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보다 현장 선택한 한국의 스타트업
졸업장보다 현장 선택한 한국의 스타트업
룬랩의 황룡 대표, JBL의 이준배 대표는 학력보다 실력으로 창업에 성공해 지난 3월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있는 33㎡ 남짓의 자그마한 공간. 아기 젖병의 젖꼭지 혹은 부항 뜰 때 사용하는 작은 컵 모양의 물건 10여 개가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과학상자에서 본 가느다란 전선들이 이 물건에 어지럽게 꽂혀 있었다. 룬랩을 창업한 황룡(35) 대표의 사무실 겸 연구실이다.
그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생리컵 ‘룬컵’(Loon Cup)’을 개발했다. 탐폰이나 생리대처럼 여성의 생리혈을 처리해 주는 제품이다. 국내에선 사용자가 드물지만 유럽·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1930년대에 이미 개발돼 여성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룬컵은 100% 의료용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에 첨단 기술을 탑재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2015년 10월 제품을 개발하자마자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개발중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네티즌들이 내는 소액 창업 자금을 모으는 사이트)를 통해 한 달간 16만 달러(약 1억9000만원)를 모았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에 있는 소비자 3600여 명이 4900여 개의 룬컵을 예약 구매한 것이다.
당시 현지 언론과 해외 스타트업 전문 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탐폰 사용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고열 및 후유증)이 알려지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룬컵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룬컵에는 컵의 기울기와 생리혈의 양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 컵을 비워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생리컵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룬컵은 최근에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모바일 앱 없이도 컵을 비워야 할 시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촉각 기술을 적용한 ‘햅틱 알람 기능’을 달았다.
이 제품을 만든 황 대표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다. 고학력자가 아닌 고졸 출신이 ‘생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IoT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만든 것이다. 오랜 기간 생리컵을 연구하거나 관련 지식을 쌓아온 전문가도 아니다. 사실 황 대표는 엄밀히 따지면 고졸은 아니다. 지방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사업을 위해 6년간 휴학했고 결국 자퇴했다. 경영학이 창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은 오로지 학위 따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창업하는데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났고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졸 출신의 스타트업 신화를 만든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이준배(48) JBL 대표다. 그는 고졸 직장인에서 CEO, 그리고 대학교수까지 됐다. 이 대표는 기능인이다. 고교 2학년 때인 1986년 기능훈련선수로 선발돼 기계제도 분야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 은메달을 땄다.
이를 계기로 금성계전(현 LS산전)에 입사했지만 10년 뒤 일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종잣돈 300만원이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었다. 2000년 농협 창고를 공장으로 개조해 제조업을 시작했다. 전문 산업용 전기·전자 제품과 반도체 장비용 정밀부품 제조기업으로 입지를 세우며 성공이 눈 앞에 보였다. 설계·기술·생산 능력을 무기로 창업 4년 만에 50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을 더 채용했지만 2004년 회사 재정이 바닥이 났다. 다행히 골프자동화시스템 공동 개발이 성공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듬해 다시 일어섰다.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2015년엔 고졸 출신으로 대학 겸임교수가 됐다. 폴리텍대학(청주캠퍼스) 교수진 79명 중 학사모를 써보지 않은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이 대표 역시 대학을 두 번이나 다닌 경험이 있다. 방송통신대를 다녔고, 지방 국립대에 합격해 야간대학에서 공부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이왕 다닐 거면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한 직장 선배들이 회사에서 학력을 인정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이 대표는 “마쓰시타 공업을 세운 일본의 굴지의 기업가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다니고 자전거 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꼭 대학을 가야 창업에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은 학벌이나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력이다. 또한 창조적인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벤처창업자가 우리의 미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이다. 지난 2월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공동 개최한 ‘대한민국 창업·혁신 페스티벌’에서다. 황 권한대행은 스타트업, 예비창업자, 투자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초기 창업 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창업 기업이 성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창업자도 노력하고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등에 힘입어 국내 벤처투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은 3조1998억원, 벤처투자는 2조1503억원을 기록했다. 벤처펀드 조성액과 벤처투자액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7.9%와 3.1%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창업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고졸 출신자는 더욱 그렇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이 만연한 시대에 고졸 학력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CEO가 되더라도 제도적 차별을 겪기 십상이다. 첨단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학력 출신이 대부분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올 초 발표한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현황을 보면 명확해진다. 창업 7년 이내 ICT 기업 1000곳(정보통신, 방송기기, 정보통신방송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6 ICT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당시 학력은 대졸자가 6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학원이 13.6%(석사 10.0%, 박사 3.6%)로 그 뒤를 이었고 고졸 이하는 11.6%에 불과했다. 창업자의 81%는 중소기업(76.8%)과 대기업(14.6%)에 취업한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근무직종은 연구기술직(32.5%)과 경영관리직(30.0%)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졸 학력으로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전문 기술 분야 창업에 도전한다는 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학력 차별, 고졸 창업자에 대한 편견, 고학력 위주의 네트워크, 창의성·실력보다 자격과 학위를 따지는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이 때문에 고졸 학력으로 창업을 해도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창업자가 많다.출신 지역과 대학은 스타트업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실력과 창의성 검증을 학위나 출신대학, 자격증을 위주로 판단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주입식이다 보니 교육 과정을 이수해도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창업 환경과 구조가 바뀌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학력이 낮고, 경영 노하우가 부족하고, 전문지식이 달리면 창업자 스스로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의 유일무이한 음성 MCN플랫폼인 스푼라디오를 창업해 유명해진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창업 현장에서 학벌 위주의 사회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학력·학연·지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벌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노력하지 않는 창업자도 문제다.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문대 출신의 스타트업이 기울이는 노력의 몇 배는 더 뛰어야 한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면 안되고 선수는 구장을 탓하면 안 된다.”
전문가들은 고졸자도 학력의 벽에 부닥치지 않고 실력과 창의성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특화된 지원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위한 조기 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송영화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창업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교육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업이 활성화된 국가들은 조기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 유럽의 경우 초·중등 과정에서 창조성, 혁신, 비즈니스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도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평생교육 개념으로 운영하는데 이런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한 교육체계의 변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효율적인 창업교육과 함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창업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창업지원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강 태 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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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생리컵 ‘룬컵’(Loon Cup)’을 개발했다. 탐폰이나 생리대처럼 여성의 생리혈을 처리해 주는 제품이다. 국내에선 사용자가 드물지만 유럽·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1930년대에 이미 개발돼 여성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룬컵은 100% 의료용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에 첨단 기술을 탑재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2015년 10월 제품을 개발하자마자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개발중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네티즌들이 내는 소액 창업 자금을 모으는 사이트)를 통해 한 달간 16만 달러(약 1억9000만원)를 모았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에 있는 소비자 3600여 명이 4900여 개의 룬컵을 예약 구매한 것이다.
당시 현지 언론과 해외 스타트업 전문 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탐폰 사용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고열 및 후유증)이 알려지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룬컵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룬컵에는 컵의 기울기와 생리혈의 양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 컵을 비워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생리컵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룬컵은 최근에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모바일 앱 없이도 컵을 비워야 할 시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촉각 기술을 적용한 ‘햅틱 알람 기능’을 달았다.
이 제품을 만든 황 대표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다. 고학력자가 아닌 고졸 출신이 ‘생리’를 사업 아이템으로 IoT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만든 것이다. 오랜 기간 생리컵을 연구하거나 관련 지식을 쌓아온 전문가도 아니다. 사실 황 대표는 엄밀히 따지면 고졸은 아니다. 지방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사업을 위해 6년간 휴학했고 결국 자퇴했다. 경영학이 창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은 오로지 학위 따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창업하는데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났고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졸 학력으로 100억원대 CEO
이를 계기로 금성계전(현 LS산전)에 입사했지만 10년 뒤 일을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종잣돈 300만원이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었다. 2000년 농협 창고를 공장으로 개조해 제조업을 시작했다. 전문 산업용 전기·전자 제품과 반도체 장비용 정밀부품 제조기업으로 입지를 세우며 성공이 눈 앞에 보였다. 설계·기술·생산 능력을 무기로 창업 4년 만에 50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생산 설비를 늘리고 직원을 더 채용했지만 2004년 회사 재정이 바닥이 났다. 다행히 골프자동화시스템 공동 개발이 성공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듬해 다시 일어섰다.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2015년엔 고졸 출신으로 대학 겸임교수가 됐다. 폴리텍대학(청주캠퍼스) 교수진 79명 중 학사모를 써보지 않은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이 대표 역시 대학을 두 번이나 다닌 경험이 있다. 방송통신대를 다녔고, 지방 국립대에 합격해 야간대학에서 공부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이왕 다닐 거면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한 직장 선배들이 회사에서 학력을 인정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 이 대표는 “마쓰시타 공업을 세운 일본의 굴지의 기업가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만 다니고 자전거 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꼭 대학을 가야 창업에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은 학벌이나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력이다. 또한 창조적인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벤처창업자가 우리의 미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이다. 지난 2월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공동 개최한 ‘대한민국 창업·혁신 페스티벌’에서다. 황 권한대행은 스타트업, 예비창업자, 투자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초기 창업 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창업 기업이 성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창업자도 노력하고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등에 힘입어 국내 벤처투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은 3조1998억원, 벤처투자는 2조1503억원을 기록했다. 벤처펀드 조성액과 벤처투자액 모두 전년 대비 각각 17.9%와 3.1%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창업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고졸 출신자는 더욱 그렇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이 만연한 시대에 고졸 학력으로 창업에 성공하고 CEO가 되더라도 제도적 차별을 겪기 십상이다. 첨단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학력 출신이 대부분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올 초 발표한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현황을 보면 명확해진다. 창업 7년 이내 ICT 기업 1000곳(정보통신, 방송기기, 정보통신방송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6 ICT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당시 학력은 대졸자가 6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학원이 13.6%(석사 10.0%, 박사 3.6%)로 그 뒤를 이었고 고졸 이하는 11.6%에 불과했다. 창업자의 81%는 중소기업(76.8%)과 대기업(14.6%)에 취업한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근무직종은 연구기술직(32.5%)과 경영관리직(30.0%)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졸 학력으로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전문 기술 분야 창업에 도전한다는 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학력 차별, 고졸 창업자에 대한 편견, 고학력 위주의 네트워크, 창의성·실력보다 자격과 학위를 따지는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이 때문에 고졸 학력으로 창업을 해도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창업자가 많다.출신 지역과 대학은 스타트업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실력과 창의성 검증을 학위나 출신대학, 자격증을 위주로 판단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주입식이다 보니 교육 과정을 이수해도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창업 환경과 구조가 바뀌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학력이 낮고, 경영 노하우가 부족하고, 전문지식이 달리면 창업자 스스로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의 유일무이한 음성 MCN플랫폼인 스푼라디오를 창업해 유명해진 최혁재 마이쿤 대표는 창업 현장에서 학벌 위주의 사회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은 학력·학연·지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벌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노력하지 않는 창업자도 문제다.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문대 출신의 스타트업이 기울이는 노력의 몇 배는 더 뛰어야 한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면 안되고 선수는 구장을 탓하면 안 된다.”
전문가들은 고졸자도 학력의 벽에 부닥치지 않고 실력과 창의성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특화된 지원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을 위한 조기 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송영화 건국대 교수(기술경영학)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창업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교육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업이 활성화된 국가들은 조기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 유럽의 경우 초·중등 과정에서 창조성, 혁신, 비즈니스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대학도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평생교육 개념으로 운영하는데 이런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한 교육체계의 변화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효율적인 창업교육과 함께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창업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창업지원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강 태 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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