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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올라야 추세적 반등 가능해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가 2500을 눈앞에 뒀다. 한 달 전에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하락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몇 개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먼저 가격 변수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갔던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시장금리도 고점에서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한때 기준금리와 비슷할 정도였는데, 주가 상승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 가격 변수 안정은 금리, 환율, 주가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의 공포심 때문에 가격의 크게 변동했다. 그 와중에 주가는 지나치게 하락했고, 금리와 환율은 실력보다 높아졌다. 이런 부분이 해소되면서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기업실적이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각각 3%, 5%가 더 높았다.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기업 실적도 모양이 비슷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에 속하는 종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각각 2%, 3% 더 많았다.      ━   추세적인 주가상승 요인 찾기 어려워        똑같은 실적이라도 발표 전에 시장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이익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더 나오는 것보다, 이익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가 그보다 이익이 더 나오는 게 주가에 도움이 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 한두 개의 실적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줘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이익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덕분이다.     인플레이션이 풀릴 조짐도 있다.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공급 병목현상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의 배송시간지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배송시간 단축은 생산자물가 안정에 도움을 준다. 주식시장에는 악재와 호재가 항상 같이 존재한다. 한 달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들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호악재보다 시장에 더 중요한 건 한 달 전에 부정적인 요인들만 보던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요인에도 눈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투자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인데,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주가가 오르자 고민이 하나 생겼다. 최근 상승이 단순 반등인지, 아니면 추세적인 상승의 시작인지 판단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단순 반등이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 반대로 추세적인 상승의 시작이라면 주가가 주춤할 때마다 주식을 더 사야 한다.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9번의 반등이 있었다. 코스피의 평균 반등 폭은 15% 정도였고, 반등 기간은 30일 정도였다. 같은 시간 S&P500지수와 나스닥의 평균 반등 기간과 반등 폭도 39일과 15%로 코스피와 비슷했다. 이 정도가 펀드멘털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반등할 때 갈 수 있는 한계다. 반면 2003년 시작된 대세 상승 때에는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면 5~6개월간 이어졌고, 상승률도 50%를 넘었다. 이렇게 둘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한 달간의 상승이 어떤 성격인지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반등으로 보는 게 맞다. 주가가 낮다는 점 말고 딱히 상승요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았지만 그게 미래 실적까지 담보하는 건 아니다. 7월을 지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비용이 증가해 마진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기업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 달라진다. 1분기에는 공급망 교란, 반도체 부족, 운송비용 등 공급 차질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주변 여건 때문에 벌지 못한다는 짜증이었다. 2분기에는 임금, 원자재 가격, 금리, 인플레이션 등으로 화제가 바뀌더니, 최근에는 마진 하락과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 많아서, 기업의 마진이 축소되고 그 영향으로 이익을 줄어들 거란 우려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에너지 업종을 제외하고 마진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업종이 전무한 상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견디면서 마진을 개선할 능력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내년 이익 전망도 좋지 않다. 우리 기업이익 전망은 지난 몇 달간 빠르게 하락하다 지금은 소강상태가 됐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임금과 서비스 물가 상승의 영향도 크다. 미국의 경우 임금 부담이 개선되려면 실업률이 5%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현재 3.9%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마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익 전망이 악화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낮아진 주가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매도가 늘어나는데 이익이라는 뒷받침 없이 매도를 막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코스피보다 코스닥 상승 폭 더 커       7월 6일 2292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8%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11% 올랐다. 삼성전자로부터 반등이 시작됐기 때문에 코스피가 더 강할 거라 기대됐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코스피가 2400을 넘은 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승이 빨라졌고, 게임주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섰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멈춰 서버렸다. 대표주에서 시작된 상승이 시간이 갈수록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형태였다.   당분간 가격이 가장 중요한 투자 종목 선정이 이유가 될 것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반등을 적게 한 종목일수록 유리하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달 전처럼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일 때는 적정 주가에 주식을 매매하는 것보다 주식을 덜어내는 게 더 큰 목표가 된다. 당연히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내려올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떨어진 주가는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금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종목의 주가가 오른 후 삼성전자처럼 처음 상승을 이끌었던 종목으로 매수가 다시 이동하면 코스피가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 다시 매수가 넘어가지 않으면 이번 상승은 반등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이렇게 보면 주식시장의 열쇠는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상승 물가 상승 대세 상승

2022-08-11

실적 괜찮은 중소형주에 투자해라 [이종우 증시 맥짚기]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 1분기 -1.6% 성장에 이어 두 분기째 역성장이다. 미국의 경기분류 기준에 따르면 연속 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그 시기를 경기침체(recession)로 본다. 이 기준에 맞아 떨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미국 정부는 아직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침체’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실업자가 늘어난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이 고용인력을 내보내고, 신규 인력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가 약해진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소비둔화가 다시 경제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지금은 정반대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 수준에 머물고 있고, 분기당 10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을 고용 있는 경기침체라고 얘기한다. 10여년 전에 경기가 좋아져도 고용이 늘지 않았던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다. 그만큼 지금은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불황과 다른 모습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내년에 미국에서 실업자가 갑자기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   예상보다 미국 경기침체 빨리와      이같은 이례적인 모습이 된 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막대한 유동성과 재정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창때 미국국민이 4조달러가 넘는 저축을 가지고 있어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다 보니 자연히 실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간이 지나면 고용지표가 경제와 같이 나빠질 거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미국 노동시장의 초과수요가 너무 커 당분간 실업률이 올라갈 일이 없을 거란 전망도 있다   미국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갔지만, 금융시장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용위험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가계가 가지고 있는 초과저축과 안정적인 고용시장, 높아진 금융기관의 대응 능력이 신용위험이 커지는 걸 막고 있다. 문제는 이 요인 대부분이 완화정책에 의해 확보됐다는 점이다. 금리인상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걸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주식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경기 침체다. 2분기 성장률은 두 가지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경기침체가 견딜 만하다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이미 주가가 떨어졌고, 그 뒷모습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상 경기침체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대로 더 심한 추가 침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실업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더 내려갈 거라 걱정하고 있다. 어떤 쪽이 됐든 예상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빨리 왔다는 건 모두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가 2.5%가 됐다. 금리 인상이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었다. 발표 당일 나스닥 지수가 4%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7월 정례 회의 이후 연준 의장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얘기한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처럼 과격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고,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선회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과거 미국의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의 관계를 보면 기준 금리를 처음 인상하기 전에 시중금리가 올랐다가, 막상 금리를 인상하면 시중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 인상이 2~3번 계속될 때까지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지만,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 금리가 반응하지 않는다.     이 관계가 이번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준이 한창 금리를 올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6%를 바닥으로 1.5%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3.4%까지 치솟았다. 6월에 상황이 바뀌었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할 정도로 긴축 강도가 세졌지만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끝난 건데, 그 덕분에 금리를 올려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게 됐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려 연말에 3%를 넘긴다 하더라도 이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   박스권 머무는 동안 금리인상 이어져       주식시장이 어려운 국면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코스피가 2300을 바닥으로 2400대 중반까지 상승했고, 금리도 한 달 째 하락을 계속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던 국제 유가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큰 걱정거리였던 미국이 경기 침체도 기정사실이 돼 위력이 약해졌다.     주식시장이 미래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재료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가, 실제 일이 벌어지면 영향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가 주식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다르게 봐야 하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경기침체 우려를 했던 것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박스권 상단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할 걸로 보인다. 아무리 높아도 상단이 2600을 넘기긴 힘들다. 하단 역시 2300 밑으로 내려가는 일이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주가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거로 보인다. 이미 악재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등 초기에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기업을 찾는데 그런 매매가 나타난 것이다. 주가도 낮아 부담이 없었고,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아 대형주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대형주 상승이 끝나면 중소형 테마주로 매수가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가 상승은 반등일 뿐 추세적인 상승이 아니다. 시장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계속 상승하기 힘들다. 중소형주는 이번 상승에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 별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가격도 높지 않다. 앞으로는 상당기간 시장을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지수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는 중소형주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 인상 이상 경기침체 시장 금리 1647호(20220808)

2022-08-03

당분간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가 반등했다. 미국시장이 추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으로 방향을 튼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 올린 역할을 담당했다.    2분기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가 97만명 줄었다. 당초 회사가 예상했던 200만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실적이 괜찮게 나오자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넷플릭스 주가는 605달러로 시작했다. 5월에 한때 162달러까지 떨어졌으니까 넉 달 사이에 73% 하락했다. 단기에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힘을 얻으면서 일주일 사이에 주가가 27%나 올랐다.    상승은 넷플릭스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상승이 주춤해지자 테슬라가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넷플릭스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성장성 대비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7% 상승했다. 반등은 하락이 컸던 부분을 메우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경험치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국내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주가가 7월 초에 기록한 저점에서 10% 넘게 상승했다.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상승을 간접 지원했지만, 더 큰 역할을 한 건 주가다. 6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대형주보다 더 떨어졌는데, 그 역작용으로 반등이 크게 일어났다.       ━   2분기 기업실적의 역할은 제한적      주가가 바닥을 만들고 반등할 때, 첫 번째 상승대열에 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는 기업 내용인데, 가장 좋은 기업군에 속한 회사여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에는 온갖 부정적 전망이 난무한다. 괜찮은 기업이라 평가받던 곳도 곧 무너지지 않을까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반등은 가장 좋고 믿을만한 기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험이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도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가 첫 번째 반등 주자가 됐다.     다른 하나는 주가다. 직전에 하락이 크면 클수록 반등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두려워서 가격이 떨어져도 매수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주가가 바닥에 도달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낮은 가격이 눈길을 끌면서 매수가 시작되고 하락이 컸던 만큼 반등도 커진다. 넷플릭스가 그 경우였고, 삼성전자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했다.   삼성전자 반등이 끝나면 다음은 어떤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까. 똑같이 믿을 수 있고, 주가 하락이 큰 종목이 선택될 것이다. 최근 네이버와 일부 게임주 주가가 상승했다. 모두 상반기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하락이 크지 않았던 종목은 상승이 약해졌다.    조선주와 자동차가 그에 해당한다. 자동차는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작다. 실적이 개선될 거란 기대로 시장이 약할 때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좋았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다른 종목보다 상승이 약해진 것이다.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다.   이 과정을 거쳐 대형주 반등이 마무리되면 시장의 힘이 중소형주로 이동한다. 시장이 더는 나빠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생기면 중소형주의 가격이 낮다는 사실이 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반등이 마무리된다. 이번 주가 반등은 2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려 있어 복잡하게 진행될 것이다. 속속 발표되는 결과를 보면 상반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을 것 같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자동차 회사들도 지난해보다 50% 넘게 이익이 증가했다. 미국기업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기업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은 건 전망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 전망이 바뀐다. 기업을 분석하는 사람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걸 보니 이익이 줄어든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6월에 집중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경우에는 실적 하향 정도가 더 심하다. 지금은 2분기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실적이 나빠질 때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다. 기업실적은 경기보다 더 반응이 느리기 때문에 기업실적이 나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 잡아도 다음 분기에나 이익이 줄어들 텐데 2분기는 공백 상태다.     낮은 주가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은 지지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양호한 실적이 주가 하락을 막기 때문이다. 이번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이익이 좋아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이익이 좋게 나와도 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발표된 실적은 좋아도 앞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승률 높아     주가 반등의 강도가 미국시장보다 약했다. 6월에 우리 시장이 주요국 중 하락이 가장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반등 초반의 기세가 전체 반등의 폭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반등은 앞으로 박스권이 어느 범위에서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박스권이란 중간과정 없이 주가가 바로 상승하려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재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당초 예상은 코스피가 2600까지 반등한 후 이를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이 만들어질 거로 봤는데 힘들 것 같다.    시장의 힘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렇더라도 주가가 다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6월 하락 때 악재의 상당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반등의 힘이 약한 만큼 대형주 상승이 크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 하락한 부분 중 일부를 메우는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오르는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중소형주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상승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눈길을 끌었지만, 실제 상승은 코스닥이 더 컸다.    코스피가 7월 6일 저점 이후 4.4%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9.3% 올라 두 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 힘이 더 실리는 건 지금 시장 에너지가 규모가 큰 기업을 끌고 갈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재가 몰려나오듯 호재도 몰려나온다. 실제로 특정 시기에 호재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 같이 있는 호재와 악재 중에서 주가에 따라 관심을 받는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호재의 반영도가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며칠 전까지 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이 힘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다. 언제든지 다시 시장에 등장할 수 있는데 그러면 주가가 다시 반락할 수도 있다. 지금은 길게 보고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수든 매도든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를 따라다니다가 투자가 끝날 수도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하락폭 실적 주가 반등 주가 하락 제한적 주가 1646호(20220801)

2022-07-28

2분기 실적 주가엔 큰 영향 없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환율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때가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외환에 너무 크게 당해서인지 한동안 주가가 원·달러 환율과 같이 움직였다. 원화가 강해지면 주가가 올라갔다가, 반대로 원화가 약해지면 떨어지는 형태였다. 1998년 10월에 결정적인 한 방이 있었다. 140엔을 오가던 엔·달러환율이 이틀 사이에 110엔으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가 끝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300 부근에 있던 코스피 지수가 8개월 만에 1000을 넘었다.    또 한 번은 금융위기 직후다. 원·엔 환율이 1400원을 넘었다. 환율 덕분에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자동차회사의 가격 경쟁력이 1.6배 높아졌다. 국제시장에서 자동차 가격을 30% 깎아 줘도 과거와 비슷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때마침 발생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까지 겹쳐 현대차가 분기에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주가가 30만원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에 좋고, 반대로 하락하면 내수기업에 좋다고 얘기한다. 우리 기업 대부분이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데, 내수기업은 주로 국내에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원화가 강할수록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출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판 금액이 원자재 수입액보다 크기 때문에 원화가 약할수록 이익을 많이 내게 된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 꼭 부합하지는 않는다. 현실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때 주가가 상승하고, 반대로 올라갈 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경제가 좋을 때 원화가 강해지는데, 그 힘이 다른 모든 요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   경기 나빠지면 4분기엔 기업 이익 줄어들 듯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었다. 원화가 약한 건 달러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에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0 정도였다. 최근에 108을 넘었다. 1년 사이에 달러가 20% 강해졌으니까 원화를 비롯한 상대 통화는 20%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원화 약세는 수출기업 채산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현대차가 탄탄한 흐름을 유지한 걸 보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주가에 이미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종목별로는 그렇지만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환율 변동이 커지면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데,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됐다.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만큼 나오거나 약간 덜 나오겠지만, 규모가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걸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가 될 거로 점쳐진다.     주가, 경기, 기업실적은 정해진 관계가 있다. 주가가 떨어지고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경기가 둔화되고, 그다음에 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 국내외 모두에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없다. 경기 확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실제 수치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는 아직 기업이익이 줄어들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미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의 2분기 매출액과 주당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5.7% 늘어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증가율이지만 주가 하락 폭에 비해서는 작다. 아직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경기가 나빠지면 3분기나 늦어도 4분기에는 이익 감소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익 선행지표들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어서 전망이 밝지 않다.     과거에 미국 경제 둔화가 소폭 하락으로 마무리됐을 때 이익은 5%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1986년을 비롯해 최근 사례인 2018년까지 다섯 번이 그랬다. 이보다 큰 경기침체가 오면 이익이 20% 정도 줄었다. 2008년 같이 금융위기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순수하게 경기만 침체했을 때가 그렇다. 이번 경우와 유사한 사례다.   코스피와 나스닥이 고점에서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거로 보인다.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근접했기 때문에 앞으로 실적이 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나온다면 주가의 추가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이익이 30% 넘게 감소하는 경우다. 주가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익이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다. 이익 감소가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린다면 이는 연말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투심악화가 주가 하락폭 더 키워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9.1% 상승했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5월 물가가 8.6%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온 후 코스피가 10% 넘게 떨어지는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다. 지표가 발표되고 며칠간 매수-매도가 접전을 벌어졌지만 2300선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최근 하락한 유가가 이번 물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아 주가 하락이 제한적이었다고 얘기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5월 물가지수 발표 후 한 달간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인플레이션은 익숙한 변수가 됐다.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결과다.     재료의 역할이 약해지면 주식시장은 본질적 가치로 돌아온다. 지금 기업실적에 맞는 주가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245조원이었다. 올해나 내년에 지난해보다 이익이 30%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해당 수치가 170조원으로 낮아진다. 2017년에 198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코스피가 최고 2600까지 올라갔다. 이 사례를 감안하면 영업이익 170조원일 때 코스피 2300이 터무니없는 수준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30% 이익 감소까지 각오하고 있다.   주가는 하락하지 않으면 올라간다. 주변 여건이 나빠 계속 밀어 내리려 하는 데에도 밀려 내려가지 않으면 반대로 상승한다. 주식시장이 여러 악재를 이겨내는 걸 보면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 그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투자자들은 가장 좋은 주식부터 사들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회사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한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위기에 압도돼 시장을 너무 나쁘게 봤던 게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향후 코스피 움직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면 앞으로 주식시장은 대형주 사이를 옮겨가면서 상승을 이어갈 것이다. 대형주가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에 대한 투자자의 확신이 더 강해지면 매수가 대형주를 떠나 다른 쪽으로 옮겨 갈 것이다. 대형주 말고도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 주가 경기 강해지면 주가 한동안 주가 이종우 실적

2022-07-21

종목선택보다 마음 다스리기가 우선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지수가 24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가도 6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어려워진 건 물가상승 때문이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6%를 기록했다. 4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이 약해져 연말에 해당 지표가 4%대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높은 물가는 미국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을 불러왔다. 당초 0.5%포인트로 예상됐던 6월 금리 인상 폭이 물가 때문에 0.75%포인트로 바뀌었다. 7월에 예정대로 금리를 0.5%포인트를 인상하고, 나머지 기간에 0.25%포인트로 인상 폭을 낮추더라도 올해 말이 되면 기준금리가 3%를 넘게 된다. 1년 사이에 금리를 2.75% 이상 올리는 건데, 1980년을 제외하고 1년 사이에 이렇게 큰 폭으로 금리를 올렸던 예가 없다.     상승률만 따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1980년은 금리 인상 전에 기준금리가 14%여서 금리를 6%포인트 더 올려도 인상률이 높지 않았다. 이번은 인상을 시작하는 시점에 기준금리가 0.25%였다. 예상대로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3%가 되면 1년 사이에 기준 금리가 12배 오르는 셈이 된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시장금리도 3.8%를 넘었다. 1년 전 해당 금리가 1.3%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르면 저금리 때 만들어 놓은 여러 경제 구조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   최근 주가 하락은 경기 둔화 우려가 주요인     정부와 중앙은행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주가 하락에 한몫했다. 현재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단시간에 금리를 크게 올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2006~2007년에 금리를 올린 적이 있지만,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험이 아니었다. 결국 2000년이 가장 최근 경험이 되는 셈인데, 정책 결정자가 저금리에 익숙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을 나오기 힘들다.     경제 위기 우려를 촉발한 자산가격 하락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주식과 채권, 코인의 하락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부동산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사상 최고가 부근에 머물고 있어 경제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부채를 이용한 주택 매입이 성행했기 때문에 이번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과거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가를 떨어뜨린 뇌관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높은 물가보다 주가를 떨어뜨리는데 더 크게 역할을 하는 건 경기 침체 우려다. 국내외 모두에서 경제지표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 대부분의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전에 정점을 지났다. 금리인상 폭이 커지고 있는 걸 감안하면 경기 둔화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비용증가의 영향으로 기업의 활동이 약해졌으며 소비가 줄어들 여지는 반대로 커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가 5.2%와 3.9% 성장할 거로 예상했었다. 6개월 사이에 해당 수치가 1%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크다. 앞으로 하락 조정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상황은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하반기 경기 둔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약한 순환적 경기 둔화로 끝날지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 예상으로는 10년 내 가장 강한 경기 둔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랜 외부 지원으로 경제 주체들의 대응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경기 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13년간 세계 경제는 낮은 금리와 많은 돈에 길들어 왔다. 강한 금융완화정책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기업의 자생적 회복 능력 약화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둔화를 막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반복되어야 하는데, 이미 많은 정책이 사용됐기 때문에 남아있는 방안이 없다. 경기 둔화가 코로나 발생 직후처럼 짧게 마무리되지 않고 2년 이상 지속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 둔화가 주가 하락의 원인인 만큼 주가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경기가 저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대안으로 가격이 경기에 맞게 조정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하락으로 주가 조정작업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거나 세계 경제 전체가 심각한 경기 둔화에 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주가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   좋은 성과 내기 위해선 감정 억누를 줄 알아야      주가가 급락할 때에는 피해야 할 게 몇 개 있다. 무엇보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도 커진다. 마지막 국면에는 얼마의 손실을 보았건 상관없이 계좌에서 주식이 없애버리고 싶어진다. 매일 자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을 팔아버리는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게 된다. 감정적 대응은 주가가 바닥일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참을 만큼 참다가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후에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적 대응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년 전에 주식시장은 장밋빛이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코스피 3300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주식을 매수했었다. 지금은 반대다. 주가가 최고점에서 10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 커질 정도다. 1년 사이에 긴축이 강화되고, 예상보다 경제가 나빠졌으며, 믿었던 개인투자자가 매수 대열에서 이탈한 때문이라고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이는 사후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1년 전은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세상이 밝게 보인 반면, 지금은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세상이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감정을 억누를 줄 알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다. 상승이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요소이듯 하락도 시장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주가는 하락해 가격 수준이 낮아지면 상승하고, 가격 수준이 높아지면 반대로 하락하는 게 자연적인 흐름이다. 주가가 오를 때 너무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걸 피해야 하는 것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지금은 투자전략이나 종목선택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시장에 부화뇌동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던 사례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 경기 둔화 금리 인상 종목선택 이종우 우리나라 시장금리 1641호(20220627)

2022-06-21

2차전지 같은 특정테마 종목 투자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주식시장은 특징적인 형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을 치고 내려올 때 하락률이 20%대에서 마무리되든, 아니면 40%대까지 크게 떨어지든 둘 중 하나였지 중간은 없었다.     지난 1990년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15번의 하락 조정이 있었다. 그중 20% 내외에서 하락이 마무리된 경우가 9번, 40% 넘게 떨어진 경우가 6번이었다.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건 외환위기 때다. 고점에서 66.8% 하락했다. 두 번째는 2000년 IT버블 붕괴 때로 55.7% 떨어졌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911테러와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모두 위기가 발생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경우다.     1992년만 예외다. 위기도, 심각한 외부충격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45% 넘게 떨어졌다. 당시 하락은 주가가 너무 오른 게 원인이었다. 3저(저달러·저금리·저유가) 호황으로 코스피가 1985년 하반기부터 1989년 초까지 여섯 배 올랐는데, 1990년이 큰 상승이 마무리되는 때여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9번은 순환적인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반적인 조정이었다. 평균 하락률이 22%로 앞서 얘기한 경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네 번의 조정도 이에 해당했는데 2018년을 제외하고 세 번 모두 20%에 미치지 못하는 하락으로 끝났다. 2018년은 기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시장 변동성 커져      지난해 7월 이후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이미 주가가 과거 하락기 평균만큼 내려왔기 때문에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물론 위기나 강한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과거 하락률은 특정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코스피가 과거 평균 수준만큼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의 반응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미국시장이다. 우리 시장이 충분히 하락해도 미국시장이 계속 떨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5월 주식시장이 그런 형태였다. 코스피가 바닥을 만드는 와중에 미국증시가 하루에 2~3%씩 떨어지자 우리 시장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다. 경기가 예상보다 심하게 둔화될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연준이 미래 소비 축소를 통해 인플레를 잡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긴축은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 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한 나라다. 경제의 70% 이상이 소비 때문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가 둔화되면 경제가 위축되게 된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이 시작됐다. 5월에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경기 전망이 10년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작은 높은 물가였지만 지금은 물가에서 경기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소비 심리 악화 이후 경기가 둔화됐던 예가 많은 만큼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가 시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어도 소득이 늘어나기 힘들다. 가계 소득의 핵심은 임금이다. 현재 연준은 임금이 오르면 높은 물가가 굳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임금 상승률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산가격이라도 좋으면 임금소득 억제를 보완할 수 있을 텐데 사정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가 4개월째 하락했다. 주가는 이미 고점에서 25% 넘게 떨어졌다. 한때 0.6%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지금은 2.9%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이미 크게 떨어졌고, 부동산은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산 소득은 소비를 늘리는 역할보다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과 다른 형태다. 경기 둔화와 연준의 긴축 강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 활발히 진행     한국과 미국 시장의 동조화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2000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시장 움직임에 처음 눈을 떴고, IT가 주목받던 시기여서 미국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때조차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중간에 끝났다. 나스닥이 5050에서 3200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는 코스피가 같이 하락했지만, 이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나스닥은 1년간 추가로 50%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480을 저점으로 박스권을 만들었다. 미국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가장 컸던 때조차 일정 시점이 지나면 동조화가 약해졌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는 미국시장이 하락해도 우리 시장이 받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다르다. 최근 미국시장 하락은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하루에 4~5%, 크면 10% 이상 떨어지다 보니 그 충격이 주식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시장에는 미국에서 빅테크 같은 역할을 하는 종목이 없다. 시장을 구성하는 종목이 다른 만큼 주가 움직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둘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모든 검증이 끝난 종목들이다. 당분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거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반면 테슬라, 아마존은 성장단계에 있거나 주가가 너무 높다. 테슬라는 성장성이 최고 상승 동력이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주가를 끌고 갈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아마존은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0배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높다. 이 때문에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데, 한쪽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쪽이 지켜나가면 둘이 동시에 떨어질 때보다 빅테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게 된다.    앞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줄어들 것이다. 긴축, 인플레이션 등이 너무 오래 시장에 노출돼 재료로서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신 종목별 재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상승했다. 시장이 다시 특정 테마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시장이 정체되어도 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는 쉬지 않는 만큼 종목 찾기가 활발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 주식시장 이후 주식시장 시장 변동성 1637호(20220530)

2022-05-24

투자심리 악화가 코스피 하락폭 더 키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주가 하락은 언제 겪어도 힘이 든다. 자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락도 투자의 한 과정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바닥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주식투자를 처음 할 때 ‘천장에서 사서 바닥에서 파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얘기를 접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되씹어보면 그 말만큼 사람의 심리를 절묘하게 나타낸 것도 없는 것 같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탐욕이 최대로 커지기 때문에 오늘 주가가 가장 낮은 것 같이 보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공포에 압도돼 오늘 주가가 가장 높은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시장 환경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심리적인 공포다. 주가 하락이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고,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질 것 같아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해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을 구사하기보다 참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 하락이 투자의 과정인 것처럼 상승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   앞으론 미국 긴축보단 경기둔화 여부가 중요        저점을 찾으려면 과거 주가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코스피지수는 2250 정도였다. 한때 2500대 중반까지 떨어졌으니까 당시보다 250포인트밖에 높지 않다. 대략 10% 정도다. 미국 시장도 비슷하다. 코로나19 발생 전 나스닥지수가 9500 부근에 있었다. 지금 1만1000 위에 있으니까 150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7년에 코스피가 2600까지 상승했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경기도 좋아 주가가 올랐다. 2018년 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선진국 경기 둔화로 국내 경기가 나빠져 그해 기업 이익이 2017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코스피는 2600에서 1900까지 2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고점 이후 이번 최저점까지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하락이 어지간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주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2년 사이에 상황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미국이 긴축을 강화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1.0%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낮지만, 방향성이 위로 잡혀있는 만큼 곧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시됐던 여러 정책의 효과와 기업 실적 증가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요인이다. 시장의 스트레스가 진정되면 투자자들이 주가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 변수의 방향성보다 절대 수준을 중요시하게 될 텐데, 그러면 주가가 진정될 것이다.     저점에 도달한 이후 주가는 어떤 모양이 될까? 단기 주식시장을 예측해 보기 위해 2004년 5월의 흐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코스피는 935를 정점으로 하락해 17거래일 만에 22% 떨어졌다.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몇몇 업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게 원인이었다. 긴축을 강화한 건데 실제 긴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시장이 요동을 친 건 코스피가 530에서 930까지 상승한 영향 때문이었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이다.     주가 하락이 멈추자 8일간 12%에 달하는 반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두 달 동안 천천히 전저점 부근까지 내려왔다. 2004년과 주가 움직임은 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그림이다. IT 버블 붕괴가 본격화된 2000년 5~6월에도 주가가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 코스피는 2500 부근에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짧은 반등이 있고 난 뒤 재차 하락해 이번 하락의 저점이나 조금 더 내려가는 지수대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2분기에 약세 흐름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다음 주가는 국내외 경제에 의해 결정된다. 긴축이 주가를 끌어내린 표면적 이유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 둔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긴축의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말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거란 전망이 나온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시장에 워낙 많은 유동성이 풀려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언제든지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저수지에 물이 넘치기 직전까지 채워져 있는 상태인데, 그 물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하락을 막는 역할은 한다.       ━   경기둔화 크지 않으면 주가 조만간 안정될 듯      최근 경기 지표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강세였던 상품시장이 변했다. 경기와 연동성이 강한 구리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0%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급망 우려가 커져 있는 상태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에서 3.1%로 하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금리 역시 3.2%에서 2.9%로 후퇴했다. 긴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모양이다. 연준 기준 금리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연방 기금 선물 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크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조만간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둔화 폭과 강도로 이동할 것이다. 지금도 경기둔화가 심할 거란 공포가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수치가 나빠서가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게 경기를 보는 눈이 바뀐 이유였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보다 소폭 둔화했다. 유럽이 주로 하락했고, 미국은 소폭 개선됐으며, 중국은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월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 확장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향후 경기 둔화가 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급격한 주가 하락이 진정되면 이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은 펀더멘탈보다 투자심리 악화 때문이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크지 않다면 주가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다. 금리 인상 등 경기를 끌어내릴 요인이 많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기왕에 주가가 내려간 걸 고려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년 초에 급등이 주식시장의 한 단면이라면 지금의 하락도 한 단면이다. 주가는 한쪽에 머물지 않고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기준금리 인상 주가 하락 주가 움직임 올댓머니 코스피 이종우 증시 맥짚기 1636호(20220523)

2022-05-18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중소형주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 4일(현지시각)에 열린 5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앞으로 긴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 우선 5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6월과 7월에 동일한 폭으로 두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놨고, 물가가 안정화된 후에는 다시 0.25%포인트 인상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6월 1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을 시행하는 계획도 밝혔다. 처음 3개월은 한 달에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각각 300억달러와 175억달러씩 줄이지만, 이후에는 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현재 9조달러 수준인 연준의 자산 총액이 연말에 5000억달러 가량 줄어들게 된다.     연준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자산규모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9.4%인데 1분기 말 현재는 36.6%를 기록하고 있다. 양적 긴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4년 말에 해당 수치가 23.0%로 낮아지고, 2025년에 2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적어도 3년 반은 양적 긴축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금리 인상보다 더 위력적인 게 양적 긴축이다. 금리 인상은 간접 경로를 통해 영향력이 나타나지만 양적 긴축은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번은 유동성 축소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시장에 특히 부담될 수 있다. FOMC가 끝난 후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발표 당일 나스닥이 3% 넘게 올랐다가 다음날은 5% 가까이 떨어져 최고의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심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향후 주식시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강한 긴축이 무질서한 버블 붕괴 가져올 수도     변동성 확대는 두 개 결과를 낳는다.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변동성 확대로 주가가 추가 하락하기도 한다. 이번 변동성 확대는 시장이 안정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5월 FOMC를 계기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와 미국시장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약화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5% 가까운 등락은 예삿일이 아니다.     FOMC회의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연준이 긴축을 강화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했다.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강한 상태여서 긴축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구인건수가 취업자 수보다 500만건 이상 많은 고용시장을 들었다. 문제는 현실이다.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전 분기 연율로 -1.4%를 기록했다.    고용이 양호할지 모르지만 다른 변수는 이미 나빠지고 있다. 경기를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연준의 전망이 맞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주가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그 원인은 긴축이 아니라 경기 둔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향후 미국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금리를 올리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조직은 한번 실수를 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대쪽으로 강하게 나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수를 빨리 만회하려는 조바심 때문이다. 2.5%도 높다고 얘기되던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가 최근에 3.0~3.25%까지 올라왔다. 연초에 미국 기준금리가 0.25%였으니까 1년 사이에 2.75~3.0%포인트를 올리는 셈이 된다.     2000년 IT버블 붕괴로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가 2004년 6월에 끝났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부동산을 자극한 데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선 게 금리 정책을 바꾸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리고 1년 만에 1.0%였던 기준금리가 3.0%까지 올라왔다. 2004년 금리 인상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지만, 1년간 인상 폭이 올해 예상되는 인상 폭보다 작았다. 그만큼 지금은 반대쪽 정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위기는 자산 버블에 금리 인상이란 촉매제가 더해지면서 발생한다. 1990년 일본이 그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동일한 과정을 겼었다. 현재는 자산 버블이 완성된 상황이다. 규모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이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한쪽에만 버블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주식, 부동산, 채권 심지어 원자재까지 가격이 붙어있는 것치고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버블이 심하다. 지역도 특정한 한두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리를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올릴 경우 무질서한 버블 붕괴라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당분간 대형주는 시장 중심에 서기 힘들어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으로 인한 영향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둔화되면 주가가 더 내려가겠지만, 이는 시간이 좀 지난 후 문제다.     4월 이후 우리시장은 미국과 다른 형태로 움직여왔다. 미국 시장이 크게 오르고 내린 날에 코스피는 미국시장의 절반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시장이 먼저 안정적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우리 시장의 박스권이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있다.   박스권이 강해질수록 대형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다. 대형주가 오르면 코스피도 따라서 올라 가격 부담이 생기는 데다, 대형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대형주 주가가 정체 형태로 바뀌었다. 4월에 현대차와 LG화학 주가가 짧은 반등 후 횡보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도 5월 초에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개별적으로 호재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 아닌 이상 당분간 대형주는 매매의 중심에 서기 힘들다.     대형주가 사라진 공간을 중소형 테마주가 메우고 있다. 바이오가 첫 번째 주자였고, 2차 전지 주식이 뒤를 잇고 있다.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기가 있다. 코스피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는 대형주가 시장의 중심이어서 중소형주가 힘을 쓰지 못하지만,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지면 중소형주가 부상한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주가 변동폭도 커 코스피 정체 시에 좋은 매매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실적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낫다. 올해 들어 대형주의 이익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소형주 이익 전망치는 3월을 바닥으로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와 비교해 실적이 밀리지 않는 상황이 된 건데, 그동안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주가 하락이 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중소형주의 매력이 더 높아진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양적 긴축과 양적긴축 계획 향후 주식시장 올댓머니 1635호(20220516)

2022-05-10

곡물가격 오를 땐 식료품株 투자 피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전 세계에서 27억913만t의 곡물이 생산돼, 28억96만t이 소비될 거라 전망했다. 생산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재고나 대체식품을 고려하면 문제 될 게 없는 수준이다.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가 2월보다 12.6% 상승했다. 해당 지수가 만들어진 1990년 이후 최대치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식량 수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년간 곡물 수요 증가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바이어 연료가 담당하고 있었다. 중국의 경제 성장으로 식량 소비가 연평균 6%씩 늘었고, 바이오 에너지 사용량이 8%씩 증가한 것이 곡물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었다. 앞으로 10년간 두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주요 신흥국이 식량 소비가 늘어나는 단계를 지난 데다, 인센티브가 줄면서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로 국제 곡물 가격 급등     우선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작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옥수수 수출의 50%, 밀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나라다. 많은 국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과 옥수수를 쓰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지역에서 분쟁이 터졌기 때문에 공급 차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기후도 좋지 않다. 재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평균 기온이 예년을 밑돌아 냉해로 인한 경작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수출제한 조치 우려도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 철강 등 대부분 원자재는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급이 불안해지면 수출 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곡물은 그 정도가 더 심해 자국 내 소비가 조금이라도 차질을 빚을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수출 제한에 들어간다. 그만큼 제한이 빈번하게 내려지고 영향력도 크다. 실제로 2006년에 미국,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이 다양한 농산물에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비슷한 조치가 시행돼 그 영향으로 곡물 가격이 단기에 5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졌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국가들에 대해 식량 수출을 계속할지 말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2010년에 가뭄으로 식량 공급이 좋지 않았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제한한 적이 있다. 그해 8월 한 달 동안 국제 밀 가격이 54%,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10%와 23% 급등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세계는 최근 러시아의 행보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 시도도 부담이 된다.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9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과 함께 ‘흑해 곡물 블록’을 만들려 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로 곡물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곡물 수출을 담당하는 러시아 국영 곡물회사 설립도 계획했었다. 국영석유회사 가스프롬 같이 곡물 수출의 40~50%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어 국제 곡물 시장의 공급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대부분 시도가 미국의 견제에 막혀 무산됐지만, 식량 무기화는 언제든지 제기될 수 있는 문제가 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그 가능성이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흑해 지역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이 각각 700만t과 600만t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올해 봄 작물 생산량과 하계작물 재배 면적이 각각 30%씩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내년까지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이 10~20%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추세가 더 강해질 거로 보인다.     농업은 대표적인 수요 비탄력 산업이다. 농지가 한정돼 있어서 수요가 늘어도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 한번 파종하면 반년 이상이 지나야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다른 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약점이다. 그래서 곡물 가격이 한번 오르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최소 2년, 길면 3년까지 높은 가격이 유지됐었다. 이를 현재 시장에 적용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이 돼야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 관련주 급등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직접적인 영향은 비료와 사료 관련주, 그리고 음식료 업종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제적으로 비료가 품귀현상을 보임에 따라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제품 가격 상승만큼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문제는 상승 정도인데,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건 맞지 않는다.    시장이 정체에 빠질수록 호재를 가지고 있는 소수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 4월 초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 조선주가 두드리진 상승을 기록한 게 그 사례다. 비료와 사료 관련주 상승도 비슷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남다른 호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한 건데 시장에서 인기가 식으면 주가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식료품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종이다. 최근에 곡물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가 겹치고 있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제품가격을 올리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식료품 업종은 악재의 한복판에 처해있는 만큼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     간접적인 영향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발생한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식료품 가격 상승을 통해 삶에 영향을 준다. 다른 어떤 상품보다 인플레이션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구도여서 곡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위기 직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신흥국의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곡물 가격이 상승해 선진국이 3% 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지금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5%까지 상승했다.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도 3%를 넘어 4%를 넘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중앙은행의 긴축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2월 주가 하락으로 시장에서는 긴축 영향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얘기되고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후 주가가 급락했다. 여전히 긴축은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8개월 정도 지나면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곡물 가격 상승이 시작됐으니까 이제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때가 됐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최근 국제곡물가격 국제 곡물가격 유엔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 올댓머니 1634호(20220509)

2022-05-03

테슬라보단 애플·알파벳A 투자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해 10월 29일 세계 1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주가는 690달러였다. 6개월 후가 지난 지금은 200달러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다. 이달 20일은 넷플릭스 주주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 주가가 하루에 3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1분기 가입자가 작년 4분기에 비해 20만명이 줄었고, 앞으로 성장성도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구독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2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그 덕분에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 애플, 구글, 테슬라 등과 함께 나스닥을 끌고 가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던 넷플릭스 주가가 반년 만에 200달러대로 꼬꾸라지면서 시장에는 세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첫 번째는 미국 성장주의 상승이 끝났는지 여부다. 2020년이 시작될 때 전 세계에서 1억6000만명이 넷플릭스 가입자였다. 지난해 말 그 숫자는 2억2000만명으로 늘었다. 해당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해 특수를 누린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높은 성장률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전망이 좋았던 기업이 갑자기 시장에서 외면받은 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디즈니+가 새롭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나왔다. 세계 각지에서 경쟁자가 나오면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많은 성장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넷플릭스가 먼저 부딪쳤을 뿐이다.      ━   미국 성장주 하락, 국내시장엔 큰 영향 없어      미국에서 긴축이 강화된 것도 성장주 퇴조에 한몫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토론회에서 긴축을 좀 더 빨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 영향으로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중립 금리 수준이라도 필요하면 추가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해서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강화는 성장주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성장기업은 과거 영업을 통해 쌓아 놓은 게 많지 않은 회사들이다.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기도 한다. 금리가 오를 때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긴축이 강화될 경우 주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의문점은 넷플릭스 하락이 다른 대형 기술주로 번질지다. 넷플릭스 주가가 35% 하락하던 날 엔비디아, 메타 같은 성장주 주가도 같이 떨어졌다. 테슬라도 5% 가까이 하락했다. 성장주 하락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시장을 주도하던 핵심 종목이 갑자기 떨어지면 시장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하락 마지막 국면에 발행한 투매로 본다. 코스피가 2600까지 떨어질 때 대형주 주가 대부분이 하락했지만, 반도체는 끝까지 지지선을 지켰다. 마지막에 삼성전자가 7만원을 뚫고 내려오자 대형주 사이에 순환매가 시작됐다. 핵심 종목의 하락을 신호로 시장이 다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넷플릭스 하락도 비슷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 하락은 대형 기술주 하락의 첫 번째 신호여서 앞으로 유사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주가가 하락하던 날 미국의 대형 기술주 주가가 동시에 떨어진 게 동반하락 우려를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에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테슬라,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성장성을 매개로 크게 상승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유사 종목의 주가가 순차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1분기 말 현재 우리 투자자는 1016억달러의 해외 주식을 가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125조원에 달하는 돈이다. 이들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A,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이 대형 기술주 하락의 전조라면 우리 투자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투자종목의 대다수가 미국의 대형 기술주여서 손해를 크게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주가가 70% 가까이 하락했지만 적자나 기업 내용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다. 성장성이 약간 둔화된 게 전부인데, 이런 핑계는 다른 종목에도 언제든지 가져다 붙일 수 있다. 테슬라가 특히 위험하다. 다른 기업은 역사가 오래되고, 수익성을 충분히 증명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기업가치보다 성장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우리 시장이 미국시장보다 부진한 영향으로 미국주식 매수가 붐을 이루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출연인데, 이런 투자가 맞는 것인지 되돌아볼 시간이 됐다.     넷플릭스 하락의 세 번째 의문점은 우리나라 유사한 종목도 같이 하락할지 여부다.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맹위를 떨칠 때 우리나라에서도 ‘BBIG’라는 별칭 하에 인터넷, 2차전지, 바이오, 게임 주식이 득세했다. 개념도 비슷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특수를 만났거나,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상승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에서 성장주가 하락하더라도 우리 시장의 유사 종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주가 수준이 달라서인데, 우리 성장주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져 추가로 하락할 공간이 없는 상태다. 인터넷 포탈의 대표주자인 네이버 주가가 고점에서 30% 가까이 떨어졌다. 2차 전지의 대표주인 LG화학은 이보다 더해 하락률이 50%가 넘는다.      ━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투자 쉬어야     지난 몇 개월 사이 많은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졌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3%를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1.3%였으니까 국내 금리수준이 한 단계 상승한 셈이 된다. 이런 사례는 미국 금리와 유가에도 적용된다. 1%가 되지 않았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를 넘보고 있다. 70달러대에 머물고 있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치솟았다.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진 만큼 3300까지 올라갔던 코스피가 2700으로 후퇴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여러 가격변수가 달라진 수준에 적응해가고 있다. 주가도 마찬가지여서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600~2800 사이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달라진 주가 수준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주가가 좁은 폭 내에 갇히면서 매매가 힘들어졌다. 매수를 잘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0%를 넘지 않지만 잘못 매수하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시장이 어려울 때는 투자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좋은 종목을 잘 고르면’이란 가정은 개인투자자에게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코스피가 오를 때 80% 가까운 종목이 같이 상승하는 것처럼, 코스피가 떨어질 때도 80% 넘는 종목이 같이 하락한다. 상승에 끼어 있는 종목조차 그 폭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이런 희소한 사례에 기대를 거는 건 운에 기대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자는 확률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업가치 성장성 성장주 하락 성장주 주가 올댓머니 넷플릭스 애플 테슬라 구글 알파벳A 1633호(20220502)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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