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20일 발표한 ‘국내 수출의 특징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출 호실적을 이어가려면 품목·시장의 질적 고도화 통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GI는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주요 특징으로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를 꼽았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7.3%에서 올해 19.7%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기록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4.0% 가운데 약 1.1%포인트가 반도체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관련 품목도 수출에 크게 기여했다. 자동차 수출량 중 친환경차 수출 비중은 2019년 11.3%에서 2021년 18.9%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내년 수출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도 남아있다. SGI는 3대 리스크로 ▶반도체 사이클 전환 ▶미 테이퍼링 후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 성장 둔화 등을 꼽았다.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 전환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 차이에 따라 2년 내외 주기로 가격 등락을 반복했는데 내년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IT 버블 붕괴(2001년), 1, 2차 치킨게임(2008년, 2011년) 등의 시기에 반도체 수출이 최대 40% 이상 감소했는데 내년 반도체 수출이 10% 줄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후 신흥국의 성장이 둔화하는 것도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만성적 저성장, 인플레이션, 과도한 재정적자 등을 겪는 일부 신흥국이 경제성장 둔화와 수입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3%로 매우 높은 상황인데 중국의 수입수요가 줄면 국내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SGI는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10% 줄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56%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SGI는 ▶수출품목 다양화 ▶친환경·고부가 신산업 육성 ▶수출시장 다변화 ▶공급망 관리 등을 꼽았다.
 
SGI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중국 수출을 대체할 아세안·선진국 등의 수출지역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시장 판로를 다양화하기 위해 수출상담회 확대, 온라인·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채널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내년에는 반도체 사이클 전환 등 위험 요인에 대응하고, 미국이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틀'(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입수해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