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디즈니가 미드저니에 소송 건 까닭"...AI시대 ‘저작권’이 시끄럽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 창작자 vs AI 개발사, 공정 이용 다툼
AI 기업에 손 들어주는 법원 판결들

생성형 AI가 창작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고 쌓아온 콘텐츠를 대거 학습해, 결국 창작자의 밥그릇을 빼앗을 기술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기획안, 마케팅 콘텐츠, 이미지, 영상, 소프트웨어 코드 등 사람의 창의적 직무로 간주되던 것들이 모두 자동화되어 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사들이 오픈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디즈니나 컴캐스트가 이미지 생성 AI 기업 미드저니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초거대 AI 모델의 공습 앞에 창작자나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 작가와 예술가들은 잇단 저작권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AI 개발사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저작물로 AI 모델을 학습시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A 개발사들은 AI 모델 학습을 위해 외부 콘텐츠와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맞선다. 공정 이용은 교육이나 연구, 보도 등의 목적으로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소송에 휘말리는 AI 기업들
챗GPT가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 느낌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값은 누가 치러야 할까. 최근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판결이 연달아 나왔다. 논픽션 작가 3명이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에 대해 제기한 소송, 코미디언 사라 실버먼과 퓰리처상 수상자 앤드류 션 그리어 등 창작자 13명이 메타에 대해 각각 제기한 소송이다.
두 사건 모두 법원이 AI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모든 논란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법원은 앤스로픽이 클로드를 학습시키기 위해 책 데이터를 학습시킨 것은 공정 이용이라고 보았다. 생성형 AI 모델인 클로드가 책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판사는 이 과정이 “철저히 변형적(quintessentially transformative)”이라고 판단했다. 독자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다만 법원은 앤스로픽이 책을 무단으로 올려 놓은 해적판 사이트에서 AI를 학습시킨 것은 문제라고 판결했다. 학습 데이터를 얻기 위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해적판 도서를 이용한 점을 문제 삼아 손배 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판결 사흘 후엔 메타 소송 결과가 나왔다. 역시 공정 이용을 주장한 메타가 승소했다. 이 재판에서 원고가 패소한 것은 피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탓이 크다. 공정 이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나온 결과물이 저작권자에게 실질적 피해를 입히거나 저작물과 직접 경쟁하는지 여부는 중요한 기준이다. 법원은 저작권자들이 메타의 AI 모델 ‘라마‘(LLaMA) 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설득력 있게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판사는 이 판결이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며, 향후 메타와 다른 저작권자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해 면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을 위해 메타가 저작물을 활용한 방식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원고가 피해를 구체적으로 주장하지 못해 원고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가 저작권자의 콘텐츠를 학습하는 것은 공정 이용에 포함되는 정당한 행위지만, 그 콘텐츠에 접근하는 과정 역시 정당해야 한다는 뜻을 두 판결은 담고 있다. 단지 “연구를 위해”라는 명목으로 저작권자의 노력을 그냥 가져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작자와 AI, 공존의 대안 있나
그러나 공정 이용을 법원에서 인정받은 것은 AI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두보임은 분명하다. 이는 저작권은 창작과 지식을 보호함으로써 결국 더 활발한 창작과 지식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AI는 지금껏 상상 못했던 방식으로 지식과 창의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AI가 지식과 창작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검색은 트래픽을 창작자의 웹사이트로 보내줌으로써 광고 수익이나 판매, 인지도 향상 등의 이익을 주었다.
하지만 AI 서비스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결과를 제시하며 사용자를 머물게 한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 등장 후 최근 3년 간 허핑턴포스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온라인 주요 매체의 트래픽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AI와 창작자가 공존할 길은 있을까? AI의 콘텐츠 학습에 대해 대가를 받는 것이 한 대안이다. 여러 유력 언론들이 오픈AI 같은 AI 기업과 송사를 벌이고 있지만, AI 개발사와 협력하고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는 언론사도 나왔다. 오픈AI나 구글 등과 협력을 선택한 AP나 악시오스 같은 곳들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은 AI 기업의 데이터 학습을 유료화했다.
소규모 또는 개인 창작자를 위한 대안도 나타났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웹사이트 보안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플레어는 이제 AI 모델의 학습을 위한 소프트웨어 봇 크롤러가 고객사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한다. 단, 웹사이트 운영자는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때마다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이 검색을 통해 트래픽을 광고 수익으로 바꾸어 창작자를 지원헀다면, 이젠 창작자의 콘텐츠를 AI 학습 자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해 창작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저작물 활용 범위를 창작자 스스로 결정하는 규범을 만든 크리에이티브커먼스(CC)도 AI의 데이터 활용 여부를 창작자가 결정하는 ‘CC 시그널’이란 규약을 새로 제시했다.
창작자는 지금까지 검색 엔진이 모아주는 사람의 눈길을 모아 수익으로 바꿨다면, 이제 AI의 관심을 돈과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창작의 기반이 될지 주목되지만, 한편으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창작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회장에 해고당한 사장님 "나도 노동자" 주장한 까닭은?[슬기로운회사생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친부, 동호회 사실은…" 서민재, 임신 근황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하반기 가계대출 3조 넘게 줄어든다…'대출 절벽' 우려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합법 탈 쓴 편법”…롯데렌탈 유상증자 둘러싼 논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특허 등록도 안 됐는데 계약 체결?...인투셀·에이비엘바이오의 민낯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