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매년 10월마다 이어져 온 비트코인의 상승세, 이른바 ‘업토버(Uptober)’ 흐름이 올해 7년 만에 멈췄다.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과 급등 후 차익 실현이 맞물리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 동부시간 오후 5시(서부시간 오후 2시) 기준 1개당 10만9,420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월초 대비 약 7% 하락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2018년 이후 매년 10월마다 강세를 보여 ‘업토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지만, 올해는 상승 행진이 중단됐다. 이달 초만 해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12만6,20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조정세가 이어지며 10만 달러 초반대로 밀렸다.

시장의 낙폭은 지난 10일 정점을 찍었다. 이날 비트코인은 당일 최고가 대비 14% 이상 급락해 10만4,00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단기간 과열된 투자심리와 함께 미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우려, 달러 약세 기대감 등 복합적 요인이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

비트코인은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위험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자산 데이터업체 **카이코(Kaiko)**의 애덤 매카시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가상화폐는 주식·금과 함께 사상 최고치에서 10월을 시작했지만, 불확실성이 닥치자 투자자 다수가 시장을 이탈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의 급락은 이 자산군의 유동성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준다”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조차 20분 만에 10% 하락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 급등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 9만 달러대에서 출발해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연초 대비 약 16% 상승한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반감기(채굴량 감소) 이후 공급 축소 전망이 여전히 중장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전통 금융시장 불안이 가상자산에도 그대로 전이된 사례”라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 급등·급락을 줄이는 시장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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