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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로 수소경제 ‘시동’

  최정우 포스코(POSCO)그룹 회장이 ‘넥스트 포스코’를 위한 수소 사업의 닻을 올렸다. 철강 생산만으로는 그룹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수소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철강사들과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수소 사업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 시작했다.     포스코는 10월 6~8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수소환원제 포럼 2021’(Hydrogen Iron & Steel Making Forum·‘HyIS’)에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개발 협업을 모색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전통적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기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철을 생산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이번 포럼은 수소환원제철이 전세계 철강사의 탄소중립을 위한 공동 과제라는 점을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아르셀로미탈·일본제철 등 10개 철강사, 3개 철강협회(유럽철강협회·중국철강협회·일본철강연맹) 등 총 29개 관련 기관들이 포럼에 참여한다. 포스코는 이 자리에서 고유의 제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수소환원제철 공법 ‘HyREX’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엔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 매출액을 3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생산 측면에선 현재 생산 역량을 보유한 부생수소(그레이수소)를 시작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블루수소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까지 더해 수소 공급 역량을 국내 최대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최근 실적 개선도 최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이 18조2289억원, 영업이익 2조2014억원에 달한다. 3분기 매출은 18조23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10-01

[CEO UP | 전영현 삼성SDI 사장] “기술력 쌓으니 실적이 따라오네”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의 호조로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기술 투자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전영현 삼성 SDI사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의 삼성SDI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연결기준 매출액 3조5495억원, 영업이익 34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21%, 30.7% 증가한 수치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에 3조3343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분기 기준 매출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삼성SDI를 걱정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삼성SDI는 이렇다 할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아서다.   대규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삼성SDI는 대신 기술 투자와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로 삼성SDI는 매년 연구개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며 기술 확보에 나섰다. 전 사장이 경영을 시작한 2017년 5271억원에서 2018년 6048억원, 2019년 7126억원, 지난해에는 8083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SDI의 연구개발 투자로 인한 선행기술 확보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삼성SDI가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편, 삼성SDI는 하반기 헝가리 신규 공장 라인에서 생산할 5세대 배터리 ‘젠5’ 공급이 시작되면서 실적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젠5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 배터리로 한 번 충전할 때 600㎞를 주행할 수 있다.     특히 단 2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도 갖췄다. 삼성SDI는 3분기 중 완성차 업체 BMW의 순수 전기차 i4와 iX에 젠5를 공급하는 것을 필두로 고객사를 늘려갈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10-01

[CEO DOWN | 김신 SK증권 대표] ‘화천대유’ 역풍에 이미지 실추 불가피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오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사건 여파가 SK증권에도 미칠 전망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화천대유 관련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신청 명단에 SK증권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화천대유 사건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때 추진한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에서 불거진 특혜 논란이다. 자산관리 회사 화천대유가 해당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에 4999만5000원(지분율 1%)을 출자하고, 출자금 대비 약 1154배에 이르는 577억원을 배당으로 챙긴 사실이 드러나 과다 배당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엔 SK증권 이름도 등장한다. SK증권이 판매한 특정금전신탁(돈을 맡긴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투자하는 상품)으로 성남의 뜰에 3억원(지분율 6%)을 출자한 뒤 3463억원을 배당 받은 투자자들이 있어서다. 출자금 대비 배당률은 11만5345%로 화천대유와 같다. 이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우선주에 25억원을 출자하고, 출자금 대비 7320%인 1822억원을 배당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배당은 보통주보다 우선주가 더 많이 받는데, 화천대유와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은 보통주 주주임에도 우선주 주주인 성남 도시개발공사보다 많은 배당을 챙겼다. 이는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의 확정이익을 제외한 초과이익 전체를 보통주에 배당하기로 한 주주간 협약이 있어서 가능했다. 문제는 해당 협약이 화천대유와 SK증권 등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점이다.   특히 ‘성남의 뜰’에 투자한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의 자금 출처는 화천대유 대주주와 관련 있는 7명, 이른바 천화동인 1~7호로 알려졌다. 이에 SK증권도 화천대유 사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SK증권 측은 “투자자에게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했을 뿐,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지사 판교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소속 정무위 위원들은 산업은행과 메리츠증권, SK증권 등의 관계자를 국감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2021-10-01

[단독] 강화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정몽규, '묘수' 찾았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칼날을 피할 방법을 찾았다.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 합병을 통해서다. 정몽규 회장이 양사의 합병을 완성시킬 경우 올해 말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동시에 돼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총수일가 지분 요건' 개정안에 미충족     29일 이코노미스트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HDC그룹의 현재 기준 기업 지배구조는 올해 말부터 시행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규제 사정권에 자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DC그룹에 해당하는 새 공정거래법 규제는 두 가지로 꼽힌다. 첫번째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요건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상장회사이면 30% 이상, 비상장회사이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HDC그룹의 지주사 HDC가 보유한 자회사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 지분은 각각 28.95%, 56.55%다. HDC아이서비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상장사인 HDC아이콘트롤스는 지분을 1.05% 이상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번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기업집단의 강화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기준이다. 정 회장이 HDC그룹의 사업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가 이에 해당한다. 새로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총수 일가가 상장 여부와 관계 없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정 회장은 현재 HDC아이콘트롤스 지분 28.8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   'HDC아이콘트롤스-HDC아이서비스 합병', 해결사로 등판    하지만 HDC그룹은 이처럼 골치 아픈 두 과제를 올해 안에 동시에 해결할 묘수를 도출해냈다. 바로 그룹 자회사와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를 합병한 후 HDC랩스(가칭)로 상장(IPO)하는 것이다. 현재 HDC그룹은 두 회사를 오는 12월 1일 합병하고 같은 달 20일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두 회사를 합병해 HDC랩스로 상장시키면 그룹 지주사인 HDC의 보유 지분은 39.1%로, 강화된 공정거래법 규제 기준인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보유 조건을 충족시킨다. 또 합병 전 정몽규 회장의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율이 기존 28.89%에서 합병 이후 18.3%로 떨어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정 회장이 HDC아이서비스 지분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합병을 거치면서 지분율이 희석된 덕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의 합병은 HDC그룹의 골치 아픈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소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라며 "합병을 마치는 시기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으로 예상돼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짠 것 같다"고 평가했다.   HDC그룹은 두 계열사를 합병 후 상장하는 이유로 시스템 시공부터 생활서비스까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업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HDC그룹의 미래사업과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그룹 내 중심 축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C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을 합병한 이유는 HDC그룹 전략 차원에서 두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핵심 역량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HDC그룹의 IT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지능형 빌딩 시스템(IBS), 스마트홈,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사업, 친환경 LED 조명, 기계설비공사(M&E)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다. 강남파이낸스 센터, 코엑스, 수원 IPARK CITY 등에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시공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다. HDC아이서비스는 부동산 종합관리, 자산관리, 인테리어, 조경사업 등 다양한 종합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현재 300곳 이상의 사업자를 관리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2021-09-30

“고객과의 신뢰, 분산투자만이 최고 해법” 김현섭 KB국민은행 PB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었다는 ‘피크아웃’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투자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균형 잡힌 자산관리의 노하우가 절실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4대 은행에서 추천한 ‘이달의 베스트PB’를 통해 금융 시장 진단 및 ‘잃지 않는 투자전략’을 소개한다. 첫번째는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의 김현섭 PB팀장(부센터장)이다. [편집자]   KB국민은행은 은행권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산관리(WM) 분야 선두권 금융사로 손꼽힌다. 특히 국내 최대 금융그룹(KB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강점을 살려 그룹사간 시너지 효과 창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기도 하다.       ━   국내 최대 복합점포망…경쟁력 발원지 ‘WM스타자문단’   10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WM복합점포는 총 79개로 기업금융 CIB복합점포(8개)를 포함하면 87개의 전국 복합금융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복합금융점포는 고객이 은행과 증권을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특화점포로, 자산가 밀집지역 중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및 금융투자는 물론, 세무·법률, 자산승계, 기업체 자문 등을 아우르는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개인고객은 물론 법인고객까지 제공하고 있다. 복합점포마다 전문인력 규모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그룹 소속의 자산관리 자문단이 전국 영업점을 후선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일반 영업점에서도 고객의 자문 신청이 들어오면 인근의 ‘KB자산관리 자문센터’를 통해 해당 고객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조직이 구성된다. 자문센터 역시 여의도, 명동, 대치, 강남, 서초는 물론 광주·부산 등 전국 권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자산관리 분야의 전문인력은 KB국민은행의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KB WM스타자문단’은 KB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은행·증권·자산운용사의 최고 스타급 전문가 집단으로, 65명 안팎의 분야별 전문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PB팀장은 이러한 KBWM스타자문단의 정예멤버에 포함돼 있다.   김 팀장은 오랜 PB활동의 노하우에 대해 “분산 투자만이 고객 신뢰를 지키는 최고의 투자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고객들에게도 당장의 수익률만 보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이런 원칙이 고객들에게도 신뢰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 일문일답.   은행 PB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지난 1997년 입행 이후 영업점에서 개인대출 등 여신 업무를 주로 담당했는데, 당시 과중한 업무와 높은 리스크 부담에 따른 피로감이 컸었다. 그 때만 해도 밤 12시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반면 예·적금 등의 수신업무의 경우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나 리스크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업무로 생각됐다. 당시에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상품도 많지 않아 단순히 ‘덜 힘든’ 업무로 인식했던 것 같다. 이후 업무 전환을 위해 자산관리 자격증도 준비하고 사내 프라이빗뱅커(PB) 공모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PB로 활동하면서 유독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2009년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지금의 전단채(전자단기채권)와 같은 기업어음인 CP를 많이 판매했다. PB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인데, 정기예금 대비 3배 이상 금리를 주는 만기 3개월짜리 전단채를 선착순으로 판매했었다. 확실한 담보와 지급보증 때문에 안전한 상품으로 인식했고, 마침 거액의 토지보상자금을 받은 고객이 찾아와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런데 1개월쯤 지나고 발행 및 지급보증 두 회사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해당 고객의 가족분들이 찾아와 항의했고, 투자금 회수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고객이 저를 달래고 발길을 돌리셨는데, 이후 고객을 대신해 기업설명회도 다니고 담보 잡힌 물건을 직접 찾아 확인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고금리의 원리금 분할 상환방식으로 다 돌려받아 투자자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지만, 당시 새내기 PB로서는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었다.     자신만의 고객 관리 노하우가 있는지. 고객과 대면하는 모든 업종이 마찬가지겠지만,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고객이 즐거워하면 큰 보람으로 남는 것 같다. 투자수익률 못지않게 고객과의 관계 설정도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고객이 은행 PB를 만날 때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남녀가 연애할 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처럼 PB 역시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과정이 고객의 신뢰로 이어지고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되는 것 같다.     PB로 활동하면서 정립한 자산관리 원칙이 있다면.   세계적인 투자자 하워드 막스는 “내가 아는 한가지는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알 수 없는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 자산과 투자 타이밍을 나누는 ‘분산 투자’만이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물론 분산 투자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해 PB와 투자자 모두에게 힘든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비춰볼 때 분산 투자만이 고객 신뢰를 지키는 최고의 투자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이를테면 향후 성장성이 큰 업종에 적립식 투자를 하면서 금융시장에 위기가 찾아온다거나, 종합지수나 업종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낼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할 때가 많다. 고객들에게도 당장의 수익률만 보지 말고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이런 원칙이 고객들에게 신뢰로 다가가는 것 같다. 물론 환매가 잦으면 금융사의 단기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객 신뢰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투자 확대가 금융사 이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다.   PB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PB 업무는 ‘인생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훌륭한 자산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과의 돈독한 신뢰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만 하더라도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였다. 또2015년 중국 부채 문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급작스런 위기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은 고객은 물론 PB에게도 큰 고통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상황이 어려워지면 유독 노심초사하는 고객들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 리스크 관리와 함께 해당 고객들을 잘 관리하면 ‘나만의’ 충성고객이 되기도 한다. 모든 업무가 그렇겠지만 PB들 역시 ‘공부’는 필수다.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고객들에게 현 경제 상황을 쉽게 설명하고, 미래 전망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거시경제에 대한 기초 지식이 수반돼야 한다. 잘 알아야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이 PB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고객 관리에 열정을 갖되 욕심내지 말고 분산투자를 하면서, 공부하는 자세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오랜기간 능력있는 PB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2021-10-02

[김홍일의 혁신우혁신]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 “혁신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몇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 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박수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 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첫 번째 타자로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를 만났다.[편집자]   “이런 얘긴 맥주 한잔 하면서 나누는 게 좋을 텐데요.” 지난 8월,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중앙UCN 제2 스튜디오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맥주회사 대표도 술을 마시고 실수한 적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물론 있다”는 솔직한 입담이 오갔기 때문이다. 김홍일 대표가 질문을 던졌고,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두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자. 김홍일 대표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다. 금융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경영인으로도 통한다. 1991년 산업은행을 통해 금융업에 발을 담근 뒤 홍콩에서 유럽계 ABN AMRO, 미국 리먼브라더스 홍콩지점 전무이사, 일본 노무라증권 홍콩지점·서울지점 전무이사, IBK 자산운용 부사장·대표이사 대행을 거쳐 우체국금융개발원장을 지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금융권 네트워크 덕분에 난관에 부딪힌 스타트업 CEO의 ‘든든한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할 수 있었다. 최근엔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란 벤처캐피털을 창업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홍일 대표와 마주 앉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의 스타 CEO로 통한다. 제주맥주는 첫 제품을 출시한 지 4년 만에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5월엔 코스닥에 상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난맥상에 빠진 한국 사회가 혁신할 수 있는 발판을 스타트업 창업가의 아이디어에서 찾고 싶다는 김홍일 대표가 먼저 문혁기 대표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김홍일)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주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뻔한 답변이 예상되지만요.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하 문혁기) : 뻔한 답변, 맥주입니다. 물론 고집스럽게 맥주만 마시는 건 아닙니다. 막걸리도 제법 즐깁니다.   김홍일 : 맥주와 막걸리, 둘 다 곡류로 만들어지는 술이군요. 언젠간 제주맥주가 막걸리를 파는 날이 온다고 봐도 될까요. 문혁기 : 제주맥주의 아이덴티티는 맥주회사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항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고, 또 열려있어야 하죠. 막걸리를 파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긴 어렵겠네요.   김홍일 : 스타트업은 제품 출시에 성공했더라도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시장의 터줏대감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맥주 시장은 공룡급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왜 맥주를 선택했습니까. 문혁기 :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크래프트 맥주를 접하게 됐고, 혀끝에서 느껴지는 청량함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의문이 뒤따랐죠. 한국 맥주는 왜 ‘소맥’으로만 소비가 되는가.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국민에게도 크래프트 맥주 아이템은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문혁기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제주맥주는 맥주업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개성 있는 맥주 맛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덕분이다. ‘맥주’의 설명을 들었으니, 다음은 ‘제주’에 호기심을 가질 차례였다. 김홍일 대표가 화제로 올렸다.   김홍일 : 집객을 생각하면 서울도 있고 수도권도 유리해 보입니다. 왜 하필 제주도에서 창업한 겁니까. 문혁기 : 비즈니스를 처음 계획했을 때부터 제주도를 염두에 뒀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만으론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 거라고 봤기 때문이죠. 제주맥주가 제주도에 체험형 양조장을 구축한 이유입니다. ‘쉼’을 찾기 위해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바로 제주도 아닙니까. 물론 물류비나 인프라 같은 걸 따지면 육지에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했겠죠. 하지만 그런 비용을 뛰어넘는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데 만족합니다.   김홍일 : 체험을 통해 고객의 눈을 집중시키겠단 전략이었군요. 맥주 맛이 없으면 그런 체험도 무용지물일텐데, 자신감이 꽤 있나 봅니다. 문혁기 : 맥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건 물입니다. 제주도는 물이 맑기로 유명하죠. 제주맥주의 대표 상품은 제주감귤피를 동결건조해서 소재로 씁니다. 지역의 신선한 특산물과 결합해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맛과 품질 경쟁에선 밀리지 않습니다.   김홍일 대표는 ‘혁신우혁신’ 기획을 통해서 창업가의 깊은 속내를 엿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홍일 : 술의 의미는 시대적으로 많이 변해왔습니다. 약재로 쓰이기도 했고, 제사상에도 자주 올랐죠. 현대사회에선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술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에게 술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문혁기 : ‘스트레스를 잊기 위함’이 큽니다. 맥주 한 캔에도 작지 않은 위로를 받습니다. 중요한 일이 마무리돼 기쁜 자리가 되거나, 축하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함께 즐거워하며 마시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맥주도 하나의 문화로 보고 있습니다.   김홍일 : 그렇게 이미지를 개선하다 보면 제사상에 제주맥주가 올라가는 날도 올까요. 문혁기 : 전통적인 상차림 대신 피자, 치킨 같은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생전에 제주맥주를 좋아하셨다면, 언젠가 오르지 않을까요.   김홍일 : 제가 몸담았던 금융권에선 시선이 곱지 않았을 텐데요. 술이나 도박, 담배처럼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을 두고 ‘죄악 사업’으로 묶고 있습니다. 문혁기 : 개인 취향에 맞는 주종을 찾아 가볍게 마시는 문화가 20~30대를 중심으로 점차 퍼지고 있습니다. 음주의 폐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제주맥주 역시 그런 흐름에 기여할 작정입니다.     김홍일 : 물론 음주에 낭만은 있는 건 많은 이들이 동의할 텐데, 돈 얘기가 나오면 달라집니다. 투자자들의 깐깐한 시선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습니까. 문혁기 : 고생 좀 했습니다. 회사의 첫 직원이자 창립 멤버인 조은영 상무가 안 만나본 VC가 없었으니까요. 특히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설득하는 게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하게 보인 청사진이 또 누군가에겐 그럴듯한 미래로 보였나 봅니다. 제주맥주를 믿어준 특별한 투자자들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홍일 : 그렇게 ‘국내 맥주의 혁신’이 시작됐군요. 문 대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스스로 혁신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는지요. 문혁기 : 따지고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진짜 맛있는 맥주를 한국에서 선보이겠다는 제 간절함이 원동력이었죠. 제주맥주가 이뤄낼 과업이 한참 남았기에 ‘혁신했다’는 자평은 성급합니다. 다만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이비리그를 누빈 특별한 엘리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처럼 평범하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요.   김홍일 : 사람이 혁신의 원동력이란 의미인 건가요. 문혁기 : 맞습니다. 저는 회사를 경영할 때 항상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맥주는 여러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각각의 부서를 담당하는 중이죠. 이들에게 최대의 권한과 책임을 쥐어주고, 대신 저는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지금껏 경영진이 한 명도 퇴사하거나 바뀌지 않았다는 건 저의 큰 자부심입니다.   문혁기 대표가 말을 끝내자 김홍일 대표가 제주맥주의 앞날을 응원했다. “한국의 제주맥주가 세계에서 맛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문 대표가 답했다. “금방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입니다. 아시아 지역과 유럽엔 이미 제주맥주를 수출하고 있고, 베트남엔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제주맥주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   기자의 덧말   제주맥주는 스타트업계의 별종이다. 바이오, IT 기반의 아이템이 판치는 시대에 식음료 업계에 당당히 도전한 점도 그렇고, 증시에 입성해 코스닥 종목코드를 따낸 이력도 독특하다. 2017년에야 첫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개성 있는 맥주 맛과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CEO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불도저 같은 창업가라면 과업에 열중하느라 정작 주변을 챙기지 못하기 일쑤다. 그래서 문혁기 대표에게 물었다. “주변을 얼마나 희생했느냐”라고. 문 대표가 웃으면서 답했다. “회사 제품인 제주맥주가 소통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 주변을 살뜰히 챙길 수 있었다.” 앙금이 쌓여도 맥주 한잔으로 풀어냈다는 얘긴데, 제품 평가를 위해 수백 잔을 들이켰을 텐데도 맥주가 질리지 않는 게 참 대단한 매력처럼 보였다.   문 대표는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담을 나눌 때도 술 한잔 걸친 듯 편안한 언어로 얘기를 풀어갔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에겐 “모든 창업에 고통은 디폴트(고정값)”란 다소 엄격한 조언을 했다. 김홍일 대표는 문 대표를 “확실한 자기 생각과 흔들리지 않는 행동력을 갖춘 CEO”라고 묘사했다. 기자 역시 동의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9-27

역대급 ‘IPO 대어’ 파티에도 코스피 지수 떠받치기 실패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기업공개(IPO) 열기는 역대 최고치였다. 올 들어 3분기까지 65개 IPO 공모금액(일반청약)은 14조5000억원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경쟁률도 역대 최대다. 공모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청약 경쟁률 1000대 1을 넘었다. 증시 활황과 IPO 열기에 지난 6월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할 정도였다. 그러나 7월 이후 증시는 반등세를 이어갈 모멘텀 부족으로 주춤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코스피 지수는 3100선도 내주고 말았다.      IPO 열기에 코스피 지수를 상승장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결론만 보면 그렇지 못한 셈이다. 실제 대어급 IPO 상장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의 일정 부분 기여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종목(IPO 포함)의 주가 상승률을 들여다봤다. 올해 상장한 IPO 기업 중 코스피 시총 50위 안에 5곳이 포함됐다. 5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으로 모두 대어급 IPO로 거론됐던 기업이다.       ━   코스피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중 IPO 기업은 1곳 포함       올해 첫 개장(1월 4일) 이후부터 지난 27일까지 코스피 시장 상위 50위 기업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6%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6.4%인 것에 비하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시총 50위 기업 중 주가 상승률 상위 1위를 기록한 곳은 HMM이다. 상승률은 132%다. 2위~5위는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에쓰오일(S-Oil), 카카오 순으로 많이 올랐다. 시총 50위 내 주가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중 IPO 기업은 1곳(SK바이오사이언스) 포함됐다.   HMM의 주가 상승 원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과 컨테이너 운임 상승으로 인한 업황 개선 가능성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HMM의 상반기 매출은 5조334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883억원) 대비 98%(2조6464억원) 늘었다. 플랫폼 기업 중 성장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카카오 주가는 51% 상승했다.    반대로 상승률 하위 5개 종목은 엔씨소프트, SK바이오팜, 셀트리온,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이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엔씨소프트다. 올해 들어 40% 떨어졌다. 이는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의 현금 결제 유도 등 과금(이용자들의 현금결제) 논란 이후 유저들이 잇따라 등을 돌린 게 발단이 됐다. 흥행 기대작 ‘블소2’가 실패했다는 평에 출시한 당일인 지난달 26일 주가는 15% 넘게 떨어졌다. 하락률 2위를 보인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지난 2월 24일 최대주주 (주)SK의 블록딜(시장 외 대량 매매) 여파로 17% 하락한 후 아직 맥을 못 추고 있다. 셀트리온(-23%), SK하이닉스(-17%) 등도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   시총 상위종목 매도 자금이 상장 기업으로 몰려     시총 50위에 입성한 IPO 기업만 별도로 분석해보면, 지난 3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서 형성된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상승률은 67.4%로 가장 높았다. 시총 50위 중 주가 상승률 3위에 해당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시초가는 15만4500원으로 상장 이후 34.9% 올랐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2차전지 소재주로 상승세를 탔다. 다음으로 크래프톤이 많이 올랐다.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흥행 기대감과 해외시장 진출에 힘입어 상장 후 9.6% 상승했다. 이외 나머지 두 곳 카카오뱅크(-0.1%)와 현대중공업(-13%)은 하락했다.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때엔 주가 상승의 이벤트로는 가능했지만, 코스피 지수를 떠받치지는 못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상장 이후 8월 10일부터 20일 사이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각각 10조721억원, 1조8336억원 늘었지만, 시총 50위에 드는 올해 상장 종목 시총을 뺀 코스피 상장 시가총액은 142조원 줄었다. 올해 첫 대어급인 SK바이오사이언스 시총은 상장(3월 18일) 후 이틀 동안 12조원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은 오히려 12조원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잦은 ‘IPO 대어’ 출범이 코스피 지수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기존 주식을 매도해 상장기업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에 한 종목의 쏠림보다 자금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코스피 지수를 받치고 있던 거래대금이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등 올해 여러 번의 대어급 IPO로 빠져나갔다”면서 “이로 인해 시총 상위 종목들의 시총 자금은 IPO 기업으로 몰려 결국엔 코스피 지수 상승엔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수민 인턴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1-09-30

사라진 보험 추천서비스…금소법 시행 초기 '소비자 불편' 가중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 25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금소법 위반 1호 회사'가 되지 않으려는 보험사와 핀테크사들의 '서비스 다지기'가 한창이다. 금소법은 상품 판매 시의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행위 금지 등이 주요 골자로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한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 및 핀테크사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 맞추기에 돌입하며 보험설계사들의 홍보 제한, 일부 서비스 중단 등이 진행돼 금소법 시행 초기, 보험 비교·추천서비스를 이용하던 보험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사라진 보험 비교·추천 게시물   금소법은 지난 24일 계도기간을 종료하고 25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다. 보험사와 핀테크사들은 계도기간 동안 소비자보호총괄부서 신설, 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는 서비스 중단 등 가이드라인 맞추기를 진행해왔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준수해야하는 6대 판매규제(적합성원칙·적정성원칙·설명의무·불공정행위 금지·부당권유 금지·허위·과장광고 금지) 도입이 핵심이다. 이에 그동안 영업일선에서 진행돼오던 설계사들의 영업관행은 상당부분 변화가 불가피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의 정보성 광고글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대부분의 설계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러 회사의 상품 비교·추천 정보를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을 진행해왔지만 이런 행위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소법상 설계사는 자신의 SNS에서 특정회사나 상품을 언급할 경우 해당회사로 심의를 받고 이후 보험협회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보통 2~4주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협회에서 해당 심의를 승인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보험 비교·추천 행위가 깐깐해진 이유는 설계사들이 2~3개 회사 상품을 비교해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팔고 싶은 상품을 더 유리하게 소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소법상 해석에 따라 이는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 이에 회사와 협회의 광고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일부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들은 각 지점을 통해 회사명과 상품명이 포함된 광고성 글 게재를 당분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설계사들 개개인의 블로그를 감시하지는 않겠지만 경쟁 설계사들이 신고를 할 수 있어 유의하라고 지침을 내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한 설계사는 "보험은 상품마다 보장범위나 보장금액, 보험료, 특약 등 구성이 다르고 복잡하다. 설계사들도 밤낮으로 공부해가며 가장 최적화된 상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것"이라며 "팔고싶은 상품 정보를 더 강조할 수는 있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유리한 점을 내세운다. 나름 설계사들의 노력이 들어간 정보성 글인데 마냥 광고글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사전 검색을 통해 가입하려는 상품의 정보를 충분히 확인한 후 온라인 가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험 비교·추천 정보를 원하는 보험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게 됐다.     ━   보험상품 추천, 핀테크도 막혔다   핀테크사들의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이용도 어려워진 상태다. 금융당국인 핀테크 플랫폼의 보험상품 추천 행위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중개업을 하기 위해선 금소법에 따라 금융위에 금융상품 직접 판매업·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금융상품 자문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료 비교 중개서비스를 지난 24일 종료했고 일부 보험상품은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 핀크도 '보험 추천 서비스'를 잠정 중단, 서비스를 개편하기로 했다. 다른 핀테크 회사들도 비교 및 보장분석 서비스는 유지하지만 특정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개로 오인받을 만한 보험상품 가입 유도 행위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핀테크 플랫폼에서 보험을 분석받고 추천까지 받아 손쉽게 가입을 진행하던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을 감수하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플랫폼에는 20~30대 젊은층 가입률이 높은 편인데, 단순 보장분석만 해주고 보험상품을 직접 추천하는 기능이 사라지면 가입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금소법 시행 이후에도 각사들의 보험업 라이선스 획득 및 서비스 개편 시간을 주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보험 비교·추천서비스가 정상화될 여지는 있다. 다만 금소법 시행 초기 소비자 불편 초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09-27

진화하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글로벌 제약·바이오 주가는 또 얼마나 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업그레이드 과정이 한창이다. 이를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주가와 시가총액이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출현 이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의 주가와 시가총액은 급등했다. 이 중 돋보이는 기업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 모더나다. 모더나는 올해 들어 주가가 폭등하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   모더나, 코로나19 이후 주가·시총 큰 폭 상승     모더나 주가는 올해 들어 267% 급등했다. 모더나 주가는 9월 장중 한때 497.49달러까지 치솟았다. 9월 23일에는 454.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모더나 시가총액은 1800억 달러(약 211조9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시가총액 사이트인 컴패니스 바이 마켓 캡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2020년 말 대비 9월 초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뛴 회사도 모더나였다. 9월 1일 기준 모더나의 시총은 1500억 달러로 2020년 말보다 1080억 달러 늘었다. 미국 일라이 릴리가 890억 달러로 시가총액 증가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이어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720억 달러) ▶독일 바이오엔테크(640억 달러) ▶미국 화이자(580억 달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510억 달러) ▶스위스 로슈(440억 달러) ▶미국 존슨앤존슨(430억 달러) ▶독일 머크(320억 달러) ▶미국 애브비(240억 달러) 등의 순으로 증가 폭을 보였다.     증가 폭 상위 10개 기업 중 모더나·바이오엔테크·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존슨(자회사 얀센) 등 다섯 곳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다. 일라이 릴리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했다. 특히 2018년에 상장한 모더나와 2019년에 상장한 바이오엔테크는 기업공개(IPO) 이후 2년도 안 돼서 시총이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평균 기간은 21.4년 정도다.      이 중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제품을 상용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배 늘어난 62억9100만 달러(약 7조3385억원)로 집계됐다. 상반기 코로나19 백신으로만 59억 달러(약 6조9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선주문 계약 규모만 120만 달러에 이른다.   모더나의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제품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 및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의 등장으로 인한 가격 경쟁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하락론자들은 “바이러스가 박멸되거나 덜 위협적인 변종으로 진화하면 모더나의 매출 흐름이 갑자기 중단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이고 있다.       ━   새로운 백신·치료제 개발 한창…기업 가치 갈릴 듯   하지만 현재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는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즉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잘 대응하고 효과의 지속성과 안전성 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새롭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모더나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잡는 콤보 부스터 백신 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스테판 밴슬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9월 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와 독감을 결합해 한 번만 접종하면 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mRNA-1073이라 불리는 이 백신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자체 개발 중인 독감 백신을 더한 것이다. 콤보 백신에 대한 테스트는 향후 6~12개월 이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하르타지 싱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결합 백신의 임상이 앞으로 6~12개월 내 시작될 거란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놀라움"이라면서도 "문제는 팬데믹이 끝나면 백신의 총 매출이 얼마나 될지, 모더나가 그 시장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또한 변이에 대응할 새로운 백신을 연구 중이다. 화이자 측은 8월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부스터샷 관련 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델타 변이를 표적으로 한 개선된 백신을 평가하기 위한 면역원성 및 안전성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 백터를 활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지난 6월 말 첫 번째 코로나19 변이를 대상으로 한 백신 'AZD2816'에 대한 임상2·3상을 시작했다. AZD2819은 베타 변이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오는 2021년 말 초기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FP통신은 9월 9일(현지 시간) 기존 코로나19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까지 퇴치하는 '슈퍼 백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인공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기술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공동 개발자인 드류 바이스만(62)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면역학 교수와 카탈린 카리코(66) 박사다. 두 사람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신 백신 개발을 위해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백신 중 하나는 사스와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다. 머크 의 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의 'PF-07321332'그리고 로슈의 'AT-527' 등이다.   올해 안으로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긴급 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머크가 미국 리지백바이오와 함께 개발 중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다. 국내 방역당국 또한 해당 치료제의 선구매 계약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화이자와 로슈 또한 올해 말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백신이 보급되면서 수요가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백신의 부작용과 효과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 경구치료제 같은 편리함과 안전성을 갖춘 치료제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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