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는 그리스·브라질을 거치며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온 베테랑이다. 9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실라키스 대표를 서울 남대문로 집무실에서 만났다. 메르세데스-벤츠 고위 임원진을 취재하다 보면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경쟁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신기술이 우리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답하는 식이다. 그들은 진짜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이 기대하는 예상 답변은 아니다. 그만큼 벤츠란 브랜드는 자동차 업계의 명품답게 완고한 측면이 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그들의 브랜드 슬로건처럼.
그래서일까. 할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한창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벤츠는 유독 정가 판매 원칙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50) 벤츠코리아 대표는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9월 벤츠코리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이전까지 그리스·브라질을 거치며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 왔다. 2014년 벤츠 브라질 대표 재임기간 중 판매를 두 배로 늘린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벤츠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그런 그에게 한국 시장의 특징을 물었더니 “요구 수준이 높다(very demanding)”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모든 사안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벤츠에게도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가 유별난 걸까. 지난해 9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벤츠 골프채 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벤츠 S클래스 차량의 시동꺼짐 결함, 무성의한 AS(애프터서비스)에 분노한 고객이 벤츠 전시장 앞에서 차량을 골프채로 때려 부순 사건이다. 당시 벤츠가 같은 모델 신차로 교환해 줘 화제가 됐다.
그는 “신차를 그냥 준 게 아니라 부순 차량 값을 받고 교환해 줬다. 화제가 됐다고 해서 대응을 달리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건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빨리 대응해야 하고, 정확히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벤츠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숫자 상으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최고급 세단으로 범위를 좁혔을 땐 더 크게 다가온다. S클래스·E클래스는 3위, 마이바흐는 2위다. 중요한 한국 시장을 붙잡기 위해 벤츠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달 출시한 신형 E클래스로 답을 대신했다.
“E클래스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한국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벤츠 본사 인력이 직접 한국에서 장기간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죠. 특히 내비게이션을 많이 다루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3D 지도를 적용했습니다.”
그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과정을 ‘코리아나이즈’(Koreanize·한국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벤츠 본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코리아나이즈’다. 여기 집중하기 위해 2014년 본사에 한국화를 전담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벤츠 신차를 개발할 때 국내 교통 환경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 인력을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명차의 가치에 한국화 노력까지 더한 덕분일까. 실적은 상승세다. 지난해 처음 수입차 매출 1위에 올랐다. 벤츠와 BMWㆍ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3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매출 3조1415억원(영업이익 1112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차가 연매출 3조원을 넘긴 것은 벤츠가 처음이다. BMW가 매출 2조8757억원(영업이익 2352억원),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매출 2조8185억원(영업이익 4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격이 1억~3억원에 이르는 S클래스를 연 1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고급 세단 판매에서 독주한 점이 실적 상승에 한 몫했다. 지난해 각 사 차량 평균 판매가는 벤츠 6700만원, BMW 5200만원, 아우디폭스바겐 4100만원 선이다. 그는 “수입차 1위는 중요하지만 고객 만족도 1위가 더 중요한 목표”라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 중고차 가치 유지라는 세 가지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돈을 쓸어담는데 그에 비해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한국 시장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벤츠의 국내 기부금은 2013년 4억5000만원에서 2014년 11억2000만원, 지난해 20억50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벤츠 모바일 키즈’는 사회적 관심·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예방,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엔 사회복지기관 70여곳에서 1500여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엔 3000여명으로 범위를 넓혔다.
‘벤츠 모바일 아카데미’는 국내 자동차 관련 대학·학과에 전담 강사를 두고 이론ㆍ현장 실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에겐 벤츠의 전문 테크니션 양성 프로그램인 AMT(Automotive Mechatronic Traineeship)에 우선 참여권을 제공한다. 우수 학생에겐 장학금을 주고 독일 본사 탐방 기회도 준다. 10개 대학과 협약을 맺었고 현재까지 23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 중 62명이 벤츠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사회공헌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단순 기부 뿐 아니라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 안전 교육 등 재능 기부에 초점을 맞춘 사회 공헌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에서 드러났듯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간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우린 본사와 ‘파워 게임’을 하는 관계가 아니다. 본사로 하여금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열했다. 그는 “2014년엔 본사에서 52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부품 물류센터를 준공했고,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 직원 교육센터도 세웠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 이슈가 독일차 전체 위기로 확산할 지에 대해선 “고객이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면 자동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디젤 엔진은 (독일차 브랜드가) 오래 축적해 온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벤츠는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올 3월엔 510억9400만원의 법인세 추징금을 맞았다. 수입차 브랜드에 부과한 세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벤츠는 세금이 과도하다며 과세전 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국세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탈세 의혹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이후 고개를 드는 자율주행차 비관론에 대해선 “자율주행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무인차’가 당장의 목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율주행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돕고 사고를 피하는 보조 기능에 불과하다. 운전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는 신차도 소개했다. 최대 기대주는 ‘GLS’. ‘GL’이 붙은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S’클래스 급으로 생각하면 된다. 벤츠가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7인승 대형 SUV다. 그는 “올해 SUV 판매 비중을 지난해 2배인 15%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GLS 뿐 아니라 E클래스 디젤 라인업도 론칭을 기다리고 있다. E클래스는 현재 가솔린 모델만 출시됐다. 지난달 1133대를 판매해 수입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주력은 역시 디젤 모델이다. 그는 “현재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해 가솔린 모델만 판매하고 있는데 디젤 모델 인증도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S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국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6기통 3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8.9kgfㆍm의 성능을 내는데도 연비가 L당 33.3㎞(유럽 기준)에 달한다. 전기 모터로만 최대 30㎞까지 달릴 수 있다.
이밖에도 1971년 이후 처음 선보이는 S클래스 카브리 올레(천정이 뚫린 오픈톱 모델)와 C클래스 카브리올레, SUV지만 쿠페 성격을 가진 GLE 쿠페 같은 신차를 줄줄이 쏟아낼 계획이다. 그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해 올해 말까지 전시장 41곳, 서비스센터 48곳, 인증 중고차 전시장 13곳을 운영하겠다”며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풀스로틀’(full throttle·최고 가속)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해 판매 목표(5만대) 달성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까지 이미 2만8000대 넘게 팔았다”며 “남은 5개월 동안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 베스트셀러인 E클래스 디젤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목표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해 BMW 7시리즈, 도요타 렉서스 같은 글로벌 최고급 세단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그는 망설임없이 답을 이어나갔다.
“벤츠엔 헤리티지(heritage·전통)가 있습니다. 최고급 세단에선 그게 중요하죠. 유명인이나 고위급 정치인, 부자가 타는 차라고 해서 최고급차가 아닙니다. 벤츠는 새로운 기술 측면에서 늘 경쟁사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개척자였습니다. 그게 벤츠의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친환경차 전략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테슬라·닛산·BMW가 강세를 보이는 전기차에 대해선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도저도 아닙니다. 가솔린 엔진으로 주로 달리고 전기 모터를 거의 안 씁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벤츠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3년 내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9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선 “1년이 아니라 3년은 있었던 것 같다. 빠른 문화에 적응하고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 내 성격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왜 한국 지사장을 더 빨리 제안하지 않았을까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도전적인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이를 즐겼다”고 답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래서일까. 할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한창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벤츠는 유독 정가 판매 원칙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50) 벤츠코리아 대표는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9월 벤츠코리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이전까지 그리스·브라질을 거치며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 왔다. 2014년 벤츠 브라질 대표 재임기간 중 판매를 두 배로 늘린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벤츠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그런 그에게 한국 시장의 특징을 물었더니 “요구 수준이 높다(very demanding)”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모든 사안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벤츠에게도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 와
그는 “신차를 그냥 준 게 아니라 부순 차량 값을 받고 교환해 줬다. 화제가 됐다고 해서 대응을 달리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건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빨리 대응해야 하고, 정확히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벤츠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숫자 상으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최고급 세단으로 범위를 좁혔을 땐 더 크게 다가온다. S클래스·E클래스는 3위, 마이바흐는 2위다. 중요한 한국 시장을 붙잡기 위해 벤츠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달 출시한 신형 E클래스로 답을 대신했다.
“E클래스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한국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벤츠 본사 인력이 직접 한국에서 장기간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죠. 특히 내비게이션을 많이 다루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3D 지도를 적용했습니다.”
그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과정을 ‘코리아나이즈’(Koreanize·한국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벤츠 본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코리아나이즈’다. 여기 집중하기 위해 2014년 본사에 한국화를 전담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벤츠 신차를 개발할 때 국내 교통 환경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 인력을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명차의 가치에 한국화 노력까지 더한 덕분일까. 실적은 상승세다. 지난해 처음 수입차 매출 1위에 올랐다. 벤츠와 BMWㆍ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3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매출 3조1415억원(영업이익 1112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차가 연매출 3조원을 넘긴 것은 벤츠가 처음이다. BMW가 매출 2조8757억원(영업이익 2352억원),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매출 2조8185억원(영업이익 4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격이 1억~3억원에 이르는 S클래스를 연 1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고급 세단 판매에서 독주한 점이 실적 상승에 한 몫했다. 지난해 각 사 차량 평균 판매가는 벤츠 6700만원, BMW 5200만원, 아우디폭스바겐 4100만원 선이다. 그는 “수입차 1위는 중요하지만 고객 만족도 1위가 더 중요한 목표”라며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좋은 제품과 좋은 서비스, 중고차 가치 유지라는 세 가지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돈을 쓸어담는데 그에 비해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한국 시장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벤츠의 국내 기부금은 2013년 4억5000만원에서 2014년 11억2000만원, 지난해 20억50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벤츠 모바일 키즈’는 사회적 관심·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예방,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엔 사회복지기관 70여곳에서 1500여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엔 3000여명으로 범위를 넓혔다.
‘벤츠 모바일 아카데미’는 국내 자동차 관련 대학·학과에 전담 강사를 두고 이론ㆍ현장 실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에겐 벤츠의 전문 테크니션 양성 프로그램인 AMT(Automotive Mechatronic Traineeship)에 우선 참여권을 제공한다. 우수 학생에겐 장학금을 주고 독일 본사 탐방 기회도 준다. 10개 대학과 협약을 맺었고 현재까지 23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 중 62명이 벤츠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사회공헌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단순 기부 뿐 아니라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 안전 교육 등 재능 기부에 초점을 맞춘 사회 공헌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에서 드러났듯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간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우린 본사와 ‘파워 게임’을 하는 관계가 아니다. 본사로 하여금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열했다. 그는 “2014년엔 본사에서 52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부품 물류센터를 준공했고,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 직원 교육센터도 세웠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 이슈가 독일차 전체 위기로 확산할 지에 대해선 “고객이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면 자동차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디젤 엔진은 (독일차 브랜드가) 오래 축적해 온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끊임없이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출시할 최고 기대주는 ‘GLS’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이후 고개를 드는 자율주행차 비관론에 대해선 “자율주행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무인차’가 당장의 목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율주행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돕고 사고를 피하는 보조 기능에 불과하다. 운전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는 신차도 소개했다. 최대 기대주는 ‘GLS’. ‘GL’이 붙은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S’클래스 급으로 생각하면 된다. 벤츠가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7인승 대형 SUV다. 그는 “올해 SUV 판매 비중을 지난해 2배인 15%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GLS 뿐 아니라 E클래스 디젤 라인업도 론칭을 기다리고 있다. E클래스는 현재 가솔린 모델만 출시됐다. 지난달 1133대를 판매해 수입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하지만 주력은 역시 디젤 모델이다. 그는 “현재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해 가솔린 모델만 판매하고 있는데 디젤 모델 인증도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S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도 국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6기통 3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8.9kgfㆍm의 성능을 내는데도 연비가 L당 33.3㎞(유럽 기준)에 달한다. 전기 모터로만 최대 30㎞까지 달릴 수 있다.
이밖에도 1971년 이후 처음 선보이는 S클래스 카브리 올레(천정이 뚫린 오픈톱 모델)와 C클래스 카브리올레, SUV지만 쿠페 성격을 가진 GLE 쿠페 같은 신차를 줄줄이 쏟아낼 계획이다. 그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해 올해 말까지 전시장 41곳, 서비스센터 48곳, 인증 중고차 전시장 13곳을 운영하겠다”며 “우리는 한국 시장에서 ‘풀스로틀’(full throttle·최고 가속) 상태”라고 설명했다.
늘 새로운 기술 적용이 차별화 포인트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해 BMW 7시리즈, 도요타 렉서스 같은 글로벌 최고급 세단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그는 망설임없이 답을 이어나갔다.
“벤츠엔 헤리티지(heritage·전통)가 있습니다. 최고급 세단에선 그게 중요하죠. 유명인이나 고위급 정치인, 부자가 타는 차라고 해서 최고급차가 아닙니다. 벤츠는 새로운 기술 측면에서 늘 경쟁사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개척자였습니다. 그게 벤츠의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친환경차 전략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테슬라·닛산·BMW가 강세를 보이는 전기차에 대해선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도저도 아닙니다. 가솔린 엔진으로 주로 달리고 전기 모터를 거의 안 씁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벤츠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3년 내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9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소감에 대해선 “1년이 아니라 3년은 있었던 것 같다. 빠른 문화에 적응하고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 내 성격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왜 한국 지사장을 더 빨리 제안하지 않았을까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도전적인 비즈니스 환경이지만 이를 즐겼다”고 답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2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3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4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5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6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7"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8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9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바이오 진출 이어진다…신약개발 자회사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