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프로 환율 돋보기] 달러화 반등을 초래한 주식시장의 특이 동향
[백프로 환율 돋보기] 달러화 반등을 초래한 주식시장의 특이 동향
예기치 못한 변동성에 ‘안전자산’ 달러화 반응… 지속 상승은 어려워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입 열풍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휘감았다. 달러화를 쥔 미국의 개인투자자들도 맹렬하게 주식 투자에 나섰다. 그 중 일부는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 이르렀다. 그리고 게임스탑(GameStop)이라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 일부가 나가떨어지게 만들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들 무리에 동참하는 세력은 더욱 늘어났다. 1월 하순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세 몰이에 나섰던 이런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레버리지를 동원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투자 스타일상, 손실이 생기면 마진 콜(margin call)로 이어지곤 한다. 이번 손실로 마진 콜에 따른 증거금 부족분을 채워 넣어야 했던 헤지펀드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다른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공격을 받았던 개별 종목들의 주가는 오히려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집단적 반발 매수세 덕에 급등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교란했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멀어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속된 말로 달나라로 가 버렸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SNS의 날개를 달고 자본시장을 휩쓴 우리 시대의 단면이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1월 말경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2021년 첫 거래일에 1080원 하향 돌파를 목전에 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120원을 넘나드는 수준까지 반등했다.
공룡 헤지펀드와의 빅 매치 결과에 고무된 개인 투자자들은 다음 타겟을 지목했다. 은(Silver)이다. 누군가가 “은의 가격이 드러나지 않는 인위적 힘에 의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은의 가격은 온스당 $25가 아니라 $1000이 되어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했고, 이에 동참하는 세력들이 나타나자 은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국 규제 당국 역시 주시하기 시작했다.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며 한 때 화폐의 기준이 되기도 했던 은이기에, 과거에도 투기의 희생양이 된 역사가 있다. 텍사스 석유재벌이었던 헌트(Hunt) 3형제가 1970년 대 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유명하다. 헌트 형제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해 1970년대 초부터 은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1979년 즈음에는 글로벌 은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이들의 은 보유량은 각 정부의 보유량을 제외하면 전세계 은 공급량의 1/3에 이른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자 1979년 초 트로이 온스당 $6에 불과했던 가격이 1980년 1월 17일에는 $49.45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이댔고, 은 가격은 곧장 폭락했다. 뉴욕 귀금속거래소(COMEX)가 차입을 통한 원자재 거래를 제한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은을 매수했던 헌트 형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들이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자 원자재 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퍼졌다. 이 사건은 투자 대상으로서 은의 가치가 빛을 바랜 결정적 계기였다.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은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은 워런 버핏이다. 저평가된 은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버핏은 1997년 $5를 밑돌 때 은을 사기 시작하여 2006년 $10이 넘는 평균 가격에 은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2011년 원자재 수퍼 사이클의 정점에서 $50에 육박했으니 버핏의 명성에 비하면 인상적인 투자 결과는 아니었다. 그의 펀드는 한때 전세계 은의 37%까지 소유했다.
그런데 버핏이 은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흥미롭다. 버핏은 투자 대상으로서 금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던 그가, 정확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펀드가 2020년에 캐나다 금광회사인 바릭골드(Barrick Gold Corporation)에 투자했다는 것이 공시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주식의 비중은 그가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그가 해당 투자 결정에 관여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90세를 넘긴 고령의 버핏은 투자 의사 결정을 후임 매니저들에게 대부분 넘긴 지 오래다. 게다가 그의 펀드가 투자한 것은 금광회사이지, 금이 아니다. 금광회사는 금과 달리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있고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도 있고, 보유한 자산이 있고, 배당금도 지급한다.
금과 은은 닮은 듯 다른 구석이 있다.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산업에서 활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금은 산업재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수요가 더 많다면 은은 투자 대상보다 산업재로서의 수요가 더 크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태양광 등 친환경 소재로 은의 활용가치가 높아졌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둘 다 달러화 기준으로 가격을 표시하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금과 은의 가격을 높이고 달러화 가치 상승은 금과 은의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금리와도 관계가 있다. 달러화 기준의 금 가격은 미국의 실질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금리 자체가 해당 통화의 진정한 돈 값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 금리가 상승하면 금 가격이 하락하고 실질 금리가 하락하면 금 가격이 상승한다.
국내외 실질 금리의 차이는 환율과 달러화 가치를 좌우하는 국제 자본의 이동에도 중요한 변수다. 자본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속성이 있어서다. 연초에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명목 금리인 미국채 금리보다 실질 금리에 해당하는 물가연동국채 금리가 더 중요하다. TIPS라 불리는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1% 수준으로 마이너스의 영역에 있다. 이 수준으로는 달러화의 매력을 높이기 어렵다. 달러화의 상승을 논하기에는 섣부른 이유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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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세 몰이에 나섰던 이런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오히려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레버리지를 동원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투자 스타일상, 손실이 생기면 마진 콜(margin call)로 이어지곤 한다. 이번 손실로 마진 콜에 따른 증거금 부족분을 채워 넣어야 했던 헤지펀드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다른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공격을 받았던 개별 종목들의 주가는 오히려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집단적 반발 매수세 덕에 급등했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교란했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멀어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속된 말로 달나라로 가 버렸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SNS의 날개를 달고 자본시장을 휩쓴 우리 시대의 단면이다.
게임스탑 사태에 주목받는 은
공룡 헤지펀드와의 빅 매치 결과에 고무된 개인 투자자들은 다음 타겟을 지목했다. 은(Silver)이다. 누군가가 “은의 가격이 드러나지 않는 인위적 힘에 의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은의 가격은 온스당 $25가 아니라 $1000이 되어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했고, 이에 동참하는 세력들이 나타나자 은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국 규제 당국 역시 주시하기 시작했다.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며 한 때 화폐의 기준이 되기도 했던 은이기에, 과거에도 투기의 희생양이 된 역사가 있다. 텍사스 석유재벌이었던 헌트(Hunt) 3형제가 1970년 대 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유명하다. 헌트 형제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해 1970년대 초부터 은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1979년 즈음에는 글로벌 은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이들의 은 보유량은 각 정부의 보유량을 제외하면 전세계 은 공급량의 1/3에 이른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자 1979년 초 트로이 온스당 $6에 불과했던 가격이 1980년 1월 17일에는 $49.45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이댔고, 은 가격은 곧장 폭락했다. 뉴욕 귀금속거래소(COMEX)가 차입을 통한 원자재 거래를 제한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은을 매수했던 헌트 형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들이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자 원자재 시장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퍼졌다. 이 사건은 투자 대상으로서 은의 가치가 빛을 바랜 결정적 계기였다.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은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은 워런 버핏이다. 저평가된 은이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버핏은 1997년 $5를 밑돌 때 은을 사기 시작하여 2006년 $10이 넘는 평균 가격에 은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2011년 원자재 수퍼 사이클의 정점에서 $50에 육박했으니 버핏의 명성에 비하면 인상적인 투자 결과는 아니었다. 그의 펀드는 한때 전세계 은의 37%까지 소유했다.
그런데 버핏이 은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흥미롭다. 버핏은 투자 대상으로서 금을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던 그가, 정확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펀드가 2020년에 캐나다 금광회사인 바릭골드(Barrick Gold Corporation)에 투자했다는 것이 공시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주식의 비중은 그가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그가 해당 투자 결정에 관여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90세를 넘긴 고령의 버핏은 투자 의사 결정을 후임 매니저들에게 대부분 넘긴 지 오래다. 게다가 그의 펀드가 투자한 것은 금광회사이지, 금이 아니다. 금광회사는 금과 달리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있고 영업으로 창출하는 현금흐름도 있고, 보유한 자산이 있고, 배당금도 지급한다.
금과 은은 닮은 듯 다른 구석이 있다.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산업에서 활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금은 산업재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수요가 더 많다면 은은 투자 대상보다 산업재로서의 수요가 더 크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태양광 등 친환경 소재로 은의 활용가치가 높아졌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둘 다 달러화 기준으로 가격을 표시하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금과 은의 가격을 높이고 달러화 가치 상승은 금과 은의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실질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국내외 실질 금리의 차이는 환율과 달러화 가치를 좌우하는 국제 자본의 이동에도 중요한 변수다. 자본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속성이 있어서다. 연초에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명목 금리인 미국채 금리보다 실질 금리에 해당하는 물가연동국채 금리가 더 중요하다. TIPS라 불리는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1% 수준으로 마이너스의 영역에 있다. 이 수준으로는 달러화의 매력을 높이기 어렵다. 달러화의 상승을 논하기에는 섣부른 이유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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