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구할 수 있고, 건강에 좋으며, 탄소발자국도 적어 기아 근절의 효과적인 도구로 부상한다 (왼쪽부터) 멕시코에선 다양한 곤충이 식품으로 판매된다. 중국 베이징의 거리음식으로 등장한 메뚜기 등의 곤충 골격. 딱정벌레목 갈색거저리로 만든 곤충버거. / 사진:WIKIMEDIA COMMONS식량안보 위기를 막고 기아를 근절하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서 곤충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하면 지구상의 굶주림을 이겨내고 식량 부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가뭄, 해충 피해로 아프리카에서 주식으로 이용되는 옥수수 같은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때 곤충은 단백질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대용 식량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인류는 고대부터 곤충을 먹었다. 중국에선 기원전 십수 세기에 왕후가 벌이나 매미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신약성서에도 세례 요한이 메뚜기와 벌꿀을 먹었다고 나와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매미를 품격 있는 간식으로 여겼고, 로마인도 풍뎅이 유충을 즐겨 먹었다고 알려졌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한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약 20억 명이 곤충을 먹는다. 그들 대다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에 산다.
곤충은 굶주림과 영양실조를 막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건강에 이로우며, 생산에 따르는 탄소발자국(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른 식품보다 훨씬 적으며, 다양한 사업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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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 지구에 곤충은 풍부하다.
특히 아프리카에 아주 많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곤충 1900종 이상이 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한다. 딱정벌레, 애벌레, 메뚜기, 벌, 개미가 대표적인 식용 곤충이다. 게다가 곤충은 전통적인 가축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성장과 번식주기를 보여준다. 곤충은 한 달 안에 성체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은 생애 주기가 3주 이내에 완성된다. 사육에 필요한 토지 공간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곤충 사육은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케냐에선 귀뚜라미를 양동이나 상자에서 사육한다. 암컷 성체가 젖은 솜 아래 수정된 알을 낳는다. 한 달이 지나면 알에서 유충이 나와 채소, 콩가루, 물을 먹고 자란다. 귀뚜라미가 성체로 성장하는 데는 세 달이 걸린다. 짐바브웨에선 벤처기업 모파네 웜 엔터프라이즈가 모파네 나무를 재배한다. 그 나무에 나방이 알을 낳는다. 알을 깨고 나오는 유충은 그 나뭇잎을 먹고 자란다. 그 유충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모파네 웜으로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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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곤충을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
곤충은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필수 영양소의 지속가능한 대용 출처가 될 수 있다. 특히 곤충은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소·닭·염소·양 등의 전통적인 단백질원보다 g당 단백질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영양 혜택은 곤충의 종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메뚜기목이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많다. 또 포화지방보다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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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곤충은 친환경적이다.
농업과 가축 사육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출처다. 그러나 곤충은 전통적인 농업과 달리 온실가스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메탄 가스의 경우 10분의 1, 아산화질소는 300분의 1 수준이다. 아울러 곤충은 냉온동물로 체온 유지에 적은 에너지를 소모해 적은 양의 사료를 필요로 한다. 물도 가축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적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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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곤충은 돈이 된다.
곤충은 기업가에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프리카인 수백만 명이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수익성 높은 새로운 사업으로 개발할 수 있다. 곤충은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 먹어도 되고 가공해도 된다. 가공할 경우 단백질 분말로 만들어 식품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 식품이나 사료로 곤충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네덜란드부터 남아공, 케냐까지 세계 각지에서 그런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선 곤충이 식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59% 이상이 곤충을 먹는다. 짐바브웨의 조사에서도 대다수가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대부분 곤충이 소비되고 있다.
남아공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곤충을 먹는다. 그곳에서 가장 인기 높은 식용 곤충은 모파네 애벌레다. 모파네 애벌레는 진미 식품으로 짐바브웨와 나미비아 같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인기다. 케냐에선 농민과 기업가들이 기아 근절 수단으로 곤충에 눈을 돌린다. 예를 들어 소규모 자작농 가족은 흉년일 때 식사를 보완하기 위해 흰개미를 먹는다. 농민은 현지 시장에 내다 팔 목적으로 곤충을 사육하기도 한다. 케냐에서 실시된 최근 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그곳에선 식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곤충은 흰개미와 깔따구다. 메뚜기·개미·귀뚜라미도 흔히 식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아와 식량 위기, 영양실조를 막는 데 곤충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쉽지만은 않다. 실험실에서 곤충을 키우는 곤충학자로서 나는 무엇이 애로 사항인지 잘 안다. 곤충을 사육하려면 세심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특히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곤충은 박테리아 감염에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분야에 적용되는 법이 없다. 따라서 곤충 사육이라는 모험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가들이 적절한 식량·위생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관련 법이 속히 제정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안보 위기가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곤충은 혁신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 에스더 은두미 은굼비
※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학(어배너-섐페인 캠퍼스) 곤충학과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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