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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유연성‧엄격한 법집행” 외친 기업…내로남불 지적

경총, 노동개혁‧일자리 창출 위해 노동개혁 필요
노조 불법 행동에는 “법치주의”
부당노동행위에는 “형사처벌 폐지” 주장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다수 기업이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0개 기업 임원들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고 9일 밝혔다.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법제 선진화와 협력적 노사문화 확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6.6%, 14.6%였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39.6%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서는 연장근로 산정기준 변경(31.5%),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단위기간·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31.0%),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29.5%)가 필요하다고 보는 응답자가 많았다.  
 
주목할 점은 노조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의 인식 차이였다. 노조가 있는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고용노동정책으로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한 산업현장의 법치주의 확립’(38.9%)이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동에 대처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바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새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산업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나설 것을 국내 기업들이 기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노동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에만 유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경영상 해고요건 강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응답 기업 가운데 40%는 고용경직성 완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대안으로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를 선택했다. 지금은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을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준을 바꿀 경우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당노동행위 시 형사처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16.6%)에 대해서도 엄격한 법집행을 바라는 기업의 목소리와 상충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은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로 노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공정한 노사관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반대로 기업이 부당노동을 강요할 경우 처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법과 규정에 따라 노동자를 대우하고 근로 조건을 준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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