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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의 ‘트윗’ 투자법

트럼프 시대의 ‘트윗’ 투자법

탄탄한 기업이 트럼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때는 좋은 매수 기회될 수 있어
팔로어들이 록히드 마틴에도 압력을 넣으라고 종용하자 타고난 대중영합주의자인 트럼프는 그들의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
지난 1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언론을 칭송하는 한편으로 맘에 들지 않는 기자들은 ‘가짜 뉴스!’ 같은 말로 깎아 내렸다. 그는 중국 해커로부터 ‘도처에 깔려 있는’ 호텔방 몰래 카메라까지 온갖 문제에 관해 떠오르는 대로 막말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이 ‘살인’을 저지른다고 질타했다. 내가 만난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은 이를 두고 거의 이구동성으로 “제정신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처음에는 오름세를 보였던 제약업종 주가가 지난 1월 11일 그의 단발성 발언 이후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가리켰다(트럼프는 그날 제너럴모터스·포드·크라이슬러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표적으로 삼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약품가격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를 우려했던 투자자들은 트럼프 쪽이 더 안전한 베팅이라고 믿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기자회견 중 그는 “제약업계가 큰 재앙을 초래했다”며 건강보험 약품 입찰절차를 개혁해 미국인이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도록 하고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해 주가 폭락을 초래했다.

뉴욕 헤지펀드 매글런 캐피털의 데이비드 태윌 사장은 “어느 날이든 아침에 깨어나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종목을 공격(또는 마음에 드는 종목을 칭찬)하기로 결심하는 완전 예측 불가능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을 우리가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률이 반반인 좋지 않은 상황이다. 나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는 한 그런 도박은 절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싫어하는 한 가지는 어느 쪽도 가능한 어중간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반드시 트럼프의 계획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단히 비전통적인 채널을 통해 수시로 아무 예고도 없이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의 1970만 트위터 팔로어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월스트리트의 대형 트레이더들과 일반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쏘아대는 그의 트윗을 모니터할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예를 들면 키워드, 알고리즘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추적하는 분석기술 등이다. 은행과 헤지펀드들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가 ‘트럼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변경할 수 있는 매매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이후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솔루션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월 들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장 사용하기 쉬운(그리고 공짜) 도구 중 하나는 트리거 파이낸스의 ‘트럼프 트리거(Trump Trigger)’라는 새 앱이다. 시장정보와 트레이딩 경보를 제공한다. 이용자의 보유 종목과 관련해 트럼프가 트윗을 띄울 때마다 매수·매도·공매 옵션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는 앱이다. 개발사는 지난 1월 중순 앱을 발표하면서 블로그에 ‘대선 이후 트럼프가 활발히 트윗을 날리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단 한 건의 트윗으로 대기업의 시가총액에서 잠재적으로 수십억 달러가 증발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썼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도 ‘소셜 시장 분석(Social Market Analytics)’이라는 기능을 제공한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매매 상황판에 추가해 트위터·페이스북과 기타 소셜미디어를 통한 거래 신호를 추적할 수 있는 도구다. 소셜미디어의 긍정적·부정적 논평 모두를 표준과 비교해 측정하는 방식의 분석도구다.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여론 지표들이 각종 현상이 발생하기 전의 상황을 가리키는 일이 많아진다. 트럼프가 최근 트윗에서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해 주가를 끌어내렸을 때가 대표적이다. 실제론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어들이 록히드에 압력을 넣도록 그를 부추겼다. 지난해 12월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때문에 보잉에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을 새로 주문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싶다는 트윗을 날린 뒤였다. 그의 팔로어들이 록히드 마틴에도 압력을 넣으라고 종용하자 타고난 대중영합주의자인 그는 그들의 요구를 그대로 따랐다.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트윗 전부터 록히드 마틴의 트위터 여론지수가 부정적인 영역으로 치솟았으며 주식 거래량이 급증했다. 수 시간 전부터 소셜미디어가 이미 록히드 마틴에 부정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트윗은 최후의 일격에 불과했다.

한 가지 큰 우려는 트럼프의 트윗 폭풍우 영향으로 시장이 경제를 제쳐놓고 정치에만 대책 없이 반응하게 되면 어쩔 것이냐는 점이다. 17억 달러 규모의 재너스 글로벌 언콘스트레인드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왕년의 ‘채권왕’ 빌 그로스가 바로 그런 상황을 암시했다.

그는 특정 기업을 지목해 그들의 관행을 바꾸도록 윽박지르는 트럼프의 성향을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에 비유했다. 그로스는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취임 전 기업들을 어르고 달래 공장 이전 계획을 취소케 한 취임 전 정책은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오래 전 무솔리니 그리고 기업 문제에 대한 정부 통제와 관련된 이탈리아의 정책을 어느 정도 연상케 한다.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다른 방향으로도 그렇게 도를 넘을 수 있다. 런던의 트레이더는 익명을 조건으로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어느 시점에 가서는 트럼프가 나라 안팎에서 완전히 신뢰를 잃어 아무도 그의 말을 더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신분상 그의 트윗에 무게가 실릴지 모르지만 그런 이점을 지나치게 남용할 경우 약발이 오래 가지 못한다.”

지난 1월 12일 트럼프는 트윗에서 느닷없이 의류 유통업체 L.L. 빈을 칭송했다. 그 메인주 회사 창업자의 손녀 린다 빈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지지했던 정치활동위원회(선거운동조직)에 수천 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트럼프의 트윗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보잉·록히드마틴·제너럴모터스 외에 그의 트윗 폭탄 세례를 받은 기업으로는 아마존·애플 그리고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사업부인 캐리어 등이 있다. 1월 중순의 기자회견으로 대형 제약회사들도 이제 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트럼프의 관심은 대다수 기업에 이롭지 않았다. 따라서 대다수 투자자는 그가 집착하는 종목을 가급적 피한다. 태윌 사장은 “트럼프의 관심이 집중되는 듯한 모든 업종은 가능한 한 멀리 한다”며 “금융·제약 업종 그리고 자동차 업계 대형 제조사들은 의식적으로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욕 투자운용사 메트로폴리탄 캐피털의 캐런 파이너먼 공동창업자 겸 CEO는 트럼프의 계속되는 논평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종목 다수에 투자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페이스북 등과 같은 IT 종목(실리콘밸리는 대체로 트럼프보다는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더 선호했다)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 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같은 금융 업종 등이다.

그러나 파이너먼 CEO가 가장 우려하는 종목은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GM이라고 한다. “내 투자종목 중 가장 트윗에 취약해 보여 약간 걱정스럽다.” 파이너먼 CEO는 IT 업종에선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당초 IT 종목은 급락했지만 지난해 12월 트럼프 타워에서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그와 회동한 뒤 되살아났다. 그녀는 “IT 종목이 하락했을 때 가격 이점이 커졌기 때문에 계속 매수했다”며 “저가매수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탄탄한 기업이 트럼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질 때는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해도 월스트리트는 트레이더들이 말하는 이른바 ‘트럼프 효과’를 계속 경계할 전망이다. 파이너먼 CEO는 “잠재적인 악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오는 방법뿐이지만 그것은 내 밥 숟가락을 내려놓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레아 맥그래스 굿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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