며 관광 안내를 해준다. 택시처럼 이동수단으로도 쓸 수 있다. 이런 자전거 인력거 10대가 홍대 주변 지역을 매일 돌아다닌다. 정재환 헤이라이더 대표는 “홍대 앞 명소가 늘면서 이동이 불편해지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탈거리 문화를 떠올렸다”며 “3년 전 창업해 올해 3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예술의 거리’ 홍대·합정이 창업 열기로 들썩이고 있다. 스타트업 정보제공 업체 ‘로켓펀치’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홍대·합정이 포함된 마포구(235개)는 서울에서 스타트업이 두 번째로 많은 구다(로켓펀치에 등록된 서울 지역 스타트업 2000여 개 기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786개)였다. 마포구의 24개 동 가운데 홍대·합정 지역인 서교동·당인동·합정동·동교동·연남동·상수동은 ‘홍합밸리’라고 불린다.
홍합밸리는 예술·문화가 발달한 전통적인 ‘홍대 문화’ 위에서 창작자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에 소규모 회사들이 하나 둘 자리잡기 시작해 최근 창업 붐을 타고 3~4년 전부터 급격히 늘었다. 이곳 스타트업들은 기술 중심이 아닌 예술·디자인·식음료·교육·콘텐트 분야가 주를 이룬다.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텀블벅(서교동,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시지온(동교동, 소셜 댓글 서비스), 미스터블루(동교동, 온라인 만화 제작·유통), 인포그래픽웍스(서교동, 인포그래픽 디자인) 등이 있다. 동교동에서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홍합 밸리 오픈 스페이스’의 신동혁 이사는 “이 지역 스타트업들의 60~70%는 예술·문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정보기술(IT) 기술과 결합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홍대·합정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느는 추세다. 스타트업 ‘커들리’는 중국인 유학생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배달주문대행 업체다. ‘라온 보관소’는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연령대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젊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이 많다. 주택가 곳곳에 자리한 카페에 가면 서너 명이 모여 일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 없이 창업한 이들이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기도 한다. 주변의 홍익대·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출신의 창업자들도 여럿이다. 시지온의 김범진·김미균 대표는 각자 연세대 화학공학과·신문방송학과 재학 중일 때 교내 창업동아리 리더스클럽에서 활동하다 회사를 창업했다.
홍합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다.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닌 개인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기업이 많은 만큼 최신 흐름을 바로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주변에 대학이 많아 인력 수급도 용이하다. 특히 홍익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디자인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지원과 창업 공간, 인큐베이팅(보육) 기관 확충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모바일 앱 개발업체 ANT홀딩스가 운영하는 홍합밸리 오픈 스페이스가 창업공간을 지원하고 보육하며 스타트업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지만 넓은 지역을 모두 아우르지는 못하고 있다. 디자인 콘텐트 스타트업 자몽커뮤니케이션의 정우열 대표는 “기업 간 네트워킹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정보 공유나 협업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몽커뮤니케이션은 홍대 맛집 소개, 홍대술·홍대빵 개발 등 지역 소상공인들과 교류하며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비싼 임대료도 스타트업에게는 부담이다. 김성진 시지온 이사는 “연남동이 뜨면서 5년 전과 비교해 임대료가 두 배로 오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홍대·합정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곳의 창업 문화는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지역에 신촌을 더해 ‘신홍합밸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시는 연세로 안쪽에 있는 샤인 모텔을 리모델링해 지하 1층, 지상 3층의 창업기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와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이곳은 이르면 내년 5월에 문을 연다. 신촌에는 연세대·서강대 창업지원센터 외에도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센터인 르호봇 G캠퍼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청년 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 등이 들어서 창업 인큐베이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디지털미디어센터와 누리 꿈스퀘어가 있는 상암동은 홍합밸리와 마포구 창업 지대의 쌍벽을 이룬다. 홍합밸리의 비싼 임대료 때문에 떠난 예술 공방들은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 잡아 새로운 골목을 형성하기도 했다. 문화산업 컨설팅 업체 플레이빅의 김태창 대표는 “자유로움 속에서 자생적으로 조성된 홍합밸리에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강남 테헤란로나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창업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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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건너편 서교동 홍대입구역 근처. 자전거 뒤에 사람이 탈 수 있게 수레를 연결한 자전거 인력거가 달리고 있다. 스타트업 헤이라이더의 택시·관광 서비스로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웹, 유선 전화를 이용해 인력거를 부르면 고객을 태우고 거리를 돌며 관광 안내를 해준다. 택시처럼 이동수단으로도 쓸 수 있다. 이런 자전거 인력거 10대가 홍대 주변 지역을 매일 돌아다닌다. 정재환 헤이라이더 대표는 “홍대 앞 명소가 늘면서 이동이 불편해지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탈거리 문화를 떠올렸다”며 “3년 전 창업해 올해 3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예술·문화 토대 위에 IT 서비스 기술 접목
홍합밸리는 예술·문화가 발달한 전통적인 ‘홍대 문화’ 위에서 창작자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에 소규모 회사들이 하나 둘 자리잡기 시작해 최근 창업 붐을 타고 3~4년 전부터 급격히 늘었다. 이곳 스타트업들은 기술 중심이 아닌 예술·디자인·식음료·교육·콘텐트 분야가 주를 이룬다.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텀블벅(서교동,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시지온(동교동, 소셜 댓글 서비스), 미스터블루(동교동, 온라인 만화 제작·유통), 인포그래픽웍스(서교동, 인포그래픽 디자인) 등이 있다. 동교동에서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홍합 밸리 오픈 스페이스’의 신동혁 이사는 “이 지역 스타트업들의 60~70%는 예술·문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정보기술(IT) 기술과 결합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홍대·합정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느는 추세다. 스타트업 ‘커들리’는 중국인 유학생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배달주문대행 업체다. ‘라온 보관소’는 외국인 관광객의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연령대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으로 젊다는 것도 특징이다. 또 규모가 작은 초기 스타트업이 많다. 주택가 곳곳에 자리한 카페에 가면 서너 명이 모여 일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 없이 창업한 이들이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기도 한다. 주변의 홍익대·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출신의 창업자들도 여럿이다. 시지온의 김범진·김미균 대표는 각자 연세대 화학공학과·신문방송학과 재학 중일 때 교내 창업동아리 리더스클럽에서 활동하다 회사를 창업했다.
홍합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다.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닌 개인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기업이 많은 만큼 최신 흐름을 바로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주변에 대학이 많아 인력 수급도 용이하다. 특히 홍익대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디자인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부족한 정부 지원, 비싼 임대료가 발전 걸림돌
그럼에도 여전히 홍대·합정의 창업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곳의 창업 문화는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지역에 신촌을 더해 ‘신홍합밸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시는 연세로 안쪽에 있는 샤인 모텔을 리모델링해 지하 1층, 지상 3층의 창업기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주거와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이곳은 이르면 내년 5월에 문을 연다. 신촌에는 연세대·서강대 창업지원센터 외에도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센터인 르호봇 G캠퍼스,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청년 창업지원센터 오렌지팜 등이 들어서 창업 인큐베이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디지털미디어센터와 누리 꿈스퀘어가 있는 상암동은 홍합밸리와 마포구 창업 지대의 쌍벽을 이룬다. 홍합밸리의 비싼 임대료 때문에 떠난 예술 공방들은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 잡아 새로운 골목을 형성하기도 했다. 문화산업 컨설팅 업체 플레이빅의 김태창 대표는 “자유로움 속에서 자생적으로 조성된 홍합밸리에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강남 테헤란로나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창업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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