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달린 그 날개,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왜있을CAR]
- 양카 상징된 자동차 ‘스포일러’
차량 앞·뒤·옆 가리지 않고 활약
알고 보면 70년 역사 품은 과학
수만 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차량이 완성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작은 부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 대체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부품들이 차를 움직이고·길을 만들고·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지금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부품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날개 달린 차는 가급적 피한다.” 차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한 영업사원의 말이다. 도심을 달리다 보면 트렁크 위에 ‘큰 날개’를 단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장치가 소위 ‘양카(양아치+자동차)’의 상징처럼 소비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일러(Spoiler)는 단순한 꾸밈이 아니다. 스포일러는 고속 주행 시 차량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기역학적 장치다. 핵심 원리는 ‘공기 흐름을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리는 것’에 있다. 차량이 속도를 높일수록 차체 위를 흐르는 공기로 인해 양력(lift)이 발생하고, 이는 차체를 위로 들어 올리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때 접지력이 감소하게 되는데, 스포일러는 공기 흐름을 교란시켜 차체를 도로 쪽으로 눌러주는 ‘다운포스(downforce)’를 만들어낸다. 즉, ‘양카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분명한 과학적 목적이 존재한다.
스포일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위치·형태·기능에 따라나뉜다.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일러로는 ‘립 스포일러’(lip spoiler)가 있다. 차체 라인을 따라 얇게 돌출된 형태를 띠는데, 트렁크 끝단이나 루프 끝단에 주로 설치된다. 공기의 흐름을 정돈해 항력(Drag) 감소, 고속 안정성 향상 등의 기능을 갖는다.
윙 타입 스포일러도 있다. 흔히 ‘날개 달린 차’로 불리는 형태다. 트렁크나 리어엔드 위에 날개처럼 장착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양쪽에 지지대(스탠드)를 두고, 공기 흐름을 아래로 눌러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는 구조다. 고속 주행 시 차체가 노면에 밀착되도록 만들어 코너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리 꼬리처럼 살짝 들린 형태도 존재한다. 이름은 ‘덕테일 스포일러’다. 1973년형 포르쉐 911 RS에 처음 적용됐는데, 이 때문에 클래식 스타일의 스포일러로 통한다. 덕테일 스포일러는 비슷하게 생긴 립 스포일러보다 다운포스 효과가 크다. 덕테일 스포일러 역시 도로 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스포일러로 통한다.
차량의 전면부에 달리는 스포일러도 있다. 프런트 스포일러다. 앞 범퍼의 하단에 위치하는 해당 스포일러는 전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아래로 누른다. 앞축 다운포스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소재가 카본 소재이거나 검정·무광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아 ‘기능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외관 요소로 작용한다.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프런트 스플리터’도 있다. 프런트 스포일러가 차량 하부로 들어가는 공기를 막는다면, 프런트 스플리터는 공기의 흐름을 위 아래로 분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상단에는 고압, 하단에는 저압을 만들어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것이다.
역사도 길다
스포일러의 개수 만큼, 역사도 길다. 스포일러는 1950년대 중반, 유럽의 레이싱 무대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공기역학은 항력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량이 공기에 떠오르는 ‘양력’ 현상이 발생했고, 고속에서 차체가 들려 제어 불능에 빠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때 메커닉들은 트렁크 끝에 얇은 금속판을 덧대는 실험을 시작했다. 공기의 흐름을 일부러 교란시켜 뒤쪽으로 생기는 와류를 줄이고, 차체를 노면 쪽으로 눌러보려는 시도였다. 1958년 페라리와 마세라티, 애스턴마틴이 이런 구조를 시범 적용했다. 오늘날 리어 스포일러의 원형이다.
스포일러는 더 정교해졌다. 벤츠, BMW 포르쉐 등은 실험을 거듭하며 공기역학 설계에 ‘다운포스’ 개념을 본격 도입했다. 특히 1967년 샤파랄 2E는 주행 중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리어윙(active rear wing)을 선보였다.
가변형 리어윙은 운전자가 페달로 날개의 각도를 바꿔 코너에선 다운포스를, 직선 구간에선 속도를 확보하는 원리였다. 이때부터 스포일러는 단순한 금속판이 아닌 ‘조종 가능한 공력 장치’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는 스포일러의 대중화 시기였다. F1 머신들은 전·후면에 거대한 날개를 장착해 고속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했고, 일반 스포츠카에도 비슷한 디자인이 확산됐다. 1973년 포르쉐 911 카레라 RS의 ‘덕테일 스포일러’는 공기역학과 디자인이 결합된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이후 포르쉐 911 터보(930)가 고래 꼬리 모양의 ‘웨일 테일'(Whale Tail) 스포일러를 달고 등장하면서, 스포일러는 고성능 차량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슈퍼카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에도 립 스포일러나 루프 스포일러가 기본 장착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센서와 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스포일러'(active spoiler)가 등장했다.
여러 완성차 업체들은 속도·제동·코너링 상황에 따라 스포일러를 제어해 최적의 공력 밸런스를 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EV) 역시 항력 감소와 효율 향상을 위해 가변형 스포일러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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