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차신(茶神)’으로 불린 육우가 사랑한 그녀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차신(茶神)’으로 불린 육우가 사랑한 그녀
세계 최초로 차(茶) 전문서적 출간... 당나라 3대 여류시인 이야와의 사랑 이야기 육우(陸羽)는 세계 최초로 차 전문서적 [차경]을 20여 년에 걸쳐 편찬해 차 산업 발전과 차 문화를 선도했다. 779년 출간된 [차경]은 차의 유래부터 생산지와 특성, 마시는 도구와 방법 등 차에 대한 내용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차선(茶仙)으로 천하를 주유하던 육우를 후세 사람들은 차성(茶聖)으로 추앙하는 것도 모자라 차신(茶神)으로 격상했다. 여성편력이 조금도 흠이 아니었던 시절이었지만 차에 몰두해 평생 독신으로 지낸 육우에게도 연인은 있었다. 당나라 3대 여류시인으로 시와 미모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야(李冶)와 육우의 인연은 길고 진했다.
육우의 정확한 탄생시점과 장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733년 호북성 천문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항주의 명물 서호에서 부모 없이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지적 선사가 용개사로 데려왔지만 육아 경험이 전무한 스님이 세 살배기 아이를 키우기에는 힘든 점이 많았다. 육우를 양육해줄 사람을 물색하던 지적선사에게 반가운 사람이 생겼다. 용개사에서 멀지않은 서촌에는 관직에서 물러난 부부가 이곳의 풍광에 매료되어 산자락에 머물며 시골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품성이 온화한 부부는 이제 겨우 돌이 지난 딸이 하나 있었다. 지적선사는 이 부부에게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 아이를 잠시 의탁했다. 선뜻 아이를 맡아준 부부는 딸 이계란(李季蘭)의 이름 항렬에 맞춰 계자(季疵)라는 이름을 어린 육우에게 지어주고 친자식처럼 키웠다.육우는 계자 외에도 홍점이라는 이름과 경능자, 상저옹, 동강자라는 호를 포함해 말년에 사용한 질(疾)까지 모두 스스로 지었다. 다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은 ‘계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육우는 어린 시절 따뜻한 추억이 담긴 계자라는 이름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무런 차별과 학대 없이 이 계란과 한 상에서 같이 밥 먹고 들판에서 뛰놀고 뒹굴며 함께 자랐다. 6~7년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진 부부는 향수병에 걸려 고향인 절강성 호주로 돌아가게 됐다. 육우의 꿈같은 유년시절은 가고 용개사로 돌아와 지적선사의 차심부름을 도맡아 하게 됐다.
육우는 우물에서 차 끓일 물을 길어오고 커다랗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병차를 분쇄해서 약연으로 곱게 갈아 차를 끓이는 일을 하루 종일 했다. 아홉 살의 육우가 당시 풍습대로 차를 한약처럼 달여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상이 힘들수록 육우는 함께 자란 이계란이 생각났다. 이계란이 부모와 함께 갔다는 호주는 육우에게 머나먼 로망의 땅이 됐다. 엄격한 스승인 지적선사가 가르치는 불교보다 이계란과 함께 배운 유교의 글귀가 더 마음에 닿았다. 육우는 심통이 나면 유교의 가르침을 빗대어 지적선사에게 반항하기도 했다.육우는 몰랐지만 이계란의 부모가 호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는 이계란이 장미꽃을 보고 시를 지었는데 문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용에 담긴 조숙함에 놀란 탓도 있었다. 봄날에 핀 장미를 본 여섯 살 난 계집아이가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 시집을 못 가니 가슴이 허전하네”라고 읊조렸으니 놀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지아비의 아내로서 평범하게 살기에는 넘치는 재주와 끼를 타고난 딸을 염려한 이계란의 아버지는 도교의 여도사(女道士)가 되는 길이 한 방법이라 판단해 도교사원 옥진관으로 11살이 된 이계란을 출가시켰다. 당시에는 여자가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기녀가 되거나 여도사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육우의 몸은 절에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딴 곳에 있었다. 12살이 되던 해 육우는 지적선사 몰래 절을 빠져나와 떠돌이 극단에 들어가 허드렛일과 손님에게 차를 만들어주며 작은 배역을 맡아 연기도 했다. 어려서 글공부를 한 덕에 해학과 풍자를 곁들인 대본을 쓰기도 했다. 경능태수 이제물이 육우의 재능을 아껴 746년부터 화문산에서 7년 동안 유교를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줬다.
육우는 752년 새로 부임한 경능태수 최국보와 의형제가 되어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유교와 불교를 섭렵하고 황실과 귀족만이 누리는 상류사회 문화인 차에 정통한 육우는 당대의 부유한 고급관원과 저명한 예술가와 인연을 맺게 된다. 지적선사에게 받은 차 수업이 어려서는 지겨웠지만 육우를 돋보이게 하는 비장의 무기가 됐다. 차에 능통한 육우를 황실 동궁부에서 찾았지만 관직을 사양하고 호주로 향했다. 호주는 황실공차를 공납하는 명차의 고장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계란의 고향이기도 했다.
육우는 호주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차와 물을 연구하는 한편 이계란을 찾아보았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그 무렵 호주에는 재색을 겸비한 여도사 이야가 천하의 영웅호걸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이야가 쓴 시를 모르고, 그녀의 미모를 보러 옥진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청춘도 아니고 인생을 헛살았다고 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풍문 따라 이야를 찾아간 육우는 고혹적인 이야를 보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이야가 바로 그토록 그리워 찾던 이계란 이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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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의 정확한 탄생시점과 장소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733년 호북성 천문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항주의 명물 서호에서 부모 없이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지적 선사가 용개사로 데려왔지만 육아 경험이 전무한 스님이 세 살배기 아이를 키우기에는 힘든 점이 많았다. 육우를 양육해줄 사람을 물색하던 지적선사에게 반가운 사람이 생겼다. 용개사에서 멀지않은 서촌에는 관직에서 물러난 부부가 이곳의 풍광에 매료되어 산자락에 머물며 시골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품성이 온화한 부부는 이제 겨우 돌이 지난 딸이 하나 있었다. 지적선사는 이 부부에게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 아이를 잠시 의탁했다. 선뜻 아이를 맡아준 부부는 딸 이계란(李季蘭)의 이름 항렬에 맞춰 계자(季疵)라는 이름을 어린 육우에게 지어주고 친자식처럼 키웠다.육우는 계자 외에도 홍점이라는 이름과 경능자, 상저옹, 동강자라는 호를 포함해 말년에 사용한 질(疾)까지 모두 스스로 지었다. 다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은 ‘계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육우는 어린 시절 따뜻한 추억이 담긴 계자라는 이름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무런 차별과 학대 없이 이 계란과 한 상에서 같이 밥 먹고 들판에서 뛰놀고 뒹굴며 함께 자랐다. 6~7년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진 부부는 향수병에 걸려 고향인 절강성 호주로 돌아가게 됐다. 육우의 꿈같은 유년시절은 가고 용개사로 돌아와 지적선사의 차심부름을 도맡아 하게 됐다.
육우는 우물에서 차 끓일 물을 길어오고 커다랗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병차를 분쇄해서 약연으로 곱게 갈아 차를 끓이는 일을 하루 종일 했다. 아홉 살의 육우가 당시 풍습대로 차를 한약처럼 달여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상이 힘들수록 육우는 함께 자란 이계란이 생각났다. 이계란이 부모와 함께 갔다는 호주는 육우에게 머나먼 로망의 땅이 됐다. 엄격한 스승인 지적선사가 가르치는 불교보다 이계란과 함께 배운 유교의 글귀가 더 마음에 닿았다. 육우는 심통이 나면 유교의 가르침을 빗대어 지적선사에게 반항하기도 했다.육우는 몰랐지만 이계란의 부모가 호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는 이계란이 장미꽃을 보고 시를 지었는데 문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용에 담긴 조숙함에 놀란 탓도 있었다. 봄날에 핀 장미를 본 여섯 살 난 계집아이가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 시집을 못 가니 가슴이 허전하네”라고 읊조렸으니 놀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지아비의 아내로서 평범하게 살기에는 넘치는 재주와 끼를 타고난 딸을 염려한 이계란의 아버지는 도교의 여도사(女道士)가 되는 길이 한 방법이라 판단해 도교사원 옥진관으로 11살이 된 이계란을 출가시켰다. 당시에는 여자가 결혼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은 기녀가 되거나 여도사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명차의 고장에서 그녀를 만나다
육우는 752년 새로 부임한 경능태수 최국보와 의형제가 되어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유교와 불교를 섭렵하고 황실과 귀족만이 누리는 상류사회 문화인 차에 정통한 육우는 당대의 부유한 고급관원과 저명한 예술가와 인연을 맺게 된다. 지적선사에게 받은 차 수업이 어려서는 지겨웠지만 육우를 돋보이게 하는 비장의 무기가 됐다. 차에 능통한 육우를 황실 동궁부에서 찾았지만 관직을 사양하고 호주로 향했다. 호주는 황실공차를 공납하는 명차의 고장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이계란의 고향이기도 했다.
육우는 호주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차와 물을 연구하는 한편 이계란을 찾아보았지만 행방이 묘연했다. 그 무렵 호주에는 재색을 겸비한 여도사 이야가 천하의 영웅호걸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다. 이야가 쓴 시를 모르고, 그녀의 미모를 보러 옥진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청춘도 아니고 인생을 헛살았다고 할 정도로 소문이 자자했다. 풍문 따라 이야를 찾아간 육우는 고혹적인 이야를 보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이야가 바로 그토록 그리워 찾던 이계란 이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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