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수출봉쇄, 삼성‧SK 초긴장…‘화웨이 제재' 때와 비교도 안 된다
우리 기업 반도체 수출 中 의존도↑
낸드, D램 등 절반은 중국서 직접 생산
美 제재 예상대로 진행되면 피해 불가피
미국이 첨단 기술을 비롯한 장비 수출 제한 등 중국을 향한 반도체 견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중국과 거래 규모도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미국 제재가 시작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나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제제 방식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다. FDPR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면 생산지가 어디인지에 관계없이 특정 국가에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0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에 FDPR을 적용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혜택을 주면서 해외 파트너에 기술 이전 강요 등 공정경쟁을 위협하고 있다며 비판했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패권 견제를 두고 갈등하던 미국이 급성장한 화웨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강력한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당시 스마트폰 출하량 1~2위를 다투던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위기에 내몰렸다.
삼성·SK, 반도체 생산·수출 모두 中의존도↑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사태 당시 삼성이나 SK하이닉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화웨이가 견제 대상이 되면서 화웨이가 수입하던 우리 반도체가 갈 곳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수요가 늘면서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웨이 영향력이 줄어든 스마트폰 시장 일부를 삼성전자가 흡수하면서 오히려 호재가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이번 제재는 한 회사가 아니라 반도체라는 특정 물품을 대상으로 삼아 우리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FDPR을 통해 반도체 중국 수출 봉쇄령이 내려지면 우리 기업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포함해 우리 기업들도 중국 수출을 통해 큰 이익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690억 달러) 가운데 절반가량(48%)이 중국 수출에서 나왔다. 홍콩 수출까지 합치면 수출 규모는 더 커진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중국 산시성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 SK하이닉스의 장쑤성 우시 D램 공장 등 생산 시설을 고려하면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가량을 시안공장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 역시 우시 공장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의 정확한 중국 제재안이 나오지 않아 섣부르게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예상대로 강력한 제재가 시행되면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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