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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美서 혼다 제치고 5위 달성…CES 2022에도 직접 등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임인년 시작 발걸음이 가볍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치우며 일본의 혼다와 닛산을 제치고 미국 내 판매 순위 ‘TOP5’에 진입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2021년 미국에서 148만9118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판매 대수가 21.6% 증가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현대차는 23.3% 늘어난 78만7702대(제네시스 4만9621대 포함), 기아는 19.7% 증가한 70만1416대를 각각 팔았다. 특히 기아의 미국 신차 판매량이 연간 70만 대를 넘어 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아울러 149만 대에 육박하는 판매 기록은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16년의 142만2603대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판매량 증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현대차 점유율이 5.3%, 기아가 4.7%로 양사 합계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두 자릿수 점유율은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전 최대 점유율은 2011년 기록했던 8.9%(현대차 5.1%, 기아 4.1%)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각각 146만6630대와 97만7639대에 그친 일본의 닛산과 혼다를 제치고 미국 내 판매 순위 5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에 성과를 낸 정 회장은 지난 4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도 직접 등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래 성장동력을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차가 아닌 로보틱스를 화두로 던졌다. 정 회장은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4족 보행로봇)’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회장은 또한 메타버스와 모빌리티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제시하며 “이것만 해도 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우리의 도전에는 한계가 없고, 우리는 우리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CEO UP|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혼다 달성 판매량 증가 판매 신기록 미래 모빌리티 1617호(20220110) CEO 업앤다운

2022-01-07

[CEO UP |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1조원대 기술수출, ‘최고의 한해’ 대미 장식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지난 연말 1조원대 기술수출계약을 추가하며 ‘최고의 한해’의 대미를 장식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2월 27일 HER2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 ADC(항체약물복합체) 후보물질인 ‘LCB14’를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다. 선급금과 개발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한 계약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LCB14는 앞서 중국 포선제약에 기술 수출돼 중국 내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포선은 중국 내 개발을 맡고, 익수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의 상업화를 담당한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의 원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원천기술 수출 및 이를 이용한 후보물질 기술 수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ADC는 항체와 링커(연결물질), 톡신이 합쳐진 플랫폼 기술이다. 항체와 약물의 결합으로 효능을 높여 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해 ADC 분야에서만 5건의 기술 이전을 체결하는 등 압도적인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앞서 지난 6월 익수다와 기존의 원천기술 수출계약을 확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0월에는 중국 안텐진과 또 다른 중국 바이오기업(사명 비공개)에도 기술수출 및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11월엔 유럽 소티오 바이오텍에도 플랫폼 기술을 이전했다.   레고켐바이오의 2021년 성과는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는다. ADC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개발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고유 PLE(인지질에테르) 플랫폼 기술을 가진 미국 셀렉타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 수출을 통해 PDC(인지질-약물 결합체) 연구에도 진출했다. 같은 달 한미약품그룹과 협약을 맺고 ‘이중항체 플랫폼’을 적용한 ADC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레고켐바이오의 2022년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추가적인 기술수출 성과와 함께 기수출돼 개발이 진행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 발표를 시장에선 기대하고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CEO UP|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 한해 대미 원천기술 수출계약 기술수출 성과 대미 장식 1617호(20220103)

2021-12-31

[CEO UP l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마이데이터 타고 ‘디지털 교보’ 만든다

      보험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권을 획득한 교보생명이 이달 정식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의 디지털 전략도 올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마이데이터는 은행·카드·보험사 등 금융회사와 관공서·병원 등에 저장된 개인신용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지난 4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서비스 제공이 시작됐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지난해 7월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했고 이달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교보생명의 마이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보험 보장분석은 물론, 통합자산조회, 금융가계부, 생애기반 건강관리·의료비 예측 등의 서비스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회사 창립이념과 아이덴티티를 반영, 교육과 문화 영역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편 대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영역 확대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해왔고 결실을 맺었다. 지난 5일 교보생명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전문 회사와 군 장병 커뮤니티 서비스 개발 업체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편 대표는 이들 업체와 함께 고객 맞춤형 건강 솔루션 제공, 군 장병을 위한 금융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한다.     현재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전략기획, 윤열현 대표가 경영지원을 총괄하고 편 대표가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가운데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략의 키(KEY)를 편 대표가 쥐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금융마이데이터팀을 신설하고 근무인력도 늘렸다. 관련 업무를 총괄 중인 편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올해 편 대표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 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CEO UP l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마이데이터 디지털 마이데이터 서비스 마이데이터 사업권 디지털 전략 1617호(20220110)

2022-01-07

[CEO UP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에 200억 소송도 승소

  내년 1월, 회장 취임 5주년을 맞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게 됐다.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 2조원 돌파라는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과세당국을 상대로 한 200억원대 과세 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효성에 따르면 지주사 ㈜효성과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중공업·효성화학 등 전사의 지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조149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 5446억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룹 내 가장 덩치가 큰 효성티앤씨는 1분기 2468억원, 2분기 3871억원, 3분기 4339억원을 올리는 등 매 분기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4132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놀라울 정도다. 주력 산업인 타이어코드의 호황이 이어지며 효성첨단소재의 3분기 영업이익은 13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74%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410억원이다.     조 회장은 과세당국과의 소송에서도 승소하며 한 시름 덜게 됐다. 앞서 국세청은 2013년 9월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 회장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이듬해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진행된 세금부과 처분 관련 행정소송에서 공방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 28일 서울고법 형사8-2부(재판장 신종오 부장판사)는 조 명예회장 부자가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양도소득세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두 사람에게 부과된 총 211억7000여만원의 세금 중 207여억원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이 유지된 것이다. 이로써 조 회장은 막대한 세금 부과를 피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2022년을 맞이하게 됐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CEO UP|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영업이익 사상 영업이익 증가율 누적 영업이익 연간 영업이익 1617호(20220103) CEO 업앤다운

2021-12-31

[CEO UP |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속옷’까지 만드는 뉴발란스…구원투수 될까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가 ‘뉴발란스’를 다시 구원투수로 올린다. 2019년 1월 이랜드월드 지휘봉을 잡은 그는 뉴발란스의 최고 매출을 갱신하면서 ‘단일 브랜드 매출 1조 이벤트’를 준비해왔다. 그는 효자 브랜드인 뉴발란스 영역을 남성 속옷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쌍끌이 효과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새롭게 론칭한 언더웨어 브랜드는 ‘NB 언더웨어’다. 힙한 스타일을 즐기는 힙스터 감성을 속옷에 담아냈다. 최 대표는 남성 속옷을 시작으로 여성 속옷 사업으로 확장해가는 방향으로 뉴발란스 패션 부문을 강화해 나갈 전략이다.    최 대표가 뉴발란스에 목을 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랜드월드는 국내외 110여개(특수목적법인 제외) 계열사를 거느린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연결 매출이 6조 원대에 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난해 국내외 패션 부문 매출에서 2조717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1조원 가까운 매출이 뉴발란스 단일 브랜드에서 나왔다. 중국법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만 5000억원이 넘는다. 올해는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60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패션사업부 이익구조가 뉴발란스에 쏠려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최 대표가 세운 기조는 ‘물들어올 때 노 젓자’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속옷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충성고객 확보와 패션 부문 매출 2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브랜드 포트폴리오 개선 없이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뉴발란스 실적에 따라 회사 매출이 급격하게 변동할 수 있는 구조여서다.     이랜드월드에 독자적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최 대표의 과제다. 미국 브랜드인 뉴발란스도 매년 수백억에 달하는 로열티를 본사에 지급하고 있다.     일단 승부수는 던져졌다. 최 대표는 부작용과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외형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 리더십이 얼마큼 효과를 발휘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CEO UP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뉴발란스 구원투수 뉴발란스 패션 뉴발란스 단일 뉴발란스 실적 1617호(20220103) CEO 업앤다운

2021-12-31

대출 거절로 움츠러든 당신의 어깨, 핀다가 펴드려요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여덟 번째 만난 창업가는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를 만든 이혜민 대표다.[편집자]   정부는 수도꼭지 다루듯 대출을 조였다 푼다. 전체 부채 규모가 경제에 부담이 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한다. 나라 경제의 위험을 낮추는 정부의 판단은 적절하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의 입장에선 얘기는 달라진다. 집값이나 전세, 생활자금같이 돈이 절실한 상황에서 은행에서 듣는 대출 거절 통보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세상에 없던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는 이렇게 막막해진 서민을 위한 회사다.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정보 중 개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파악해 대출 승인까지 연결한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바일 앱상에서 빠르면 수 분 내로 ‘입금 완료’가 가능하다.     핀다에 개인의 직장 및 소득 정보와 받고자 하는 대출 금액을 입력한 뒤, 공동인증서 연계 작업만 거치면 실제 금융사 개인신용평가모델에 핀다 엔진이 즉시 접속해 가심사를 받아오는 구조다. 추천 결과는 금리·한도순으로 정렬해 고객에게 더 이득이 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핀다의 경쟁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보를 연동한 금융사 숫자는 경쟁사와 견줘 가장 많다. 1금융권, 저축은행, 캐피탈사, 카드사,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총 52개나 된다. 핀다의 누적 대출조회 건수는 323만8208건을 넘어섰고, 대출 승인 누적액은 539조1078억원이나 된다. 핀다 플랫폼은 2019년 7월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2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실적이 뚜렷하니 돈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2021년 초 기아와 트랜스링크, 500스타트업 등으로부터 11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핀다가 2019년에야 혁신금융서비스 대출중개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된 까닭에 플랫폼이 나온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회사가 만들어진 건 2015년 9월의 일이었다. 이혜민 대표는 번거로운 대출 과정을 해소하고자 핀다의 공동창업자가 됐다. 영업점 방문, 각종 서류 제출 등의 과정도 복잡한데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면 다른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또 번거로운 과정을 반복하는 걸 불합리하게 생각했다.   핀다를 공동창업한 이혜민 대표는 “금융의 여러 부문은 디지털 혁신을 했는데 대출만큼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굴러간다”면서 “고객 상황에 맞춰 최적의 대출 상품을 찾아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핀다에선 대출 조건 검색부터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소매금융 부문의 낡은 관행과 문화를 깨부수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를 위해 이혜민 대표와 마주 앉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애꿎게도 산업은행과 리먼 브라더스, 노무라증권 등 투자업계를 두루 거친 정통 금융맨이다.     이혜민 대표는 의미심장한 말로 대담의 첫발을 뗐다. “일반 국민이 대출을 받는 게 얼마나 어렵고 까다로운지는 김홍일 대표님 같은 금융통도 잘 모를 겁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제도권 금융의 문화가 더딘 변화를 보이는 건 꼬박 30년을 금융맨으로 산 제가 익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업계에 있다 보니 소매금융 쪽 분위기는 또 다를 수 있겠네요. 대출 경험에 그렇게 문제가 많았나요. 이혜민 핀다 대표(이혜민 대표) : 제가 연쇄 창업가인 건 아시죠.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 몇 군데를 다녔는데, 창업가는 시중은행의 잣대론 백수나 다름없었습니다. 대출 신청 자체가 가로막혔어요. 두렵고 싫은 경험이었습니다. 불안하게 하고, 움츠러들게 했죠.   김홍일 대표 : 대출 신청 거절로 핀다가 탄생하게 됐군요.   이혜민 대표 :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무슨 상품이든 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검색하고 비교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는데, 대출은 그렇지 않다는 게요. 따지고 보면 그 무엇보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금융서비스가 대출 아닌가요. 만약 대출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   과정 복잡하고 어려운 대출 경험 혁신이 목표   최근 이런 낭패를 본 국민이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유례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엔 ‘가계대출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10월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발표가 이어졌다.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욕을 먹어가면서도 당국이 대출을 조이는 건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 빚 증가세는 금리 상승 이슈와 겹치면 우리나라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김홍일 대표 : 정부가 대출을 틀어막고 있는데도, 핀다는 가능하게 해준다는 건가요. 이혜민 대표 : 안 되는 걸 무조건 되게 하는 건 아니고요. 가능성을 끌어올려 줄 순 있죠. 무엇보다 각각의 금융기관을 방문해 상담할 필요가 없고, 일일이 서류를 뽑지 않아도 됩니다.     김홍일 대표 : 빚과 부채의 역사는 깁니다. 핀다 같은 플랫폼이 왜 이제야 등장한 걸까요. 이혜민 대표 : 일단은 규제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남의 돈을 쓰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요. 우여곡절을 겪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은 많은 이유로 빚을 진다. 집이나 차를 사기 위한 대출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학교에 다니려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카드 결제 자금을 막기 위해 카드론을 쓰기도 한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제대로 매출을 내지 못한 골목상권 사장님이 버티기 위해 손을 벌리거나, 투자를 통해 돈을 불려보겠다며 대출을 받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받든, 대출은 양날의 검이다. 당장은 자금 숨통이 트이지만, 갚지 못하면 온갖 수모를 겪기 때문이다. 이혜민 대표는 이런 그림자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핀다는 빌려주는 걸 연결하는 일에 그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쩌면 어떻게 갚는지가 더 중요하죠. 받는 사람마다 대출의 ‘질(質)’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핀다는 상환 일정과 방법을 슬기롭게 제안하는 똑똑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입니다.”   김홍일 대표 : 핀다는 금융산업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평소에 금융을 ‘믿기 위해서 의심하는 산업’이라고 정의내리는 편인데요. 해외 금융산업이 특히 그런데, 한국금융은 좀처럼 고객을 믿질 않습니다. 국내에서 담보대출이 성행하는 건 그런 이유겠죠. 이혜민 대표 : 무엇보다 신용에 따라 믿음의 간극이 큽니다. 가령 중신용자는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에선 받아주질 않습니다. 자격 기준이 깐깐한 서민금융을 활용하기도 어렵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신용점수는 더 하락하고, 은행은 이들에게 문을 더 걸어 잠급니다. 대부분 성실하게 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우리 주변의 분들이죠. 이렇게 내몰린 중신용자가 핀다의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김홍일 대표 : 기득권 금융업계가 외면한 중신용 계층에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핀다는 ‘믿음’을 밑바탕에 깐 새로운 접근처럼 보입니다.  이혜민 대표 : 네, 핀다는 고객을 믿습니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상처받은 고객이 얼마나 절실하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특히 요즘은 팬데믹으로 소득이 불안정한 고객이 많아졌잖아요. 핀다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생활금융 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김홍일 대표 : 핀다를 통해 대출을 받으면 특별한 혜택도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이혜민 대표 : 우대금리 혜택이요.     김홍일 대표 : 서비스를 중개할 뿐인데도 금리를 낮추는 게 가능한가요. 이혜민 대표 : 기존 금융권의 대출이자엔 다양한 요소가 반영됩니다. 마케팅비나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 중개인이 있다면 중개수수료도 이자에 녹아들죠. 핀다는 이런 비용을 아껴 금융기관과 금리를 낮출 방안을 두고 협상합니다.       ━   따뜻하고 친절한 생활금융 플랫폼이 목표   김홍일 대표 : 시중엔 금융을 혁신하겠단 스타트업과 플랫폼이 이미 많습니다. 핀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이혜민 대표 : 뻔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핀다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뻔한 얘기가 아닙니다. 금융은 고객이 누릴 효용을 최우선의 가치를 두기 어렵죠. 특히 대출은 역방향의 공급 사슬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동시에 미상환이란 리스크를 안게 되죠. 대출 상담창구에 앉은 고객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핀다는 어떻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까. 이혜민 대표 : 단순히 금융기관과 고객을 연결하고, 필요한 서류만 떼다 주는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이자가 적은 상품대로 줄 세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요. 각종 IT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한 정보를 추려서 가장 적합한 대출 상품을 큐레이션합니다.     김홍일 대표 :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불공정·불완전 판매 우려는 없을까요.   이혜민 대표 : 기존 기득권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결국엔 외면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핀다는 고객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강화된 내부통제 기준과 함께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한 데이터 암호화 기술, 네트워크 안정화 작업 등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그러고 보니 핀다를 ‘금융상품의 아마존’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면서요. 과연 가능할까요. 이혜민 대표 :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Z세대 중엔 오프라인 은행을 한 번도 안 가본 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도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업의 형태는 바뀌기 마련입니다. 덩치가 무겁고 변화가 더딘 금융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은 신용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지만, 앞으론 신차 구입자금 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곧 손을 뻗친다. TV 광고 같은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객 접점도 늘리고 있다. 각종 실적 지표도 상승일로를 걷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회사를 창업 후 3년은 규제에 가로막혔다. 지금과 같은 대출 중개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었다.     2019년 규제 샌드박스의 혁신금융 서비스에 선정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안됐으면 핀다는 좌초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핀다 입장에선 혁신금융 서비스 선정이 주요 변곡점이었던 셈인데, 이혜민 대표는 “우리가 안 되면 될 기업이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 대표의 추진력과 탄력성이 대단하다”고 김홍일 대표는 평가했다. 이혜민 대표의 별명은 ‘연쇄 창업가’다.    김홍일 대표 : 핀다가 네 번째 차린 회사인가요. 이혜민 대표 : 2011년 샘플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 ‘글로시박스’가 첫 작품이었습니다. 유아용품 정기배송 서비스 ‘배배앤코’도 창업했습니다. 핀다를 만들기 전엔 건강관리 서비스 눔(Noom)의 한국법인 대표로도 있었습니다.     김홍일 대표 : 창업이 재밌나 봅니다.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혜민 대표 : 누군가의 불편함이나 불만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지금도 ‘핀다 덕분에 대출을 받게 됐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란 고객의 피드백을 가장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업을 더 잘 전개하고 싶어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김홍일 대표 : 핀다 이후에 다섯 번째 도전이 있을까요.   이혜민 대표 :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당장은 핀다가 달성해야 할 미션이 너무 많네요. 우리 사회에서 빚은 지는 일은 불가피한데,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소모하게 됩니다. 저는 이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좀 즐겁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금융권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도 곱진 않잖아요. 핀다는 다르다는 걸 앞으로도 증명하고 싶습니다.       ━   기자가 본 이혜민 대표   집 문제로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노크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은 살 떨렸다. 돈이 필요한 시기는 다가오는데, 상담 일정은 더디게 진행됐다. 올바른 줄 알았던 서류가 잘못됐다며 반환되기 일쑤였다. 중개사와의 전화 한 통에도 쩔쩔맸다. 빚지고 사는 게 참 무서운 일이구나, 이런 기억이 생생하다.   대기업 출신에 성공한 스타트업 CEO였던 이혜민 대표 역시 기자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기자는 남의 돈을 갖다 쓰는 일인 만큼 두렵고 복잡한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대표 입장에선 당연한 게 없었다. 그렇게 핀다가 탄생했다.   우리 주변엔 자금난에 비명을 지르는 자영업자, 갑작스러운 큰 지출이 발생한 이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들은 대출이 절실하고, 절실한 만큼 금융권에 고개를 숙인다. 이혜민 대표는 그런 보통 사람의 처진 어깨를 위로 올려주고, 아래로 숙인 고개를 위로 들게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대표의 언어엔 그런 따뜻한 친절함과 상냥함이 돋보였다.   “노 핀다, 노 머니.” 핀다의 사무실에 걸린 슬로건이었다. 어렵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쉬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선보이겠다는 비전이다. 편하고, 좋고, 가치 있는 일이다. 혁신은 그런 데서 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핀다 김홍일 혁신우혁신 이혜민대표 대출비교플랫폼 마이데이터 규제샌드박스 1617호(20220110)

2022-01-08

“일본 갈 뻔했던 반도체 공장, 요즈마가 용인으로 끌고 왔죠”

      2021년 10월 이스라엘 의료기기 스타트업 ‘나녹스(Nanox)’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공개기념식을 열었다. 차세대 엑스레이기기에 들어갈 전용 반도체를 만드는 시설이다. 나녹스가 이 공장에 들인 돈만 4000만 달러(약 475억원)다. 2020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회사 입장에서도 제법 큰 투자규모였다.     이 공장의 원래 행선지는 일본이었다. 나녹스의 원천기술을 일본기업 소니로부터 받았고, 기기에 들어갈 다른 부품도 일본 업체가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의 국적을 바꾼 건 이스라엘 벤처캐피탈(VC) 요즈마그룹이었다. 아시아사업을 총괄하는 요즈마그룹코리아에서 나녹스에 한국행을 권했다. 한국법인이 SK텔레콤과 함께 나녹스에 투자한 인연이 있었고,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란 점도 내세웠다. 당시 한국법인 측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파트너사가 있다는 점부터 한국과 이스라엘의 비슷한 과거사까지 어필해 공장을 용인에 지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 크려면 제조 인프라도 필요…한국이 적격     요즈마그룹은 무엇보다 일본보다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게 나녹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스라엘엔 연구실 기업이 많지만, 사업을 키울 만한 생산 기반이 많지 않다. 한국의 탄탄한 제조기업들이 이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요즈마그룹은 그런 판단력을 갖춘 회사다. 1993년 설립 이후 20여개의 기업을 입성 과정이 가시밭길 같은 나스닥에 들여보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나스닥 상장 전문 VC’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이동준 국내부문 대표를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VC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가늠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요즈마는 글로벌 VC지만 낯설어하는 독자도 있다. 회사소개를 요약해 달라.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만든 펀드가 시작이었다. 정부가 40%, 민간이 60%를 투자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설립 후 15년간 수백 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후 1998년 민영화했고, 2015년엔 한국에 첫 해외법인을 세웠다.   왜 한국에 처음으로 법인을 세웠나. 이원재 법인장(현 해외부문 대표)의 역할이 컸다. 현지 히브리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이스라엘 총리 아시아경제자문관 등을 지냈다. 그때 만났던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과 마음이 맞았던 것 같다. 이원재 법인장이 회장에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능성을 잘 어필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풍부하지 않았다. 어떤 가능성을 어필했던 건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한국에선 기술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1년 나왔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만든 ‘웨이즈’와 성능이 거의 같았다. 그런데 웨이즈는 구글에 9억6600만 달러(1조1461억원)에, 김기사는 카카오에 650억원에 팔렸다. 해외 네트워크가 있는 벤처캐피탈이 있었다면 김기사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거다. 요즈마의 한국법인이 지금 하는 역할이 이런 거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면 이점이 확실히 많겠다. 이스라엘의 나녹스가 한국에 제조시설을 세운 것처럼 말이다.   요즈마가 해외 매각·상장 전문 VC가 된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이 크려면 배후에 부품 공급업체·조립업체도 있어야 하는데, 이스라엘엔 기술기업이 개발한 상품을 만들어줄 제조 인프라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이스라엘 기업을 한국에 연결하는 건 나녹스가 첫 사례인가. 2019년에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기초과학연구소인 ‘와이즈만연구소’와 한국 바이오기업 ‘바이오리더스’ 간 합작법인을 만들도록 주선했다. 합작법인에선 와이즈만연구소가 가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항암치료제를 개발한다. 현재 임상시험 진입 단계에 있다.      ━   2022년 한-이스라엘 기술이전센터 개소 예정   한국 VC는 스타트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손을 떼는 경우가 많은데, 요즈마는 경영에 제법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벤처캐피탈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놓고, 전략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기업에 파견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이런 방식을 반기지 않는다. 자칫 경영 개입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기업에 경영에 왈가왈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과 함께 성장할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사업화 지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업화 지원? 낯선 개념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나녹스처럼 해외(한국) 생산시설과 연결할 수 있고, 바이오리더스처럼 해외 원천기술을 이전받는 형태일 수도 있다. 이렇게 촘촘하게 연결할 때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다른 국내 벤처캐피탈은 추구하기 어려운 요즈마그룹코리아만의 강점이다.   사업화까지 돕자면 필요한 인력이 더 많겠다. 한국법인에서 32명이 일하고 있다. 2022년 1월이면 누적 운용규모가 4000억원이 되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VC보다 두 배가량 인원이 많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으냐’고 업계에선 놀라더라. 재무 검토나 투자 관련한 지원 인력 말고도 사업 개발하고 컨설팅해주는 인력이 있어서 그렇다.     중견기업연합회와도 협력한다고 했다. 2021년 4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중견기업 성장펀드(‘요즈마-ATU Game Changer 1호’)를 만들었다. 연 매출 5000억~1조원 사이인 중견기업들은 투자 수익보다도 새로운 성장 동력에 관심이 많다. 그걸 초기 기술기업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런 전략적인 목적에서 출자한 기업이 많다. 2022년 초엔 아예 한국-이스라엘 기술이전센터를 만들어서 대응하려고 한다.   기술이전센터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한국 중견기업이 신사업이나 새 기술을 찾을 때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취지다. 한국 중견기업은 2세 오너가 회사를 물려받을 때 해외 기술기업에 관심을 특히 많이 가진다. 새로운 사업으로 본인의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니 더 그렇다. 몸집이 작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양쪽을 연결해보자는 거다.     VC치고 벌이는 일이 많다. 본연의 업무인 투자 실적은 어땠나.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더 끌어올리자는 거다. 누적 운용규모 약 4000억원에서 절반을 2021년 한 해 동안 투자하는 데 썼다. 그만큼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또 투자한 곳 중 2022년에만 4곳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한다.     ━   “투자기업 네 곳 2022년 나스닥 상장 기대”   나스닥 입성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도 많다.   나스닥 입성을 돕는 건 우리가 잘하는 일이지만, 꼭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요즈마는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하게 커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왔다. 차세대 엑스레이기기를 만드는 나녹스만 해도 어느 나라에서나 잘 팔릴 게 뻔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뉴욕증시 입성을 노렸던 거다. 상장이 중요하다기보단 상장을 통해서 어떤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이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능성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에선 두나무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곤 있지만, 사업성 자체가 글로벌하게 주목받을 만하다.     상장을 앞둔 4곳 중 배터리기업도 있다고 들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Store Dot)이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5분 안에 완전히 충전되는 배터리다. 현재는 아무리 빨라도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지난 9월엔 테슬라가 쓰는 4680 원통형 셀을 10분 만에 완충하는 시제품을 발표했다. 요즈마는 물론 영국 BP와 독일 다임러, 일본 TDK 등이 투자했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제 막 생태계에 발을 디딘 초기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들었다.   소니스트가 좋은 예다. 호흡기질환 재활운동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경북테크노파크 중소벤처기업 성장촉진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육한 기업이다. 지금은 프랑스 금연치료 기업인 ‘크윗(Kwit)’과 연결해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2015년 처음 법인을 만들었을 때도 경기도 판교에 창업보육기관인 요즈마 캠퍼스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   상장 직전인 기업부터 초기 스타트업에까지 모두 투자한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고 싶다. 실제로 1억원 미만인 시드 투자부터 상장 전 투자(프리IPO), 그리고 메자닌(상장사 채권 투자)까지 집행해왔다. 투자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후속 투자까지 꾸준히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업화 지원을 한다는 점과 함께 한국법인을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점이다.   모든 단계의 투자를 다 하려면 고충은 없나. 단계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다르다. 초기 스타트업을 심사하는 자리에 액셀러레이터 팀이 아니라 벤처투자 팀을 들여보내 봤는데, 대부분 반려하더라. 한 회사로 다 같이 가면 인력 구성이나 사업 전략이 분산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그래서 2022년에는 각 사업 부문을 계열사로 나누려고 한다. 여러 단계의 투자를 해봤고 운용규모도 충분히 키웠기 때문에 나눌 때가 됐다고 본다.     ━   “벤처투자에도 싸움의 기술 필요해”   변화를 앞둔 시점이 2021년 11월 대표가 됐다.   국내부문을 맡았다. 2019년 최고전략부시장(CSO)로 합류했을 때부터 투자와 사업개발을 담당해 왔다.     이전까진 스타트업 생태계와 큰 인연이 없었다.   졸업한 뒤 대기업 전략팀에 있었다. 전략적인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하는 일을 했다. 그 뒤에는 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을 했었다. 그때 대기업에서 지닌 경영 관리 기법이나 전략을 이식했다면 더 큰 성과를 냈을 텐데 하고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나. 협력업체 중에 하나가 워크아웃(기업 채권단이 합의해 금융부채를 조정한 뒤 기업을 정상화하는 제도) 상태였다. 그런데 채권단에 있는 시중은행 한 곳이 추가 대출을 다 막았다. 쉽게 말하면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일단 자기 빚부터 갚으라는 거다.   그러면 방법이 있나. 그때는 대환(기존 대출을 다른 대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번엔 담당 회계법인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문턱이 높은 1금융권에서만 대환해줄 곳을 찾고 있더라. 결국 상호금융기관을 찾아가 해결했다. 상대적으로 여신심사 기준이 유연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기업에서 일반적으론 상호금융권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종의 싸움의 기술인 거다.   사업화 지원까지 도맡는 요즈마에서도 그런 싸움의 기술이 유용했을 것 같다. 성공할 것 같은 스타트업에 미리 돈을 대는 게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과 기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필요해 보였는데도 담당 임원이 없던 스타트업이 있었는데, ‘CFO를 영입하는 게 우리의 투자조건’이라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     최근 주목하는 투자처가 있나. 메타버스와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어떤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말하긴 빠른 것 같다. 다만 수익성 외에도 우리의 정체성에 맞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투자했을 때 가치를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을 찾으려고 한다.   이스라엘과 한국의 협업으로 순항 중인 나녹스 같은 기업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이미 진행하고 있다. 스토어닷이 그중 하나다. 생산을 한국에서 하려고 한다. 지금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업체를 찾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이스라엘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투자업계 1617호(20220103)

2022-01-02

“올해 자발적 퇴직자 늘고 15분 도시 형태 증가”…트렌드 예측 전문가의 전망

    그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이다. 사람들은 그를 글로벌 PR 전문가, 혹은 트렌드 예측 전문가라고 부른다. 1992년 온라인 시장 조사업체 ‘사이버 다이얼로그’의 공동설립자이자 ‘메트로섹슈얼’이란 용어를 재발굴 해 유행시킨 인물이기도하다. 하바스 PR대표, 포터노벨리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거친 이력답게 미래 트렌드를 읽는 눈이 날카롭다.       ━   팬데믹 2년…경고 신호 읽어야 혼돈 밖으로     주인공은 마리안 살즈만. 매년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사회 변화를 파악해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는 그가 최근 2022 트렌드 예측서를 내놨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이른지 2년을 지나고 있는 상황. 사회적 불안 요소가 많아지면서 사회 전반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예측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개개인도 그렇지만 기업, 경영자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소비자 마음’이라는 과녁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살즈만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미래 전망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은 않다”면서도 “막막함과 경고의 신호를 용감하게 대면하면서 예측 능력을 발휘한다면 혼돈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즈만은 세계 속 한국 사회의 동향을, 그것도 이론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토대로 풀어내고 있다. 정확한 사건과 예측을 담아낸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가오는 해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에선 2022년에 걸맞게 22개 키워드로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 중 핵심 키워드는 ▶작업 방식 ▶우리가 있는 곳 ▶우리가 사는 곳 ▶과학 ▶정신 건강과 웰빙 ▶불공평과 불평등 등으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다.       ━   연결형 에이전트 부상…슬세권의 대중화      살즈만은 ‘대량 퇴직’ 이라는 새 단어를 언급하면서 ‘일’에 대한 시각이 새로워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량 퇴직이란 미국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근무방식과 기술이 다양해 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고용주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작업(원격 근무와 현장 근무의 통합)이 지닌 위험 요소와 이점을 고려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스마트한 방식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급부상 할 요소는 ‘연결형’ 에이전트다. 살즈만은 흩어져 있는 인력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한데 모으는 사내·외주 전문가, 즉 연결형 에이전트가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속에서 우리 삶은 점점 더 디지털화될 전망이다. 살즈만은 주류가 되고 있는 AI, 암호화페 등과 같은 신기술과 이를 뒤따르는 새로운 부와 문화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메타버스 역할에 집중하면서 뉴미디어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준비와 증강 현실에 대한 대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살즈만은 주거 권역이 가까운 거리에서 각종 여가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할 것으로 봤다.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 도시 형태’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서울은 15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살즈만은 “기존의 도시화 추세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재택 근무는 인구 일부가 보다 친환경적이고 인구 밀도가 낮은 주변 지역, 대도시의 편의시설과 교통 허브에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기후 변화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되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마스터 인종 탄생 가능성…정신 건강도 중요     유전자 편집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더 많은 분열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유전자 편집이 기적적인 의료 발전 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강화된 마스터 인종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신 건강과 웰빙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하다. 살즈만은 모두가 번아웃 되고, 보건 당국 역시 ‘절망의 질병’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웰빙에 대한 중요성을 키우는 데 적기라고 봤다. 관련 프로그램이나 도구, 기술을 채택하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신체와 정신적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입거나 몸에 붙여 휴대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와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살즈만은 불공평과 불평등이 주는 기회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개인적 삶과 공적인 직업 영역 전반에 걸쳐, 사람들이 특권과 기회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알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경제적 기회에서부터 개인의 안전, 기후변화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일부 개인과 국가·지역사회가 다른 이들보다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살즈만은 “불안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우리는 기대치를 재조정해야한다”며 “우리가 이상화했던 많은 것들이 완벽하지 않거나 더 이상 적절하지 않거나 실현 가능하지 않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집단적 고통, 좌절, 불안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희망이 있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되고 악화되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열리거나 새 트렌드가 만들어 진다는 의미다.    더 분명한 것은 살즈만이 담아낸 2022년 22가지 트렌드 리포트는 우리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주의서라는 것이다. 그는 트렌드를 예측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그려나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의 미래는 더 밝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트렌드예측 전문가 트렌드 예측 트렌드 리포트 미래 트렌드 1617호(20220110)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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