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한화’, 힘든 ‘현대차’…美 IRA에 희비 교차
한화솔루션, 3조2000억 태양광 투자 계획…바이든 “환영”
현대차그룹, IRA 보조금 차별 문제 해결 난항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우리 기업의 투자 지형도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한화와 차별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현대자동차 모두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표정은 극과 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RA는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 방식으로 친환경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전기차‧이차전지‧태양광 사업 등이 IRA 정책에 영향을 받는 핵심 사업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한화가 IRA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에너지 시장조사 기관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용 모듈은 17분기 연속, 상업용 태양광 모듈은 12분기 연속 점유율 1위다.
북미 태양광 시장이 매년 20%가량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한화솔루션은 IRA를 기회로 미국 태양광 시장 다잡기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또 2019년부터 모듈 양산을 시작한 미국 달튼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 1.7GW에서 올해 말까지 5.1GW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1.4GW 규모 생산 라인 증설을 끝내고 연말까지 2GW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이 내년 말 달튼 공장과 카터스빌 공장의 신증설을 완료하면,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은 총 8.4GW로 늘어난다. 이는 미국 가구 기준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화가 미국 태양광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배경에는 투자가 곧 성장‧이익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태양광 사업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 1위 사업자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화솔루션의 경우 IRA 세제 혜택을 고스란히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한화의 미국 내 태양광 투자 계획을 환영하면서 “조지아주 노동자 가족과 미국 경제에 대형 호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별도 성명을 통해 “한화 큐셀의 오늘 발표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태양광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조지아주에서 고소득 일자리 수천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 팔 걷고 뛰지만, 美 반응은 “글쎄”
현대차는 IRA 최대 피해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친환경 차에만 지원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직접 세워 하루라도 빨리 친환경 차를 생산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전기차 공장 완공까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쟁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경우 현대차가 감내해야 할 타격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거점을 만들 예정이다. 당초 이 공장의 완공 시점은 2025년이었지만, 보조금 문제가 불거지자 현대차그룹은 완공 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예정보다 수개월 앞당겨 기공식을 진행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가 IRA의 차별 논란을 지적하자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는 리스·렌트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해 생산지를 가리지 않고 보조금 지급하도록 예외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현대차의 자동차 수출 물량 가운데 상업용 차량 판매 비중은 3~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이 비중을 30%대까지 확대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간극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려가 커지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미국 정‧재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등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방한 중인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과 만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기업이 많지 않아 한화가 반사이익을 봤다”며 “반면 GM, 포드가 있는 자동차 산업은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분야여서 경쟁자인 현대차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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