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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제 무효 판결...노사 간 첨예한 대립[임피제 폐지 논란 기업들의 운명은①]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 교섭에 돌입한 기업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이 같은 판결에 재계와 노동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재계는 주요 기업들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지만, 이를 문제로 삼을 경우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임단협 교섭 요구안으로 임금피크제 폐지가 올라왔고, 일부 노조는 소송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   대법원 판결이 부른 임금피크제 폐지 바람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은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결이다. 재판부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자사 임금피크제의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지적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후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용연장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관련 대응 방향까지 배포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법원 판단 기준에 근거한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 소속의 노동조합은 이미 한국노총의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임단협 교섭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개 기업(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그룹 노조연대, KT 등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거나 사측에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   '임금피크제 무효 논란' 제대로 알아야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특정 연령 또는 호봉에 도달할 경우, 이후부터 임금을 일정 비율로 감액하는 조건으로 고용 연장 또는 유지하는 제도다. ▶정년보장형(유지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 등으로 구분된다. 정년보장형은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정년이 도래하기 최소 3년 전부터 임금을 일정한 비율로 삭감하는 방식이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되 해당 기간 임금을 특정 비율로 삭감하는 것이다. 고용연장형은 정년퇴직 후에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 임금을 재조정하는 형태다.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을 부추긴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 정년보장형에 대한 판단이다.   경제계는 노동계의 임금피크제 폐지 주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둘러싼 노사 갈등, 노동계 줄소송 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7일 '최근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배포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30대 기업의 임금피크제 실태를 조사했고, 같은 달 31일 주요 기업의 부서장 회의까지 진행했다. 경총은 "실태조사 결과, 대다수 기업이 정년연장형을 도입하고 있다"며 "도입 목적은 정년연장, 신규채용 확대, 고용유지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예외적인 사례로 대부분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95.7%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했다. 경총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해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성급한 일반화보다 개별·구체적 사안에서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다수의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 대법원 판결은 똑같은 업무를 시키면서 나이만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며 "기업들은 임금을 깎는 만큼 노동 강도, 시간을 줄여주면 된다. 법원의 판단처럼 나이만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정책만 펼치지 않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대법원이 지적한 내용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의 10% 정도만 해당한다"며 "90% 이상의 기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임금피크제 도입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현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65세부터 받는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라며 "과거 임금피크제가 없을 때는 은퇴 후 55세부터 10년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0세까지는 급여를 절반 정도까지 주면서 고용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조가 이번 대법원 판례를 교섭 우위에 서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단협 교섭에 나선 일부 기업의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 외에도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 기업에 적용된 임금피크제와 대법원 판결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사실 임금피크제 폐지는 수년간 단체교섭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한다기보다 이를 동력으로 삼아 퇴직금 규모 확대, 정년연장 등 다른 것들을 얻고자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은 오는 16일 예정된 KT 임피제 소송 1심 판결의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T 전현직 직원 1300여 명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삭감됐음에도 업무량, 강도는 줄지 않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임금피크제 임피제 논란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연장형 정년유지형 경제계 노동계 임단협 대법원 임피제 논란 1640호(20220620)

2022-06-14

임피제 효력 인정해준 법원…기업들 한숨 돌리나[임피제 폐지 논란 기업들의 운명은②]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경제계 및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에서 해당 제도가 위법이라고 판단될 경우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와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 후 대응책 마련에 나서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 제시 후 20여 일만에 나온 하급심 판결에서 법원이 회사 측 손을 들어주면서 시한폭탄과도 같던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   임피제 폐지 논란…주목받은 KT 소송   지난달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해당 제도의 폐지 주장이 거세게 일었다. 재판부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자사 임금피크제의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지적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도입 목적의 정당 및 타당성 ▶실질적 임금 삭감 정도 ▶임금 삭감에 따른 업무 감소 여부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기존 정년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의 형태를 부정한 것이다. 그 근거는 고용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으로, '사업주는 임금 및 그 외 금품 지급, 복리후생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근로자 등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16일 KT 임금피크제 소송은 대법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열리는 하급심으로 주목받았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의 향후 분위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KT 임금피크제 관련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특정 연령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한 경우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앞서 KT 전·현직 직원 1300여 명은 회사의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삭감된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9~2020년 두 해에 걸쳐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KT 노사는 2014년 4월 합의를 거쳐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 2월에는 정년(기존 만 58세)을 60세로 연장하고, 만 56세부터 4년간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 나선 전·현직 직원들은 "밀실에서 체결된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강제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노사 간 합의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임금체계 개편에 임금삭감이 포함된다. 이는 법 개정 회의록에도 나타난다"며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업무량, 강도에 관한 명시적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으로 KT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2014년 KT는 영업손실 7100억여 원, 당기순손실 1조1419억원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밀실 합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다고 해도 노조를 대표하는 위원장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며 "노사는 여섯차례나 상생협의회를 거쳐 구체적 임금피크제 방안을 마련했다. 노조위원장의 대표권 남용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임피제 폐지 논란 한풀 꺾이나     대법원 판결 후 주요 기업 노조들이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개 기업(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그룹 노조연대, KT 등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거나 사측에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특정 연령 또는 호봉에 도달할 경우, 이후부터 임금을 일정 비율로 감액하는 조건으로 고용 연장 또는 유지하는 제도다. ▶정년보장형(유지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 등으로 구분된다.    정년보장형은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정년이 도래하기 최소 3년 전부터 임금을 일정한 비율로 삭감하는 방식이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되 해당 기간 임금을 특정 비율로 삭감하는 것이다. 고용연장형은 정년퇴직 후에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 임금을 재조정하는 형태다.    임금피크제 폐지 논란을 부추긴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 정년보장형에 대한 판단이다. 반면, 이번 KT 임금피크제 소송은 정년연장형에 해당한다.   주요 기업들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태다. 대법원과 이번 하급심 결과를 보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차별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95.7%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했다. 경총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해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신규 채용 권장, 복지 및 인사제도의 혁신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며 "일부에서 임금피크제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아 법적 소송 등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번 사태로 임금피크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회의론은 잦아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임금피크제 임피제 임금피크제 논란 임피제 논란 임금피크제 폐지 임피제 폐지 대법원 임피제 판결 KT 임금피크제 소송 결과 1640호(20220620)

2022-06-16

갚을 자신 있는 사람만 돈 빌려?

      7월부터 대출 환경이 또 변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아지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적으로 높아졌던 신용대출 문턱도 다시 낮아진다. 다만 내막을 보면 대출 규제는 더 강고해진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7월부터 시작되고 이자부담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 있는 차주가 대출을 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   LTV 풀리고 신용대출 규제 사라진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대출 관련 각종 규제가 사라진다. 내달부터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가구의 LTV가 80%까지 높아진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을 말한다.     기존에는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를 기준으로 LTV 최대 상한이 60~70%였지만 앞으로는 최대 80%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도 지역과 상관없이 LTV를 70%로 단일화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담보가 있는 대출자의 대출 한도는 높아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5억원 아파트를 살 때 기존에는 LTV 60% 기준으로 3억원까지만 대출이 나왔다면, 7월부터는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신용대출 규제도 풀린다. 기존에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마다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지만, 오는 7월부터는 이 규제가 풀리면서 신용대출 한도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을 금융 행정지도로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둔 바 있다. 이로 인해 다음 달부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 소득의 2~3배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은행권에 다시 나올 예정이다.       ━   LTV 풀렸지만 DSR 규제 강화는 그대로   은행권 대출 규제가 낮아졌지만, 대출 수요가 다시 커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차주별 DSR 40% 적용 기준이 7월부터 1억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DSR이란 소득을 기준으로 한 대출 규제다. 현 규제에 따라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수치가 40%를 넘을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기준이 올해 1월부터 DSR 2단계로서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적용됐고,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초과로 낮아진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DSR 기준만 충족한다면 LTV 상향 조정과 신용대출 한도 철폐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정책 목표를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 정착’으로 정하며 “대출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외부 충격에 대비한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윤 정부도 이런 방침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서민‧실수요자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DSR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를 이어나가야 대출 폭증을 막고 가계대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실수요자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DSR 산정에 미래소득을 반영하고, 주담대 만기를 40년 이상으로 높여 상환 능력이 확대되는 효과도 낸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가계대출 대출자는 전체 차주의 29.8% 수준이고,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가계대출의 77.2%가 1억원 이상 대출에 해당한다. 이에 7월부터는 전체 대출자의 약 30%가 추가 대출이 어려울 수 있고 신규 대출자도 소득이 높지 않으면 1억원 이상부터는 대출 가능액이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   규제 풀린다지만 ‘금리’도 복병   대출 규제만 아니라 금리 상승도 대출 수요를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5월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잠정)’ 자료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를 기록하며 8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울러 5월 27일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5월 말 연 4.048∼6.39%를 기록했고,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3.550~5.348%를 기록했다. 금융업계는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각에선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잔액 기준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77.3%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80.8%를 기록했다. 대출 금리가 급상승하고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 서민들 입장에서는 대출 규제가 없어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LTV는 완화하고 DSR은 강화하는 결합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LTV는 기본적으로 차주가 파산했을 때 잔존가치가 남아있게 하는 것인데 파산의 위험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안정적인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출을 받도록 해주고, 그렇지 않은 대출은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금리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상환능력 대출 기준금리 신용대출 규제 dsr ltv 1640호(20220620)

2022-06-15

‘100% 정품’이라더니 ‘발란’도 짝퉁 나왔다…‘명품 플랫폼’ 가품 주의보

      ‘100% 정품’, ‘가품 걱정 없이 명품을 살 수 있는 곳’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발란이 가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신사가 판매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었던 것에 이어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의 ‘신뢰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175만원 주고 산 박스훼손 상품…받아보니 저급 짝퉁”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발란에서 판매한 ‘나이키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운동화가 가품으로 드러났다. 이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회원 110만여명이 활동 중인 국내 최대 운동화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에 관련 글을 게재하면서 알려졌다.   작성자는 지난 5월 9일 ‘발X에서 스캇 구매했는데 가품이 온 것 같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발란에서 박스 훼손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나이키 운동화를 175만원에 구매했는데 기존에 착용 중이던 동일 제품과 비교해보니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나 가품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매 제품은 나이키와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이 협업한 제품으로 정가는 23만9000원이지만 한정판으로 희소성이 커지면서 200만원대에 리셀되고 있다.     작성자는 “같은 모델로 다른 사이즈를 착용 중인데 비교해보니 박스 색상부터 라벨 폰트와 두께가 너무 다르고 스웨이드 소재, 색감, 로고 모양도 다 다르다”며 “저렴해서 그냥 믿고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적었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스캇 제품은 가품도 정품과 구분이 힘들 정도로 잘 나오는데 이건 그중에서도 급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유튜브 ‘네고왕’ 채널에서는 가품이 절대 없다고 강조하더니 실망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성자가 이후 5월 23일에 작성한 두 번째 게시글에선 해당 운동화가 한국명품감정원 검수 결과 가품으로 판정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글에 따르면 발란 측은 기존 결제건 100% 환불과 함께, 구매했던 운동화와 동일한 제품을 운동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280만원에 구매해 새 상품을 주는 식으로 ‘200% 보상’을 했다. 여기에 적립금 10만원도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의 유통경로에 대해 발란 측은 “입점업체가 3년 전쯤 일본에 있는 회사에서 구매한 제품으로 업체도 속아서 가품을 사게 된 일인 것 같다”며 “모든 제품을 발란 쪽에서 검수하고 소비자에게 보내는 시스템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했고 앞으로 입점업체를 더 까다롭게 선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명품 플랫폼의 가품 논란은 대부분 병행수입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발란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해외 명품 부티크와 병행수입업체에서 들여오며 각각 3:7 비중으로 유통된다. 발란에 입점해있는 병행수입업체 수는 1000여개다.    업계 관계자는 “부티크는 브랜드 공식 판매처로 가품이 나올 가능성이 작지만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제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는 가품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실적으로 1000개가 넘는 업체들을 모두 관리하기가 어려워 가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병행수입 비율이 100%에 가까운 플랫폼 업체도 있다”고 귀띔했다.   가품 사건 발생시 처리 과정에 대해선 “가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한국명품감정원에 의뢰해 정·가품 판정을 받은 후 가품으로 밝혀지면 관련 TF팀을 꾸려 고객에게 보상을 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   가품 방지하는 내부 시스템 강화…‘100% 정품’ 광고 지양해야       온라인 패션 플랫폼 제품들이 연달아 가품 판정을 받으며 업계에선 ‘신뢰도 회복’ 문제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소비자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200% 보상체제’를 구축하고 자체 명품 감정팀 등을 회사 내부에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현재 200% 보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업체는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무신사 등이다. 트렌비는 자체 명품 감정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머스트잇과 발란은 한국명품감정원에 의뢰, 무신사는 브랜드사 및 국내외 검증 전문기관을 통해 정·가품 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선 100% 정품만을 판매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품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품을 구매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100% 정품’만을 판매한다는 업체의 지나친 광고 때문”이라며 “업계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간과해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가품이 나올 수도 있으니 내부 시스템을 공고히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무조건 가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해선 안 되고 자체 명품 감정팀을 제대로 꾸려 직접 감정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운동화 나이키 나이키 운동화 구매 제품 해당 운동화 1640호(20220620)

2022-06-12

카카오모빌리티 정말 매각될까? 업계 추측 엇갈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나온 가운데, 업계에선 최대주주 카카오 측의 진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한 매체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을 사들이기 위해 카카오 측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카오 보유 지분 일부와 함께 재무적 투자자인 텍사스퍼시픽글로벌(TPG), 칼라일의 보유 지분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를 갖고 있다. 이 중 40%가 거래 대상이다. 이밖에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 이하 TPG)은 29%, 칼라일은 6.2%를 지니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인정받은 카카오모빌리티 기업 가치(8조5000억원)에 비춰보면, 매각 규모는 6조원을 넘는다.   카카오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15일 해명 공시를 내고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로 초기 투자자 TPG가 거론된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보통 투자 6년차부터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자금 회수를 시도한다. TPG는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카카오도 올해 안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률에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약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제값에 상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물론, 대통령이 공공 택시 앱을 언급할 만큼 정책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술주가 폭락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상장이 어려우니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본질적인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 시장 독과점 논란을 꼽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0월 당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 사과가 무색하게 연말 카카오페이 사태로 논란은 더 커졌다. 지난 3월 취임한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전면에 내세워야 했다.   일각에선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사회적 책임 강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올 초 카카오모빌리티가 산하 직영택시업체들을 매각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인 이유는 수익률 악화였지만, 택시업계 논란이 더 본질적인 이유였다”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도 그 연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설이 카카오 측 의지가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각종 신사업을 준비해왔는데 모두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다. 당장 6월 8일 650억원을 들여 GS그룹의 주차장 운영 계열사 GS파크24를 인수했다. 주차장 확보는 각사 MaaS 구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사로선 매각설을 통해 카카오 측이 약정을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사업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반대하는 필연적인 이유는 아니란 분석도 있다. 카카오 측이 언제 상용화가 가능할지 모르는 신사업보다 당장의 본사 주가 부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매각도 검토할 수 있단 것이다. 실제 미국의 모빌리티업체 우버는 2020년 12월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율주행 및 에어택시 사업부문을 매각한 바 있다.   문상덕 기자 mosadu@edaily.co.kr모빌리티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1640호(20220620)

2022-06-16

택시 합승 서비스 도입한다던 카카오T-우티 표정 엇갈리는 이유는?

    국토교통부의 택시합승 기준을 두고 카카오T와 우티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같은 성별끼리만 합승할 수 있는 게 원칙이지만, 남녀 합승이 가능한 예외조항 때문이다.   국토부는 개정 택시발전법(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마련하면서 성별이 같은 경우에만 합승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남녀가 합승했을 때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 안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택시플랫폼은 호출 중개 전 사용자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는 동성 간 합승만 허용하는 시행규칙을 2021년 10월 공고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해당 규정이 “합승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행 일정이 미뤄졌다. 당시 위원회 회의를 찾은 한 업체 관계자는 “당시는 남녀 정보수집 기능이 없다”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규제 때문에 합승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결과 국토부는 최종안에서 예외를 뒀다. 배기량이 2000㏄ 이상인 대형 승용차(현대 그랜저 등)와 승합차에 대해선 성별 합승 제한을 두지 않았다. 공간이 넓으니 안전 문제도 적을 거란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외조항에 반색한 곳은 카카오모빌리티다. 그간 사용자가 가입할 때 성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승 서비스를 도입하자면 성별을 다시 물어야 한다. 그런데 예외조항 덕에 고급·승합택시 브랜드인 카카오T 블랙·벤티에 별도 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바로 합승 서비스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승합택시 시장은 타다(‘타다 넥스트’)와 진모빌리티(‘아이엠택시’)가 선전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벤티에 합승 서비스를 붙이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합승 서비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는 합승 시 택시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합승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발표된 기준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표가 직접 합승 서비스 출시를 공언했던 우티(UT)의 표정은 어둡다. 대형 승용차를 바탕으로 한 ‘우티 블랙’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운행대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중형택시 위주인 ‘우티 택시’가 주력이지만, 동성 합승 제한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본인확인 절차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우티 앱을 함께 운영하는 우버 측에서 한국 내 상황을 반영한 앱 업데이트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우티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월 우티 관계자는 합승 서비스에 필요한 본인확인 절차와 관련해 “구체적인 서비스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었다.   국내 플랫폼택시업계 1·2위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우티는 그간 택시합승 서비스 도입 의사를 밝혀왔다. 택시기사 수급난이 커지는 상황에서 합승 서비스가 호출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합승 호출 시 승객 1인당 최대 3000원을 호출료로 받는 반반택시 측은 “합승 호출로만 수십만원 추가 수익을 거두는 기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택시합승 예외조항 택시합승 기준 합승 서비스 성별 합승 1640호(20220620)

2022-06-15

구글 나쁜 건 알겠는데…왜 소비자 지갑만 털리나요[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여파①]

    콘텐트업계의 서비스 이용료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포문은 OTT업계가 열었다.    웨이브는 지난 4월부터 자사 안드로이드 앱에서 파는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구독 상품의 가격을 15%가량 올렸다. 비슷한 시기 티빙도 안드로이드 고객의 요금을 인상했다. 기존 요금제와 견줘 14~15%가량 인상됐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 역시 지난 5월 플레인 이용권 가격을 5500원에서 6300원으로, 믹스 이용권 가격은 9900원에서 1만1400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15%안팎이다.     릴레이 인상은 음원 업계에서도 이어졌다. SK스퀘어의 음원 플랫폼 플로는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 가격을 14% 인상했고, 네이버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이용권의 구글플레이 월 이용료를 16%(8500원→9900원) 인상했다. 업계 점유율 1위로 꼽히는 멜론도 최근 이용료를 10%가량 인상했다.     웹툰·웹소설 이용 고객의 부담도 늘었다. 네이버웹툰은 안드로이드 앱에서 구매하는 쿠키 가격을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20% 인상했다. 쿠키는 유료 콘텐트를 구매할 때 활용하는 디지털 재화다. 네이버는 주문형 비디오(VOD) 플랫폼 ‘시리즈온’의 캐시 가격도 100캐시당 100원에서 110원으로 올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결제수단으로 쓰는 캐시의 구입 요금을 인상했다. 기존엔 1000캐시당 1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200원을 내야 한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 여파다. 구글은 현재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유료 앱과 콘텐트를 결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경우, 구글에 결제금액 일부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구글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   콘텐트업계 ‘릴레이 인상’ 시작   실제로 앱 개발사 대부분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을 요금 인상 이유로 들었다. 웨이브는 “안드로이드 앱 결제 시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며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이용권 가격이 변경된다”고 안내했다. 가장 최근 요금을 올린 멜론의 경우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적용으로 부득이하게 안드로이드 앱 내 멜론 이용권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구글의 갑질로 보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초기에는 진입장벽을 낮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뒤 수수료를 올리는 거대 플랫폼의 횡포라는 거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국회가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시행됐지만, 구글은 꼼수로 인앱결제 의무화를 밀어붙였다. 개발사 자체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침을 추가했는데, 이 시스템의 수수료율 역시 26%로 기존 수수료율(최대 30%)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체적으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던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 셈이고, 이를 고객 서비스 요금에 반영한 것이다.   기업이 수수료 부담을 모두 고객에게 전가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품 가격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 때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럿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제품을 많이 팔고 이익도 남길 수 있다. 특히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위험한 경영 결정이다. 제품 가치에 알맞은 가격이 아니란 인식이 퍼지면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모 앱 개발사 대표는 “경영진 입장에선 가격이 올라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요금 인상은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저항하는 결정이기에 쉽사리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제품으로 따지면 생산원가가 상승하게 된 건데, 원가가 올랐다고 판매가를 즉각 올려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수수료 인상분을 기업이 모두 부담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즉각 고객에게 전가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가격을 결정하는데 ‘인앱결제 수수료’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다른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사용자의 요금을 인상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별로 보면 요금 인상률이 조금씩 다르다. 구글이 수수료 비율을 서비스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책정했는데도 그렇다. 가령 음원업계에선 바이브의 경우 구글이 콘텐트 이용료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인 15%를 웃도는 16%를 이용료 인상률을 보인 반면, 멜론은 요금 인상폭을 10%로 수수료율보다 낮게 설정했다.     아직 요금을 올리지 않은 서비스도 있다. 음원업계에선 지니뮤직과 NHN벅스가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NHN벅스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인 건 맞다”면서 “다만 시기와 인상 폭을 두고는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정책에 반기를 든 서비스도 있다. 카카오톡은 이모티콘 구독 결제창에 웹 결제가 가능한 아웃링크를 걸어놓았다. 구글이 아웃링크를 연결하면 앱을 앱마켓에서 삭제한다고 엄포를 놨음에도 카카오는 아웃링크 안내를 이어오고 있다.     구글이 ‘과도한 수수료 장사’란 비난에도 인앱결제를 강행하는 명분엔 ‘고객 편의’가 있다는 점도 앱 개발사엔 부담이다. 구글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율의 수수료는 그에 따른 이용료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앱 개발사 입장에선 결제 시스템의 구축·운영 비용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소 앱 개발사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스타트업은 자체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수료를 내면서 구글의 인앱결제를 활용하고 있었다”면서 “수수료 30%가 고율이긴 하지만 결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인앱결제 수수료와 비슷한 비율의 요금 인상   이용료를 올린 기업들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항변한다. 당장 수수료를 온전히 부담해가면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렵다는 거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음원시장의 경우 매출의 65%를 저작권협회 등 아티스트에게 전달하고 남은 35%를 두고 운영비로 사용하는데 여기서 15%를 구글에 내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민감한 이슈인 걸 알면서도 기업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대체재가 없다. 애플 앱스토어는 일찌감치 구글과 달리 처음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해왔고, 수수료 30%를 적용해오고 있다. 대안으로 꼽히는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는 최근 미디어·콘텐트 앱에 기본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인 10%로 인하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앱마켓별 매출액 비중으로 따졌을 때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약 63.4%, 애플 앱스토어가 24.6%, 원스토어는 11.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IT업계 관계자는 “15~30%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를 강제적으로 받겠다는 구글의 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수수료율과 비슷한 비율의 인상 폭을 즉각 결정한 앱 개발사 역시 고객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구글의 수수료 부담 이슈는 지난해 초부터 불거졌는데도 그간 아무런 대책 없이 이제와 이용료만 올리는 걸 납득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소비자 구글 서비스 이용료 결제 시스템 릴레이 인상 1640호(20220620)

2022-06-14

“틈새 없는 돌봄, 엄마도 아이도 함께 자랄 수 있게 도울게요”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열아홉 번째로 만난 창업가는 워킹맘의 고충을 해결하는 키즈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였다.[편집자]     장서정 대표가 운영하는 ‘자란다’는 아동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이다. 아이의 연령과 교육 목적에 적합한 선생님을 알고리즘으로 추천하고, 방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일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방과 후 돌봄 공백시간을 효과적으로 메우는 게 목표다.     자란다의 특징은 플랫폼에 등록된 선생님 대다수가 대학생으로 젊다는 점이다. 아이와 놀아주면서 동시에 숙제도 봐줄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뉴스에 나올 법한 사고를 염려치 않아도 된다. 자란다에 선생님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신원 인증, 아동학대 범죄 전력 조회, 성향 검사, 활동 오리엔테이션, 학력인증, 성범죄 전력 조회, 인터뷰, 자격인증 등 총 8가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해서다. 자란다는 이를 통해 선생님의 성향, 특기, 활동 데이터를 파악하고 아이 성향에 최대한 알맞은 선생님을 추천한다.   자란다가 키즈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던 이유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3배 매출 성장을 달성했고, 누적 매출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유아동 방문교사 시장에선 매칭 점유율 1위 플랫폼이다. 자란다 서비스를 임직원 복지에 도입한 기업 수는 1100여개나 된다. 입소문에만 의존하던 기존 육아·교육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엔 3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합계출산율 0%대 시대에서 힘겹게 사는 엄마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란다의 사회적 가치는 크다. 정부가 인구절벽을 막겠다며 수백조원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처하고 있는데도 정책의 체감효과는 적다. 무엇보다 육아와 보육 책임을 엄마에게만 짐 지우고, 이들이 경력단절로 내몰리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처럼 돌봄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출산과 육아를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학습부터 놀이, 돌봄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은 뭐든지 지원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행보에 부모들이 열광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육아, 참 어려운 문제죠. 옛날에도 그랬어요. 제 배우자는 아이를 낳고 교직을 떠났거든요. 삶 전체로 봤을 땐 미안한 마음이 크죠. 계속 교편을 잡았다면 정말 훌륭한 교육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장서정 자란다 대표(장서정 대표) : 그땐 대부분의 엄마가 육아를 거의 전담했죠. 김홍일 대표 : 다행히 요새는 부부가 아이를 낳고도 맞벌이를 많이 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육아 난도는 더 올라간 것 같아요.   장서정 대표 : 육아 관련 정보가 많아지면서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늘었어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육아의 우선 책임을 엄마에게 부여하는 관행이 없어지진 않았으니까요.     ━   퇴사 고민하던 워킹맘의 창업 도전     김홍일 대표 : 돌봄 공백을 메워줄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에선 다양한 아이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죠. 장서정 대표 : 이른바 이모님이라고 부르죠. 우리나라가 아이돌봄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돌보미가 중장년 여성에 국한돼있고, 입고 씻기는 낮은 수준의 육아라는 점 때문에 부모들의 니즈를 충족하긴 어려워요. 김홍일 대표 : 자란다가 아이에게 필요한 선생님을 매칭해 이런 공백을 메운다는 거죠. 지금은 업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키즈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는데,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장서정 대표 : 순전히 저 때문이었어요. 이런 플랫폼이 너무 절실했던 워킹맘이었거든요.     한국에서 아이 가진 엄마가 직장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여간 힘겨운 게 아니다. 육아와 가사, 경제적 활동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과 버거움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불평을 맘 놓고 토로하기도 어렵다. 한국사회에서 ‘모성’하면 헌신이나 희생의 키워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죄인 같은 기분으로 사는 워킹맘이 적지 않다.     모토로라·제일기획 등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UX 디자이너로 일하던 장서정 대표 역시 이런 워킹맘 중 한명이었다. 슈퍼우먼이 돼보려고 돈도 벌고 육아에도 전념했지만, 평범한 인간임을 깨닫고 좌절하기 일쑤였다. 회사에선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과 별개로 돌봄 공백이 생길 때마다 하루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맡아줄 곳이 필요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문제는 덩달아 커졌다. 먹이고 씻기는 건 정부 지원 돌봄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이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활동을 하는 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상과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줄 만한 특별한 선생님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워킹맘이란 이유로 아이를 온전히 케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고 자책하면서 무너졌어요. 직장과 아이의 삶을 동시에 지킬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대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게 됐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와 너무 잘 어울려 노는 거예요. 처음엔 이런 게 필요한 주변 엄마들에게 젊은 청년 선생님을 연결해주다가,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죠.”   김홍일 대표 : 자란다의 특징은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하는 거예요.   장서정 대표 :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어요. 부모님은 저를 꽤 자유롭게 키웠어요. 일일이 뭘 하지 말라고 제한하기보단 하고 싶은 걸 쫓게 했죠. 대신 언니, 오빠 영향력이 컸어요. 남매 중 막내였거든요. 나이 차이가 작지 않아서 저보다 먼저 어른이 된 형제가 저한테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죠. 저를 잘 지지해줬습니다. 김홍일 대표 : 멘토 같은 역할이었군요. 장서정 대표 : 대학생 선생님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를 가두지 않아요. 마음과 시선을 같은 눈높이에 맞춰서 대화하죠. 형, 누나처럼요.   김홍일 대표 : 요즘처럼 자녀를 많이 두지 않은 시대엔, 형 동생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더 효과적이겠네요. 사회적 형 같은 느낌의 선생님을 붙여주고 놀면서 돌봄과 교육을 동시에 꾀하고 있군요. 장서정 대표 : 눈높이를 맞추는 게 말은 쉬워보여도 실제론 그렇지 않아요. 가령 부루마블 게임을 하더라도 아이가 묻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이 도시는 어디에 있어요’ ‘여기는 왜 랜드마크에요’ 같은 식으로요. 이걸 일일이 알려주는 게 부모 입장에선 번거로울 수 있어요.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너무 산만한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하죠. 그런데 대학생 선생님은 달라요. 역사를 엮어서 흥미롭게 스토리를 풀어주죠.   김홍일 대표 : 그런 청년 선생님이 자란다에 몇 명이나 있나요. 장서정 대표 : 19만명가량 있습니다. 이 분들이 월 단위로 방문하는 가구 수는 5000가구 정도 됩니다. 김홍일 대표 : 2017년 5월에 처음 론칭했는데, 5년 만에 세를 크게 확장했네요. 유치원하고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장서정 대표 :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라서 비교하긴 어렵고, 자란다 선생님 중에 유치원 교사를 하셨던 분의 설명을 빌릴게요. 유치원이 아이에게 편한 공간이 아닐 수 있다더라고요.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를 가르치는 걸 가장 우선하게 된다고요. 김홍일 대표 : 선생님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를 보는 구조라 개개인의 속도와 성향에 맞춰주는 것도 쉽지 않겠죠.   장서정 대표 : 반면 자란다는 아이에게 가장 편하고 안전한 공간인 가정에서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얘기해줬어요.     ━   아이 울음소리 줄었지만 씀씀이는 커진 키즈산업     김홍일 대표 : 엄마도, 선생님도 만족도가 크니까 자란다 플랫폼에 사람이 몰리고 있군요.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출산율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있잖아요. 산업 규모도 그만큼 줄어드는 건 아닐까요. 장서정 대표 : 역설적으로 한국의 키즈산업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타깃 고객인 아이가 줄었지만,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죠. ‘에잇포켓(8-pocket)’이란 키워드를 아시나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까지 많게는 8명이 지갑을 연다는 말이죠.   김홍일 대표 : 자녀에게 투자하는 씀씀이가 커졌군요. 그럼에도 아이가 줄어드는 건 시장의 큰 변수입니다. 장기적으로 따져봤을 땐 자란다의 역할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장서정 대표 : 자란다는 종합적인 키즈포털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잘하니까 우리 것만 써, 우리가 최고야’란 식의 마케팅을 하고 싶지 않아요. 육아 관련 정보를 잘 유통하고 싶어요. 자란다가 시중에 있는 여러 질 좋은 육아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부모가 되더라도 삶이 크게 바뀌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김홍일 대표 : 정작 워킹맘의 고충을 해소하고 있는 장 대표는 다시 워킹맘이 됐는데요. 월급쟁이로 일할 때보다 바쁠 텐데, 어떤가요. 다른 고충은 없나요.   장서정 대표 : 창업도 육아처럼 험로잖아요. 난관 투성이었지만, 여성 스타트업 CEO라는 점이 의외로 버겁더라고요.   딜로이트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 이사회에 등록된 여성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전 세계 평균(19.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의 여성 이사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카타르(1.2%)와 사우디아라비아(1.7%), 쿠웨이트(4%) 등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제한된 중동 국가뿐이었다. 재계 유리천장에 많은 균열이 생겼다지만, 아직도 여성이 커리어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홍일 대표 : 여성 CEO라서 무시를 당했었나요. 요샌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텐데요. 장서정 대표 : 외부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엔 꽤 둔감한 편이에요. 여성 CEO란 이유로 고깝게 보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오히려 엄마가 창업한 엄마를 위한 스타트업이란 점에서 더 각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자란다의 미션을 둘러싼 사명감을 진심있게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주변에 같은 여성 CEO가 너무 없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김홍일 대표 : 여성 CEO로서 조언도 구하고 고충도 털어놓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는 거죠.   장서정 대표 : 창업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막막한 상황이 불쑥불쑥 찾아오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당황스럽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너무 궁금한데, 먼저 길을 걷는 분이 많지 않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결국 장 대표가 후배 여성 CEO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겠네요. 장서정 대표 : 저와 자란다의 행보가 작은 영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세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많은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요. 매일 자라나는 아이처럼 엄마도, CEO도 성장하고 자라야 하니까요.     ━   기자가 본 장서정 대표     돌을 앞둔 갓난아기를 둔 기자는 주 양육자가 아닌 부 양육자다. 주 양육자인 아내는 종종 문제를 해결해줄 누군가를 기다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애초에 돌봄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닌데도 주전과 백업이 나뉜다. 주 양육자에게만 버거운 책임을 씌우고 마땅히 해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도 그렇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돌봄을 사적인 것으로,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여긴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장서정 대표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자란다는 부모가 해내기 어려울 게 분명한 문제를 기술과 연결을 통해 해소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부모가 온전해야 아이의 돌봄도 온전할 수 있는 게 당연했다.     장 대표의 육아관은 왜 자란다의 비즈니스가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회가 강요하는 부모 자식 간의 정형화한 모습이 정말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인간 대 인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한쪽이 희생하고 헌신하기보단 같이 좀 행복하게 자라면 안 될까요.”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장서정 자란다 키즈산업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1640호(20220620)

2022-06-14

서민 등골 휘다 못해 부러질라…“백약이 무효” [슬로플레이션 공포①]

    올라도 너무 올랐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 경제가 휘청인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짜장면 가격은 서울지역 기준, 한그릇당 6000원을 넘어섰다. 치킨은 한마리당 가격이 2만원을 넘었고 칼국수 가격도 한그릇에 8000원을 돌파했다. 전국 기름값은 평균 2000원대를 넘어서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좀처럼 효과가 없다. 대출금리는 연일 오르며 서민들의 이자 부담까지 가중시킨다.     하지만 경기는 바닥을 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값 상승 등이 발생하며 경기사이클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침체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며 저성장 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 등 유럽 선진국 등도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에 ‘인플레 펜데믹’이 찾아온 모양새다.     ━   자장면 한그릇 6000원 시대…치솟은 물가 어쩌나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에 5.6% 상승한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지수란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말한다. 물가지수가 107이라면 2020년 대비 물가가 7% 올랐다는 뜻이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과 대비해서 5%, 2년 전 대비해서는 7%나 오른 셈이다.     외식 물가도 치솟는다.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4.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돈 수치다. 전체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외식메뉴인 치킨(6.6%)과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의 가격이 모두 5~6%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밀가루값이 크게 오른 여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5월 서울지역 자장면 평균 가격은 6200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0원 올랐다. 불과 2년 전 5000원 수준이었던 자장면 평균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칼국수 평균 가격은 올 3월 8000원대를 넘어섰고 5월에는 8300원까지 올랐다.   ‘체감물가 지표’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5월 109.54(2020=100)를 기록했다. 전국 주유소 평균 기름값은 6월 12일 기준 2038원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외식, 장바구니, 주유 가격은 서민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소비품목들”이라며 “이 가격들이 오르면 서민들이 느끼는 고물가 체감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리며 대출 이자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한은이 연말까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릴 것임을 시사한 상태라 이자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   30년 만에 최악의 물가대란…잠잠해질 기미도 안 보여   문제는 앞으로다.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다. 한은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크게 올렸다. 심지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은 전망치보다 높은 4.8%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망치인 2.1%에서 무려 2.7%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이다. 연내 4~5%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 서민들의 등골은 휘다 못해 부러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렸다.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2%로 집계됐다. 이는 1988년 9월 9.3%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 이는 지난 3월(8.5%)을 넘어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미국은 전월(8.3%)보다 5월 물가상승률 폭이 더 커진 것을 두고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긴축에 나서며 고물가 잡기 정책에 돌입했지만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더 상승추세를 탔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물가상승률을 두고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며 당혹스런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계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   스태그 올까…윤석열 정부 정책에 쏠리는 관심   이처럼 전세계가 고물가에 시름하고 있지만 국내외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4월 국내 생산·소비·투자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2년 2개월 만에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했고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4월 경상수지는 2년 만에 8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행변동치도 2개월 연속 감소한 상태다.   OECD는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022년 2.7%, 2023년 2.5%로 각각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는 0.3%포인트, 내년은 0.2%포인트 낮췄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연간 성장률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계속되는 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뉴욕증시가 연일 폭락 중이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3%가량 추락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뉴욕증시 부진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면 투자가 막히고 결국 성장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경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상황을 두고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또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은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일정 수치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통화 긴축정책이 진행 중이지만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인플레이션과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며 “4%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까지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처럼 고물가 저성장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6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민간중심 역동경제’ 중심의 물가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과도한 규제들을 철폐하고 기업 세금 부담을 줄여줘 민간중심으로 내수를 일으켜 경제활성화를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9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을 전환해 민간의 역동성을 제고하겠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정책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낡은 규제 철폐와 함께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 등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 슬로플레이션- 고물가와 경기 회복이 천천히 진행   ☞ 스태그플레이션-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슬로플레이션 고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국내 소비자물가 지난달 외식물가지수 1640호(20220620)

2022-06-14

‘성큼성큼’ 걷는 美 연준…불붙은 기준금리 인상 경쟁 [슬로플레이션 공포②]

    ‘고금리 시대’의 막이 열렸다. 여지없이 고점을 깨고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물가를 이대로 놔두다간 취약계층의 실질소득 감소와 저성장·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   “한은 기준금리, 연말 2.75%도 합리적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15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후 11월과 올해 1월, 4월과 5월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며 9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높였다.   한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남은 4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도 예고했다. 나머지 모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9일 ‘2022년 6월 통화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기준금리가 연말 2.50~2.7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지금 형성돼 있는 기준금리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빅스텝은 배제할 수 없지만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도 말했다.   한은의 현 기준금리는 1.75%다. 0.25%포인트씩 올려 2.75%까지 가려면 연말까지 모든 금통위에서 금리를 다 올려야 가능하다. 이번 발언은 5월 26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연 2.25∼2.50%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말한 것에 이어 나온 발언이다.   한은의 발언 수위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 되는 이유는 물가 상승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5월 기준금리 인상 이유에 대해서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압력을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6월 10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더 강경한 발언으로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확산되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는 지금까지 미국 등의 통화정책보다는 우선적으로 국내 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혀왔지만, 최근엔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과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 속도에 한은도 맞추겠다는 설명과도 맞닿은 부분이다.       ━   美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불가능하지 않은 이유   이 총재가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을 중심으로 각 국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발 빠르게 올리고 있다. 미국 연준은 5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6월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했다.    미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결정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5월 4일에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0.25∼0.5%인 기준금리를 0.75~1.0% 수준으로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빅스텝도 2000년 이후 22년 만의 일이었다.    시장에서는 6월만 아니라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 수준은 3.4%로 전망됐다.    연준이 강력한 금리 정책을 내놓는 이유 역시 물가 상승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이는 1981년 12월(8.9%) 이후 4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 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연준이 빅스텝에 그치지 않고 자이언트 스텝 처방을 내놓은 상황이다.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들도 발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6월 1일(현지시간) 4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5월 25일 마찬가지로 두 번째 빅스텝을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에 가서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고, 9월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조절에는 조심스러워 할 때와 적당히 과감해야 할 때가 있다”며 “미국 연준도 기준금리를 조금씩 올리면 고물가가 해결이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시장에 빅스텝이 없다는 신호를 주는 것은 한은의 입지를 악화시킬 수 있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한은이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 ‘이자’ 부담 증폭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 확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총액만 아니라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한 가계 빚 비중도 세계 36개 주요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높았다. 6월 6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내놓은 세계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6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3%로 가장 높았다. 홍콩(95.3%), 영국(83.9%), 미국(76.1%), 일본(59.7%), 유로 지역(59.6%)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며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잠정)’ 자료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를 기록하며 8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5월 말 최고 6.39%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 총재는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원, 기업 부담은 2조7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을 꼽은 비중(복수선택)이 43.8%로 가장 많았다.     양 교수는 “가계 취약차주가 늘어나고 자영업자 대출과 다중채무자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에 생계형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고금리 자이언트스텝 빅스텝 연방준비제도 fed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창용 대출 금리 1640호(20220620)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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