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 “한국 기업과 협력 강화하며 IT 산업 키우고 싶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 “한국 기업과 협력 강화하며 IT 산업 키우고 싶다”
게임 그래픽 칩 개발사에서 AI 핵심 기업으로 성장... 글로벌 AI 업체 3000곳 모두 엔비디아 칩 사용 엔비디아는 정보통신(IT)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자율주행차·언어인식·슈퍼컴퓨터·딥러닝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덕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화제다. 미국 S&P500 지수 가운데 지난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으로 꼽혔다. 1년 사이 230% 폭등했다. 지난 5년을 보면 상승률이 550%나 된다.
대만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젠슨 황이 설립한 엔비디아는 지금 IT업계의 신데렐라다. 대만 ‘컴퓨텍스 2017’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5월 31일 현지에서 만나 그래픽 프로세서(GPU)와 인공지능의 미래,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삼성과 하이닉스, SKT는 엔비디아의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함께 IT 산업을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게임 올림픽을 기획하던 삼성전자가 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CEO가 직접 편지를 보내 e스포츠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며 함께 준비해보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첫 방문에선 코엑스에서 만난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게임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전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게임을 e스포츠로 키워낸 한국의 게임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기술력을 인정받는 GPU 개발업체 중 하나였다. 고해상도 게임이 늘어나며 이를 개인용 컴퓨터(PC)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GPU가 주목받았다. 1990년 대 말 70여 개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엔비디아가 1위로 올라섰다.
15년이 지났다. 세상은 엔비디아를 더 이상 게임용 그래픽 칩 제조업체로만 보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GPU에 열광하는 새로운 추종자들이 생겼다. 인공지능(AI)에 관련된 모든 기업들이다. 구글을 시작으로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에서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고 있다. AI 관련 IT 기업은 약 3000곳이 있다. 이곳에서 모두 엔비디아 칩을 사용한다. 엔비디아의 GPU는 페이스북과 HTC가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에서 그래픽 처리를 담당한다.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 지난해 이세돌과 대결한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에도 엔비디아 GPU 176개가 들어갔다. 테슬라의 모든 자동차에도 엔비디아 GPU가 장착 중이다. 지난해 8월 엔비디아는 최신 서버 칩 테슬라 P100을 8개 사용한 DGX-1을 출시했다. 황 대표는 첫 번째 DGX-1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직접 전달했다. 지난 5월엔 박정호 SKT 사장을 만났다. SKT와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SKT가 확보한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접목해 지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일이다. 젠슨 황 대표는 “AI의 핵심연료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가진 SKT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GPU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능력을 높여준다. 정교한 이미지나 동영상은 용량이 크다. CPU의 처리 영역을 넘어서면 컴퓨터에 과부하가 걸린다. 성능 좋은 GPU 하나면 문제가 해결된다. 필요한 순간 CPU의 능력을 높여준다. 덕분에 현란한 그래픽과 영화 같은 동영상이 가득한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GPU는 젠슨 황이 만들어낸 단어다. PC는 크게 CPU와 GPU 그리고 저장장치로 나눌 수 있다. 10년 전 PC 업계에선 ‘영상 그래픽 어댑터(VGA - Video Graphics Adaptor)’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였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보조 장치가 아닌 컴퓨터 연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GPU - Graphic Processing Uni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도 VGA라는 용어를 버리고 GPU라는 용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황 대표도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다. 두 번 연속 제품 개발에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스스로 연봉을 1달러로 낮추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일도 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했다. 게임을 즐기던 그는 최신 게임이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컴퓨터 기능이 따라오지 못해서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근무하던 말라초스키와 프리엠을 만나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PC에 들어있는 조악한 그래픽칩을 쓰느니 차라리 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목표는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칩 개발로 잡았다.
창업은 방 두 개 크기의 작은 아파트에서 했다. 그들의 가능성과 비전을 본 세쿼이아캐피털 등 벤처투자사들은 엔비디아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셋은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첫 제품 NV1은 95년 출시됐다. 1000만 달러가 들어간 칩이다. 하지만 NV1은 시장에서 실패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2D와 3D, 음성데이터를 한 장의 카드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고 독자 기술을 고집하다 보니 호환성 면에서 뒤처졌다. 시장과 게임 개발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실패를 경험했다.
두 번째 제품은 일본 게임회사 세가와 함께 개발했다. 엔비디아의 기술에 주목한 세가 경영진은 차세대 게임기용 그래픽 칩셋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NV1의 후속인 NV2를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프로젝트를 접었다. 창업 2년 만에 파산 위기를 맞은 황 대표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자금을 모아 마지막 도전을 했다. 마침내 97년 등장한 칩 RIVA 128이 대히트를 쳤다. 다른 그래픽 프로세서보다 처리능력이 최대 400% 빠른 칩이었다. 성공 비결은 강력한 3D 처리 능력에 있었다. 당시 막 태동하던 3D 게임 시장덕을 봤다. PC로 언리얼, 퀘이크, 레인보우식스 등 3D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금도 게임은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신 GPU를 장착한 게임용 노트북이나 GPU 기능을 반영해주는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다. 황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킬러앱은 게임이 될 것”이라며 “모든 인류가 게임을 즐기는 시대에서 엔비디아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복잡한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GPU 기술은 의외의 영역인 AI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딥러닝(deep learning)에 최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딥러닝은 프로그래머가 코드로 하나하나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을 하는 메커니즘이다. 황 대표는 “GPU 개발을 열심히 하다 보니 GPU가 필요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핵심 업체가 된 것”이라며 “우연과 필연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2006년 엔비디아는 프로그래밍 툴킷 쿠다(CUDA)를 출시했다. 코딩 개발자들이 스크린 위에서 각 픽셀을 손쉽게 프로그래밍하도록 지원하는 도구다. 쿠다 출시 전에는 기계어로 코드를 작성했다. 엔비디아가 수 년에 걸쳐 개발한 쿠다는 자바나 C++같은 고급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쿠다를 활용하면 그래픽 프로그래밍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은 “11년 전 개발한 쿠다는 우리 회사가 그래픽에서 AI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곧 쿠다를 단순 그래픽만 아니라, 범용 프로그램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 두 가지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토론토 대학에서 이미지넷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출품해 전세계 경쟁자와 우열을 가리는 대회다. 토론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알렉스 크리제프스키는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밍 카드 2개로 만든 딥러닝 신경망에 120만 개의 이미지를 넣었다. 발생한 오류율은 15%에 불과했다. 전년도 1위 오류율이 25%였다. 크리제프스키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손쉽게 승리를 차지했다. 2013년 대회에선 참가한 400기관 중 300곳이 엔비디아 GPU를 사용했다. 2014년 이후엔 모든 참가자들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5년 전부터 매년 자신있게 GPU 투자를 늘려 왔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직원 1만500명 가운데 9500명이 엔지니어”라며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GPU 관련 연구와 기술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구글 브레인의 탄생이다. 앤드류 응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2012년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를 만났다. 그는 GPU를 이용한 딥러닝 모델 구축의 효과를 이야기하며 래리페이지를 설득한다. 구글에서 딥러닝 연구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글이 가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하면 세계 최대의 신경망을 구축할 수 있다. 사상 최대의 빅데이터를 쏟아내는 구글 브레인이 등장했다. 이제 필요한 것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두뇌다.
빅데이터 시대에선 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파악해서 분석해야 한다. 막강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두뇌를 키워온 것이 엔비디아”라며 “20년 넘게 GPU 컴퓨팅에만 올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딥러닝 능력을 확보하면 AI의 정보 처리와 학습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문제는 연산 능력이었는데, 우리 GPU가 등장하며 제약이 사라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 GPU를 주문하는 이유다.”
엔비디아 GPU 덕에 딥러닝에 속도가 붙었다. 구글·MS·페이스북·아마존에서 딥러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10년 넘게 투자를 계속해온 결과를 지금 거두어 들이는 중”이라며 “젠슨 황은 정말 오래 희망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에 매달려 왔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도 딥러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로봇러닝 프로젝트 아이작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구현한 로봇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엔비디아는 아이작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방법은 아이작 스스로 적당한 골프 클럽을 선택해 공을 구멍까지 보내는 일이다. 처음엔 기계가 혼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나며 상황에 맞는 골프채를 선택한다. 황 대표는 “AI의 장점은 수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라며 “동시에 수십 대의 아이작을 운영한 다음 그중 가장 똑똑한 AI를 선택해 복제함으로 학습 시간을 크게 절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컴퓨터를 운영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세계 그래픽 칩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매년 빠르게 상승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AI 분야에서 거둔 실적 덕이 크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새로운 도전도 맞이 했다. AI와 딥러닝의 가능성을 본 글로벌 IT 기업이 자체 프로세서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 5월 글로벌 개발자회의에서 딥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우(TensorFlow)용으로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 개발을 발표했다. 구글은 텐서플로우 데이터센터에 TPU를 넣어서 지도 및 검색 결과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MS도 자사 데이터센터를 위한 칩 개발에 나섰다.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에 맞춤화된 칩으로, 생산 이후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서 AI 앱에 유용하다. 인텔은 지난해 8월 4억 달러를 주고 AI칩 스타트업 너바나(Nervana)를 인수했다. 한 달 뒤에는 비공개 금액을 주고 모비디우스(Movidius)를 인수했다. 또한 FPGA 제조업체 알테라(Altera) 인수를 위해 167억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인텔은 딥러닝에 최적화된 서버칩 제온 파이(Xeon Phi) 프로세서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너바나 팀에서 인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딥러닝 네트워크 처리 속도를 2020년까지 100배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 GPU를 겨냥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과의 경쟁에 자신을 보였다. GPU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호환성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그들의 시스템을 위한 제품에 개발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시장을 보며 다음 제품을 개발한다. 그래서 우리 제품을 더 많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다. 생태계에서 더 우월한 셈이다. 그 덕에 시장도 더 크다. 우리는 GPU에 100% 집중하는 회사다. 우리 플랫폼이 AI 컴퓨팅에 맞는 최상의 플랫폼으로 남는 것이 목표다. 멈추지 않고 GPU 분야를 이끌어 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만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젠슨 황이 설립한 엔비디아는 지금 IT업계의 신데렐라다. 대만 ‘컴퓨텍스 2017’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5월 31일 현지에서 만나 그래픽 프로세서(GPU)와 인공지능의 미래,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삼성과 하이닉스, SKT는 엔비디아의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함께 IT 산업을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게임 올림픽을 기획하던 삼성전자가 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CEO가 직접 편지를 보내 e스포츠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소개하며 함께 준비해보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첫 방문에선 코엑스에서 만난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게임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전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게임을 e스포츠로 키워낸 한국의 게임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기술력을 인정받는 GPU 개발업체 중 하나였다. 고해상도 게임이 늘어나며 이를 개인용 컴퓨터(PC)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GPU가 주목받았다. 1990년 대 말 70여 개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엔비디아가 1위로 올라섰다.
15년이 지났다. 세상은 엔비디아를 더 이상 게임용 그래픽 칩 제조업체로만 보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GPU에 열광하는 새로운 추종자들이 생겼다. 인공지능(AI)에 관련된 모든 기업들이다. 구글을 시작으로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에서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고 있다. AI 관련 IT 기업은 약 3000곳이 있다. 이곳에서 모두 엔비디아 칩을 사용한다. 엔비디아의 GPU는 페이스북과 HTC가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에서 그래픽 처리를 담당한다.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 지난해 이세돌과 대결한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에도 엔비디아 GPU 176개가 들어갔다. 테슬라의 모든 자동차에도 엔비디아 GPU가 장착 중이다. 지난해 8월 엔비디아는 최신 서버 칩 테슬라 P100을 8개 사용한 DGX-1을 출시했다. 황 대표는 첫 번째 DGX-1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직접 전달했다. 지난 5월엔 박정호 SKT 사장을 만났다. SKT와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SKT가 확보한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접목해 지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일이다. 젠슨 황 대표는 “AI의 핵심연료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가진 SKT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에 칩 독점 공급
GPU는 젠슨 황이 만들어낸 단어다. PC는 크게 CPU와 GPU 그리고 저장장치로 나눌 수 있다. 10년 전 PC 업계에선 ‘영상 그래픽 어댑터(VGA - Video Graphics Adaptor)’라는 이름이 더 많이 쓰였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보조 장치가 아닌 컴퓨터 연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장치라는 점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GPU - Graphic Processing Uni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도 VGA라는 용어를 버리고 GPU라는 용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황 대표도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다. 두 번 연속 제품 개발에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스스로 연봉을 1달러로 낮추고 구조조정을 진행한 일도 있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했다. 게임을 즐기던 그는 최신 게임이 나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컴퓨터 기능이 따라오지 못해서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근무하던 말라초스키와 프리엠을 만나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PC에 들어있는 조악한 그래픽칩을 쓰느니 차라리 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목표는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칩 개발로 잡았다.
창업은 방 두 개 크기의 작은 아파트에서 했다. 그들의 가능성과 비전을 본 세쿼이아캐피털 등 벤처투자사들은 엔비디아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셋은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첫 제품 NV1은 95년 출시됐다. 1000만 달러가 들어간 칩이다. 하지만 NV1은 시장에서 실패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2D와 3D, 음성데이터를 한 장의 카드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고 독자 기술을 고집하다 보니 호환성 면에서 뒤처졌다. 시장과 게임 개발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실패를 경험했다.
두 번째 제품은 일본 게임회사 세가와 함께 개발했다. 엔비디아의 기술에 주목한 세가 경영진은 차세대 게임기용 그래픽 칩셋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NV1의 후속인 NV2를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프로젝트를 접었다. 창업 2년 만에 파산 위기를 맞은 황 대표는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자금을 모아 마지막 도전을 했다. 마침내 97년 등장한 칩 RIVA 128이 대히트를 쳤다. 다른 그래픽 프로세서보다 처리능력이 최대 400% 빠른 칩이었다. 성공 비결은 강력한 3D 처리 능력에 있었다. 당시 막 태동하던 3D 게임 시장덕을 봤다. PC로 언리얼, 퀘이크, 레인보우식스 등 3D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금도 게임은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신 GPU를 장착한 게임용 노트북이나 GPU 기능을 반영해주는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다. 황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킬러앱은 게임이 될 것”이라며 “모든 인류가 게임을 즐기는 시대에서 엔비디아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6년 쿠다 개발이 전환점
2006년 엔비디아는 프로그래밍 툴킷 쿠다(CUDA)를 출시했다. 코딩 개발자들이 스크린 위에서 각 픽셀을 손쉽게 프로그래밍하도록 지원하는 도구다. 쿠다 출시 전에는 기계어로 코드를 작성했다. 엔비디아가 수 년에 걸쳐 개발한 쿠다는 자바나 C++같은 고급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쿠다를 활용하면 그래픽 프로그래밍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마크 해밀턴 엔비디아 부사장은 “11년 전 개발한 쿠다는 우리 회사가 그래픽에서 AI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곧 쿠다를 단순 그래픽만 아니라, 범용 프로그램에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 두 가지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토론토 대학에서 이미지넷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출품해 전세계 경쟁자와 우열을 가리는 대회다. 토론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알렉스 크리제프스키는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밍 카드 2개로 만든 딥러닝 신경망에 120만 개의 이미지를 넣었다. 발생한 오류율은 15%에 불과했다. 전년도 1위 오류율이 25%였다. 크리제프스키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손쉽게 승리를 차지했다. 2013년 대회에선 참가한 400기관 중 300곳이 엔비디아 GPU를 사용했다. 2014년 이후엔 모든 참가자들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해밀턴 부사장은 “5년 전부터 매년 자신있게 GPU 투자를 늘려 왔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직원 1만500명 가운데 9500명이 엔지니어”라며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GPU 관련 연구와 기술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구글 브레인의 탄생이다. 앤드류 응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2012년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를 만났다. 그는 GPU를 이용한 딥러닝 모델 구축의 효과를 이야기하며 래리페이지를 설득한다. 구글에서 딥러닝 연구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글이 가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하면 세계 최대의 신경망을 구축할 수 있다. 사상 최대의 빅데이터를 쏟아내는 구글 브레인이 등장했다. 이제 필요한 것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두뇌다.
빅데이터 시대에선 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파악해서 분석해야 한다. 막강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여기에 필요한 두뇌를 키워온 것이 엔비디아”라며 “20년 넘게 GPU 컴퓨팅에만 올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딥러닝 능력을 확보하면 AI의 정보 처리와 학습 능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문제는 연산 능력이었는데, 우리 GPU가 등장하며 제약이 사라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 GPU를 주문하는 이유다.”
엔비디아 GPU 덕에 딥러닝에 속도가 붙었다. 구글·MS·페이스북·아마존에서 딥러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10년 넘게 투자를 계속해온 결과를 지금 거두어 들이는 중”이라며 “젠슨 황은 정말 오래 희망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에 매달려 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 기업과 새로운 경쟁 앞둬
엔비디아의 세계 그래픽 칩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매년 빠르게 상승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AI 분야에서 거둔 실적 덕이 크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새로운 도전도 맞이 했다. AI와 딥러닝의 가능성을 본 글로벌 IT 기업이 자체 프로세서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 5월 글로벌 개발자회의에서 딥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우(TensorFlow)용으로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 개발을 발표했다. 구글은 텐서플로우 데이터센터에 TPU를 넣어서 지도 및 검색 결과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MS도 자사 데이터센터를 위한 칩 개발에 나섰다.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에 맞춤화된 칩으로, 생산 이후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서 AI 앱에 유용하다. 인텔은 지난해 8월 4억 달러를 주고 AI칩 스타트업 너바나(Nervana)를 인수했다. 한 달 뒤에는 비공개 금액을 주고 모비디우스(Movidius)를 인수했다. 또한 FPGA 제조업체 알테라(Altera) 인수를 위해 167억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인텔은 딥러닝에 최적화된 서버칩 제온 파이(Xeon Phi) 프로세서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너바나 팀에서 인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딥러닝 네트워크 처리 속도를 2020년까지 100배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 GPU를 겨냥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과의 경쟁에 자신을 보였다. GPU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호환성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그들의 시스템을 위한 제품에 개발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시장을 보며 다음 제품을 개발한다. 그래서 우리 제품을 더 많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다. 생태계에서 더 우월한 셈이다. 그 덕에 시장도 더 크다. 우리는 GPU에 100% 집중하는 회사다. 우리 플랫폼이 AI 컴퓨팅에 맞는 최상의 플랫폼으로 남는 것이 목표다. 멈추지 않고 GPU 분야를 이끌어 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