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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0년, 공격적인 M&A 보다 혁신기업 투자에 힘 쏟았다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주]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 단위’ 대형 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대국민 선언 이후 롯데그룹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2017년 롯데 지주 출범을 전후로 계열사간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벌어졌고 혁신 기업 지분투자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롯데그룹의 M&A 및 지분투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총 116건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분 투자 거래 16건과 계열사간 거래 28건을 순수 M&A 거래는 47건(19조3749억원), 매각은 25건(3조7757억원)이다.       ━   M&A 시장의 ‘큰손’ 롯데그룹     지난 10년간 롯데그룹의 M&A 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딜은 2015년 10월 진행된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계열사 인수다. 이 딜은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 거래로 꼽힌다. 당시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49%) 등을 인수했다.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은 분사후 S케미칼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됐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케미칼이 2조3265억원을 들여 지분 90%를 확보했다. 또 삼성정밀화학 지분 31.23%는 465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이 딜을 통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종합화학회사로 만들며 석유화학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같은 해 롯데그룹은 KT렌탈(현 롯데렌탈)에도 1조원이 넘는 실탄을 쏟아 부으며 인수에 성공했다. 롯데그룹에서는 당시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등 계열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삼성 화학 계열사 3곳과 KT렌탈 인수에만 4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하면서 롯데그룹은 2015년 M&A 시장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롯데그룹이 M&A 시장에서 '큰돈'을 쓴 사례이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2조1561억원을 들여 유진그룹으로부터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현대글로벌로지스를 6685억원에 인수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재탄생시켰다. 이런 딜들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은 사업 확장을 위해 언제든 큰돈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던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 설립 이후 변화를 맞는다. 롯데그룹은 과거와는 달리 공격적인 M&A에 나서지 않는 대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간 지분 교환에 집중했다. 덕분에 단순 거래액 기준 2017년 최대 규모 딜은 롯데지주 출범을 위한 계열사 투자부분 분할·합병 거래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출범을 위해 롯데제과의 투자부분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에서 투자부분을 분할해 흡수합병했다. 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지만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3조8030억원에 이른다.    지배구조 개편의 그림자는 매각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법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지주는 설립 후 2년 이내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 지주에게 주어진 시간은 2019년 10월까지였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에서는 2019년 5월 롯데손해보험을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4368억원에 매각했다.     ━   롯데지주 출범을 기점으로 내실 다지기 집중     2017년 롯데지주 출범 이후 M&A 시장에서 존재감 축소에 들어간 롯데그룹은 혁신 기업 투자에서는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분 투자가 돋보였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지난 2019년말 쇼핑몰통합관리솔루션 ‘셀러허브’ 운영사 레이틀리코리아의 시리즈A-1 투자에 참여했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2020년에도 스토어카메라, QMIT, 스무디, 레이지소사이어티, 케어마인드, LYCL, 얼리슬로스 등에 투자했다. 롯데그룹이 과거 수 조원의 자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상현 삼성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상무)은 "인수 대상 기업 섹터를 살펴 보면 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기업, e-commerce, 반도체 등의 분야가 늘면서  M&A 주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하던 롯데그룹이 다시 M&A 시장의 큰손으로 복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쇼핑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0년말 기준 1조9132억원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현금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20조7000억원에 이른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1-04-30

포스코 10년, 국제유가 폭락에 울었고 원자재값 상승에 웃었다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포스코그룹의 지난 10년은 한국의 자원개발 역사와 함께 흘렀다. 2011년부터 2021년 현재(4월 15일)까지 총 인수합병 규모가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는 1건의 거래를 위해 조 단위 투자를 감행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10년치(2011~2021년 4월 15일) 인수합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와 조인트벤처 등을 포함해 총 129건의 거래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 유형은 지분 투자(90건)로, 전체 건수의 70%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인수합병(26건), 조인트벤처(13건) 순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자원 개발 자산 등을 확보했다.       ━   정준양 시대 '시기마다 엇갈린 해외 자원 개발'       포스코그룹의 10년은 확장(정준양 전 회장), 구조조정(권오준 전 회장), 신(新)성장(최정우 현 회장) 등으로 요약된다. 조 단위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의 대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2009년 2월~2014년 3월) 시절 단행됐다. 최근 10년간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인수합병도 타이녹스 인수(2011년 7월)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약 4200억원을 투입해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업체 타이녹스를 사들였다.     최근 10년을 벗어난 시점이지만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약 3조4000억원)로 기록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도 정 회장 재임시인 2010년에 이뤄졌다. 1조원 이상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호주 로이힐 광산(2012년 1월),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캐나다 광산(2013년 1월) 등에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2011년 3월에는 세계 최대 니오븀 생산업체인 브라질 CMBB 지분 인수를 위해 7267억원을 썼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회장 시절 이뤄졌던 대규모 해외 자원 개발은 시기마다 다른 평가를 받았다. 인수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이른바 ‘고가·부실 인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근거로 ‘알짜 인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포스코는 이달 로이힐 광산 지분으로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 첫 배당금(500억원) 이후 현재까지 총 27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   권오준 시대 '구조조정으로 내실 다지기'     권오준 전 회장 시절(2014년 3월~2018년 7월) 포스코그룹은 비(非)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대규모 자산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과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등 이중고에 시달렸다. 5조원(2011년) 이상이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조원(2013년)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였다.     포스코그룹의 최근 10년간 인수합병 중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규모의 매각도 2015년 3월 포스코특수강이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약 4470억원에 세아베스틸에 넘겼다. 같은 해 6월에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에 넘겨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마산 대우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과 영업권(약 1600억원), 원전 서비스 기업 포뉴텍(현 수산ENS·500억원) 등도 이 때 팔렸다. 권 전 회장 시절에 이뤄진 매각은 7건으로, 10년 전체의 64%에 달했다.       ━   최정우 시대 '지분투자로 신성장 동력 발굴'      최정우 회장(2018년 7월~현재)의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최정우 회장 취임 후 현재까지 포스코그룹의 인수합병은 1건에 불과하지만, 지분 투자는 34건으로 10년 지분 투자의 38%를 차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그룹 내 신성장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합병해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임기 중 거래 금액이 가장 큰 인수는 지난 2018년 11월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대표적인 신성장 분야 중 하나다. 포스코그룹이 인수한 이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보다 6배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도 호재다. 포스코그룹 측은 현재 시세를 적용해 해당 염호에 매장된 리튬을 생산·판매할 경우, 누적 매출액이 무려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 조직도 신성장 중심으로 개편됐다. 2차 전지 소재인 양·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을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출범시켰고, 포스코 내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등을 신설했다.     최 회장이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량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힌 만큼, 신성장 사업과 관련한 조 단위 투자도 예상되고 있다.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그룹의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조6685억원에 달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5-02

M&A 소극적이던 현대차…정의선호 깃발 달며 확 달라졌다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내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등록된 현대차그룹의 159건의 딜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그룹은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5건의 순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24번의 인수 딜을 통해 13조7927억원 규모의 자산을 사들였고, 11번의 매각 딜로 약 4000억원 규모를 매각했다. 계열사간 인수합병 거래는 7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의 M&A 건수는 다른 10대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거래 금액은 컸다. 국내 기업 역사상 가장 '통 큰' 딜이라고 평가받는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지 인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금액만 10조5500억원에 달했다.   한전 부지 인수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의 M&A 투자는 다른 그룹사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인수 거래 상당수가 부동산이다. 올해 인수를 결정한 르메르디앙호텔(7000억원‧현대건설 및 FI)이 3번째 규모를 기록할 정도다. 부동산 거래를 제외한 주요 딜은 2014년 동부특수강 인수(2943억원), 2011년 녹십자생명(현 푸본현대생명) 인수(2390억원) 등 철강 및 금융사업 경쟁력 확보 등에 집중됐다.   부동산을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M&A 금액은 재계순위 2위를 다투는 SK그룹은 물론 4위 LG그룹에 비해서도 확연히 적은 수치다. 그러나 주목할 건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결정권을 쥔 이후의 변화다.   현대차그룹의 인수 중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컸던 딜은 지난해 말 발표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건이었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며 평가한 기업가치는 우리돈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금액으로 보면 1997년 기아 인수와 비견될 정도의 큰 딜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매출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기술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M&A 역사에도 기록될 만하다.   순수 M&A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목해야 할 딜도 여럿 있다. 미국 앱티브와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모셔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모비스는 이 JV에 20억 달러(약 2조2356억원)을 투자했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세계적 차량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한 기업이다.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업체로 인수 당시 세계 3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티브와 JV는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에서 변방에 있던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단숨에 키워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셔널 외에도 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은 2017년 정 부회장 직속의 전략기술본부를 설립하고, 미래차 및 신사업 분야의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M&A데이터 만으로는 이런 변화가 잘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투자 건수를 보면 변화상을 짐작할 수 있다.     ━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대규모 투자       수년간 한자리수에 그쳤던 그룹의 투자 내용이 2018년부터 두 자리로 늘어났다. 투자 건수는 2018년 14건, 2019년 22건, 2020년 16건 등이었으며 올 해 들어서도 쉴 틈 없이 투자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오로라, 메타웨이브 등에 투자했고 인도 올라, 동남아시아 그랩,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도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원격조종 분야 스타트업인 ‘오토피아’에도 투자했다. 전략기술본부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에 연달아 ‘크래들’ 조직을 만들고 각 지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산 매각 역시 부동산에 집중된 모습이다. 매각 중 가장 큰 딜은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부회장)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PMC에서 나왔다. 서울PMC는 2017년 신일산업(현 신일전자)에 서울 영등포 토지와 건물을 66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서울PMC는 중림동 건물 매각(540억원)으로 네 번째로 큰 매각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2015년 현대카드‧캐피탈 홍대사옥 매각(570억원), 지난해 현대제철 신사동 사옥 매각(483억원) 등이 주요 매각 딜이었다. 두 번째로 큰 매각 딜은 2015년 진행된 현대모비스의 중국 합작사 경영권 매각이었는데, 인수자가 현대차그룹의 협력사인 덕양산업이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M&A·지분투자·JV 등의 투자 시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자동차 법인 한 곳에서만 오는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중 전략투자는 10조1000억원 수준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전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략투자 계획만 하더라도 현재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2020년말 기준 9조8621억원)을 상회한다.   그룹 전체로 보면 투자 여력은 훨씬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은 83조6986억원에 달한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4-28

건수 적지만 알짜만 챙긴 현대중공업 10년 M&A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 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 [편집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10년간(2011~2021년 4월 15일) 인수합병에는 조선업 장기 불황의 여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계열사 간 합병, 부동산 인수·매각 등을 제외한 순수 인수합병 건수는 2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수합병 건수로만 따지면,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란 평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인수합병 건수가 가장 적지만, 최근 3년간 대규모 인수로 알짜 자산을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해 기존 사업인 조선·기계 등의 외연을 대폭 확대했다. 장기간 불황에 자금 확보가 쉽지 않자 산업은행과의 지분 교환 등으로 대우조선 몸값을 낮췄고, 알짜 계열사 지분 매각과 상장 전 투자유치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묘수를 뒀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10년 치(2011~2021년 4월 15일) 인수합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은 인수합병, 지분 투자 등 총 54건의 거래를 완료했다. 이들 거래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거래 유형은 인수합병(26건)으로 10년 전체 거래의 4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지분 투자 16건, 조인트벤처 12건 등으로 조사됐다.       ━   세계 1위 조선사의 ‘묵직한 인수’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10년간 순수 인수합병은 인수 3건, 매각 11건 등 총 14건이다. 인수 3건은 2019년부터 2021년에 각각 1건씩으로, 최근 3년 새 이뤄졌다. 이 3건의 인수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매각의 경우 1조원 수준의 대규모 매각이 2017년과 2019년에 집중됐다. 두 해의 매각 규모 역시 2조원 이상이다. 소수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성장과 방향성 등을 결정한 것이다. 대규모 수주로 수년간의 일감을 확보하는 조선회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합병은 다른 10대 그룹과 비교하면 대규모의 단순 거래로 보이지만, 인수 건들의 세부 내용을 따져보면 치밀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인수 기업들의 규모나 업종 등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전 세계 시장 지위 확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인수로 확고부동한 세계 1위 조선회사로 발돋움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전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 5위권 수준의 회사로 도약한 것이다. SK네트웍스 주유소 300개 이상의 운영권을 사들여, 주유소 개수 기준 국내 2위로 올라선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장기 불황을 버티는 가운데 인수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호텔 등 비(非)핵심 자산 매각뿐만 아니라 알짜 계열사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도 팔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9년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1조3749억원에 넘겼고, 지난 2월엔 미국 사모펀드(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646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7년 11월 하이투자증권(4720억원) 매각, 같은 해 7월 현대호텔(현 라한호텔‧2000억원) 매각 등 일찌감치 비핵심 자산을 처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들 매각으로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하긴 했지만, 극심한 일감 부족 탓에 대규모 인수를 진행할 여력은 충분치 않았다. 이 때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머리를 맞대 대우조선을 인수할 묘수를 내놨다. 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해 이 지주사 지분과 대우조선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 금액을 대폭 낮춘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3586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시가총액 3조원 이상의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인수도 마찬가지다. 300개 이상의 주유소 부동산은 코람코자산신탁 등이 인수하고, 주유소 관련 자산‧인력 등의 운영권만 사들였다. 이 인수합병 금액은 1조3283억원에 달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지불한 금액은 계약금을 포함해 668억원에 불과하다. 거래 종결 후 계약금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실제 지급한 액수는 593억원으로 줄어든다.       ━   쪼개고 합치고…계열사 합병만 31%     현대중공업그룹의 전체 인수합병 가운데 계열사끼리 합병한 비율은 31%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등 4개 회사로 분할했고, 이듬해인 2018년에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를 출범시켰다. 분사와 계열사 간 합병 등의 구조조정으로 조직 효율화를 꾀했고, 지주사 출범 등으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율은 26.60%이며,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지분율은 5.26%다.     주력 사업의 외연 확장 등을 꾀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3월 수소 생산‧운송‧저장 등을 아우르는 신(新)사업 구상을 밝힌 만큼, 수소 분야의 대규모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금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조6881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연내 현대중공업 상장 등으로 조 단위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 마련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5-05

성난 암호화폐 민심에 정부 대신 정치권 나섰다

암호화폐 투자 과열이 정치권까지 달구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동원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경고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자, 이에 놀란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암호화폐 제도화에 나섰다.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비롯해 과세 유예 법안 추진까지 예고했다. 정치권의 이런 행보는 내년 1월 1일부터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잡아 과세하고, 오는 9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없애겠다며 시중은행을 통한 검증을 예고한 정부의 움직임과 대조된다.       ━   여당 이르면 이번 주에 가상자산산업법 발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 빠르게 나서고 나섰다. 국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가상자산업법 제정안(가칭)’을 발의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상장 시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자세히 적은 백서를 거래소에 반드시 제출토록 해 암호화폐 투자자를 제도권에서 보호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거래소가 예치금을 금융기관에 별도 보관해 사기 위험에 대비하고, 투자자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반영된다. 한 투자자가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암호화폐 제도화에 동참했다. 5월 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3월 25일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실명정보 확보가 핵심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일찌감치 암호화폐 제도화 관련 법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내용 등은 아직 다 정리가 안 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5월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암호화폐 법안 발의 ‘러시’ 뒤에는 이른바 ‘가상통화 민심’이 깔려 있다. 2030세대가 중심이었던 암호화폐 투자가 최근 5060세대로까지 넓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2030세대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경고” 발언 후 “정부가 2030이 (자산 증대)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졌다. 지난 4·7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반여권 정서를 확인한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암호화폐 민심을 달래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을 이어왔다. 은 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경고는 사실 오는 9월까지 건전성(실명거래, 거래 안전성, 재무 안정성, 대주주 구성)을 검증 받은 거래소만 남기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26일 페이스북에 “은 위원장의 발언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낡은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근거 없는 협박성 발언”이라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아예 과세 유예를 들고 나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암호화폐의 양도·대여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소득세법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예정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공포된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정부가 내년 암호화폐의 양도·대여로 인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지방세 별도)로 분리 과세하겠다 정한 방침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지난 4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   정부, 은행에 책임 미루고 제도화엔 뒷짐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내놓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도에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암호화폐업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지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투기로 폄하됐지만, 최근 일부 암호화폐는 투자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암호화폐의 자산 가치는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 등과 혼용되는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이란 용어로 정리한 게 대표적이다. 용어 속에는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엿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화폐(커런시)는 아니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이라면서 “가격 등락 폭이 너무 크고 심해서 위험이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 20개국(G20)도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쓰다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권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제도화에 정부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면서도 주무부처는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9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건전성 검증 및 실명계좌 제공 책임을 시중은행으로 떠넘겼다. 정부는 신고만 받는다는 방침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금융IT학과)는 “암호화폐 투자자가 늘고 산업은 커지는데 정부는 정작 책임을 미루고 있다”면서 “입법을 통한 제도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5-05

“친환경차 타고 태양광 발전하며 온실가스 줄여요”

방경만 KT&G 부사장(오른쪽)이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선언식 후 한정애 환경부 장관(왼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KT&G] 세계 5위 담배제조사 KT&G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섰다. 기후위기 대응을 통한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친환경·포용·공정경제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투자 지표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담배회사라 해도 ESG 평가 결과가 낮으면 투자도 받을 수 없다”면서 “특히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ESG 경영의 필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KT&G는 우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 위해 1200여대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4월 14일 열린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제2차 선언식에 참여, K-EV100 이행을 선언했다. K-EV100은 민간 기업이 보유하거나 임차한 차량을 2030년까지 100%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환경부 주관 프로젝트다. KT&G 관계자는 “K-EV100 이행을 통해 2030년까지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총 2만t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제조 공장의 온실가스 감축 체계도 구축했다. KT&G는 전국 5개 공장(신탄진, 광주, 영주, 천안, 김천)에 최대전력 감시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 효율화와 온실가스 배출 관리 체계를 갖췄다. 특히 신탄진공장과 영주공장에는 총 최대 전력 1715㎾급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 공장 가동에 쓰이는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광주공장에서도 최대 전력 500㎾급 태양광 설비를 설치, 총 2215㎾의 전력을 생산·사용한다는 계획이다.   KT&G는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 조직인 에너지환경기술팀도 신설했다. 환경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에너지환경기술팀은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1순위 목표로 원료 재배와 구매에서부터 제조·소비·폐기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장 내 태양광 설비 구축도 에너지환경기술팀 손을 거쳤다. 최근에는 빗물 취수방식 도입, 환경친화적 제품 설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편 KT&G는 기후위기 대응 외에도 ESG 경영의 주요 지표인 사회책임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잎담배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잎담배를 전량 구매하는가 하면 2019년 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KT&G 관계자는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경영을 필두로 내실 있는 ESG 경영을 위해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ESG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ESG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5-07

[김국현 IT 사회학] 혈당 관리 시장까지 노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난해 12월 해군 양만춘함 승조원들이 사관실에서 스마트워치ㆍ단말기를 이용해 전투배치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해군] 스마트폰은 강력하고 편리한 데이터 입력 도구다. 다양한 센서는 순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데이터를 알아서 입력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라도 문제없다. 우리 몸은 이미 그 자체가 방대한 정보처리 기계. 수많은 바이탈 사인을 뿜어내고 있다.    데이터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도 알려준다. 지금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만 ‘센싱’할 수 있어도 내일의 건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터다.   스마트폰은 내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그 걸음 수와 거리를 늘 자동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이폰의 건강 앱, 갤럭시라면 삼성 헬스가 이런 기능을 한다. 구글 순정앱 구글 핏도 있다. 최적의 일과로부터 오늘 하루 생활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그래프로 자극하니 동기부여만큼은 확실히 된다. 게다가 이 모든 데이터 흐름은 사용자 개입 없이 알아서 진행되는 불수의(不隨意) 입력이다.     ━   웨어러블이 여는 새로운 건강 관리 시장     센서는 소프트웨어와 조합되어 다양하게 응용된다. 예컨대 심박수는 스마트폰에 이미 내장된 카메라와 플래시 라이트로 계측할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카메라에 대는 어설픈 자세로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어설퍼도 절실한 이는 쓴다. 보통 이런 필요 안에 기회가 있다.     웨어러블 시장은 이 기회를 파고든다.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치는 착용만 하면 수시로 알아서 측정한다. 이미 스마트 워치는 그 주용도가 시간 확인도 패션도 통신도 아니라 오로지 건강으로 고정되고 있다.   애플워치 4부터 등장한 ECG/EKG 심전도 센서의 경우 심박과 리듬을 수시로 파악한다.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AFib(심방세동, 부정맥 중 하나)도 인지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 워치 덕에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이 더는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뇌졸중 등 중병으로의 연관성이 높으므로 걱정되는 이들은 항시 착용할만하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미 애플워치가 심박수 모니터링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애플 자신도 존슨 앤드 존슨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미래의 병은 오늘의 건강 속에도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중 인생의 큰 부분인 잠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내장 마이크나 움직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총동원해 잠의 깊이나 호흡, 잠꼬대, 뒤척임까지 기록하기도 한다. 필로우(Pillow)나 슬립 사이클(Sleep Cycle)처럼 수면 앱에 따라서는 아침에 가장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시점에 알람을 울려 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굳이 앱을 찾아 쓰지 않더라도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밴드의 수면 관리 기능도 꽤 쓸만하다. 애플은 이미 2017년 핀란드의 수면 상태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해 두었다. 잠은 역시 만병통치약, 기술로 개선할만한 상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액티브2(좌)와 애플의 애플워치5. 미래의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에 거대 IT 업체들의 스마트워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사진 각 회사] 한편 작년 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에도 스마트워치가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심박수, 혈중 산소 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이다. 숨차지 않은데 산소가 부족해지는 ‘침묵의 저산소증’을 코로나19가 유발한다고 알려졌기에 이 산소포화도 센서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줄 수 있다.     중증 환자 중 상당수가 50%까지 떨어진 혈중 산소 농도로 입원했고, 7~80%의 낮은 수치로도 자각이 없었다는 점을 이미 가민(Garmin) 등 스마트워치 업체들은 인용하며 지속적인 혈중 산소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동의 하에 이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수행 중이다.     이 혈중 산소 농도 측정 기능은 애플워치 6 등 비교적 최신 제품에 탑재되어 있지만, 기술의 대중화 속도는 빠르다. 이 기능을 탑재한 샤오미 밴드 6의 경우 몇만 원 수준. 영문 모드에서 한글 표시에 문제가 없기에 직구를 하기도 한다.     장비는 이처럼 저렴해지면서 점점 더 확산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체중 같은 수치를 위해 체중계 같은 전용 기기도 스마트화가 진행 중이다. 스마트 체중계는 블루투스로 온 가족의 측정치를 앱으로 보내 준다.       ━   혈압과 혈당 측정이 큰 분기점       1~2년에 한 번씩 하는 국민 건강 검진의 가장 중요한 측정 항목 중 하나인 혈압과 혈당. 많은 질병을 설명하는 주요한 측정치 중 하나이다. 특히 혈당의 경우 이미 당뇨가 진행된 환자에게 있어서는 미래뿐만 아니라 현실의 생명을 담보하는 수치이기에 지금도 침으로 채혈을 해가며 수시로 측정 중이다.     아무리 소량이라지만 피를 보는 일이기에 불편하기도 하고, 또 일회용 시료가 소진되는 방식이기에 연간 비용도 꽤 발생한다. 또 스마트한 항시 입력 방식도 아니다. 물론 지금도 덱스컴 등 연속혈당측정 장비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침습형, 즉 아무리 소량이라도 피부를 찔러 채혈해야 한다. 자녀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개조했다가 규제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엄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처럼 굉장히 구체적이고 절박한 사회적 니즈가 존재하는 시장이기에 테크 업계는 혈당 측정 시장에 대한 참여를 늘 저울질해왔다.   상반기 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갤럭시 워치 신제품에 혈당 기능이 전격 도입될 것이라는 루머가 들린다. 삼성전자는 작년 초 MIT 연구팀과 레이저 빛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하에 도달한 빛이 혈당의 스펙트럼을 얻어낸다. 레이저광이 물질에 닿아 산란될 때 물질 분자의 고유한 진동에 따라 파장이 변하는 덕이다.     혈당 기능 탑재 루머는 신제품 애플 워치 쪽에서도 들려온다. 올 초 신규 특허로 신청된 애플의 테라헤르츠 분광기는 삼성처럼 빛을 이용한 그간의 관련 특허와는 다소 다르다. 테라헤르츠(THz)급의 전자기파를 이용한 것으로 그간의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는 듯한데 어느 방식이든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2017년에 팀쿡이 자사의 항시 혈당 측정 기구를 테스트 중임이 알려졌고 또 본인도 인정한 바 있다. 애플 사내에는 의공학 전문팀이 이미 존재한다.    혈당 관리는 거대 시장이다. 전 세계 성인의 10% 가까이가 당뇨 환자, 비침습 혈당측정 시장이 국내의 경우만 해도 2030년에 1350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예상 중이다. 혈압의 경우는 갤럭시 워치는 이미 지난 액티브2 버전부터 식약처 인증도 통과되어 측정이 가능한 상태.     건강검진 자체가 언젠가 스마트폰에 담길지 모른다. IT는 건강마저 구독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한다.     일본 통신업체 KDDI는 키트를 배송받아 채혈 후 반송하면 스마트폰으로 건강 진단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은 센서가 완비되지 않아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데이터 입력만 개선된다면 건강도 ‘얼웨이스 온’, 온라인이 될 날도 공상은 아니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2021-05-08

[ZOOM] 홍콩 아닙니다. 경기도 수원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만큼 창으로 빼곡한 초고층 아파트가 생겨났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화서역(1호선) 주변에 짓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주변에 스타필드가 들어서고, 신분당선 연장이 예정돼 있어 인기가 높은 역세권이죠. 그러나 악명 높은 홍콩의 ‘닭장 아파트’를 연상케 합니다. 이 아파트는 용적률 499%에 건폐율이 23%에 이릅니다. 공공개발이란 이름 아래 ‘닭장 아파트’가 우후죽순 지어질 조짐입니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역세권의 고밀개발(용적률이나 건폐율을 높여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심 주택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니 정부의 고밀개발은 절묘한 대책 같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고밀개발은 주변 주택의 일조권을 침해할 수 있고, 주차난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해 입주자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동간 거리가 좁다 보니 프라이버시도 신경 쓰이겠죠. ‘공공’을 내세워 고밀개발을 밀어붙이는 정부 대책에 우려를 쏟아내는 이유입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세권을 무조건 고밀개발하다 보면 결국 난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 한복판 도심지도 아닌 곳의 용적률·건폐율 상향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글 =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21-05-10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속도가 디지털금융 핵심”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 ‘디지털 혁신’이 금융그룹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특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5대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만나 ‘디지털금융’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세 번째는 하나금융이다. [편집자]     "디지털금융에서 은행의 경쟁 상대는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IT기업이다. 그들보다 빠르지 않으면 은행은 위기를 맞는다."   세 종류의 금융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뱅킹의 시작이다. 두 번째는 2010년대 스마트폰으로 가능했던 모바일뱅킹의 발전이다. ‘손에 쥔 은행’은 이때부터 가능했다. 모든 은행이 여기까지는 잘 따라왔다. 하지만 제3의 금융 변화에선 승자와 패자가 나타날 수 있다. IT 공룡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금융권의 벽을 허물며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은 “끝을 알 수 없는 도전 앞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의 분석과 활용, 금융 인증의 도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자칫 외부 경쟁자에게 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하나은행의 생존전략을 ‘속도’에서 찾았다. 속도가 고객의 편리성을 보장한다고 확신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4년간 그 바탕에서 하나원큐(1Q)를 만들어냈다. 하나원큐를 통해 ‘1초 인증, 10초 이체, 1분 적금, 3분 대출’ 서비스를 구축했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원큐신용대출로 3분 만에 대출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다”며 “서비스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는 고객의 관심도 끌어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하나원큐 총 누적 가입자는 1202만명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규모다. 비대면 채널의 여·수신 비중도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았다. 올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규모는 전체의 86.9%, 예·적금은 70.7%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올해 디지털금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본부 조직을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했다. 특히 디지털리테일그룹의 박성호 부행장은 올해 3월 하나금융그룹 주주총회를 통해 하나은행장에 선임됐다. 하나은행이 디지털금융에 대한 의지를 업계에 명확히 알린 것이다. 그 실천의 중심에 김 본부장이 있다.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   “하나은행은 더 빨라야 한다”     하나원큐는 인터넷은행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디지털금융 혁신 사례로 꼽힌다. 2019년에 만든 원큐대출은 은행 내부에서 여전히 ‘3분 대출’, ‘컵라면 대출’로 부른다. 3분 만에 대출이 가능해서 붙은 별칭이다. 하나원큐를 이용하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얼굴 인증을 통해 1초 만에 인증이 가능하고, 계좌 이체는 10초, 예·적금 가입은 1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엔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빠르다고 볼 수 없다. 중국에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통해 이용자가 쉽게 대출 한도를 확인하고 관련 인터넷은행으로 넘어와 대출받는 것을 봤다. 그것을 보고 ‘저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우리보다 빠르다’라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있나 원큐신용대출보다 더 진보된 ‘화이트리스트대출(가명)’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서도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다. 하나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모바일앱에 들어왔을 때, 신용대출 한도 금액을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대출 한도를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 AI 관련 석·박사급 인력만 50명이 넘는데 이런 모델을 만들고 있다. 해외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우리나라엔 전혀 없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의 편의성이 높아질뿐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분석을 통해 대출 한도를 내놓기 때문에 훨씬 정확한 대출금을 측정할 수 있다.     기존 원큐신용대출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고객의 동의를 받고 대출 한도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물론 하나원큐를 통하면 3분 만에 한도와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우리는 더 빨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리스트’와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만 하나원큐의 서비스는 하나은행 고객 외에 다른 은행 고객도 다 이용할 수 있지만, 화이트리스트는 하나은행 고객의 금융거래를 분석해 제공하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     디지털 영업점인 ‘마이(My)브랜치’도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영업점 손님이 줄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마이브랜치다. 사이버 공간에서 직원이 자신의 영업점을 차리고 고객과 만나 자기 주도적으로, 고객 맞춤형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금융 플랫폼이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활용해 선거 유세를 한 적이 있다. 조 바이든은 게임 안에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 자신을 홍보했다. 마이브랜치도 비슷한 개념이다. 직원은 마이브랜치에서 고객을 만나 금융 상담과 사후관리 등 비대면 케어를 할 수 있다. 마이브랜치는 고객과 직원의 맞춤형 플랫폼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결과다. 그렇게 수백만개의 지점이 생길 수 있다.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   마이데이터 사업 “순조롭게 진행 중”     디지털리테일그룹이 지난해 말 출범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디지털리테일그룹은 미래금융과 리테일, 자산관리를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기존에 세 본부가 구분되어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합쳐 배치했다. 은행의 기본 업무인 예·적금, 대출뿐 아니라 펀드 등 자산관리도 비대면으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특히 펀드의 경우 지난해 주식 상승장을 통해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펀드의 종류가 많아 고객이 선택하기 어려운데 이를 은행이 고객 맞춤형으로 골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금융본부는 이런 리테일과 자산관리의 깊숙한 곳까지 관리하고 지원하는 부서라고 보면 된다.    세 본부가 합쳐져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하나은행은 건물 전체에 클라우드 환경을 갖춰 놨다. 어떤 층에 가서 아무 자리에 앉아도 컴퓨터 로그인만 하면 그 컴퓨터는 내 것이 된다. 이전 작업 내용이 로그인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건물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된 지 4년이 됐다. 24층에 스마트워크센터가 있다. 방마다 스크린으로 회의할 수 있도록 했고, 협업이 필요한 부서마다 모여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세팅도 돼 있다. 몸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디지털리테일그룹도 생각보다 잘 움직이고 있다.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시스템으로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인가가 안 났는데.   2017년 시민단체가 하나은행이 한 개인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며 하나금융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적이 있다. 결국 하나은행과 지주 계열사들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심사보류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고발과 관련해 현재까지 기소도 안 됐다. 고발만 한 채 4년이 이렇게 흘러버린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심사가 재개됐고, 8월 3일 마이데이터 시행에 맞춰 하나은행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업계에서 굉장히 큰 이벤트다. 저는 인터넷뱅킹이 만들어질 때부터 이쪽 분야에서 일을 했다.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뱅킹으로 금융업계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것을 봤다. 10년 후 스마트폰 사용 확대로 모바일뱅킹이 업계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올해부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은행과 고객과의 만남까지 모두 변하고 있다.     디지털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빠르다’, ‘정확하다’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다. 하지만 은행과 은행의 경쟁은 아니다. 은행은 카카오뱅크보다 빨라야 하고 핀테크가 내놓는 서비스보다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은 그들과 경쟁할 수 없다. 현재 은행은 위기를 맞고 있다. 속도는 여전히 큰 숙제다. 은행도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싸고 더 편리하고 신속해야 한다. 쉽고 빠르게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2021-05-02

“오감 활용해 투자자 시각 유지…증권사·K컬쳐 관련주 유망”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전민규 기자]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되고 있어요. 그러니 코스피 3000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자본이 최대 70%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참여는 아직도 낮은 편이죠.”   2001년 이후부터 연평균 투자 수익률 50%를 내고 있는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주식농부’다. 정성을 들이고 자연과 소통하며 벼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듯, 그는 기업이 변화하고 커가는 것을 함께 지켜봤다. 알찬 혹은 알찰 기업을 골라 그 기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끊임없는 애정이 ‘농심투자철학’의 핵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26일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초보투자자일수록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와 연관된 업계서 알찬 기업을 찾는 게 좋다”며 본인이 최근까지 직접 발품을 팔았던 경험과 투자 성공담, 아쉬운 실패사례를 들려줬다.   주식농부의 투자 팁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1만원짜리 주식이 2만원이 됐으면 그중 절반을 처분해 더 좋은 ‘동업자’ 기업에 투자합니다. 이후엔 제가 투자한 기업의 서비스나 재화를 직접 이용해보면서 ‘내 투자가 옳았는지’ 꾸준히 체크합니다. 이게 기업과의 ‘투자동행’입니다. 농부가 여러 종류의 농작물을 관리하듯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   “코스피 3000은 시작...증권사와 K컬쳐 종목을 주목하라”     투자할 기업,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기업을 고를 때 우리의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생활 속에서 찾는 건데요. 그 하나하나를 투자자의 관점을 통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와 연관된 기업부터 살피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컨대 본인이 방송업계에서 일을 한다면 카메라 관련 기업을 찾아본다거나, 어떠한 방송사나 콘텐츠 생산 기업이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란 겁니다. 초보일수록 본인이 속해 있는 업계에서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 쉬워요. 1개의 기업이라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만 그 기업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요. 아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업도 망가져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쭙고 싶어요. 대표께서 투자할 종목을 고를 때 어떻게 발품을 파시나요? 실제로 저는 아직도 실제로 그 회사를 방문해보곤 합니다. 그 회사에 직접 가서 보면 잘 될 회사인지 안 될 회사인지가 딱 보여요. 예컨대 어느 기업의 공장에 가면 저는 무조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요. 화장실에도 가보고요. 경비아저씨와 얘기도 해보고 또 식당 아주머니들의 표정, 직원들의 표정을 다 살펴요. 그럼 이 회사가 잘 될지 안 될지가 보여요. 기업은 결국 사람들이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발품을 팔라는 겁니다. 직접 방문이 힘들면 주위에서 물어보는 방법도 있죠. 근처 슈퍼나 미용실, 사우나 등에 가서 슬쩍 물어봐요. 그럼 그 회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지금 어떤지 작은 것부터 소소하게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코스피 3200선을 돌파했습니다. 버블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저는 코스피 지수 3000을 시작이라고 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인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배당 성향 등 이 3가지가 모두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블’이라고 보는 이들의 주장은 ‘2000선에서 10년가량 머물다가, 또 코로나19로 1500까지 빠지더니, 갑자기 3000까지 치솟으니 조정될 것’이라는 건데요. 많이 올라왔으니 어느 정도는 조정 받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3000선에서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저는 전망합니다. 지금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이게 본질입니다.   기업들의 경쟁력이 지수를 높이는 근본 요인이라고 보시는 거죠? 네 맞습니다. 투자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은 경기 자체, 매크로적인 부분을 예측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투자 성공에 큰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투자한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나아요. 실제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들의 경우, 다 실적이 좋아서 올라온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주가 많이 올라왔고요. 과거 KT&G·SK텔레콤·현대중공업·KT 등은 실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가치주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주가가 빠졌는데, 이제 주가가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결국 성장주와 함께 가치주의 종목도 올라가니까 전체 지수가 올라가는 것이죠. 최근 3200을 돌파했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4000선 또 5000선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으로는 자산의 주기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러한 자본이 증권시장으로 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 플랫폼 창구 역할은 증권 회사들이 하고 있죠. 증권사들이 과거에 또 최근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신뢰를 못 얻었지만, 증권사의 본질적인 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증권회사 관련 종목들이 비전 있을 것으로 보여요. 또 K컬쳐·K엔터·K푸드 등 관련주도 전망이 좋을 것 같아요.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장 개척을 시작하는 KT&G나 CJ제일제당 등이요. 실적이 좋은 국내 내수기업 가운데 글로벌 기업화를 노리는 이런 종목들을 찾아봐야 합니다.   여태껏 국내 증시가 활발하지 않았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수급의 문제가 컸을 것으로 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60%,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21%, 국민연금이 10%를 보유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국민은 10% 가량을 갖고 있어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에 자국민의 지분이 10%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상당히 적은 수치죠.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 지분을 봐도 최대 70%가량이 외국인 지분이고 보통 50%를 넘어요. 우리나라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 금융자본을 운용하는 금융지주들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자본이라는 거죠. 이런 것을 보면 너무 답답하고 우려스럽습니다. [정리=강민경 기자]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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