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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반도체 산업 파격 지원, 한국도 서둘러야

[반도체 살아야 한국 경제 산다] ②
美中 갈등 심화에 악재와 호재 사이
“반도체 산업 지원책 확대…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 유도해야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이 2023년 불황의 터널을 지나, 2024년 실적 개선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대대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심화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파격적인 수준의 보조금 지원에 나서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확대해 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의 한국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심해지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23년 12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미국 내 기업의 범용 반도체 의존도 등과 관련해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 기업의 범용 반도체 조달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기업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범용 반도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는 사실상 중국산 범용 반도체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범용 반도체는 통상 회로 선폭이 2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이상인 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 등을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와는 거리가 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첨단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자동차나 가전 등 폭넓은 분야에 두루 사용되는 반도체다. 

미국 상무부의 범용 반도체 관련 조사에 대해 긍정과 부정 진단이 뒤섞이는 가운데, 이번 조사가 우리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많다. 오히려 일부에선 “미국 상무부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 삼성전자 등에 긍정적일 수 있다”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KB증권은 2023년 12월 26일 보고서에서 “만약 내년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해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범용 반도체 재고 소진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는 중국 반도체 기업(YMTC, CXMT, SMIC)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반도체 수급을 고려한다면, 중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예외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상무부의 범용 반도체 관련 조사가 알려진 2023년 12월 21일,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 개정안 공고를 통해 희토류 정제‧가공‧활용 관련 4개 기술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2022년 12월부터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공고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은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제한 조치”라며 “희토류 품목이 아닌 기술에 한정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주로 정‧제련된 희토류를 수입‧가공하고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희토류 기술 수출 금지 등에 대한 영향을 지속 점검하면서,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 몽골 등 자원보유국과 희토류 탐사, 친환경 기술 개발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희토류 공공 비축 물량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일본,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 최대 50% ‘파격 지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우리 반도체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주목해야 한다”라는 얘기가 들린다. 일본 정부의 다소 파격적인 지원책에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는 무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아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1조6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히로시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공장 건설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일본 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선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과감하게 지원하면서, 과거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정부도 내년 말 종료되는 국가 전략 기술 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검토하는 등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지원 규모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라는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반도체 등이 포함된 국가 전략 기술 세액공제 제도 연장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행 국가 전략 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 투자에 대해 대기업은 15%(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서는 30∼5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제도 적용 기한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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