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스트

Home > >

[CEO UP |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금융권 최초 개인사업자 CB 허가… 새판짜기

      업계 1위 신한카드가 빅데이터 기반 신사업인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법정 최고금리인하로 수익성 악화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카드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예비허가를 획득했다. 지난해 8월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 이후 신용평가회사가 아닌 금융회사가 개인사업자 CB 인가를 받은 첫번째 사례다. 신한카드는 지난 2019년 4월 금융위 1차 혁신금융사업자로 선정된 후 그해 10월 ‘MyCredit(마이크레딧)’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론칭해 CB사업에 진출한 지 약 2년 만에 성과를 올렸다.   이번 예비허가에 이어 본허가 심사에서 최종 확정되면 신한카드는 보유 가맹점 결제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 계열사나 자체 신용평가 여력이 부족한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신한카드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해 대출 희망자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의 이러한 성과에 임영진 사장의 리더십이 업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임 사장은 지난해 말 4연임에 성공해 카드사 장수 CEO 반열에 오르는 등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임 사장은 신한카드 신용평가업 진출을 위해 대표이사 취임 초기부터 데이터 연구조직을 강화하는 등 기술력을 높이는 데 힘써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카드는 개인신용으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개인사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는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개인사업자와 가맹점 기반으로 축적된 데이터 이외에도 외부 기관으로부터 이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 개인사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업자 전용 금융상품과 대출 중개, 경영진단 등 카드 비즈니스와 접목한 특화서비스 개발과 연계해 시장 내 영향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2021-07-23

[CEO UP|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새 먹거리 ISA·IRP 주도권 모두 잡아

    삼성증권이 증권업계 신규 수익원으로 꼽히는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IRP(개인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 최초로 출시한 중개형 ISA를 통해 20·30세대의 자금을 유입시켰고, 비대면 IRP 수수료 전격 면제 조치로 은행과 보험사가 중심이던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삼성증권의 중개형 ISA 가입자 수가 42만명을 넘어섰다. 중개형 ISA는 예·적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하며,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2월 출시한 중개형 ISA는 MZ세대(20~39세) 가입이 두드러졌다. 중개형 ISA 가입자 절반에 달한다. 타 금융회사에서 삼성증권으로 이동도 많았다. 10명 중 8명은 신규 고객이다. 삼성증권은 중개형 ISA를 통해 미래 고객인 20~30대의 자금 유입, 신규 고객 유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 IRP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월 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삼성증권 다이렉트 IRP’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IRP는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계좌로, 기존엔 연간 0.1~0.5% 수준의 수수료(운영관리+자산관리)가 부과됐다. 삼성증권의 IRP 수수료 전액 면제 결정은 국내 최초 사례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엔 IRP 수수료 면제 바람이 불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도 잇따라 IRP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보험사에 있던 IRP 계좌를 증권사로 옮기는, 이른바 ‘머니 무브(자금 이동)’ 현상도 가속화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다이렉트 IRP 출시 이후 삼성증권 IRP의 일평균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는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3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7%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신수민 shin.sumin@joongang.co.kr

2021-07-23

[CEO UP | 배재훈 HMM 대표] 연속 2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 전망에 ‘방긋’

HMM이 2분기에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 투입된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 모두 만선(滿船)으로 출항하면서 2분기 실적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HMM 대표에 오른 배재훈 사장에 대해 긍정 평가가 나온다.     HMM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수한 HMM 누리호의 1만3438TEU 선적을 시작으로 마지막 8호선 HMM 한울호가 1만3638TEU를 선적, 중국 옌톈에서 유럽으로 출항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인도받은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모두 연속 만선으로 출항했다.   HMM의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은 길이 6M(1TEU) 컨테이너를 최대 1만6000개까지 적재할 수 있는데, 안전 운항과 화물 중량 등을 감안해 통상 1만3300TEU를 만선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선박들은 모두 북유럽 항로에 투입돼 디 얼라이언스 멤버사인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원(ONE), 대만 양밍과 함께 공동 운항한다.     HMM 측은 “지속적인 만선 행진으로 유럽 항로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며 “기존에 강점을 가진 미주 노선에 이어 세계 해운 시장의 주요 노선인 유럽 노선의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인도받은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모두 만선으로 출항했다”며 “대표 국적 선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수출 기업들의 화물이 차질 없이 운송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MM은 지난해 4월부터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된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이 32항차 연속 만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고 전했다. 33항차에 99% 선적을 기록했지만, 34항차부터 또 다시 만선을 이어가 현재까지 45항차 중 43항차 만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HMM은 2분기에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1079억원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07-23

[CEO UP | 박현종 bhc 회장] 치킨집의 ‘아웃백’ 인수, 단순 외도가 아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2위 bhc를 이끄는 박현종 회장이 재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뛰었다. 치킨을 넘어 한식 라인업을 갖춘데 이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품는다.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패밀리레스토랑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 반면 bhc가 종합외식기업으로 제 2도약을 하기 위해선 이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유한회사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아웃백)의 최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bhc그룹을 아웃백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금액은 2000억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특히 수장인 박 회장의 외식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과 성장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 회장은 2012년 제네시스BBQ의 자회사였던 bhc치킨의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가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그룹에서 bhc를 인수할 당시 전문경영인으로 다시 영입된 인물이다. 그는 2013년까지만해도 연 매출 827억원에 불과했던 bhc 매출을 지난해 4000억원대의 업계 2위 사업자로 키워냈다.    탈치킨 행보도 계속됐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인수를 시작으로 소고기 전문점 ‘불소식당’과 ‘그램그램’, 순댓국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 등을 인수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다수거느린 bhc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2018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가 bhc그룹을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박 회장도 일부 자금을 출자해 주요 주주가 됐으며 현재까지 bhc 경영을 이끌고 있다.     아웃백은 패밀리레스토랑 중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업계에선 bhc가 아웃백 인수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대주주가 MBK파트너스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IPO를 추진할 수 있단 것이다. 연매출 3000억원대에 이르는 아웃백을 통해 상장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받는 큰 그림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7-23

[CEO DOWN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야구선수 일탈에 고개 숙인 '택진이형'

      지난해 11월, 엔씨다이노스 소속 야구선수들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엔씨소프트 대표게임 리니지에 등장하는 ‘집행검’을 빼 들었다. ‘택진이 형’으로 잘 알려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스포츠 마케팅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택진이 형’은 엔씨다이노스 소속 야구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소속 선수들이 숙소에서 불필요한 사적 모임을 가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확진됐고, 팀 동료들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사태는 KBO 리그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엔씨다이노스는 김택진 대표의 염원으로 창단된 구단이다. 기업 입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은 불확실한 영역. ‘야구광’ 김 대표의 의지가 없었다면 엔씨다이노스 구단의 창단은 이뤄지기 어려웠다. 김 대표의 의지는 구단 창단 10년 만에 지난해 ‘리그 우승’이란 성과를 거뒀지만 선수들의 일탈로 인한 이번 사태로 빛이 바랬다.   엔씨소프트는 올 초 리니지M 업데이트 이후 충성 유저들의 ‘불매운동’ 등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엔씨다이노스 사태는 실추된 엔씨소프트의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가했다.   구단주인 김 대표는 16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즐거움을 드려야 하는 야구단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직접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늦은 사과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선수들의 사적 모임은 지난 8일이었다. 엔씨다이노스가 관련 사실을 인정한 건 약 일주일이 지난 16일. 강남구청이 경찰에 관련 선수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14일)한 뒤였다.   게임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한 엔씨소프트의 이미지 추락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본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최근 리니지 시리즈의 부진 속 엔씨소프트가 명운을 걸고 있는 게임으로, 다음 달 출시 예정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7-23

[김성희 기자의 부(富)수다]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단타 투자 원하면, 제 조언 듣지마세요”

      ※ 국내 주식계좌 수는 현재 4837만(6월 말 기준)개다. 단순 인구로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94%가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목표는 모두 동일하다. 투자를 통해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이다. 경제 유튜브는 투자자들의 지침서 중 하나다. 김성희 기자의 ‘부(富)수다’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제 유튜버의 투자 노하우를 알려주는 콘텐트다.     김동환 삼프로TV 대표는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생방송 진행을 한다. 방송을 위한 콘텐트 기획 회의나 대본도 따로 없다. 김 대표가 생각나는 게 바로 그날 방송 주제다. 그는 “매일 아침 떠들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간다”며 “말하는 게 체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이사를 지낸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1월 후배인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진우,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정영진과 손잡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삼프로TV)를 열었다. 현직 애널리스트, 경제 전문가 등을 초청해 투자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묻고 듣는 자리다. 사실 개설 당시 이렇게 잘 될지는 예상치 못했다. 사실 운도 따랐다.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의 구독이 늘면서다. 삼프로TV 채널은 구독자 146만명(7월 기준)이 넘는, 대표적인 경제 유튜브로 꼽힌다.   김 대표는 요새 TV 예능이며 라디오, 유튜브까지 각종 경제 관련 방송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경제테이너(경제 유튜버+엔터테이너)다. 그가 방송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투자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김 대표는 “주식투자를 할 때 그 기업의 동업자라는 마음을 갖고 해야한다”며 “사고팔고 차익을 남기는 단기투자보다는 투자한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 갈 수 있는 좋은 종목을 사는 투자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아침 방송을 막 마친 김 대표를 여의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   비자발적 장기투자, ‘존버’가 무조건 답 아냐      투자하기 전 시드머니(종잣돈) 1억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시드머니는 본인이 모으고 싶어하는 금융자산 목표금액의 10% 정도가 적당하다. 요즘 10억원 정도를 자산목표로 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10억원의 10% 금액을 말했던 것이다. 좀 오해가 있었다(웃음).    단타 매매를 노리는 단기투자자가 많은데.     빨리 벌어서 더 빨리 부자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골프선수 중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 나는 골프를 잘 못 치는 사람이다. 만약 타이거 우즈랑 시합 한다고 했을 때 운이 좋아 몇 홀은 내가 이길 수는 있겠지만 모든 홀을 내가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주식투자도 똑같다. 주식도 제대로 배워서 하는 투자자가 이기게 돼 있다. 주식투자를 한 달 혹은 3개월만 할 거라면 내 조언을 듣지 말아야 한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시절이 있었나.  1992년에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기업차트를 봤다. 차트가 올라가는 추세냐, 떨어지는 추세냐를 보는게 재밌고 대세였다. 그러나 외환위기(IMF)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선진 투자 기법이 들어왔다. 그때부터 재무제표를 보게 됐다. 재무제표에 나타난 기업의 자산가치를 볼 줄 알게 되면서 주식을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다. 회사의 자산이 꾸준히 늘고 있는지, 현금흐름이 괜찮은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알 수 있는 게 재무제표다. 법을 지키면서 기업의 매출액과 이익이 계속 우상향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매수보다 더 어려운 게 매도 시점인 거 같다.  주식을 팔 때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기대했던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다. 2만원까지 오를 것을 예상하고 매수했는데, 수익을 달성했다면 판다. 두 번째, 투자 기업이 내가 생각했던 동업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다. 예컨대 좋은 종목이라고 확신했는데 알고 보니 테마주로 묶였다면 고민 없이 매도한다. 마지막, 투자 종목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종목을 발견했을 때다. 투자한 A회사보다 B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좋고, B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교체매매를 한다.     실패한 주식 종목이 있나. 현재 10~12가지 정도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가치주도 있고, 성장주도 있다. 그 중엔 6년 동안 가지고 있는 주식도 있다. 6년간 보유할 생각은 없었지만, 비자발적인 장기보유가 됐다. 짧은 기간은 아니었지만 긴 안목으로 봤을 때 잘못한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다시 오르고 있기도 하고, 나의 반려라고 생각하면 길지 않다. 주식은 어느 순간 많이 오른다. 계속 쉬다가 어느 순간 수익률이 달성되기도 한다.    가치주와 성장주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통상 자산가치가 그 주식의 시가총액보다 평가가 절하된 종목을 가치주, 그 반대되는 종목을 성장주로 구분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가치주, 성장주 구분을 다시할 필요가 있다. 보통 재무제표에 있는 기업의 순자산가치를 시가총액과 비교하는데, 재무제표에 올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 미국의 애플, 페이스북과 같이 일종의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들을 보자. 이들 기업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들인 무형의 가치인 노력은 재무제표에 온전히 반영될 수 없다. 제조업체, 철강, 화학 등은 가치주이고 인터넷업체, 바이오는 성장주라고 기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맞다고 보기 어렵다.     ━   카카오와 네이버는 재무제표로만 가치 매길 수 없어        연령별 투자 전략 어떻게 다른가. 20~30대는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된다. 설사 마이너스 수익이 나도 회복의 시간이 있고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그러나 47세가 넘어가면 수입 대비 지출이 늘어나서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50~60대는 확정된 현금 흐름(수입)이 생기도록 하는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8월 증시 고점이 예상되는데 변수는 없나.  주식은 살아서 움직이는 유기체다. 세상의 변화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3~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굉장히 심했다. 그때 뉴스를 보면 세계가 망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당시 절망감이나 공포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공포감에 휩싸이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게 돼 있다. 반면에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 이면을 본다. 이미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한다는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델타 바이러스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중요하다.      하반기 주식시장 키워드를 꼽는다면.    하반기 키워드는 ‘Recovery’(회복)다. 코로나19로부터 회복, 경기침체로부터 회복, 저성장으로부터 회복이다.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하지만 경기 사이클 순환이라는 과정으로 보는 게 좋다. 우선 국내 경제는 올해 굉장히 좋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회복 국면이고, 그 회복 구간에서 우리 경제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수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때 전 세계가 경기침체가 온다고 했지만, 소비가 늘었다. 정부가 재정을 풀고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여행 대신 소파나 TV, 노트북 등의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글로벌 리스토킹(Global Re-stocking)’ 과정이다. 창고를 다시 채운다는 말이다. 창고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재화를 생산해내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경제도 좋다. 그런 나라가 바로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다.    영상에 김 프로 이름의 댓글이 많은 데 직접 달기도 하나  카카오톡과 같은 여러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서 닉네임 김 프로가 많다. 그건 내가 아니다. 댓글을 달지 않는다. 투자 정보를 주거나 상담하는 일도 없다. 방송이나 인터뷰, 글을 쓰는 일 말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만약에 사칭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고해달라.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2021-07-22

홍춘욱 박사 "벼락거지 탈출구…삼성전자보다 ‘위기에 강한 자산’이 답"

  ‘벼락거지’ 면하려다 ‘깡통’ 찼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주식계좌를 연 ‘주린이’들의 평균 성적표는 ‘-1.2%’로 집계됐다. 주가는 훨훨 날았는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28년차 '베테랑'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지난해 주식투자를 시작한 동학개미의 종목당 보유 일수는 평균 8일 정도”라며 “2020년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새로 개설된 주식계좌는 평균 5.8%의 수익을 냈지만, 잦은 매매로 수수료와 세금을 공제하니 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주린이’에게 투자의 벽은 높다. 홍 대표는 주식시장을 ‘무제한 체급 격투기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정글’에 비유한다. 2030세대가 투자 경험도 많지 않고,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뛰어든다면, 맛있는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혹독한 투자의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 대표는 “위기에 강한 자산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상이 달러 자산이다. 평상시에 달러를 보유하다, 위기가 오면 환차익으로 저평가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고, 안전한 투자법이라고 주장한다.     ━   경제 독립의 꿈을 이룬 비결 ‘환율 스위칭’   홍 대표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파워 경제통'이지만, 개인투자자로선 실패와 성공의 부침을 모두 겪어왔다. 그런 그가 2019년엔 경제적 자립의 꿈을 이뤄 ‘파이어(FIRE)족’에 합류했다. 비결이 뭘까. 직장에 묶인 ‘일개미’의 늪에서 그를 경제적으로 구원한 것은 달러 투자였다.   젊은시절엔 그도 ‘불나방’이었다. 홍 박사는 최근 펴낸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를 통해 자신도 20대에는 무작정 주식에 뛰어들어 실패를 반복하던 주린이였다고 고백한다.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경제지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빚까지 얻어 주식에 손을 댔다 마진콜(margin call)을 겪으며 투자금을 허공으로 날렸다.   ‘다신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다짐을 깬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폭락한 우량 기업들에 투자했다. 이때 환율의 세계에도 눈을 떴다.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까지 치솟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후 환율이 안정된 후 주식에서 거둔 수익으로 달러예금에 가입했다. 그렇게 매월 꾸준히 달러를 모아갔다.   그러던 어느 해, 다시 글로벌 위기가 찾아왔다. 2015년 국제 유가 폭락 사태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투기 공격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급등했다. 곧바로 ‘환율스위칭’ 전략을 썼다. 이는 달러 가치가 치솟을 때 환전해, 가장 값싸게 거래되는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 당시 저평가자산은 아파트였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서울 집값이 저평가됐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그간 모은 달러와 때마침 이직으로 받은 퇴직금을 지렛대 삼아 서울 중심지의 신축 아파트를 샀다.   홍 대표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근처에 이른 횟수만 3번”이라며 “환율 급등시기에 달러예금 평가액이 늘어나면, 폭락한 우량주를 매입하거나 저평가된 부동산을 구입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 투자는 종잣돈이 적은 2030세대에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달러 투자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 달러의 가치와 우리나라 경기는 반대로 갑니다. 경기가 나빠서 집값이 빠지거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즉 위기에 강해지죠. 이코노미스트들은 끊임없이 미래 예측을 위해 노력하지만, 전제가 빗나가면 답이 없어요. 코로나를 예측할 수 없던 것처럼요. 하지만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환율이 올랐다는 점은 틀림이 없죠. 위기에 대비해 평화로울 때 미리미리 달러를 저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특히 2030 젊은이들에게 달러 투자를 추천하신 이유는. 사회초년생, 2030세대는 투자 경험도 많지 않고 지식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건, 안타깝지만 그냥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서는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환율 스위칭 전략은 환율이 급등했을 때, 달러를 원화로 바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에 '올인'하는 전략입니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보다 2030세대처럼 지속적인 근로소득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때 자신감을 갖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달러 저축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 첫번째 외화 예금입니다. 매일 시세판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환전 수수료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자주 매매를 안하게 됩니다. 투자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미 국채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매매 비용도 저렴하고, 국내 주식 사듯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선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국채 선물은 가격변동성이 현물과 거의 괴리가 없는 안정적인 상품입니다. 세번째로 금융종합과세가 걱정되는 자산가라면 미국 시장의 IEF(미국 7~10년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 TLT(미국 20년 이상 만기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IEF는 7~10년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TLT 20년 이상 장기채 투자 상품입니다. IEF는 운용자산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우 큰 펀드라서 매매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투자하는 게 무난하다는 관점에서 개인적으로도 IEF 투자를 주로 합니다. 장기투자 상품으로는 이자가 높은 TLT가 유리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식에 오래 묻어두는 전략은 어떨까요. 1980년대 우리나라 시총 1위 기업은 은행이었고요. 1990년대는 한국전력이었습니다. 만일 1980년대로 돌아가서 은행주를 샀다면 외환위기 때 어땠을까요. 1990년대 한전을 샀다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국내 주식시장은 수출의 영향력이 너무 크고, 시기별로 주도주도 바뀌고 있습니다. '우량주 하나 사놓고 장기투자하세요'라는 말은 "회사가 크다"라는 정보 외엔 별다른 판단 기준이 없습니다.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면 모멘텀, 즉 상승 추세가 살아있는 기업을 사든가, 아니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기업을 사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모멘텀, 주식의 상승하는 추세를 읽는 쉬운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수출이 바로미터입니다. 매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어떠한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평균 수출 금액이 전월에 비해 늘었다면 상승 추세, 반대의 경우는 하락 추세로 볼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어떤 지표를 봐야하나요. 가치투자는 주가가 '싼가'가 핵심입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쇼크처럼 주가가 바닥을 칠 때 살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대신 혹여 너무 빨리 사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공포와 싸워야합니다. 분할 매수하는 게 중요합니다.   30살로 돌아간다면 경매 공부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한국사람의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베팅하는 시기가 있는 반면, 이 나라 부동산은 끝장났다고 비관하는 시기가 왔다갔다 합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돌아보면 투자기회는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싸이클을 어떻게 정확하게 읽을까요. 시장의 흐름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경매 낙찰가율입니다. 젊은시절 그 흐름을 알았다면 재테크가 쉬웠을 텐데 안타까웠습니다. 경매를 공부해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은 대단히 크고,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살거 같다는 포모(FOMO Syndrome) 심리 퇴치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투자로 대박을 노린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자산이 화폐의 시스템에 도전하기 위해선 가격이 지금처럼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면 안됩니다. 그건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같은 통화가 되는 거죠. 그 나라 국민들도 거래 수단으로 볼리바르 화폐를 안 쓰고, 달러를 씁니다. 그런 사회가 빚어내는 비극을 보면, 비트코인이 세상의 기축통화가 되고 보편적 통화가 된다는 건 믿을 수 없어요. 인생을 건 투자는 위험합니다. 달러에 중심을 두고 저축하는 과정에서 미술품 한 작품을 사두는 정도로 가볍게 암호화폐에도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벼락거지’를 벗어나고픈 초보 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진다 생각될 때 화상을 입는 것보다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투자를 안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남이 주식에서 돈을 벌었다는 것만큼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건 없어요. 하지만 너무 높은 목표를 가지면 빚을 내서 레버리지 투자하거나,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 선택은 조금만 운이 따르지 않아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죠. '내가 그렇게 운이 따르는 사람이었나' 지금 살아온 인생을 한번만 돌아봐도 금방 알 수 있잖아요. 초조해하지 마세요. 평소 꾸준히 달러를 저축하면서 환율 스위칭만 몇 번 해도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   한국 주식 VS 미 국채, 장기 수익률은?     1981년 이후 국내 주식(코스피지수)에 100만원을 투자한 경우와 같은 기간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의 성과는 어떠했을까. 상장지수펀드펀드(ETF)를 통해 한국 주식에 100만원을 투자하고 유지했다면, 2020년에 이 금액은 1700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이 기간 한국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7.62%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미국 국채의 수익률에는 못 미친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27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었다. 연 수익률 8.9%의 대단히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1998년, 2008년, 2020년처럼 국내 주식시장이 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미국 국채가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해당 연도의 미 국채 수익률은 각각 63%, 31% 그리고 11%에 이른다.   참고문헌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윤형준 인턴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1-07-19

글로벌 3D시뮬레이션 기업이 창원에 새 둥지를 튼 이유는

      지방소멸. 무시무시한 말인데도 누구나 입에 올리는 단어가 됐다. 국내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상장기업 10곳 중 7곳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향후 30년 내에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6개는 지도에서 사라진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등으로 혁신도시·기업도시를 곳곳에 세웠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기업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줘도 손사래를 쳤다. 똑똑한 기업 경영진이 지방과 견줘 압도적으로 풍부한 수도권의 인프라 혜택을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일자리가 많은 곳에 몰리고, 일자리는 산업이 성장하는 곳에 생겨난다. 기업의 수도권 쏠림은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무서운 시그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7월 9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 STX오션타워 18층에서 열린 행사는 진풍경이었다. 김경수 경남지사, 허성무 창원시장, 이호영 창원대 총장,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장 등 지역 고위인사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목적은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지역 사무실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날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이 지방 도시에 ‘3D 익스피리언스 이노베이션 센터’란 이름의 영남본부를 열고, 지역 기업 경쟁력 향상과 인재 육성을 다짐했다.     흥미로운 건 이 회사의 이력이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이다. 기계공업이 발달한 창원지역과 합이 맞는 제조기업도 아니다.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주력 상품은 IT 소프트웨어다.     왜 한국 기업도 마다하는 지방에 외국계 기술기업이 새 둥지를 틀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드넓은 창원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창원 3D 익스피리언스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서울 강남에 큰 규모의 사무실이 있다. 창원까지 발을 넓힌 이유는 뭔가. 그간 창원의 중소·중견 제조기업과 긴밀하게 지내왔다. 당연히 우리 제품을 쓰는 협력사도 많았다. 지역 대학과 교육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지난해 문을 열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 회사 입장에선 많은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 기대가 크다.   국내 IT 기업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강남·판교에 몰려있다. 다쏘시스템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길래 지방에 거점이 필요한가. 기업 사이에선 유명하다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엑셀엔 언두(Undo) 기능이 있다. 방금 한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쓴다. 엑셀에선 간단히 할 수 있지만 인생에선 ‘언두’가 불가능하지 않나. 기업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한번 내린 경영 결정은 되돌리기 어렵다. 제조기업도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지 않으면 상용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언두 단축키를 대신 눌러주는 회사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카티아, 시뮬리아, 솔리드웍스 등이 우리 회사의 대표 애플리케이션이다. 기능은 제각각이지만 목적은 같다. 3D 가상현실에서 미래를 예측하게 돕는 거다. 가령 자동차 회사에 제품 생산 전 과정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시제품으로 차 수백 대를 만들어 도로 위에 굴리지 않아도, 플랫폼 안에서 미리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도 쓰는 기업이 많겠다.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우리 고객사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2만2000개의 기업이 우리 제품을 쓴다. 물론 영남본부는 단순히 우리 제품을 팔기 위해 만든 사무실이 아니다. 그런 일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제품을 파는 게 다가 아니라면. 영남본부엔 우리 회사 직원도 있지만, 지역 협력사도 함께 입주한다. 다쏘시스템의 플랫폼을 연구하고, 이를 자사 제품에 순조롭게 적용하기 위해서다. 한국 중소·중견 제조업의 위기는 결국 디지털 전환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 플랫폼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가능하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 협의해 학생들도 방문해 우리 플랫폼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을 꾸렸다. 지역의 산·학·연을 연결하는 커뮤니티이자, 워크 스페이스인 셈이다.     ━   프랑스 IT 기업, 한국 제조업 심장에서 디지털 전환 확산   수익을 꾀하는 계획처럼 들리진 않는다. 1997년에 한국법인을 설립해 업력이 꽤 되지만, 우리는 천천히 성장해왔다. 매출과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술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에 더 힘을 쏟았다. 덕분에 지금 300명이 넘는 직원을 한국에서 고용 중이다. 영남본부 역시 초기 운용인원은 30~4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익을 내기 위한 일이 아니라니, 본사에선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 투자와 고용에 방점을 찍고 기업의 책무를 다하자는 게 프랑스 본사의 방침이다. 얼마를 더 버느냐보다 몇 명을 더 고용할지가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의 관심사다.   영남본부를 개소하는 일엔 본사의 허가도 필요했을 텐데.   다쏘시스템이 세계 각국에 법인을 두고 있지만, 이렇게 본사 외에 지방에 따로 사무실을 여는 건 흔치 않다. 특히 다른 협력사와 함께 사무실을 쓰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처음인 사례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흔쾌히 허락했다.   조영빈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 꽤 박식하다. 수출 비중이 큰 데도 제조업이 점차 위기를 겪고 있는 점을 두고 종종 우려 섞인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었다는 거다. 조영빈 대표가 경남본부 개소 아이디어를 본사에 전달했을 때, 샬레 회장이 반겼던 이유다.   특히 산학연이 협력하는 특별한 공간이란 점에서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길 조 대표에게 당부했다. 실제로 버나드 샬레 회장은 개소식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더욱 큰 포부를 세울 수 있도록 다쏘시스템이 지닌 지식과 노하우를 미래 인재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뒷배가 든든하니 조 대표 역시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지역 거점 개소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다쏘시스템은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가 65조원에 이르는, 프랑스에서 첫손에 꼽히는 회사다.   채용도 지역민을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으면 청년들이 구태여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몰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런 불균형을 맞추는 일에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다. 물론 이런 거창한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 지역에서 자라난 이들이 뭐가 문제인지, 뭐가 대안인지를 제일 잘 안다.       생존에 급급한 중소·중견기업이 다쏘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잘 다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너무 복잡하다며 손사래 치는 경영진이 있긴 있다. 하지만 효과가 확실하고, 다양한 제조혁신이 가능하다 보니 중소·중견 협력사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더 밀착해서 효능을 알리고 싶어 영남본부를 연 것도 있다. 지역 대학과 협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가령 학생들이 우리 플랫폼을 사용할 줄 알면, 회사에 취업했을 때에 유능한 인재로 통할 것이다.   지역 경제와의 인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들었다. 2010년, 대구지역 최초로 외국계 기업의 R&D 센터를 설립했다. 50여명의 지역 청년 일자리를 창출했다.     ━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디지털 경제체계 전환   외국계 기업으로 드문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쏘시스템코리아는 B2G(기업·정부거래)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F-21 시제기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공공의 폐쇄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 같은데. 공공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국민의 행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본사가 프랑스에 있는 회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성과를 낸다면 공공 특유의 고리타분함도 뚫을 수 있다. 물론 기술 관점에서 보면, 공공의 행보가 아쉬울 땐 있다.   어떤 점인가. 과거 싱가포르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때 관(官)이 던지는 질문이 참 인상 깊었다. 가상환경에서 인구가 늘었을 때 발생하는 폐해나 지진이 났을 때 취약점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들이 국민의 행복을 목적에 두고 행정을 전개하는 걸 체감했다. 반면 국내에선 관련 프로젝트를 벌이면 경제효과 같은 숫자가 가장 최우선의 가치다. 이런 하드웨어만을 중시하는 문화도 바뀌길 바란다.   창원에 입성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접점이 더 늘어나게 됐다. 인사말을 전한다면. 뜬금없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이 도시가 미래교육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수도권 명문대 입성만이 값진 결과로 통하는 게 아니라, 지역 안에서도 충분히 도전하고 성과를 낼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그런 기회를 만드는 건 우리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 다양한 지역 교육 활동을 통해 다쏘시스템코리아도 힘껏 돕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7-19

[은퇴 설계 됐나요?①] 내 자산은 우리나라에서 상위 몇 %?

  얼마 전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밸런스은퇴TV’에서 우리나라 가구주의 자산 순위를 각각의 자산별, 연령별, 수도권 등으로 분석해 내보낸 적이 있다. 이후 유튜브의 댓글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이 순위가 진짜?”라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재산(총자산)이 10억원이면 상위 10%에 들어간다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재산이 10억원을 넘고, 서울에 아파트가 도대체 몇 채인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가 평균 10억원을 넘어서면서 한편에서는 “나도 이제 재산이 좀 되네!”라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위 은퇴한 분들 사이에선 “30여년 받은 월급보다 지난 몇 년간 집값 오른 게 더 많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때문에 더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묻지마 부동산’ ‘60대 이상 세대의 아파트 구매 열풍’ 등은 마치 대지진의 전조현상처럼 전례 없는 기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은퇴세대 재산의 부동산자산 편중이 극단으로 이뤄지면서 재산은 좀 있어도 정작 쓸 돈은 없는 ‘집 한 채 가진 빈곤층(House Poor)’이라는 용어가 10여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집은 살다가 마지막에 상속하게 되는데 그때 자녀의 나이가 70세에 가까우니 결국 일본처럼 ‘老老상속’이라는 문제도 생긴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   총자산 상위 10%…전국 기준 10억원, 수도권 기준 12.5억원     부동산시장이 급등하면서 은퇴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재산은 우리나라 전체 또는 내 또래에서 어느 정도 순위인지를 궁금해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순위가 왜 체감하고 있는 것과 다른지, 소위 ‘은퇴 중산층’에 나도 들어가는지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는 2020년 3월 기준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원자료를 기초로 총자산‧순자산‧금융‧부동산 등의 자산별, 연령대별, 수도권 등으로 나누어 순위별 커트라인을 분석해 보았다.   〈표1〉에서 보듯이 먼저 총자산(재산)을 보면, 우리나라 2034만 가구주 중 상위 1%인 약 20만명에 들어가려면 커트라인은 약 30억원이고, 상위 10%인 200만명에 들어가려면 10억원 정도 있어야 한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만 보면 상위 10%의 커트라인은 12억5000만원으로 높고, 다른 순위의 커트라인도 대체로 전국보다 23%~30% 정도 높았다.     이 기준에서 보면 서울에서 10억원 정도의 평균적인 아파트를 가진 가구주는 다른 금융자산까지 합쳐보면 대략 상위 10%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재산은 총자산이 아니라 거기서 대출받은 것을 제외한 순자산이다. 순자산 기준으로 상위 10%에 들어가려면 전국 기준으로는 8억4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약 10억원을 넘어야한다. 심지어 순자산으로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전국 기준으로 26억원, 수도권에서는 31억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등 2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한데 이 사람들이 모두 상위 1%에 들어간다니까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체감순위는 원래보다 약 2배로 떨어져   앞에서 본 자산 순위가 현실적으로 와 닫지 않는 이유는 우선, 50% 전후의 무주택자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2000만 가구주 중에서 무주택자가 전국으로 44%, 수도권은 47%나 된다. 즉, 재산의 순위가 보유 부동산자산의 순으로 정해지는 상황에서,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절반의 가구주가 중하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보유가구의 비중도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는 전체 가구주의 18%이고,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가구주는 전체 가구의 6% 정도에 불과하다. 즉, 서울 아파트 평균이 10억원이라는 것은 서울에서 10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진 가구가 전체 가구 중에서 3%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모두 172만 가구지만, 소유주는 아파트 수의 약 70% 정도인 122만 가구로 착시현상도 존재한다.   현재 체감하는 것보다 커트라인이 낮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앞의 자산 순위의 기준이 2020년 3월이기 때문에 2021년 현재까지의 급등한 주택가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중소형아파트(60~85㎡) 가격이 전국적으로 18%, 수도권은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들어서도 중소형아파트 가격이 4월까지 전국은 8%, 수도권은 12% 상승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 조사에서 빠진 최상위 자산가구주 1.4%와 202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을 반영한 재산(총자산)의 체감순위 커트라인을 다시 추정해 보았다. 그리고 나아가 재산순위에서 50%에 달하는 무주택자의 존재가 또 다른 체감적 차이를 만든다고 보고 주택보유자만의 재산 순위 커트라인을 구해보았다.     다시 〈표1〉을 보면 재산(총자산)의 체감순위 커트라인에서 전국 기준으로 상위 10%에 들어가려면 2020년 초 통계청 기준으로는 커트라인이 10억원이었지만 현재의 체감 커트라인은 12억6000만원이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17억원이 넘어야 한다. 한편 수도권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아서 상위 10% 커트라인이 통계청 기준으로 12억5000만원이었는데 체감 순위로는 17억4000만원이 넘어야 하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25억원이 넘어야 한다.     특히 상위 1%에서의 격차는 체감순위로 보면 더욱 격차가 커지는데 전국 상위 10%가 통계청기준으로 30억인데 반해 체감 순위로는 70억원이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90억원을 넘는다. 수도권은 역시 조금 더 높아서 체감순위로 95억원이고, 주택보유자만으로는 114억원이 넘어야 상위 1%에 들어간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분의 반영도 있지만 최상위 가구주 1.4%를 반영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체감하는 또는 추정하는 재산순위는 평상시의 일반적 순위 커트라인의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부동산 보유상황에 따라 재산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   가장 부자세대가 된 60대,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       한편, 최근 부동산시장의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는 집을 줄여야 하는 60대 이상의 은퇴세대에서 오히려 아파트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요즈음 30~40대 사이에서 ‘영끌’을 통한 주택구입이 늘어난다고 하는 기사들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표2〉에서 보듯이 연령별 아파트 보유자의 추이를 보면 2015년 이후 50대 이하 세대는 모두 비중이 줄어든 반면, 60대 이후 세대는 전국이나 서울 모두에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비중뿐 아니라 아파트 보유자 수를 보더라도 40대 이하는 절대 수가 줄었고, 50대는 10% 정도 늘어난 반면 60대와 70대는 30% 이상 급증했다. 심지어 80대 이상은 66%나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로 〈표3〉에서 보듯이 연령대별 총자산 순위 커트라인에서도 전국이나 수도권 모두 순자산 기준으로 60대가 가장 높았다. 결국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급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세대가 50대에서 60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극도의 부동산 편중을 보이는 60대의 자산구조는 집을 줄이거나 주택연금 가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세금을 포함한 생활비 지출 부담을 크게 높이는 문제를 야기한다. 게다가 은퇴세대의 자산이 거주해야 하는 부동산에 집중됨에 따라 상속이 더 어려워지며 일본처럼 ‘老老상속’이 현실화되고 있다. 즉, 90세 넘어 사망하면서 70세가 다된 자녀에게 집을 상속해서 노인인 자녀가 다시 깔고 사는 것이다. 이는 먼 훗날 상속할 집 한 채를 근거로 노후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손자 세대에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60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첫번째 세대’인데 부동산 있다고 부양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번듯한 집만 있지 은퇴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산순위 커트라인은 어떻게 구했나?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의 재산 순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는 별로 없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함께 2012년부터 매년 약 2만명을 표본으로 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정도이다. 이 마저도 구간별 평균값으로 발표되고, 순위별 커트라인은 발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설문답변(2020년 3월 기준) 원자료를 기초로 총자산‧순자산‧금융‧부동산 등 자산별, 연령대별, 수도권 여부 등으로 재분류하여 순위별 커트라인을 분석했다. 여기서 총자산(재산)은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을 합한 금액이고,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대출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주의할 것은 전월세보증금을 금융자산으로 분류한 ‘가계금융복지조사’와는 달리 여기서는 전월세보증금을 부동산자산으로 분류하여 분석했다. 한편, 체감 순위는 통계청 표본조사에서 빠진 초고자산가를 KB금융의 한국부자보고서 조사자료로 보완하고 통계청의 주택가격 통계를 반영하여 추정했다.       * 필자는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다. 유튜브 ‘밸런스은퇴TV’를 운영하고 있으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와 광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생명 금융연구소,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과 신탁연금본부장을 거치며 은행‧증권‧보험의 은퇴자산관리사업을 구축한 대표적인 은퇴전문가이다. 김진영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2021-07-1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