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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싸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싸움

두테르테 대통령, 마라위 교전 지역 방문 이틀 뒤 계엄령 연장안 의회 통과해
군부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교전지역 군부대 깜짝 방문을 전하며 “자식들을 보러 온 아버지” 같았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마침내 반군에 포위된 남부 도시 마라위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앞서 몇 차례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였다. 군부대 대변인은 막말로 유명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교전지역 군부대를 깜짝 방문한 사실을 전하며 “자식들을 보러 온 아버지” 같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5월 무슬림이 과반수인 마라위의 반군 축출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 뒤로 필리핀 남부의 이 분쟁지역에선 필리핀 군과 이슬람 반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에 지쳐가는 군부대의 사기를 높이려는 취지였다. 선동적인 지도자 두테르테는 앞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분쟁지역을 방문할 것이며 전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 소식은 안전을 위해 그가 마라위를 떠난 뒤에야 전해졌다. 그는 마라위에서 2~3시간 동안 머물며 장병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그들의 헌신에 감사 표시를 했다고 현지 보도는 전했다. 마라위 합동 기동부대 조 알 헤레라 중령은 “격의 없는 방문”이었다며 “자식들을 찾은 아버지 같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방문 당시 사진을 보면 위장복 차림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장병들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군인들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헤레라 중령은 “날씨도 좋았고 대통령이 기쁜 마음으로 우리를 만나 대단히 감사하다”며 “마라위시 군사작전에 대해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확고하고 헌신적임을 이번 방문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 군경은 더없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라위 방문 계획은 기상조건 또는 안전상의 이유로 최소 두 차례 이상 취소됐다. 이틀 뒤인 22일에는 필리핀 남부에서 계엄령을 연장하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획에 청신호가 떨어졌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 반군단체들의 무장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연장안이 필리핀 의회에서 압도적인 지지(261-18)로 통과됐다. 이번 표결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민다나오 섬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법을 집행할 수 있게 된다. 마라위 등 섬의 일부 지역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전투원들에게 포위돼 있다.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민다나오에 2개월간 발동한 계엄령의 연장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마라위에서 이슬람주의 전투원들의 반란 진압에 정부군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23일 종료될 예정이던 계염령이 연장됐다. 지난 5월 23일 마라위에서 전투가 시작된 이후 반군 최소 428명, 정부 군경 105명, 민간인 45명 이상이 사망했다. 계엄령은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마닐라에 있는 말라카냥 궁 앞에서 계엄령에 항의하는 시민.
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전반적인 평화와 안정에 계엄령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악한 테러 이념의 확산을 저지하고 무법과 난폭한 극단주의의 전횡으로부터 민다나오 주민을 해방시키고자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슬람주의 반란에 대처하기 위해 계엄령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반대파들은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한다. 과거 잔학행위와 부패로 악명 높던 독재자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 시절 계엄령이 선포된 적이 있었다. 그는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으로 축출됐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민다나오 계엄령 연장안이 계엄령 전국 확대의 발판이 될까 두렵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에드셀 래그만 하원의원은 연장의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평화·폭력·테러리즘 연구소 롬멜 반라오이 소장은 “계엄령 연장을 계기로 두테르테가 과거 20년간 다바오시 시장 시절에 했던 식으로 나라를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려는 정치적인 속셈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펠림 카인 아시아 지국장은 계엄령이 처음 의회에서 통과된 뒤 “두테르테의 계엄령으로 도시지역에서의 무자비한 ‘마약전쟁’에 비견될 만한 무력 탄압이 민다나오에서 자행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후 전국에 만연한 마약 거래를 단속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이행해 왔다. 그의 무자비한 마약 전쟁으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 바수데반 스리다란, 이사벨 게레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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