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쌍둥이 연구에서 노화 지표인 염색체 텔로미어가 더 길어졌다가 귀환 후 다시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스콧(오른쪽)과 마크. 스콧의 우주 체류로 두 사람은 서로 달라졌을까? / 사진:NASA-EPA/YONHAP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하루가 빨리 간다.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ISS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는 지구 상공 483㎞에서 시속 약 2만7360㎞로 이동하는 작은 박스 안에서 생존을 위해 동료 몇 명과 함께 떠다니며 지상 기준으로 치면 ‘매일’ 16차례의 일출과 일몰을 본다.
우리가 우주 공간 속을 더 오래, 더 깊이 탐사하면서 이제 지구 밖의 삶이라는 미래 비전을 이해하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마션’이나 ‘그래비티’, 또는 ‘인터스텔라’보다 훨씬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제 우주비행에서 우리 인체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주비행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주에서 우리가 늙어가는 속도는 지상에 있을 때와 다를까? 과연 우리는 우주의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당연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중요한 관심사다. 우주여행과 장기간의 우주탐사가 우리 몸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또 그런 변화가 영구적일까 아니면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하면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현재로썬 우리가 답을 거의 모르는 문제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와 마크 켈리 덕분에 이런 흥미로운 의문의 답을 찾을 좋은 기회가 생겼다.
2012년 11월 NASA는 최초의 ISS 1년 연속 체류 임무를 목표로 스콧을 선발했다. 얼마 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스콧은 임무 중 일부분으로 장기간의 우주 체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지상에서 지낼 일란성 쌍둥이 마크와 비교 연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마크 역시 우주비행사로 미국 해군 시험비행 조종사 출신이다.놀랍게도 켈리 형제는 일란성 쌍둥이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선천적 요인(타고난 유전자)과 후천적 요인(성장과 생활환경)이 거의 같았다. 그러면서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완벽한 우주실험 ‘NASA 쌍둥이 연구’가 자연스럽게 기획됐다. 그 계획에 따라 스콧은 ISS에서 1년 동안 체류했고, 그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마크는 그동안 지상에 남아 있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하며 DNA를 보호한다. 그러나 우리가 늙어가면서 텔로미어도 짧아진다.‘NASA 쌍둥이 연구’는 장기간의 우주비행에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금까지 실시된 것 중 가장 포괄적인 실험이었다. 이 결과는 앞으로 우주비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 연구와 개인 우주비행사를 위한 맞춤형 접근법의 기초가 될 것이다.
나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의 암 전문 생물학자로서 주로 방사선 노출이 인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NASA 쌍둥이 연구’에서 나는 특히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s, 말단소립)가 1년의 우주 체류로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예를 들어 신발 끈 끝에 있는 플라스틱 팁과 같이 DNA 가닥의 끝에 위치한 일종의 ‘마개’로서 염색체를 보호함으로써 노화를 조절한다. 텔로미어는 조직 재생과 재생에 필요한 세포 분열에 따라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단축된다.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는 조직 재생능력을 가리키며, 노화를 측정하는 생체지표라고 말할 수 있다.
NASA는 ‘쌍둥이 연구’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10개 팀을 선정했다. 세부 연구 주제는 분자·생리·행동 측면을 포함했다. 또 우주비행사 실험 최초로 구체적인 학문 분야에 근거한 연구가를 실시했다. 한 팀은 우주 체류가 유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유전체학). 다른 팀은 발현을 통해 mRNA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조사했다(전사체학). 일부 연구는 DNA 코드를 바꾸지 않는 후천적 화학 수식이 유전자 조절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후생유전체학). 또 어떤 연구자는 세포에서 생산된 단백질을 탐구했고(단백질체학), 또 어떤 과학자는 대사 산물을 조사했다(대사체학).그뿐 아니라 우주 환경이 미생물군총(마이크로바이옴,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바이러스·균류 등 미생물과 그 유전 정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연구했다. 또 한 팀은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사했다. 다른 팀은 스콧에게서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의 생체지표를 찾는 생물학적 샘플을 찾고 미세중력에 따른 신체 내부의 체액 상부 이동(시력에 영향을 주고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을 연구했다. 아울러 우주비행사에 맞게 고안된 컴퓨터 기반 인지 테스트 기법으로 인지기능도 측정했다.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6개월째가 되던 날 정거장의 스콧(오른쪽)이 지구의 마크와 실시간으로 영상 통화를 했다(왼쪽 사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던 때의 스콧. / 사진:NASANASA는 스콧의 ISS 1년 체류를 기준으로 그 전과 후, 체류 기간 중으로 나눠 여러 차례 쌍둥이의 대변·소변·혈액 등 생물학적 시료 300가지 이상을 수집했다. 스콧과 마크는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쌍둥이 중 한 쌍이며 인터뷰도 가장 많이 했다. 실험 도중 사람들이 그들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ISS에 체류하는 스콧이 지상에 남아 있는 마크보다 더 젊은 상태로 지구에 귀환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쌍둥이 연구’는 영화 ‘인터스텔라’(우주여행을 다녀온 아버지는 출발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데 지구에 남아 있었던 딸은 백발노인이 돼 만난다)나 아인슈타인의 ‘쌍둥이 역설’(Twin Paradox, 쌍둥이 형제 중 형이 거의 광속으로 항진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고 동생은 계속 지구에 남아있는 경우 동생이 형보다 더 늙어 있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가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ISS는 아무리 이동 속도가 빨라도 빛의 속도와는 큰 차이가 나므로 ‘시간 팽창(time dilation, 광속 이동에 따른 시간의 지연 현상)’이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쌍둥이 형제 사이의 나이 차가 난다면 겨우 몇 밀리 초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주비행과 관련된 노화와 그에 따른 노화 관련 질병(치매·심장병·암 등)의 발병 위험(임무 수행 중과 그 후)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바로 그 문제를 텔로미어 길이 연구로 고찰했다.앞서 설명했지만,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으로 염색체의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염색체를 유지하고 유전체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하면서,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는 산화 스트레스나 염증, 영양 상태, 신체적 활동, 심리적 스트레스, 환경적 노출(대기 오염, 자외선·이온화 방사선)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텔로미어 길이는 개인의 유전자 시스템, 경험, 환경 노출을 반영하며 일반적인 건강과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우리 연구는 우주비행사가 경험하는 특유의 스트레스와 외계 환경 노출(고립감, 미세중력, 높은 이산화탄소 수치, 우주방사선 등)이 텔로미어의 단축과 노화를 가속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우리는 스콧의 ISS 1년 체류 전과 후, 체류 중에 켈리 쌍둥이 형제 두 사람에게서 수집한 혈액 시료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다.
처음엔 두 사람의 텔로미어 길이가 상대적으로 비슷했다. 또 예상한 대로 지구에 남아 있었던 마크의 텔로미어 길이는 연구 내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ISS로 날아간 스콧의 경우 그곳에 체류하는 동안 어느 시점에서든 시료를 수집해도 텔로미어가 이전보다 더 길어진 것으로 측정됐다. 우리가 예상했던 결과와 정반대였다.
더구나 스콧이 지구로 귀환하자 텔로미어의 길이가 급속히 짧아졌다가 그다음 몇 달 동안 안정되면서 우주로 떠나기 전의 평균과 비슷해졌다. 그러나 노화와 질병 위험의 측면에서 보면 스콧의 경우 우주비행 전보다 짧은 텔로미어가 상당히 많아졌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스콧의 경우처럼 우주비행과 관련된 텔로미어 길이의 변화가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늙어가면서 노화 관련 질병을 앓기 때문이다. ‘NASA 쌍둥이 연구’의 결과는 노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키고 질병을 막는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 체류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NASA 쌍둥이 연구’는 달과 화성, 또는 그 너머로 뻗어 나가는 인류의 여정에서 하나의 중요한 단계다. 어쩌면 ‘공상과학’을 ‘진실과학’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수전 베일리
※ [필자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방사선종양생물학·종양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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