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쿠팡을 비롯한 주요 기업과 통신사에서 대규모 해킹 및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업계가 보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 유출된 소비자들의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이나 민생 금융범죄와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플랫폼’(ASAP: AI platform for Sharing and Analyzing Phishing information)을 도입했다.

ASAP 플랫폼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금융 기관 간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이스피싱 사기는 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최신 사기 유형에 대한 정보 공유 속도가 핵심이다. 유출된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더라도 피해를 막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종 사기 수법의 패턴을 빠르게 학습하고 탐지율을 높여 피해 발생 직후 신속한 지급 정지 등의 대응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민생 금융범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신설 조직은 예방-대응-시스템 고도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범죄 발생을 사전적으로 차단한다.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보안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융권의 연이은 보안 강화 조치는 최근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보이스피싱이나 대출 사기와 같은 2차 금융 범죄로 이어질 위험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융기관들은 암호화 기술로 근본적인 보안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AI를 활용해 2차 피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래 보안 준비, IBK기업은행,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검증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해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한국퀀텀컴퓨팅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금융 보안 기술인 양자내성암호의 기술 검증(PoC)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 보안의 근간이 되는 암호화 기술의 핵심은 매우 큰 소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등의 방식이다. 고전 컴퓨터로 이런 계산을 완료하려면 수백 년이 걸릴 만큼 어려운 작업이지만 양자 컴퓨터는 슈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활용해 이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현재 금융 시스템의 암호 체계가 무력화되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런 양자컴퓨터의 해독 능력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암호 기술을 통해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한 수준의 보안 환경을 구축하게 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양자컴퓨터 시대가 오면 금융 보안 체계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번 검증은 새로운 암호 기술을 이해하고 대비 전략을 미리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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