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법원이 다국적 승강기회사 쉰들러홀딩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700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30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쉰들러홀딩스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결을 인정, 상고를 기각했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쉰들러 측은 2014년 당시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당시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 매입 대가로 연 5.4~7.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쉰들러홀딩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50%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쉰들러가 제기한 주주 대표 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1심은 현정은 회장 등의 손을 들어줬는데, 파생상품 계약이 없었다면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킬 수 없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현대그룹이 분할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 회장 등이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쉰들러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700억원 가운데 190억원은 한 전 대표와 공동해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제3자와 계열회사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제3자로 하여금 계약 기간 동안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하는 경우, 이사는 그 계약 방식에 따르는 고유한 위험으로서 기초 자산인 계열회사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및 규모, 소속 회사의 부담 능력 등을 객관적·합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또 그에 따라 파생상품 계약의 규모나 내용을 적절하게 조정해 소속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피고들은 이 부분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 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충분한 검토가 없었음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회사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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