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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Go, Back)’의 기로에 선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일몰 앞두고 논란 재점화

[‘고백(Go, Back)’의 기로에 선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일몰 앞두고 논란 재점화

단말기 값은 안 떨어질 듯... 단통법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기로에 섰다. 이 법의 핵심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9월 폐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관련 업계와 소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시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따른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사안마다 각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이를 계기로 단통법의 진퇴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연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동통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애초 법 제정 당시 정한 대로 올 9월 30일까지 운용하고 자동 일몰(자동 폐지)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원금 상한제는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지원금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소비자 간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14년 제정 당시 단통법에 포함됐다. 다만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3년 일몰 기한을 적용했다. 출시 15개월 미만 단말기 기준 지원금 상한선은 현재 33만원이다. 시행 이후 지원금 상한선이 지나치게 낮아 정작 소비자 부담을 늘리고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만 줄여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두 차례 인상(27만원→30만원→33만원)됐다. 소비자는 이동통신 유통점의 추가 지원금 15%를 더해 최대 37만9500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원금 상한제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 통신 3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2014년 8조8220억원, 지난해 7조6187억원으로 2년 만에 13.6% 줄었다. 예정된 일몰을 앞두고도 폐지를 앞당기거나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나온 배경이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심재철·배덕광(이상 새누리당), 신경민·박홍근(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원금 상한 규제 폐지 또는 조기 일몰하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몰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실효성이 적은데다, 탄핵정국과 국회 일정 등으로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 부작용 논란 끊이지 않아
지원금 상한제가 별다른 개정 없이 예정대로 9월 말 폐지되면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합법으로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액수에 제한이 없어진다.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특정 단말기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고액의 지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진다는 얘기다. 일부 소비자들은 통신사가 지원금을 늘려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올해 고가 스마트폰 출시가 잇달아 예정돼 있어 마케팅 차원에서 통신사가 지원금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선택약정 가입자가 급증해 통신사가 예전처럼 지원금을 풀지 못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통신사가 지원금을 늘리면 약정할인 폭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올려야 하는 압력이 작용한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 지원금을 쉽게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약정은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2년간 통신비 할인을 받는 제도다. 도입 당시 할인율이 12%였지만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불리해 제도 활성화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15년 4월 20%로 인상됐다. 선택약정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920만여 명이다. 이동통신업계는 이로 인한 요금 할인 효과가 1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단통법의 취지를 살릴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게 지원금 분리공시제다. 분리공시제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의 보조금을 분리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현재 공시되는 단말기 지원금은 제조사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보조금을 더한 가격이다. 분리공시가 도입되면 제조사의 장려금만 따로 단말기 출고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알 수 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분리공시를 하게 되면 출고가 거품이 빠져서 지원금 상한제 없이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분리공시는 이해관계에 따라 업계 간 입장이 크게 다르다. 통신사는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와 마케팅 비용을 사실상 분담할 수 있어 내심 반기는 눈치다. 반면 제조사는 강하게 반발한다. 국내 통신사에게 주는 장려금을 공개하게 되면 해외 통신사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관련 정보가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약금 상한제도 논의가 한창이다. 상한선이 사라져 지원금이 늘면 위약금이 덩달아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위약금 상한제는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 가입자가 2년 약정기간 이내에 번호이동 또는 기기변경으로 해지하게 될 때 이동통신사들이 부과하는 위약금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위약금 상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의 통신사 간 번호이동이 쉬워진다. 이에 따라 위약금 부담을 줄여주고라도 가입자를 끌어와야 하는 입장에서는 위약금 상한제에 찬성하는 반면, 가입자 지키기가 유리한 통신사업자는 이 제도가 반갑지 않은 분위기다.
 분리공시제 놓고 갑론을박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통법 보완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예 지원금 상한제 일몰을 계기로 단통법에 대한 재논의를 하고 규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분리공시와 위약금 상한제에 대해 “백화점에서 30% 세일한다고 해서 누가 가격 인하분을 메우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다. 위약금도 관련 정보를 유통시켜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효과가 불분명한 반시장적 규제인 단통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분리공시에 대해 “장려금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비경쟁 체제인 상황인 만큼 국내 제조사가 해외 통신사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오히려 국내 통신사에 주는 장려금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는 서비스 경쟁을 통해 다양한 할인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통신비 절감 효과가 더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는 통신비에 대한 상한을 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업자 간 경쟁을 강화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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