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경영이 안 보인다] 유통·화학 등 경쟁사에 밀려… 폐쇄적 기업문화 탓에 역동성 부족 지적도
[위기의 롯데, 경영이 안 보인다] 유통·화학 등 경쟁사에 밀려… 폐쇄적 기업문화 탓에 역동성 부족 지적도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실적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이에 롯데그룹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 수익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자구책을 실행하고 있으나, 재계 안팎에선 “사업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뿐, 신(新)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관료화, 순혈주의 등 폐쇄적 조직문화가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업계 일부에선 “아날로그의 최강자였던 롯데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마저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이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6조762억원, 영업이익 3461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매출액은 2019년보다 8.8% 줄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1%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8010억원, 2018년 5970억원, 2019년 4279억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조2346억원, 영업이익은 35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9.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68.1%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2조929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8년 1조9462억원, 2019년 1조1073억원 등으로 하락세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수년째 실적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 등에서 직격탄을 맞은 롯데가 이들 악재를 돌파할만한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7년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지속적인 악재에도, 이들 위기를 돌파할 정도의 타개책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예상치 못한 위기로 실적 부진을 겪은 것은 맞지만, 위기를 돌파할 쇄신책이나 미래 성장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선 화학 등 에너지 분야에서 롯데그룹과 경쟁하고 있는 LG그룹, SK그룹 등은 각 그룹의 명운을 걸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10년 넘게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집중 육성해온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는 등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배터리 사업 부분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조35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9년보다 무려 185.1%나 급증한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SK그룹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롯데케미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조 단위 투자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헝가리·미국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와 SK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 “SK가 무리하게 배터리 사업을 키우다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SK가 무리를 무릅쓰고 전기차 배터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위험해 보일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힘을 준 것은 그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화그룹 역시 10년 넘게 태양광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2010년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큐셀)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주거·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5년간 태양광과 수소 등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실탄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29.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의 최근 3년간 주가 추이를 봐도 경쟁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간 LG화학 주가는 지난 1월 15일 105만원으로 고점을 찍었으며,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의 고점도 1월 15일 5만8740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역시 지난 2월 5일(32만7500원)에 3년간 고점을 찍었다.
반면 롯데케미칼 주가의 최근 3년간 고점은 지난 2018년 3월 2일 47만5000원이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초 10만원대로 폭락한 이후 현재 30만원대로 회복되긴 했지만, 2018년만큼 반등하진 못한 셈이다. 신성장 동력 등으로 지난해 국내 증시 활황세에 올라탄 LG화학, 한화솔루션 등과 비교해 성장가능성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 주력 계열사 롯데마트도 경쟁사인 이마트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2019년에 비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이마트 연결기준 매출액은 21조3949억원으로,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57.4% 증가한 2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뀐 상황인데, 롯데는 신세계 등 경쟁사와 비교해 온라인 투자에서 뒤처지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그룹은 위기 돌파를 위해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원 100명 이상을 감원하고 그룹 전반에 걸쳐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인수합병 등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롯데 내부에서조차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혁신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각 분야의 1위가 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과감히 진행하고,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연구개발 투자를 더욱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매·유통이 뿌리인 롯데그룹이 사드 문제, 코로나19 등으로 기존 사업에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이 주력 사업으로 부상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LG화학 등 전통 석유화학업체들이 친환경 전환 등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과 달리, 롯데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확장·강화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해 석유화학 사업의 외연을 대폭 확장한 이후 줄곧 기존 사업과 연관된 시설 투자 등에 집중해왔다. 2019년 미국에 준공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문제점으로 보수적인 일본 기업문화 등도 거론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롯데의 기업 문화가 일본 기업 문화와 비슷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아날로그 세계 최강자에서 디지털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로 밀렸는데, 롯데 역시 일본의 관료적인 조직 문화 등을 닮아 디지털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그동안 롯데가 좋은 입지를 선점해 대규모 매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유통 사업을 빠르게 키웠지만,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에 달하는 빅블러(경계 융화 현상) 시대에서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방안이 필요하다”며 “젊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그동안 롯데그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한 것과 대조적으로 공채 출신 중심의 내부 인사 중용에 집중해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롯데그룹의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롯데쇼핑 헤드쿼터 기획전략본부장에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의 정경운 본부장이 선임됐는데, 롯데쇼핑에서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른바 ‘독한 인사’로 표현될 정도로 감원 폭이 컸던 지난해 말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도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친 강성현 롯데마트 사업부장(전무)이 선임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외부 인재는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인사에서 50대 초반의 대표를 대거 선임한 것을 파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롯데의 순혈주의는 강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자구 노력 외에도 화학 분야에 5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을 달성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선 “전기차 배터리, 수소 등 명확한 사업 구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사업에 대한 내용을 보면, 친환경 소재 개발 등 다소 추상적인 내용에 그쳤다”며 “통상 기업들이 조 단위 투자를 발표할 때 대규모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 계획 등을 밝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만 갖고 롯데의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가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50여개의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고용 승계로, 롯데 출신이 아닌 다양한 인재가 근무하는 곳이 롯데그룹”이라며 “상시적으로 유능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빈도도 늘고 있는 만큼, 순혈주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유통 등 주요 사업과 동떨어진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면 장기간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며 “롯데알미늄의 2차전지용 양극박 공장 증설 등 기존 사업과 연계된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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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내부에서도 “관료화, 순혈주의 등 폐쇄적 조직문화가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업계 일부에선 “아날로그의 최강자였던 롯데가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마저 내놓고 있다.
LG·신세계 달리는데, 방향 모호한 롯데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조2346억원, 영업이익은 35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9.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68.1%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2조929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8년 1조9462억원, 2019년 1조1073억원 등으로 하락세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수년째 실적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 등에서 직격탄을 맞은 롯데가 이들 악재를 돌파할만한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7년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지속적인 악재에도, 이들 위기를 돌파할 정도의 타개책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예상치 못한 위기로 실적 부진을 겪은 것은 맞지만, 위기를 돌파할 쇄신책이나 미래 성장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선 화학 등 에너지 분야에서 롯데그룹과 경쟁하고 있는 LG그룹, SK그룹 등은 각 그룹의 명운을 걸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10년 넘게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집중 육성해온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는 등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배터리 사업 부분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조35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19년보다 무려 185.1%나 급증한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SK그룹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롯데케미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조 단위 투자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헝가리·미국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의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와 SK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 “SK가 무리하게 배터리 사업을 키우다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SK가 무리를 무릅쓰고 전기차 배터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위험해 보일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힘을 준 것은 그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화그룹 역시 10년 넘게 태양광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2010년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큐셀)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주거·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5년간 태양광과 수소 등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실탄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29.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의 최근 3년간 주가 추이를 봐도 경쟁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간 LG화학 주가는 지난 1월 15일 105만원으로 고점을 찍었으며,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의 고점도 1월 15일 5만8740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역시 지난 2월 5일(32만7500원)에 3년간 고점을 찍었다.
반면 롯데케미칼 주가의 최근 3년간 고점은 지난 2018년 3월 2일 47만5000원이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초 10만원대로 폭락한 이후 현재 30만원대로 회복되긴 했지만, 2018년만큼 반등하진 못한 셈이다. 신성장 동력 등으로 지난해 국내 증시 활황세에 올라탄 LG화학, 한화솔루션 등과 비교해 성장가능성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 주력 계열사 롯데마트도 경쟁사인 이마트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2019년에 비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이마트 연결기준 매출액은 21조3949억원으로,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57.4% 증가한 23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뀐 상황인데, 롯데는 신세계 등 경쟁사와 비교해 온라인 투자에서 뒤처지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선 “일본 기업 문화 한계” 지적도
재계 관계자는 “소매·유통이 뿌리인 롯데그룹이 사드 문제, 코로나19 등으로 기존 사업에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이 주력 사업으로 부상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LG화학 등 전통 석유화학업체들이 친환경 전환 등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과 달리, 롯데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확장·강화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해 석유화학 사업의 외연을 대폭 확장한 이후 줄곧 기존 사업과 연관된 시설 투자 등에 집중해왔다. 2019년 미국에 준공한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EG)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문제점으로 보수적인 일본 기업문화 등도 거론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롯데의 기업 문화가 일본 기업 문화와 비슷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아날로그 세계 최강자에서 디지털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로 밀렸는데, 롯데 역시 일본의 관료적인 조직 문화 등을 닮아 디지털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그동안 롯데가 좋은 입지를 선점해 대규모 매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유통 사업을 빠르게 키웠지만,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에 달하는 빅블러(경계 융화 현상) 시대에서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방안이 필요하다”며 “젊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그동안 롯데그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한 것과 대조적으로 공채 출신 중심의 내부 인사 중용에 집중해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롯데그룹의 순혈주의가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롯데쇼핑 헤드쿼터 기획전략본부장에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의 정경운 본부장이 선임됐는데, 롯데쇼핑에서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자리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른바 ‘독한 인사’로 표현될 정도로 감원 폭이 컸던 지난해 말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도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친 강성현 롯데마트 사업부장(전무)이 선임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외부 인재는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인사에서 50대 초반의 대표를 대거 선임한 것을 파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롯데의 순혈주의는 강하다”고 말했다.
“청사진 가늠 어렵다” 지적도
롯데그룹 측은 “50여개의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고용 승계로, 롯데 출신이 아닌 다양한 인재가 근무하는 곳이 롯데그룹”이라며 “상시적으로 유능한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빈도도 늘고 있는 만큼, 순혈주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유통 등 주요 사업과 동떨어진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면 장기간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며 “롯데알미늄의 2차전지용 양극박 공장 증설 등 기존 사업과 연계된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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