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벌 때 모아야 쓸 때 버틴다” 100세 시대 자산관리 전략[스페셜리스트 뷰]
- 흑자 구간의 전략이 노후 생존력을 결정한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현금흐름의 지속성’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거주주택(42.0%) ▲기타 부동산 및 실물자산(33.2%) ▲전월세 보증금을 포함한 금융자산(24.8%)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2024년말 국내 비금융부문 금융자산 잔액표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은 ▲예금(43.8%) ▲보험 및 연금(28.9%) ▲주식 및 투자펀드(20.3%) 등의 순서로 운용되고 있다.
실물자산에 비해 금융자산 비중이 낮은 편이고, 금융자산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흔히들 얘기하듯이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과 저금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출생과 고령화 추세, 그로 인한 저성장과 저금리로 인해 대한민국 가계의 자산 위험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의 자산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흑자 구간의 힘…일할 때 자산을 키워야 하는 이유
생애주기 관점에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자료가 바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국민이전계정이다. 한 개인은 취업 전까지는 소비만 하다가 노동소득이 발생하면서 20대 후반경 흑자로 전환하고, 40대 중반에 흑자 규모가 최대치에 이른 뒤 은퇴가 다가오면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
요컨대 28~60세 흑자 구간의 자산 축적이 60세 이후 적자 구간의 경제적 생존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다.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적자 기간은 길어진다. 동시에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는 자산이 만들어 내는 소득이 예전만 못하다. 개인에게 남는 선택지는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노동소득의 수명을 늘리는 것. 은퇴 후 재취업이나 파트타임·프리랜스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일을 이어 가면 적자 전환 시점을 늦출 수 있다. 다만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에서 자산수익률이 성장률보다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듯이 ‘노동소득만으로의 축적’은 자본소득을 따라잡기 어렵다. 자산축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둘째, 공적연금 등 공공부문 이전소득을 늘리는 길. 하지만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납입 수준과 수급 시점 조정 같은 제한적 선택지에 머문다. 국민연금이나 직역연금 개혁이 필요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경험했듯이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 겨우 국민연금의 모수개혁만 시작했을 뿐이고, 구조개혁은 요원하다.
셋째, 사적연금과 금융·부동산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임대·자본이득 등 ‘자산소득’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일. 현실적인 해법은 흑자 구간에 자산을 꾸준히 축적하고, 적자 구간에는 그 자산이 만들어 내는 현금흐름과 일부 처분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의 자산관리는 여기에 집중돼야 한다.
주택 또는 주식? 무슨 자산을 편입할 것인가
자산관리에서 첫번째 이슈는 ‘무슨 자산을 편입할 것인가’다. 전미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 ‘NBER WP 24112’에 따르면, 187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16개 선진국들의 주식·주택·국채의 실질 수익률 분석 결과 주택과 주식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 암호화폐도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잡았지만, 입증된 수익률·변동성 통계는 아직 없다.
1870년 이후 주택과 주식의 연평균 실질 수익률은 약 7%로 비슷했다. 기간별로는 차이가 있었는데 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주택이, 이후에는 주식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주식은 높은 수익률(평균)과 동시에 높은 변동성(수익률의 표준편차)을 수반했고, 경기변동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식의 총수익률은 안정적인 배당수익률과 불안정한 자본수익률로 나눠지는데 후자의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주택은 실질 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이었다. 주식의 배당에 해당하는 임대수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반면, 가격변동에 따른 자본수익률은 1%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다. 주식과 주택 수익률의 특성이 이렇듯 상반되다 보니 둘 사이의 공분산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 둘을 동시에 보유할 경우 위험분산 효과가 있다는 얘기이다. 이는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주택과 변동성과 수익성이 높은 주식으로 장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함을 의미한다.
주택과 주식의 공통점은 가격 하락으로 인해 투자원금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위험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으로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장기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저금리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러한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은 아닐까? 우려와는 달리 2차대전 이후 위험 프리미엄은 4~5%로 안정적이었다. 수준이 낮으면서도 변동성이 높았던 안전자산인 국채 수익률과 명확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주택의 경우 수익률 관점 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과 적자기간, 즉 노후의 현금흐름 관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예컨대 주택연금을 위한 담보로 사용될 수 있고, 다운사이징을 통해 매매차액이 활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유동화 방법으로 현금흐름이 확보될 수도 있다. 특히 공적 주택연금의 경우 보유 주택을 담보로 사망 시까지 현금흐름이 확보되므로, 향후 활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타이밍보다 중요한 것, 생애주기형 투자 전략
주식의 경우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총수익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수익률은 경기 사이클을 따라 출렁이기 때문이다.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파는 ‘타이밍 전략’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로 탄 사례가 훨씬 많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싸이클과 관계없이 장기 투자하며 목표시점(Target Date)을 정해 놓고 주식 비중을 줄여가는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은퇴 등 목표 시점을 정한 후 시간이 갈수록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장기·중기·단기 채권과 MMF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매도 시점의 시장위험’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는 장기투자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현금화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산군 간 상관관계를 활용해 변동성을 낮춘다. 특히 생애주기 흐름, 즉 흑자기간의 저축·투자와 적자기간의 인출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구축·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대신해주는 금융상품이 바로 목표시점펀드(TDF)다. 예를 들어 ▲TDF2030 ▲TDF2035 ▲TDF2040 ▲TDF2045 등은 목표 시점에 따라 시리즈로 출시되는데, 적립식으로 매월 일정액을 납입할 경우 자산배분 효과와 더불어 시장 변동성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 가계는 최적 자산군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흑자기간 중 주택과 주식의 조합을 기본 축으로 운용하며, 금융자산은 글라이드패스에 따라 주식의 비중을 낮추고 만기 수익률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자산이 관리돼야 하며, 대한민국 가계의 주식 비중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2024년말 기준 국내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1400만명을 넘어섰고, 미국 주식 투자자도 7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2025년 7월말 현재 1304조5000억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 주식에 15.3%를, 해외주식에 35.8%를 운용하고 있다. 주식의 경우에도 지역 또는 국가별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해외주식이 국내주식과 똑 같이 움직인다면 굳이 분산투자가 필요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와 해외 주식 비중을 얼마로 가져갈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주식의 갖고 있는 비체계적 위험, 즉 종목 위험은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국내 시장이든 해외 시장이든 최적 종목을 선별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매매하기는 매우 어렵다. S&P500·나스닥·KOSPI 200 ETF 등을 활용해 가급적 시장에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같은 돈도 ‘어디에 넣느냐’가 다르다
금융자산의 경우 ‘어디에서 운용하고, 어떻게 소득화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자산이라도 ‘어느 계좌에서’ 운용하느냐에 따라 세후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특정 금융계좌에 납입 시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운용 이득에 대해 비과세 또는 분리 과세 혜택이 주어지며, 인출 시에도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면 가계로서는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흑자기간 중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적립IRP)가 대표적인 절세 금융계좌이다. 예를 들어 연간 총소득에서 600만원은 연금저축펀드에, 추가 300만원은 IRP에 납입하는 게 좋다. 연말 정산을 통해 13.2% 또는 16.5%를 돌려받을 수 있고, 수령 시점까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운용한 이득이 비과세되며, 연금 수령 시 3.3~5.5%의 낮은 세율의 세금만 내면 된다. 연금저축펀드에 더 많은 금액을 납입하는 이유는 IRP에는 원리금보장상품을 30% 이상 편입해야 하지만, 연금저축펀드에는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활용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연간 총소득에서 900만원을 초과해 투자할 여력이 있는 경우 연간 2000만원까지, 총 1억원까지는 ISA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3년 이상 유지할 경우 금융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9.9%의 저율 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ISA 만기 후 연금계좌로 이체하면 추가 절세도 가능하다. ISA 가입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60일 이내에 연금저축, IRP 등 연금계좌로 전환할 수 있다. 연금 전환 시 전환 금액의 10%, 최대 3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해 최대 900만원까지 연간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ISA의 연금전환 금액을 포함하면 최대 12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장수 리스크 커져…현금흐름 지속가능성 중요
이제 자산관리의 무게중심은 ‘수익률’에서 ‘생존률’로 옮겨가고 있다. 장수 리스크가 커지는 시대에는 자산의 절대 규모보다 현금흐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월 현금흐름이 생활비보다 크면 시장의 변동성에도 견딜 수 있다.
이를 위해 은퇴 전에는 수입의 15~20%를 자동저축·자동투자로 묶고, 급여 인상분의 절반을 추가 저축으로 전환하는 규율이 필요하다. 비상자금은 3~6개월치 생활비 수준으로 확보하고, 그 외 자산은 장기투자 원칙에 따라 분산 운용한다. 리밸런싱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며, 시장 뉴스보다 ‘규칙’을 우선해야 한다.
결국 100세 시대 자산관리는 ‘흑자 확대→자산 축적→세후 최적화→리스크 제어’의 순환고리를 조기에 작동시키는 일이다. 30~50대의 긴 흑자 구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은퇴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더불어 세대 간 부의 이전도 이제 개인의 전략적 과제가 되고 있다. 자산관리는 단순한 재무기술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일이다. 시장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규칙과 구조는 설계할 수 있다. 생애주기 흐름이 말해 주는 단순한 진실 ‘벌 때 모아야 쓸 때 버틴다’를 잊지 말자. 오늘 세운 작은 규칙이 내일의 큰 자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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