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수입제한, 무역전쟁의 서곡?
트럼프의 수입제한, 무역전쟁의 서곡?
불가피하게 다른 나라들의 보복조치 초래해 경제 전반에 피해 입히고 국내 소비재 가격 상승 부를 것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후 사람들이 줄곧 예상해오던 일을 마침내 행동에 옮겼다. 세계적인 무역전쟁의 도발이다. 지난 3월 1일 그는 모든 철강 수입품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에서 그 조치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일주일 내로 새 관세 인상안을 발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뒤 다우 지수는 400포인트 급락했다. 그 뉴스에 일부 미국 철강주 시세는 10억 달러 정도 뛰었지만 나머지 종목에선 4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는 트윗을 띄웠다. ‘예컨대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적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나라가 얄밉게 굴 때는 무역을 중단하면 우리에게 큰 이익이다. 간단한 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골수 지지자까지 그 조치를 강력 비난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사임하겠다고 반발했다(결국 지난6일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비판자들은 다른 나라들도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설 경우 미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소비재 가격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친트럼프 진영 공화당원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은 그 관세인상 조치를 가리켜 “미국인에게 필요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세제 인상”이라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인상이 미국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모든 영향”을 고려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벤 새시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무역전쟁은 “좋지도 이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역은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소비재의 물가를 낮춘다. 무역전쟁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무역전쟁으로 효과를 봤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이 1930년대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캐나다·EU·멕시코·중국·브라질 같은 일단의 주요 통상 파트너들은 미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제재조치를 할 경우 캐나다는 자국의 통상이익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공정 조치로 유럽 산업이 타격을 입도록 가만히 앉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철강정보센터(JSIC)의 야마구치 다다키 회장은 “외국산 철강에 대한 25%의 전면적인 관세는 무분별하고 순진한 조치”라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우방들로부터 보복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제조업 이외의 미국 산업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브라질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자간 또는 쌍방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호주의 통상장관은 트럼프 관세가 무역을 왜곡하고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국제 자동차업체들을 대표하는 업계단체 글로벌자동차제조사협회의 존 보젤라 대표는 “세제개혁과 기타 제조업을 회생하고 국가안보를 지키려는 취지의 정부 정책에 따르는 혜택이 펜 한번 잘못 놀려서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와 트럭뿐만 아니라 공군 비행기, 해군 함정, 육군 차량 등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포드·GM·피아트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단체 미국자동차정책협회(AAPC)는 관세인상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경쟁이 극히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 판매 감소, 미국 자동차 수출 감소, 이들 경제활동으로 유지되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 결국에는 미국 경제 그리고 잠재적으로 이번 제재조치로 지원하려던 미국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정책변경은 맥주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밀러쿠어스는 트위터를 통해 ‘대다수 맥주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당사도 알루미늄 캔 맥주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맥주업계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공급되는 캔 재료인 알루미늄을 최대한 많이 구입한다. 그러나 우리 같은 미국 음료 메이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이 많지 않다. 이번의 그릇된 관세 인상으로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가 타격 받을 것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비슷한 이유로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 정책변화는 궁극적으로 철강산업 일자리 20만 개의 감소로 이어졌다. 부시는 18개월 만에 규제를 해제했다.
미국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의 반통상적인 스무트-홀리법이 관세를 182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무역전쟁을 불러왔다. 미국 농민을 보호하겠다는 발상이었지만 대공황으로 인한 고통에 다른 나라들의 보복까지 가중됐다. 1929~1934년 세계무역은 66% 감소했다. 미국의 대 유럽 무역도 약 3분의 2 감소했다. 금융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의 선임 경제분석가 마크 햄릭은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는 트윗 메시지는 대공황의 교훈을 포함해 역사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약 100개국에서 철강을 수입한다. 철강 수입물량이 국내 생산량의 4배에 달한다. 주로 캐나다·EU·한국에서 수입한다. 그 밖에 다수의 관련산업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철강에 의존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간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고용인원은 7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면 철강산업은 2000년 이후 35% 감소해 8만3600명에 불과하다. 미국 국내 철강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쇠퇴해 생산량이 약 22% 감소했다.
관세를 인상하면 침체된 철강산업이 더 위축되며 다른 산업에까지 피해를 주기 쉽다. 멕시코·중국·EU 등 많은 나라가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수출품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 시나리오는 생산 감소 그리고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부과 조치의 주요 표적으로 보이는 중국은 당초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자제한 채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레드 카펫을 깔아 극진하게 환대하며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시범을 보여줬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어느 정도 친분을 쌓으면 그의 공격성이 누그러진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내내 베이징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미국 시장에 값싼 철강을 덤핑한다고 비난했다. 세계 철강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얼마간 뜸을 들인 뒤 중국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중국 철강공업협회의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는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이제 그의 말에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인상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 초 중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자간 무역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중국 강철공업협회 리신창 부회장은 관세 부과안을 가리켜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유권자에게 영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필사적인 시도”라고 평했다.
그리고 4일에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당국의 공식 입장이 발표됐다. 장예쑤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전인대 기자회견 석상에서 “그릇된 판단이나 가정에 근거해 정책이 수립된다면 중-미 관계를 훼손하고 어느 나라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중 중국산의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따라 너도나도 관세를 인상해야만 중국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이 그들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언젠가는 보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외교관도 있지만 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고 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른 회원국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될 듯하다. 실제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중국 당국자들보다 더 거셌다.
유럽연합의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미국의 조치는 미국-유럽 관계와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게다가 철강·알루미늄을 수입하는 산업을 포함해 미국 소비자의 비용이 증가하고 선택이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EU는 WTO 기준에 부합하는 대미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중국에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을 피해야만 할 약점이 중국에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은 관세를 맞을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미국에 똑같거나 더 큰 고통을 안겨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산 타이어에 35% 관세를 때렸을 때 중국은 미국산 닭다리에 대한 고율의 페널티로 보복했다. 미국은 타이어 관세로 약 1000개의 일자리를 지켰지만 닭다리 제재조치는 1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한 조사에서 중국에 미국시장의 중요성이 감소해 왔으며 대미 수출이 중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철강의 경우 중국은 대미 수출량 면에서 11위에 지나지 않는다.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중국보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맹방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이나 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관세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점이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미국의 공세를 맞아 중국이 위축되리라는 이론에도 반박한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압력에 당당히 대응하고 응징조치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방법으로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항상 미국의 무역제재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왔다.’
그리고 끝으로 중국에는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의 여지가 많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의 제2위 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관세의 대응조치로 콩과 옥수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다른 작물은 수수다. 중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는 곡물이다. 중국은 이미 수수에 대한 미국 정부 보조금의 조사에 착수했다. 주로 가축사료인 수수는 중국에선 현지 주류 생산용으로 수요가 많다.
다른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의 위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복잡한 문제가 따르지만 관세인상에 대해 중국은 미국 채권의 매입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외환보유고가 급증해 왔다. 3조14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외환보유고 중 미국 달러가 무려 2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해 현재는 약 1조200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한다.
중국이 미국 국채매입을 줄이면 미국 정부의 신용공급원이 하나 줄게 된다. 미국 정부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판매가 감소하면 유통수익률이 오르고 그 영향이 다른 경제분야로 파급돼 경제 전반적으로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 크리스티나 마자·니콜 굿카인드 뉴스위크 기자, 지조 제이컵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뒤 다우 지수는 400포인트 급락했다. 그 뉴스에 일부 미국 철강주 시세는 10억 달러 정도 뛰었지만 나머지 종목에선 4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는 트윗을 띄웠다. ‘예컨대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적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나라가 얄밉게 굴 때는 무역을 중단하면 우리에게 큰 이익이다. 간단한 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골수 지지자까지 그 조치를 강력 비난했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사임하겠다고 반발했다(결국 지난6일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비판자들은 다른 나라들도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설 경우 미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소비재 가격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친트럼프 진영 공화당원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은 그 관세인상 조치를 가리켜 “미국인에게 필요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는 세제 인상”이라며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인상이 미국 제조업체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모든 영향”을 고려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벤 새시 상원의원(공화·네브래스카)은 무역전쟁은 “좋지도 이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역은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소비재의 물가를 낮춘다. 무역전쟁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무역전쟁으로 효과를 봤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이 1930년대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캐나다·EU·멕시코·중국·브라질 같은 일단의 주요 통상 파트너들은 미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제재조치를 할 경우 캐나다는 자국의 통상이익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공정 조치로 유럽 산업이 타격을 입도록 가만히 앉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철강정보센터(JSIC)의 야마구치 다다키 회장은 “외국산 철강에 대한 25%의 전면적인 관세는 무분별하고 순진한 조치”라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우방들로부터 보복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제조업 이외의 미국 산업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브라질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자간 또는 쌍방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호주의 통상장관은 트럼프 관세가 무역을 왜곡하고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 국제 자동차업체들을 대표하는 업계단체 글로벌자동차제조사협회의 존 보젤라 대표는 “세제개혁과 기타 제조업을 회생하고 국가안보를 지키려는 취지의 정부 정책에 따르는 혜택이 펜 한번 잘못 놀려서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와 트럭뿐만 아니라 공군 비행기, 해군 함정, 육군 차량 등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포드·GM·피아트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단체 미국자동차정책협회(AAPC)는 관세인상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경쟁이 극히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 판매 감소, 미국 자동차 수출 감소, 이들 경제활동으로 유지되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 결국에는 미국 경제 그리고 잠재적으로 이번 제재조치로 지원하려던 미국 철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정책변경은 맥주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밀러쿠어스는 트위터를 통해 ‘대다수 맥주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당사도 알루미늄 캔 맥주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맥주업계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공급되는 캔 재료인 알루미늄을 최대한 많이 구입한다. 그러나 우리 같은 미국 음료 메이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이 많지 않다. 이번의 그릇된 관세 인상으로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가 타격 받을 것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비슷한 이유로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 정책변화는 궁극적으로 철강산업 일자리 20만 개의 감소로 이어졌다. 부시는 18개월 만에 규제를 해제했다.
미국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의 반통상적인 스무트-홀리법이 관세를 182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무역전쟁을 불러왔다. 미국 농민을 보호하겠다는 발상이었지만 대공황으로 인한 고통에 다른 나라들의 보복까지 가중됐다. 1929~1934년 세계무역은 66% 감소했다. 미국의 대 유럽 무역도 약 3분의 2 감소했다. 금융정보 사이트 뱅크레이트닷컴의 선임 경제분석가 마크 햄릭은 “무역전쟁은 좋고 이기기 쉽다는 트윗 메시지는 대공황의 교훈을 포함해 역사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약 100개국에서 철강을 수입한다. 철강 수입물량이 국내 생산량의 4배에 달한다. 주로 캐나다·EU·한국에서 수입한다. 그 밖에 다수의 관련산업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철강에 의존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간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고용인원은 7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면 철강산업은 2000년 이후 35% 감소해 8만3600명에 불과하다. 미국 국내 철강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쇠퇴해 생산량이 약 22% 감소했다.
관세를 인상하면 침체된 철강산업이 더 위축되며 다른 산업에까지 피해를 주기 쉽다. 멕시코·중국·EU 등 많은 나라가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수출품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 시나리오는 생산 감소 그리고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전혀 취약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내내 베이징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미국 시장에 값싼 철강을 덤핑한다고 비난했다. 세계 철강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얼마간 뜸을 들인 뒤 중국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중국 철강공업협회의 한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는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이제 그의 말에 무감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인상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월 초 중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자간 무역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중국 강철공업협회 리신창 부회장은 관세 부과안을 가리켜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유권자에게 영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필사적인 시도”라고 평했다.
그리고 4일에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당국의 공식 입장이 발표됐다. 장예쑤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전인대 기자회견 석상에서 “그릇된 판단이나 가정에 근거해 정책이 수립된다면 중-미 관계를 훼손하고 어느 나라도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 중 중국산의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따라 너도나도 관세를 인상해야만 중국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이 그들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언젠가는 보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외교관도 있지만 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고 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다른 회원국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될 듯하다. 실제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중국 당국자들보다 더 거셌다.
유럽연합의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미국의 조치는 미국-유럽 관계와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게다가 철강·알루미늄을 수입하는 산업을 포함해 미국 소비자의 비용이 증가하고 선택이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EU는 WTO 기준에 부합하는 대미 대응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중국에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을 피해야만 할 약점이 중국에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은 관세를 맞을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 미국에 똑같거나 더 큰 고통을 안겨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산 타이어에 35% 관세를 때렸을 때 중국은 미국산 닭다리에 대한 고율의 페널티로 보복했다. 미국은 타이어 관세로 약 1000개의 일자리를 지켰지만 닭다리 제재조치는 1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한 조사에서 중국에 미국시장의 중요성이 감소해 왔으며 대미 수출이 중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철강의 경우 중국은 대미 수출량 면에서 11위에 지나지 않는다.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중국보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맹방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이나 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관세전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점이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미국의 공세를 맞아 중국이 위축되리라는 이론에도 반박한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압력에 당당히 대응하고 응징조치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방법으로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항상 미국의 무역제재에 상응하는 보복을 해왔다.’
그리고 끝으로 중국에는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의 여지가 많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품의 제2위 시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관세의 대응조치로 콩과 옥수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다른 작물은 수수다. 중국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는 곡물이다. 중국은 이미 수수에 대한 미국 정부 보조금의 조사에 착수했다. 주로 가축사료인 수수는 중국에선 현지 주류 생산용으로 수요가 많다.
다른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의 위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복잡한 문제가 따르지만 관세인상에 대해 중국은 미국 채권의 매입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외환보유고가 급증해 왔다. 3조14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외환보유고 중 미국 달러가 무려 2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해 현재는 약 1조200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한다.
중국이 미국 국채매입을 줄이면 미국 정부의 신용공급원이 하나 줄게 된다. 미국 정부 프로그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판매가 감소하면 유통수익률이 오르고 그 영향이 다른 경제분야로 파급돼 경제 전반적으로 대출 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 크리스티나 마자·니콜 굿카인드 뉴스위크 기자, 지조 제이컵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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