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골프용품 톱10] 소재·아이디어·디자인 혁명의 쾌거
[시대를 풍미한 골프용품 톱10] 소재·아이디어·디자인 혁명의 쾌거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골프용품 부문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키골프는 ‘혁신’을 화두로 내세우며 다양한 실험을 했으나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골프업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매출 부진에 시달리다 20년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 골프용품 업계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등장해 골프 시장을 장악했을까? 1990년대 이후 당대 용품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했거나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는 골프용품 톱10을 소개한다. 핑골프는 아이(Eye)2에 이어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핑 징 아이언을 내놨다. 이에 대해 골퍼들의 호응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1992년 올랜도 용품 쇼가 열렸을 때 지역 신문에는 ‘그것 하나 빼고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특이한 디자인에 큰 사이즈로 나온 클럽은 관성모멘트(MOI: Moment of Inertia)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했다. 페이스에 무게중심이 넓게 포진하고 있어 샷에 일관성이 없는 아마추어 골퍼의 샷이라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제품 출시 초기 2달 간은 핑의 판매사원이 판촉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5000세트의 구매 주문이 들어올 정도였다. 징은 10여년 간 미국의 아이언 판매 1위를 지킨 스테디셀러가 됐다.
생경한 이름의 곱슬머리 스페인 선수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이 1994년 마스터스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자 그가 들고 우승한 클럽에 궁금증이 폭증했다. 테일러메이드는 1800만 달러(약 19억8000만원)를 들여 버너버블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티저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 전략이 적중해 이듬해 초기 제품 예약이 첫 4분기 매출을 넘어설 정도였다. 출시된 해 테일러메이드는 75% 판매 증가를 즐겼다. 모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립 위로 샤프트 굵기가 두툼해진다고 버블(Bubble)이라고 불렀는데, 이로써 일반적인 샤프트보다 무게를 20g이나 줄여 헤드에 안배할 수 있었고 샷의 안정성도 높였다고 테일러메이드는 홍보했다. 버너버블의 대성공 후 국내에서 삼각 샤프트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캘러웨이가 드라이버 시장에서 선두가 된 계기는 1991년에 빅버사(Big Bertha)를 출시하면서부터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파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독일군의 초대형 대포에서 이름을 따온 빅버사는 180cc 대에 머물던 헤드 체적을 차례로 넓혀나갔다. 4년 후 1995년에는 드디어 ‘그레이트’가 붙은 그레이트빅버사(GBB)로 나왔다. 이를 계기로 전체 드라이버 시장에는 커다란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 첫째 헤드 체적이 250cc로 기존 제품보다 25%나 더 커졌다. 둘째, 소재가 스테인레스 스틸에서 티타늄으로 변모하면서 전체 무게는 10%가량 더 줄었다. 그래서 개당 출시 가격은 500달러였으나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듬해 캘러웨이 매출은 거의 7억 달러(약 7731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이전 5년 동안 발생한 매출의 10배에 해당하는 대박이었다. 새천년에 들어서면서 솔리드 코어의 다층 볼이 프로투어에 등장했다. 예컨대 타이거 우즈는 나이키골프의 투어에큐러시를 바꾸고 난 후 ‘타이거슬램’을 달성했다. 용품 업계에서는 와운드볼과 솔리드볼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었다. 넘버원 볼 브랜드였던 타이틀리스트는 2000년 10월에 솔리드 코어 신제품 프로 V1을 냈다. 대박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벤시스클래식에서 소개되자 대회 우승자인 빌리 안드레이드를 포함해 3분의 1이 새 볼로 바꿨다. 2001년 일반에 시판되기 전까지 8개 대회 중에 7개가 타이틀리스트 볼이 우승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후 타이틀리스트는 2년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 된 타이틀리스트 프로V1, V1x를 매번 출시하고 있다. 던롭 DDH는 코어볼이 출시될 무렵 와운드 볼을 고수했으나 대세가 솔리드 코어볼로 쏠리면서 이후 볼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1979년에 메탈우드가 출시되면서부터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발전했다. 90년대 말 버너버블에 주도권을 뺏긴 캘러웨이에서 설립자 엘리 캘러웨이가 직접 주도하면서 출시한 모델이 ERC2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새겨 넣을 정도로 공을 들인 캘러웨이는 “골프사에서 가장 대중적인 드라이버를 출시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일본의 티타늄 단조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페이스를 극도로 얇게 만들어 반발력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비거리가 짧아서 고민하는 시니어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미국골프협회(USGA)가 ‘비공인’으로 철퇴를 내리면서 ERC2는 매출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골프 브랜드에서 비공인을 드러내고 출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ERC2는 출시 때는 엄청났으나 골퍼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지는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동시에 중소 브랜드에게는 비공인 클럽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캘러웨이골프가 1997년 토미 아머로부터 오딧세이 퍼터를 인수한 후 4년 만에 내놓은 모델이 투볼(Two ball) 퍼터였다. 이전까지 퍼터 시장은 전통적인 블레이드와 말렛형이었으나 2001년에 골프 공 모양의 구멍을 두 개 뚫어 놓은 이 퍼터가 등장한 후 새로운 투볼이냐 아니냐로 나뉠 정도로 히트했다. 프로·아마대회를 불문하고 전 세계 그린을 장악했다. 스트로크를 하면 임팩트 존에서 볼을 정확하게 맞히는 시각적 효과를 얻는 투볼 퍼터 이후 퍼터에서는 심상 이미지를 강조한 쓰리볼, 송곳니(세이버투스) 등 다양한 디자인이 넘쳐나게 됐다. 디자인이 퍼트의 성능까지 좌우하게 된 것이다. 테일러메이드 창립 25주년이 되는 2004년에 r7 쿼드가 나왔다. 제품 포장지에는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문장 하나뿐이었다. r7 쿼드는 본격적으로 셀프 피팅 혹은 튜닝 클럽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클럽이다. 이전까지 용품의 스펙 조절과 변형은 피팅숍이나 클럽 기술자의 영역이었으나 r7 쿼드가 나오고부터는 골퍼가 스스로 무게와 구질을 조작하게 됐다. 헤드 솔의 4개의 포트(구멍)과 6개의 무게추(카트리지)를 통해 골퍼가 자유롭게 볼 타출 각도와 좌우로 휘어지는 구질을 만들도록 했다. 그 해 레티프 구센은 메이저인 US오픈에서, 토드 해밀턴은 디오픈에서 이 드라이버로 우승했고 남녀 선수들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드라이버에 ‘조정가능성(Adjustable)’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테일러메이드의 M1은 조절 가능한 옵션이 2500가지가 늘어났다.
나이키골프는 후발주자지만 ‘혁신’을 모토로 새로운 용품을 꾸준히 내놨다. 가장 대표적인 변혁을 시도한 제품이 사각 헤드 드라이버다. 2006년 최경주가 이 드라이버의 시제품을 들고 푸나이클래식에 출전했다. 그때부터 2007년 1월 공식 출시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을 받았다. 나이키골프는 공인 한계에서 관성모멘트(MOI)를 극대화한 제품을 냈다. 이에 따라 클럽 페이스의 어느 부분에 맞히더라도 볼은 거의 비슷한 관용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임팩트 사운드가 골퍼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했고, 스프링효과가 공인 기준을 넘는다는 논란이 일면서 골퍼들에게 외면당했다. 네모난 디자인 자체가 호감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심지어 나이키 대표 선수인 타이거 우즈가 끝내 사각 드라이버를 무시한 것도 실패의 요인일 수 있겠다. 역대 가장 혁신적이었으나 가장 배척받은 불운의 클럽이었다. 1987년 바니 아담스가 설립한 아담스는 96년에 페이스 폭이 얇은 타이트라이즈라는 신형 우드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러프처럼 어려운 라이에서도 쉽게 쳐낼 수 있고 우드만큼의 비거리 성능이 나왔다. 이 클럽이 발전해 우드의 비거리와 아이언의 편의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가 나왔다. 2007년에 아담스는 하이브리드 클럽이 중심이 된 ‘아이디어 프로’ 세트를 내놓았고 이듬해 3~5번 롱아이언을 하이브리드로 대체한 콤보 세트를 연달아 출시한다. 이로써 미국의 아이언 시장을 무려 20%나 잠식했다. 선수들조차 편한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풀세트 라인업을 갖지 못하고 규모가 적은 아담스는 2012년에 테일러메이드에 인수됐다.
요즘 출시되는 클럽은 기능성보다는 어떤 스타일과 어떤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2011년 R11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흰색의 참신한 디자인을 갖춘 R11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원래 드라이버에서 금기시되던 흰색으로 헤드를 디자인한 제품은 코브라퓨마가 지엘앙코드 모델에서 먼저 시도했다. 하지만 그 제품을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게 R11이었다. 가장 참신했던 홍보 마케팅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장의 파울볼 폴대를 샤프트로 하고 거대한 R11 헤드를 올려 세운 이벤트였다. 전혀 같은 드라이버라도 다양한 색깔의 헤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색깔과 디자인 같은 감성 요소가 클럽 구매와도 직결되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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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2년 핑 징 아이언 : 관용성 클럽의 출현
2. 1994년 테일러메이드 버너버블 드라이버 : 볼륨 있는 샤프트
3. 1995년 캘러웨이 빅버사 드라이버 : 티타늄 드라이버 시대 개막
4. 2000년 타이틀리스트 프로V1 볼 : 솔리드 코어 볼 시대
5. 2001년 캘러웨이 ERC2 드라이버 : 빅 브랜드의 비공인 진출
6. 2001년 오디세이 투볼 퍼터 : 이형 디자인 퍼터의 기원
7. 2004년 테일러메이드 r7 쿼드 드라이버 : 셀프 튜닝 클럽의 등장
8. 2007년 나이키 스모스퀘어 드라이버 : MOI 혁신의 아이콘
9. 2007년 아담스 하이브리드 아이언 : 롱아이언 밀어내고 새 시장 열어
10. 2011년 테일러메이드 R11 드라이버 : 색깔·디자인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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