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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 | 구현모 KT 대표] “별도 영업이익 1조 순조롭게 달성 중”

구현모 대표가 이끄는 KT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KT는 올해 1분기 매출 6조294억원, 영업이익은 44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15.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올 1분기에만 지난해 영업이익(1조1841억원)의 37%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21일 투자자 간담회에서 ‘별도 영업이익 1조원 돌파’ 목표를 올해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구 대표는 2022년 경영목표로 매출 19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1년 빨리 달성할 수 있다는 구 대표의 전망은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로의 전환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간담회 자리에서 구 대표는 “(경영목표를) 모두 순조롭게 달성 중”이라며 “올해 5년 만에 다시 영업이익(별도)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내년으로 예상했던 목표 달성을 조기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구 대표는 같은 해 10월, 디지코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ABC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구 대표는 “2019년 1분기 대비 디지코 영역은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클라우드,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등 B2B(기업 간 거래) 부문은 13%, IPTV, 콘텐츠 마켓 등 B2C(소비자거래) 부문은 21%의 성장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망도 밝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는 5세대(5G) 무선통신 보급률, 무선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 유료방송 점유율,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보유 시설 수, 배당수익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위”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KT는 5G 보급률 31%로, 무선 ARPU 3만2000원으로 2019년 1분기부터, 배당수익률 5.5%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 전략상 최소한 3만5000원까지는 KT 공격적 매수에 가담할 필요가 있다”며 “본사 실적 호전으로 배당금 증가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고, 이동전화 ARPU 본격화로 기대배당수익률이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T 자회사 가치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022년엔 주가가 5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KT 주가는 26일 기준 3만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5-28

[CEO UP |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송도 삼바에 쏠리는 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향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25일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했고, 26일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찾았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현장에서 이들과 동행했다.     정치권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잇달아 방문한 건 이 회사가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가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국내로 들여와 최종 제품으로 제조하게 된다.     올해 3분기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공급되는 백신 수억 회 분량을 위탁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은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백신 일부를 국내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모더나 본사와 논의 중이다.     두 회사의 계약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체결됐다. 행사에는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인에게 가장 중요한 백신”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백신의 완제 공정의 파트너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선택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백신 긴급 수요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초에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번 계약에 큰 의미를 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글로벌 백신 공급 허브로서 인류에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됐다”면서 “두 기업의 협력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인류의 일상 회복을 앞당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바이오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 사업 목표로 백신 위탁생산을 선택했다. 정치권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백신 생산기지로의 지위가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고, 글로벌 사회의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가 뚜렷한 만큼 이 회사의 실적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MBA 출신으로 로슈 CFO 등을 지낸 후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장에 취임해 ‘10년 내 전 사업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게도 굵직한 성과로 남을 전망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5-28

[CEO DOWN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등의 계열사를 활용해 자신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4개 계열사들을 동원해 금호산업 주식인수 자금으로 3300억원을 사용(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박 전 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이 지난 12일 증거 인멸 등의 우려로 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지 14일 만이다.      검찰은 또한 박 전 회장이 2016년 4월에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지분 전량을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상대적으로 헐값인 2700억원에 매각(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   그룹 재건 위해 계열사 자금 동원 ‘철퇴’      이 외에도 박 전 회장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 자금 총 1306억원을 금호기업에 무담보 저금리로 빌려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여기에 2016년 말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이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게이트그룹 계열사에 저가(1333억원)에 넘긴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또한 박 전 회장과 경영진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계 등에선 박 전 회장의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등과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거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무리한 인수로 자금난에 빠졌고, 이후 그룹 재건 과정에서 계열사가 동원돼왔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삼구 전 회장이 자신의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실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5-28

한섭 미래에셋 WM본부장 “작년과 시장 달라, 분산투자 필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시킨 ‘머니무브’ 현상이 올해도 지속할 전망이다. 머니무브란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수익률을 쫓아 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섭 미래에셋증권 WM마케팅본부 본부장은 지난 20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전한 자금운용보다는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며 ‘연금자산’을 기반으로 한 ‘해외 분산투자’를 강조했다.   연금과 해외투자는 미래에셋증권 WM사업을 지탱하는 2가지 축이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초로 연금자산 20조원과 해외주식자산 20조원을 동반 달성했다. 특히 해외주식자산 성장세는 2017년 1월 1조원 달성 이후 4년 만에 20배나 성장할 정도로 두드러졌다. 또한 이 기간 고객의 해외주식 투자 수익금도 5조원에 달한다.   한 본부장은 “지난해 주식시장은 투자 수익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투자 체력을 파악하고, 투자 목표를 명확히 정한 뒤에 투자에 나서되 가급적 상장지수펀드(ETF)나 타겟데이트펀드(TDF)를 통해 위험을 줄이면서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WM사업본부 명칭이 WM마케팅본부로 바뀌고, WM영업부문에서 분리되어 WM총괄 직할로 편제됐다.   편제와 명칭을 변경한 것 모두 ‘마케팅 강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 부서 명칭이 WM사업본부였던 지난해까지는 핵심성과지표(KPI), 인센티브와 지점평가 등 제도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 이후 양사가 가지고 있는 제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3년에 걸쳐서 제도를 통합하는 데 매진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됐다. 그래서 올해부턴 제도보다는 상품마케팅, 글로벌주식마케팅 등 WM마케팅에 힘을 더 쏟겠다는 목표로 부서 명칭을 변경했다.    미래에셋증권 WM사업 방향과 차별점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촉발시킨 머니무브 현상, 저금리 상황의 지속 등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보다는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도 흐름에 발맞춰갈 수 있도록 WM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2017년부터 미래에셋증권 WM의 2개축은 연금과 해외주식 투자였다. 우선 연금은 대다수의 고객이 투자를 위해 가지고 올 수 있는 자산의 형태다. 앞으로 연금 형태의 투자자산은 더 커질 것이다. 해외주식은 수익률 때문에 중요하다. 투자를 하려는 건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때 포트폴리오에 필수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해외 주식이다. 국내 주식만 담은 포트폴리오에 해외 주식을 넣게 되면, 전체적으로 투자 안정성과 수익률 상승 가능성이 올라간다. 글로벌 1등 혁신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과 안전성 측면에서 유효한 투자방법이라 생각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처럼 2개축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고, 그 결과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자산 20조원, 연금자산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지속성은 미래에셋증권 WM이 가진 타사와의 차별점이다. 어떤 사업 방향을 수년 간 지속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인 연금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금 투자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투자의 핵심은 좋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1년, 3년, 5년, 7년 수익률에서 모두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고객이 처음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투자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연봉이 3600만원이면 퇴직금이 300만원정도 되는데, 그 정도 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짜는 것을 귀찮아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그런 고객들에게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고, S&P500 지수상승률+α(알파)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TDF 등을 권한다. 물론 퇴직연금 투자는 수익률뿐 아니라 안전성도 중요하다. 특히 목돈을 갖고 투자하는 분들에겐 투자 안전성이 중요하므로 분산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 드린다. 반면 20~30대 직장인들은 목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투자금이 적은 사람은 고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포트폴리오도 좀 더 공격적으로 짜게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들도 자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적립식 투자를 고민해야 하므로 시간 분산 효과가 있는 적립식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 등을 권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투자 전략은?   고객에게 포트폴리오의 30% 이상은 해외 투자를 하도록 권유한다. 투자처는 특히 혁신기업 쪽을, 투자 형태는 ETF나 TDF,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을 권한다. 장기투자의 경우 시장이 커지는 쪽 기업에 투자하는 게 높은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 때문에 클라우딩 컴퓨터, 게임, 원격 의료 등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을 고른다. 또 그 안에서 한 기업에 투자하기보단 여러 개 회사에 나눠서 투자하도록 ETF 등을 활용한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10개 산업 섹터 ETF를 골라서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ETF는 각각 10~15개 종목을 담고 있다. 15개 종목을 담은 ETF 10개에 투자하면 총 150종목에 분산 투자하게 된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투자했을 경우 150개 종목 중 5개 종목만 크게 성장해도, 일반적인 정기예금 금리나 시장지수 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선발주자인데, WM사업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미래에셋은 2017년 빅데이터 기반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인 엠클럽(m.club)을 출시, 3년 넘게 운영해왔다. 증권사 중 가장 빨리 마이데이터 사업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마이데이터와 WM의 연계도 결국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 증권사는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주식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고객 주소, 인적사항, 주식거래 데이터 정도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보다 많은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다양하고 정교해질 것이다.    하반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 조언을 한다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산업과 감소하는 산업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투자 수익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시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다. 그동안 언택트 기업 등 일부 분야로 제한되었던 소비가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난해 매출이 급증했던 기업의 실적은 올해 떨어질 거고, 반대로 매출이 부진했던 기업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좋아질 거다. 즉 올해는 지난해만큼 높은 수익률을 낼만한 투자처가 명확히 가려지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 체력을 파악하고, 투자 목표를 명확히 정한 뒤에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테이퍼링 이슈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 물론 시장 상황을 보고 자금 회수 속도를 조절할 테니까 갑자기 주식이 폭락하는 등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현금을 20~30% 정도 보유하면서 나머지 자산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스스로 공부를 해서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에 나설 분들은 다이렉트 비대면 계좌를 활용하되, 그게 아니라면 가급적 ETF나 TDF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분산투자 하는 방식을 권장한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1-05-27

NH투자증권, 옵티머스 피해자에 원금 전액 지급 결정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펀드 사고와 관련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원금 반환 권고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형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일반투자자들이 보유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NH투자증권이 양수하면서 원금을 돌려주는 형태를 선택해 향후 관련 회사들과 구상권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5일 오전 NH투자증권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조위 조정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보호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의 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5일 분조위의 조정안이 나온 이후 2개월 간 금융회사의 핵심가치인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며 “분조위 조정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 보호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   고객보호와 주주가치 사이에서 최선의 결정     이번 결정으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되는 투자자는 전체 고객의 96%에 해당하는 총 831명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지 직후에도 NH투자증권은 1차적인 고객보호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에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이사회 결정은 NH투자증권이 이미 지급한 유동성 선지원 금액에 추가되는 부분이며, 지급이 완료되면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게 된다.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돌려주기로 결정했지만, NH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조위 반환 권고 사유로 제시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형태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말 그대로 판매사와 투자자 사이에 착오가 있어 해당 판매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결정이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면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판매 계약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       옵티머스 펀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의 운용을 맡고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하며,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이 운용지시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였다. 또 사무관리사는 예탁결제원이 맡았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아직 검찰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회사들을 제외하고 홀로 책임을 지기에는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더구나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계획대로 투자하다 손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고, 금융 사기 범죄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분조위 결정 이전부터 줄곧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도 구상권 청구 등을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단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이 모든 책임을 진다면 향후 배임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NH투자증권은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하는 형식을 선택했다. 계약 취소를 받아들이면 구상권을 청구할 계약조차 사라져버리지만, 고객들로부터 제반 권리를 받아와 NH투자증권이 수익증권의 소유자가 되면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 정영채 대표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인 원금 반환에 나서기로 했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 외에도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라며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사적합의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향후 하나은행·예탁원과 구상권 소송 예고     NH투자증권은 고객들에게 원금 지급이 끝나면 고객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구상권 소송 등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예탁원을 고발 조치했다. 향후 진행될 구상권 청구 소송이 민사 소송이라면 이번 고발의 사유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이 주요 내용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에 대한 고발 사유로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 의무위반’을, 예탁결제원에는 ‘일반사무관리회사 의무위반’을 지적했다.     박상호 NH투자증권 준법감시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실제 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지만, 공공기관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제안서와 달리 정체가 불확실한 6개 회사 사모사채에 펀드자금을 투자하는 기형적 운용 지시를 수용했다”며 “2018년에는 3차례에 걸쳐 펀드의 환매자금 부족분을 지급준비금으로 무상 대여해 펀드의 환매중단을 막는 식으로 개입했기에 금감원에서도 사기방조 혐의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탁결제원도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판매사와 투자자들을 오인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번 옵티머스 사태를 반면 교사로 금융상품 심의 기준을 대폭 높이고, 사후관리 체계도 크게 강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영채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는 많은 당사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사건이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펀드 생태계가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1-05-25

암호화폐·중앙화폐 전쟁 서막 올랐다…쟁점은 ‘세금’

세계 각국 정부들이 앞다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연구·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동시에 범람하는 민간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에 대한 억제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민간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으로 해석한다. 민간 암호화폐가 중앙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난데다, 몰려드는 수요를 기반으로 가치·통용·지불·거래 역량을 높이고 종류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규제에도 일각에서는 훗날 암호화폐가 CBDC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콰도르·우루과이 등은 금융포용을 제고하기 위해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은 개인 또는 기업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적절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태나 이용 가능하도록 돕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 반대말로 자신의 상황 때문에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금융소외(financial exclusion)라고 지칭한다. 중국과 스웨덴은 현금 이용 감소와 민간 암호화폐 출현 등에 대응해 CBDC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한은 “CBDC가 유일한 강제통용 화폐,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한국은행(한은)도 팔 걷고 나섰다. 최근 2년여 동안 CBDC와 관련해 시장 조사, 보고서 작성, 전담부서 신설 등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엔 관련 법의 제·개정을 위해 법률자문단도 출범시켰다. 이어 7월에 디지털화폐 정책을 연구하기 위한 디지털혁신실도 신설했다. 부서 명칭을 ‘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정해 종이화폐를 디지털화폐로 전환할 중장기 계획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CBDC를 연구하면서도 민간 암호화폐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는 화폐로 기능할 수 없으며 투자 목적의 가상자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한국은행이 지난 2월 CBDC의 법적 쟁점을 검토하기 위한 외부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와 법령 제·개정 방향’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CBDC는 발권력·강제통용력에 있어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권·주화와 같은 지위(법화)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현행법상 한국은행이 아닌 기관이 발행하는 각종 가상자산은 명칭과 관계없이 CBDC에 해당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CBDC 개발에 대해 “외부에 공개할 정도의 내용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종 시험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민간이 발행한 가상자산과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 간의 주도권 싸움이라 보기 어렵다”며 해석 확대를 경계했다. 그 이유에 대해 “비트코인의 화폐 가치를 인정할지 논란이 있지만, (한국은행은)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발행한 화폐라는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4월 22일 민간의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저평가했다.       ━   미·중, 암호화폐 감시 강화, 중앙 정부 디지털 화폐 띄우기     외국도 중앙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다. 특히 중국은 CBDC 보급과 암호화폐 근절에 적극적이다. 중국 정부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고 이름 붙인 암호화폐 ‘디지털 위안화’를 서둘러 만들었다. 이를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전까지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주요 도시에서 시범 유통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비트코인처럼 중앙 통제를 벗어난 지불·거래 매개체를 사용하는 행위는 중국의 통화 주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현금을 디지털로 전환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DCEP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인민은행과 중국 상업은행(시중은행) 간의 힘겨루기로 분석했다. 안 교수는 “중국은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돈이 상업은행을 통해 유통된다. 신용을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을 은행이 쥐고 있다는 의미”라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신용 관리 파워를 갖고 오려는 데에서 DCEP 발행의 주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DCEP는 디지털 화폐이므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DCEP에 고유 식별 번호를 지정해 특정 영역 안에서만 유통·활성화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인민은행은 통제력을 갖고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중앙 통제를 벗어난 암호화폐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판이페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도 지난해 10월 ‘금융가 포럼 연례회의 및 제 2회 청팡 핀테크 포럼’에서 “인민은행은 급변하는 금융 혁신과 복잡하고 위험한 현실에 처해있다”며 “금융기술 규제 도입을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암화화폐 채굴장에 대한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중국은행업협회·중국인터넷금융협회·중국지불청산협회는 18일 밤 공동으로 ‘암호화폐 거래·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협회는 공고를 통해 ‘최근 세계적인 암호화폐 투기 현상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금융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므로 시장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 중국에서 암호화폐를 신규 발행하거나 암호화폐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 금융활동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2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네이멍구 자치구는 지난 18일부터 암호화폐 채굴장에 대한 신고망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가 “국가적인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관내 암호화폐 광산을 없애버리겠다”고 강조했다. 신고 대상에는 암호화폐 채굴 기업과, 이들 기업에 토지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포함했다.   미국도 암호화폐에 대한 감시망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는 20일(미국 현지시각) “앞으로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거래하면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시행 배경에 대해 재무부는 “암호화폐는 탈세를 포함한 불법활동이 만연해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이날 “암호화폐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적절한 규제·감독의 틀을 적용,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올 여름 ‘디지털 달러’에 대한 구상을 담아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정부 규제는 세금 징수 때문, 결국 공존할 것”     이처럼 각국이 탈중앙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선 암호화폐가 나름의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은 “정부만 화폐 기능을 독점하는 것은 오늘날 금융환경에 맞지 않다. 민간도 화폐적 기능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CBDC를 들고 나오는 배경에 대해 그는 “세금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신경을 써오지 않다가 세금 징수가 국가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자 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CBDC를 통해 국가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의 생존 가능성을 묻는 [이코노미스트]의 질문에 최 위원은 “CBDC와 암호화폐, 이 둘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며 “민간에서 암호화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믿음이 존재하는 한 암호화폐의 생존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사용자가 신뢰라는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암호화폐가 통용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 기반은 플랫폼으로서의 지불능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궁극적인 질문은 국가가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지불 영역에서 국경의 의미는 많이 퇴색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정화폐와 민간화폐가 공존하는 모습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CBDC는 국가 간의 거래나 실시간 총액결제(RTGS) 같은 거액 거래에서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소액 거래에선 민간의 결제 수요는 암호화폐가 분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 화폐에 대래 “CBDC와 암호화폐의 공존은 마찰을 빚고 있으며 정리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의 마찰은 일반인이 편리한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자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웅모 디코인 부대표도 공존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는 “CBDC의 본질적인 가치는 현재의 현금과 다를 바 없다. 비용 절감 등 세부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물리적 형태를 갖추지 않은 현금일 뿐 정부가 발행한 화폐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CBDC와 암호화폐는 용도가 다르다. 암호화폐가 종류가 많지만 현금을 대체하려는 것은 없다. 대표적인 예로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맡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금에 대해선 “현재 용도대로 활용될 것이다. 다만, (CBDC를 도입하면) 손실·망실이 없는 편의성과 집행·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이점을 얻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와 영역이 달라 서로를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국의 CBDC 발행 움직임에 대해 “CBDC는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의 인식은 암호화폐를 정부의 발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보기 때문에 부정적이다. 그러므로 CBDC를 발행하는 국가는 암호화폐에 적대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의 문제다. CBDC를 발행하는 제3세계 국가는 암호화폐에 친화적”이라며 “베네수엘라의 경우 석유를 담보로 페트로를 발행하는 등 국가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암시장 환율 급등,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중 화폐 부족 등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국산 원유 1배럴의 가격과 연동하는 암호화폐 ‘페트로’(화폐 단위 ‘PRTR’)를 선보였다. 정부 주도로 만든 암호화폐로 세계 처음이다.       ━   씨티은행 “정부 억압에도 기존화폐·CBDC·암호화폐 공존할 것”     씨티은행도 CBDC와 암호화폐의 공존에 무게를 두는 보고서 ‘돈의 미래’를 작성했다. 보고서엔 ‘CBDC 같은 디지털화폐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 기존의 화폐·은행·지불 구조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돈이 포맷 전쟁을 시작했지만, 유사한 갈등을 겪었던 비디오나 전기와는 달리 승자 독식의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 기존 화폐, CBDC, 암호화폐가 모두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가 현재의 금융기관을 탈피해 은행의 변동성과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표·카드 같은 기존 결제수단을 대체하며, 이론적으로는 미국 달러의 패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의 비트코인은 (부침이 심한) 가격 변동성 등의 문제로 화폐 역할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발표한 ‘비트코인’ 보고서에서 “탈중앙화한 암호화폐가 법 테두리를 벗어난 거래를 부추기고 기존 결제 수단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출시 초기엔 덧없는 꿈처럼 보였다. 게다가 정부·은행·규제 당국은 암호화폐의 성장을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저항은 이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세계를 변화시킬 힘으로서 비트코인의 비전은 불과 몇 년 안에 자명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칭으로 실물 명목 화폐를 대체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기존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이체 기능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진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서 암호화폐와 달리, 기존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되므로 가치 변동의 위험이 적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05-26

[임상영의 부동산 법률토크] 수익률 ○% 나온다했던 상가, 실제론 아니라면?

    3년 전, 노후에 안정적인 월수입을 기대하고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완공된 상가 모습이 분양업체가 분양 상담 당시 보여주었던 것과 다릅니다. 이 경우 상가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보통 상가 분양은 상가가 완공되기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가를 분양받으려는 사람은 카탈로그, 조감도나 설계도면, 그리고 분양업체가 설명하는 내용 등에 의존해서 계약할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몇 년을 기다려 완공된 상가가 분양계약 당시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기술적인 부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시공 과정에서 설계변경의 필요성이 생기고, 이럴 때 분양업체는 분양받은 사람에게 미리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때문에 완공된 상가의 모습에 최초 조감도나 설계도면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당사자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설계를 변경해 결과적으로 상가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분양계약 당시 전혀 들은 바 없는 높은 기둥이 상가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법원은 “분양받은 상가에 존재하는 기둥의 위치와 면적에 비추어 볼 때 기둥이 시야를 차단할 뿐 아니라 고객과 영업주의 동선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 분양자가 이에 관하여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아니하여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들이 당초에 분양계약을 통하여 계획했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를 이유로 위 상가에 관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10. 5. 26. 선고 2009가합1075 판결).   분양 당시 분양업체가 “월세 ○원으로 ○%의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해서 이를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임대료만 받게 된다면 상가계약을 취소 또는 해제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대법원은 “수익률 등에 관한 투자설명은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그것이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거나 분양업체에게 수익률 보장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94769 판결).   분양계약 당시 제시한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분양업체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기 어렵고,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상가를 분양받는 사람에게 허위·과장 등의 방법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하거나 사실을 은폐해서 그가 계약을 통해 기대하는 부분을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만한 방법으로 허위고지를 한 경우에는 과장,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기망행위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3다69195 판결).     일례로 실제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익을 장담하며 상가를 분양한 사례에서 법원은 “상당한 과장과 허위에 도달한 행위로 상가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4. 10. 21. 선고 2014가합3678 판결).     즉, 사안에 따라 기망행위 여부를 판단하여 계약 취소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꼭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필자 임상영은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2021-05-28

[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이낙연 인터뷰 “국민 불안시대, 국가가 삶 지켜줘야”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준비된 여성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슬로건과는 결을 달리한다. 후보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기보단 국민에 초점을 맞췄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국민들의 삶은 힘겹다. 코로나19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이후의 미래도 어둡다. 기댈 언덕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사회적 안전망은 헐겁기만 하다. 그간 ‘국민들을 위해서’란 달콤한 말로 당선이 된 뒤 약속을 파기하는 지도자가 숱했다. 이 때문인지 나라가 내 삶을 지켜준다는 약속도 허망하게만 들린다.     5월 24일 [이코노미스트]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난 이유다. 27일 출간을 앞둔 그의 대담집 일부를 먼저 단독으로 입수해 읽고,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그가 강조하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과연 무엇일까.     ━   청년 이낙연의 좌절, 지금 청년도 여전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국민들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4차 산업혁명 같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가깝게 마주하고 있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불안 요소로부터 개개인을 보호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것. 이것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의 핵심이다.     국민 삶이 불안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나. 4월 재보선 이후 전국을 돌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특히 청년세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청년 시절과 견줘보면 내용은 달라도 정서는 같다고 느꼈다. 좌절감이나 사회를 향한 불만은 다르지 않다. 기존 질서가 왜곡됐다고 믿고,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참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4월 한 달은 내게 아픔이었지만, 큰 가르침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책머리에 ‘4월의 약속’이란 시를 실은 건 그 때문인가. 4월은 황폐함 속에서 생명이 자라는 달이다. 우리 현대사에서도 4월은 의미가 깊다.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도 4월, 4·19혁명도 4월에 벌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4월은 우리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5월이 왔지만, 여전히 현실은 황폐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는 말이 돌 정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추세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 처음 등장했을 때 ‘노동의 종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일자리가 꽤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 노동이다.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일거리를 받는 노동 형태를 뜻한다. 배달 라이더나 타다 같은 운송업 등 업종이 다양하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들의 노동에 제값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는 착취에 가깝다. 새로운 형태의 일이 그에 맞는 공정한 보수를 받도록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지금 같은 전환기를 견딜 수 있다.   청년들이 가장 분노하는 게 집값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서울 사는 게 스펙이 됐다. 이런 절망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청년 시절 독서실에서 의자를 붙여 잠을 청했던 날이 많았다. 지금 청년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스럽게 생각한다. 왜 우리 세대가 바꾸지 못했을까…. 일단 최저주거수준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현재 법으로 정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이 4평(14㎡) 조금 넘는다. 일본에는 ‘우사기고야(兎室)’, 우리말로 토끼집이라는 단어가 있다. 토끼가 겨우 살 만큼 집이 작단 뜻인데, 그래도 일본의 최저주거기준은 7평(25㎡)이 넘는다. 일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지난 16일 광주에서 헌법에 주거권을 명시하자고 강력히 제안했다.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신복지체계’는 주거를 포함한 국민생활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책에선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생활기준을 목표로 삼았다.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겠다. 우선은 경제가 빨리 회복해야 한다. 다행인 건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다. 증세는 국민 동의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양극화가 심해진 만큼 초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도 한국 사회에 난제가 많다. 가령 청년들은 계속 서울에 몰리는 실정이다. 역대 정부 모두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성과가 변변치 않았다. 그간의 균형발전은 각 지자체가 계획하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식이었다. 한계가 뚜렷한 방식이다. 시·도보다 넓은 지역을 묶어 자족적인 경제권으로, 동시에 활력을 갖는 경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서도 좋은 직장을 다닐 수 있고, 청년이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일부 지자체에서 제안하는 메가시티 구상에 찬성하는 이유다.       ━   “해운회사 본사의 부산 이전 등 지역본사제 시도해 볼만”     메가시티도 당장 실현하기 쉽지 않은 구상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정책 중에선 ‘지역본사제’가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 기업들이 뉴욕이나 워싱턴DC에 있던 본사를 플로리다나 애틀랜타로 옮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더러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국내에도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 기업이 있다. 전남지사로 있을 때 유명 교량 설계업체가 나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겼다.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의 다리를 설계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곳이었다. 업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고맙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물었는데, 답변이 명쾌했다. “대한민국에 다리다운 다리 놓아야 할 곳이 전남 말고 더 있습니까?” 그 말씀이 맞더라. 전국에서 가장 섬이 많은 광역단체가 전남 아닌가.     또 다른 사례가 있나. 유명 김 가공업체는 전남 신안군의 한 섬으로 본사를 옮겼다. 지난해에만 10개국에 800억원어치를 수출한 곳이다. 이곳 대표에게도 물어봤는데, 역시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김 만드는 회사의 본사가 섬에 있다고 하면 거래처에서 어떻게 느끼겠습니까?” 서울에 본사가 있는 것보다 더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겠나.   인센티브가 있다면 일반 기업도 고려해볼 법하다. 행정이나 국회 입법으로 최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본사를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다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업종에 따라서는 지역에 본사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해운회사의 본사는 부산에 있어도 괜찮지 않겠나. 이 이야기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 김경수 경남지사와도 나눴다.   김 지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균형발전 고민을 나누던 중에 제가 지역본사제 이야기를 꺼냈다. 김 지사께서 유명 콘텐트 개발사가 본사를 경남으로 옮겼다고 말씀하더라. 크게는 초광역권 개발과 이에 대한 중앙의 지원, 그리고 발상을 바꾸는 지역본사제를 논의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한데, 새로운 위기가 밀려온다. 비대면 경제로 인한 소득 격차, 기후위기 등이 가장 위협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난 2월 국민연금 투자와 공공조달에서 ESG 지표 도입을 제안했다. 이것이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또 다른 부담은 안 될까. ESG 평가는 이제 안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블랙록’이라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국내의 한 방산기업에 “비인도적 무기(집속탄)를 생산하면 우리는 투자를 회수하겠다”라고 통보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기업이 해당 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했다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국제 금융기관들이 ESG 투자를 향해 질주한다면 우리 주력 산업 전반이 압박을 받게 될 거다. 우리 주력 산업이 대체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ESG 지표 도입은 선행을 유도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한 방안이다.       ━   “지지율, 9월까지 상당한 정도로 회복할 것”     문재인 정부는 탈탄소·탈석탄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탈원전에도 나섰다. 국가 전력을 담당한 두 개의 큰 축 모두에 ‘탈’을 씌운 것인데, 원전에 대한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   우선 ‘탈원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장된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말을 쓴다. 원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6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긴 세월이다. 그동안에 지금 없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 그런 긴 호흡으로 봤으면 한다. 다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제3국의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한 건 반가운 일이다. 실제로 중동 등에 원전을 수출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실무적인 문제에 부닥치곤 했었다.   대북정책의 성과는 현 정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남을 것 같다. 남북협력 돌파구로 개성공단을 의료물품 생산기지로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2018년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분들이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의 철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분들에게 들은 후일담이 있다. 북측에 ‘새마을호가 다닐 철길을 놓으면 어떠냐’고 했더니 북측은 '고속철도(KTX)를 원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측에 도와주려는 것과 북측이 받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도 4차 산업혁명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관련한 신산업 중 국내는 물론 주변국까지 설득할 만한 분야가 의약이라고 생각했다. 북한 주민의 건강, 특히 전염병에 대처해야 하지 않겠나.   흥미로운 정책과 구상이 많다. 하지만 지지율이 녹록지 않다. 9월이 오기 전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돼야하지 않겠나. 상당한 정도까지 회복되리라 믿는다.     대담 조득진 이코노미스트 편집국장 글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사진 박종근 비주얼 에디터  

2021-05-27

[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이낙연의 약속』 “제 뿌리는 남루했던 청춘”

    저의 남루한 청춘을 위로했던 『별들의 고향』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2013년 9월 고(故) 최인호 소설가를 추모하며) 저는 남루한 청춘을 종로에서 지냈습니다. (2020년 3월 지역구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젊은 날을 돌이킬 때면 언제나 ‘남루했다, 누추했다’라고 말했다. 1970년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 군대도 ‘용투사(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카투사)’를 나오고, 졸업 후엔 [동아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던 그가 왜 자신의 청춘을 남루하다고 했을까. 그를 소개하는 짤막한 약력으론 이런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27일 출간한 책 『이낙연의 약속』(21세기북스)을 엮은 문형렬 작가도 이곳에서 첫 질문을 시작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후문 쪽 독서실에서 의자 몇 개 붙여놓고 자던 일, 성북구 종암동 외삼촌 세탁소에서 외삼촌 가족 여섯 명과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살던 일…. 그는 전남 영광에서 혈혈단신 올라와 이곳저곳에 의탁했던 청춘을 되짚는다. 대학 4학년 때는 영양실조 초기증상까지 찾아와 그를 괴롭혔다. 그때 나온 입대 영장은 그에게 차라리 탈출구였다.   카투사 부대를 가니 일단 먹는 게 좋아요. 제가 웃통을 벗었을 때 갈비뼈가 안 보인 게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23쪽)     ━   “청년 시절의 남루함이 이낙연을 이해하는 열쇠”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은 비단 이 전 대표만의 것이 아니다. 산업화 시절에 컸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었을 집단 기억에 가깝다. 그런데도 문 작가가 집요하게 이 전 대표의 청춘을 되짚어나갔던 이유가 뭘까. 답은 책의 2장 ‘청년 이낙연과 영끌’에서 나온다.   청년들의 생각은 헬조선에서 이생망, 영끌, 영털(영혼까지 털렸네)로 가고 있어요.  한스럽죠. 청년을 만나면 기피해야 하는 말이 ‘라떼’라고 하지요. 이제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나 때 말이야’가 아니라 ‘왜 나 때의 문제가 아직도 안 변했는가?’라고. (…)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봐도 단 한 평도 내 몸 눕힐 곳이 없는 저였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청년들도 비슷하게 고통받는가….(67쪽)   40년도 전 그가 겪었던 고통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데서 오는 한스러움. 문 작가는 “청년 시절의 남루함이 정치인 이낙연의 존재를 구성하고, 정책을 이해하는 열쇠 단어”(62쪽)라고 이낙연의 답에 해설을 더한다. 실제로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하는 정책도 대부분 청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 주거급여 보완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청년 공공임대주택 조성 ▷군 사회출발자금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이 그렇다. 이 전 대표는 “20대에서 40대가 행복하면 노년은 물론 사회 전체가 행복해진다”며 청년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21세기북스)에서도 문 후보에게 유년의 기억을 첫 장부터 꺼내었다.   문득 이런 물음이 생각납니다. 아버지 시대에는 무엇을 빼앗겼는지…. (문재인) (아버지는) 남쪽으로 피난 와서는 자신이 원했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실패한, 아주 무기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지요. (…) 그런 모습이 늘 가슴에 서늘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18~19쪽)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대북 정책에 가장 역점을 뒀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듬해에는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 사무소를 폭파할 때도 문 대통령은 대화 재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 작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단의 현실이 절절했다면, 이 전 대표에겐 청춘의 고통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진보는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     청년 이후 이 전 대표의 약력은 4선 국회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전라남도 도지사,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이어진다. 낙선 한번 없이 직을 맡아왔지만, 이 전 대표는 “(유권자와의) 약속이 자꾸 키가 자라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도지사직을 시작하자마자 찾아갔던 진도 팽목항, 당 대표 시절 찾아가 고개 숙여야 했던 산업재해 노동자 유가족들의 농성장과 함께 그가 맞닥뜨렸던 가장 큰 사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 그는 “갈 곳 없고 배고픈 나를 재워주고 고시 공부 하도록 배려해준 그 마음을 본받자는 약속은 (…) 팬데믹을 겪으면서 감염병 국가책임제를 하겠다는 약속으로까지 자랐다”(63쪽)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감염병 국가책임제는 공공병원 설립, 공공의료대학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희생에 대가를 지급하는 손실보상제 방안도 다뤘다.   이밖에 이 전 대표는 이번 대담집에서 사회부터 정치·경제·안보 등 모든 이슈를 총망라해 자신의 고민과 제안을 밝혔다. 지난 4월 15일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치고 나선 첫 외부 활동에서 “내가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현 정부 정책에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말을 빌려 “진보는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는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원 마련 대책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문 작가는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묻는다. ‘당신은 진실한가.’ 그는 “이 전 대표와 만나는 내내 마음 속에 품어왔던 단 하나의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답이 진실했다면, 이 전 대표의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과는 어떨까.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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