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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G 경영 확산, 탄소제로 시대 가까워질까?

      ‘탄소제로(0)’ 시대는 가까워질까.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주목 받는 가운데 특히 환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환경 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위기가 커지자 이산화탄소 감축, 나아가 탄소 배출량을 ‘제로(0)’ 수준까지 떨어뜨리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탄소제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찬성하지만, 단시간에 이런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 막대한 자금, 전 지구적 노력이 장시간 투입돼야 가능한 일이다. 언제까지 탄소제로 시대를 만들 것이냐 하는 게 중요하지만 2050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전 세계, 탄소제로 취지는 공감…약속은 미적   지구 온난화를 막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제로’ 사회를 만들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탄소제로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지구를 덥히는 온실가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메탄 등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이다.   탄소 발생을 막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나무를 심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탄소제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탄소발생을 플러스(+), 흡수를 마이너스(-)로 계산해 이 합을 제로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탄소중립’으로도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10월,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이 포함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이탈리아에서 만나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데 합의했다. 기후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해 재앙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점을 확정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2050년을 탄소중립 실현 시기로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20개국 정상들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은 일찍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를 해온 반면 중국·러시아·인도 등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준비 부족이 걸림돌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중립 시기를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는 구체적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탄소중립 시기를 ‘금세기 중반까지’ 실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앞서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40%(2018년 대비)까지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2050년에는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계획을 토대로 “한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겠다”라고 밝혔다.   11월 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은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에서 열린 유엔 COP26 정상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 목표보다 14%가량 상향한 과감한 목표로,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말했다. 또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하고,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탄소 배출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 약속을 지키는 일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학회는 2021년 12월 발표한 탄소중립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기업이 30년 안에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경제학회 경제토론패널 소속 학자 34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5%가 ‘탄소감축 기술의 비현실성 및 비경제성’을 지적했다. ‘산업체의 비용인상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와 ‘하향식 목표 설정과 국민과의 합의 과정 미비’라는 응답은 각각 21%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증가 등 사회적 비용 증가’를 우려한 응답도 15%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부작용(자연재해 등)을 해결하고 통상압력을 벗어나기 위해 탄소 감축에 동의하면서도 여러 우려 점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탈석탄 발전과 탈원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현혜정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급격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태양광과 풍력은 비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최소화하고 오히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해야 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선진국보다 20년 늦은 탄소 감축, 우리기업 5중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탄소중립 실현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5중고’를 강조하며 탄소 감축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전경련은 국제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 여건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짧은 감축 기간에 따른 부담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 감축 기술 열위 ▶재생에너지·그린 수소 경쟁력 부족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산업을 분석해보면 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제조업은 28.4% 수준이었다.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 다(多)배출 업종의 비중도 8.4%에 달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5개국(G5) 평균 제조업 비중(14.4%)과 탄소 다배출 업종 비중(4.2%)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 분야에서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은 또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 준비 기간이 선진국에 비해 짧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으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36년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의 탄소 배출량 정점 연도는 1990년, 영국·프랑스는 1991년, 미국·일본은 1996년으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많게는 60년에 달했다. 탄소 감축을 위해 일찍부터 투자한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확보를 위해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탄소국경세·CBAM)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CBAM은 EU로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따라 추가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철강, 전력, 비료, 알루미늄, 시멘트를 생산하는 기업은 2023~2025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또 2025년 이후부터는 EU 소배출권거래제도(EU-ETS)와 연동해 탄소 배출권을 사야 한다.   유럽개혁그룹은 “지구 온난화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과학적 분석이 제기되는 만큼 신속한 기후변화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무료 배출권 할당량 역시 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기에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사들도 대형 투자은행에 탄소 배출 기업 자금 조달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2020년 4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만삭스, HSBC, BNP파리바 등 27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35개 투자사들로부터 친환경 대출을 확대하라는 서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35개 투자사에는 유럽 1위 자산운용사 아문디, 세계 최대 채권 투자업체 중 하나인 핌코,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리걸앤드제너럴투자매니지먼트(LGIM)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기관투자가 그룹(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IIGCC)을 통해 투자은행과 논의를 이어가며 탄소배출 기업으로 들어가는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금융사도 압박에 직면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 “화석연료로 25%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KB금융에 보냈다.   신한금융의 계열사로 6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며 2020년 9월 ‘기후 관련 재무공시 협의체(TCFD)’ 지지 선언에 동참한 신한자산운용은 투자 기업 242곳에 서신을 보내 구체적인 탄소 배출량 현황과 배출량 감축 목표, 저탄소·친환경 사업 현황 등 정보를 요청했다.     ━   정부, 2025년까지 민·관 90조 이상 투자     우리 정부와 기업은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1년 12월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70%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공급·전달·소비 등 전 과정을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대전환한다는 것이다. 우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까지 민간에서 11개 기업이 33조원, 정부가 62조원 등 총 9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 산업 부문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예산을 2배 늘리고 대형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해 탄소중립 중심 R&D 개편으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2030년까지 산업 부문 R&D의 30% 이상을 탄소중립 R&D로 확대한다.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탄소 저감 효과와 실수요가 높은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지원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되면 R&D 비용은 대·중견기업은 20~30%, 중소기업은 30~40%의 공제를 받게 된다.   35조원 규모의 저탄소전환 촉진 지원금융(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에 달하는 기후대응보증(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신설 등 정책금융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에너지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 도입과 수요관리 신서비스 시장 창출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신산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수소경제 인프라,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신기술을 확보해 초기 시장 창출에 나선다. 차세대 이차전지,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소재 등 저탄소 소부장 산업도 지원한다.   전통산업에 대해서는 사업구조개편 종합지원센터,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열어 지원한다. 정유·가스·석탄산업의 친환경전환을 돕고, 원전·석탄발전 감축에 따라 관련 업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지원법’도 추진할 방침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리 스스로 고탄소 유리 천장에 갇혀 있기보다 넓고 높은 저탄소 미래를 향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탄소중립은 분명 도전적 과제이지만 우리는 저탄소 전환의 초석을 착실히 마련해 왔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글로벌 탄소제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산화탄소 감축 탄소중립 시기 1617호(20220103)

2022-01-02

코로나 사태로 커진 유동성 인플레이션 쓰나미 올까?

    “일시적인 것은 잊어라. 인플레이션은 현재 지속적이며 매우 높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021년 12월 11일 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같이 표현했다. 더 심각한 물가 상승도 예고했다. 40년 전 미국이 15년간 잡지 못한 ‘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 지속성과 강도는 금융권의 예측을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인다. 이런 이유로 여유를 부렸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매파적(긴축정책 선호 성향)으로 입장을 바꿔 서둘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과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교과서 분석처럼 잡힐 것이냐에 있다. 시장은 ‘반반’을 점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징은 통제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도 좀처럼 확진자 증가를 잡기 어렵다. 백신 효과도 길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부스터샷을 정부가 독려한다. 변이도 빠르다. 코로나19는 각 국가의 수많은 변수와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 탓에 백신 공급 확대와 상관없이 확진자 추이가 요동친다. 의료 체계는 요동 속에 혼란스러워한다.     금융시장이라고 다를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특징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곳이 금융권이다. 2020년엔 팬데믹 공포심에 전 세계 증시가 무너졌고, 이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자산 가격이 치솟았다. 국가마다 역대급 유동성을 일으킨 영향이다. 그렇게 자산 가격 하락은 막았지만, 그 결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예상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2년이 넘어도 멈추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동성에도 한계가 나타났다. 물가 상승세가 높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여전히 높다.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과 경제 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은 금융권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금융권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의 벼랑에 서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각 국가의 물가도 비슷한 모습이다. 미국이 유동성 공급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신호탄을 급하게 쏘아 올렸지만 일각에서는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분석을 내놓는다.       ━   미국 인플레이션 심상치 않다   미 노동부가 2021년 12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8%가 올랐다. 10월 상승률(6.2%)을 넘어섰다. 11월 CPI는 1982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은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류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4.9%나 상승하며 5%에 육박했다. 유가는 1년 만에 33%나 급등했다. 현 인플레이션은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임금 상승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11월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     이런 이유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며 미국 경제가 향후 2년 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서머스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지낸 민주당 핵심 인사다. 서머스 교수는 2021년 12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최고경영자(CEO) 카운슬 서밋에서 “인플레이션이 뚜렷해졌다”며 “중앙은행인 연준이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억제할 가능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30~40%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5월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돈을 재차 풀어버린 탓에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동성 확대에 따라 수요의 힘이 강해졌는데 공급은 부족해지면서 결국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서머스 교수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12월 14일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경고했다. 그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아시아 일부 지역이 둔화하고, 이는 공급망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말해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매파적으로 입장을 바꾸며 테이퍼링 조기 시행과 금리 인상을 전했다. 연준은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테이퍼링 축소 속도를 현재의 2배로 높여 2022년 6월이 아닌 3월에 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또한 향후 기준금리도 2022년에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말 0.75~1.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3월부터 이어져 온 ‘제로(0)’ 수준의 기준금리 시대는 2년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연준은 일단 현 인플레이션을 잡아보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과거 70년대에 발생했던 ‘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재발을 막아보자 점에서 합의를 본 결정으로 풀이된다. ‘더 그레이트 인플레이션’은 미국에서 1965년부터 1982년까지 17년 동안 물가가 최대 15%대까지 올라 생긴 명칭이다. 당시엔 베트남 전쟁에다 1, 2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원자재 가격들이 고공행진을 했고 장기적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표현을 없앤 것도 현 물가 상승 속도가 40년 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한국도 인플레이션 피해 가지 못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현상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의 글로벌 재확산, 아시아 지역의 셧다운(공장 폐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확대,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성장성 둔화가 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탓에 한국 경제는 중국 정책과 생산 변화에 경기가 민감하게 움직여 물가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이유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간에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2022년 국내 물가 수준이 목표 수준인 2%를 넘는 등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한 것도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심야 시간 이동량 증가와 서비스 부문에서의 신용카드 지출이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이런 민간소비 증가가 2022년에도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한은은 민간소비가 2022년 상반기에 1년 전 대비 4.1% 증가, 하반기에도 3.2% 증가하는 등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하반기 이후로 고공행진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적어도 2022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12월)’에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원인으론 주요국의 물가 상방 압박, 공급병목 해소 지연, 임금 및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주거비 물가 오름세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2021년 8월과 11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미국의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따라 2022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1월 14일, 2월 24일 두 차례 열릴 예정이다. 금융업계는 한국의 대선을 앞둔 2월보다는 1월에 우선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미국이 1965년부터 겪은 초고도 인플레이션 현상 때와 현재가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는 인구 증가로 인한 넘치는 수요로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면 물가 상승이 곧바로 발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인구 감소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됐다. 결국 수요의 힘이 계속 약해지면서 40년 전에 겪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시된다. 아울러 최근 중국의 헝다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 줄이기) 정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원자재 가격 폭등을 누르는 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2022년 하반기 이후로 글로벌 공급망 부족 해소와 금리 인상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이 안정 궤도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장기적 인플레이션 2022년 말 해소될 수도”   아울러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변이 바이러스 발생에도 우려만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단기성 인플레이션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오미크론과 관련해 미국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델타 변이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지만 치사율에선 현재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려됐던 글로벌 이동 제한에 따른 생산·운송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2022년 상반기부터 동절기 난방 수요 둔화와 중국 동계올림픽 이후로 예상되는 공장 가동 정상화로 2022년 1분기 이후 글로벌 물가 상승률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의 ‘일단 부채를 잡고 가겠다’는 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호재가 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식을 경우 가장 먼저 건설 쪽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철강 등 원자재 수입 위축과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중기적으로는 1970년대와 달리 마이너스 진입을 앞두고 있는 인구,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분배 및 디레버리지 우선 정책이 수요 전망을 둔화시키며 인플레이션의 지속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1년 11월 29일 발간한 ‘NABO경제·산업동향&이슈’를 통해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발생과 관련해 “향후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된다면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전기차 시장 및 금·달러 투자 관심 커질 전망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테이퍼링 및 금리인상, 중국의 디레버리지 정책 등으로 2022년의 주식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업계에선 2020년과 같은 주식 호황은 2022년에는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자산 거품을 형성하는 실질금리(중앙은행이 설정하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공제한 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금리 상승 체감도는 시장에선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온 기업과 아닌 기업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은 2022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리플레이션(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민감한 주식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에 필수 소비재보다는 에너지주와 금융주가 상승 동력이 크고, 대형주보다는 소형주가 좋다고 내다봤다. 기술주의 경우에는 금리로 인해 적정 주가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비중을 확대할 만한 섹터로 에너지·헬스케어·금융을 꼽았다.   인플레이션에 따라 노동 집약적인 생산 구조를 가진 필수 소비재 섹터의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요가 계속 창출될 것이란 예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주의 경우 전통적 금리 수혜주인 만큼 확대된 대출자산과 금리 인상에 따라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할 경우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만큼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 경영 정상화로 이익 창출이 가능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분야 투자가 여전히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시장과 관련한 자동차 기업과 전기차 개발을 위한 핵심 부품 소재에 대한 정부 및 기업적 투자는 계속 활발할 전망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1년 하반기에 발표한 ‘무공해 자동차(ZEV) 팩트북’ 보고서를 통해 2021년 말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가 56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BNEF는 ‘2021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40년까지 무공해차 규모가 6억77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 전망치(4억9500만대)보다 크게 확대됐다. 전기차 시장과 함께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주요국 정부 주도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민간시장의 관심 증가도 예상된다.   금과 달러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시기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손꼽힌다. 금 현물만 아니라 금통장(골드뱅킹)과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자산 배분에서 필수 전략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에도 투자자들이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달러의 가치는 오르고 있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21년 12월 15일 기준 96.58로 11월 초 대비 2.61% 올랐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인플레이션 경제대예측 기준금리 인상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연준 한국은행 코로나19 금융주 에너지주 1617호(20220103)

2022-01-02

K-건설 재도약, 해외 PPP(투자개발형) 사업에서 길을 찾다

    2021년 하반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 잭팟을 연이어 터트렸다. 해외 단순 도급 건설사업에만 집중해왔던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신사업으로 해외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다양한 해외 PPP(투자개발형)사업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1년 하반기 예정대로 공사 계약이 이뤄지면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 PPP사업 총 수주 규모는 최대 80억 달러(약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으로 입찰 일정이 밀리면서 2021년 11월 말 기준 약 50억 달러 규모 PPP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PPP사업 연간 최대 수주액이자, 지난해 수주액 대비 50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 PPP사업에서 주로 설계·조달·시공(EPC)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해저송전선로(HVDC) PPP사업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7억 달러 규모 EPC를 맡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 입찰 예정인 카타르 퍼실리티-E(Fercility-E) 담수발전소(IWPP) PPP사업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마루베니 컨소시엄에 속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EPC 계약 규모는 약 18억 달러로 예상된다.     ━   해외 PPP서 삼성, EPC 두각…GS·SK, 수주 접전   GS건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1년 6월 호주 노스 이스트 링크(North East Link) 도로·터미널 PPP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컨소시엄을 이뤄 9월 노르웨이 555번 소트라 고속국도 PPP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GS건설과 SK건설은 호주에서 사업비 1조원 규모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호주 철도공사 ARTC(Australian Rail TrackCorporation)는 호주 ‘인랜드 레일(In-land Rail)’ PPP사업의 제안요청서(RFP) 접수를 2021년 6월 마감했다. RFP 입찰에는 총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이 중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다른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SK에코플랜트 또는 GS건설의 수주 규모는 컨소시엄 지분을 감안하면 약 10억 호주 달러(약 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당초 ARTC는 2021년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현재 입찰 일정을 뒤로 미룬 상태다.     ━   해외서 각광받는 PPP, 국내 건설산업의 3~5% 불과   국내 건설사들에게 해외 PPP 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투자개발형 건설사업은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간 수주 규모도 28억 달러를 기록한 2010년 이후 10년 동안 15억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 EPC 시장이 저가 수주로 경쟁이 격화하고 이익률이 낮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투자개발형 건설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교통, 통신, 물류, 에너지 등 인프라 개선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지만 재정과 사업추진 역량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PPP형태의 투자개발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재정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시공자의 금융 제공이나 향후 수익자부담을 담보로 건설, 시설운용, 유지보수, 자금조달까지 모든 영역을 통합해 발주할 수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도 건설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엔 건설사들이 사업개발에 필요한 전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했다. KIND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사업발굴 능력, 사업 타당성 확인, 협상, 계약, 금융주선 등 전문성을 제공하고 직접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재무지원도 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해외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 삼성물산 GS건설 SK에코플랜트 해외 PPP PPP사업 2021년 PPP 수주 해외건설 건설사 국내 건설사 1617호(20220103) 스페셜리포트

2022-01-02

건설업계 규제가 불러온 변화, 리모델링·ESG 바람 거세다

      2021년은 건설업계가 각종 규제이슈에 따른 대안 마련을 본격화하는 기간이었다. 도시정비 분야에선 리모델링 사업 확대,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측면에선 현장 안전관리 강화가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100여개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완료했거나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근로자 사망 시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 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예고하면서 최근 ESG 경영을 강조해온 대형 건설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포스코건설’ 아성에 도전…현대·DL ‘1조 클럽’ 가입   한국리모델링협회가 집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0월 말 기준 총 93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중 27개 단지를 제외한 66개 아파트가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다.     시공사별 리모델링 수주 현황을 보면 그동안 블루오션이었던 리모델링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포스코건설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뽐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개포우성9차, 개포 대청아파트 등 강남권은 물론 ‘노다지’로 꼽히는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등 총 26개 사업지를 수주한 상태다. 쌍용건설 역시 리모델링 사업 선구자로서 파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오랫동안 리모델링 시장을 떠나 있던 정비사업 강자들이 수주전에 뛰어들며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모양새다. 우선협상대상 선정 아파트까지 이들 건설사가 수주한 단지 대부분은 최근 2~3년 내 시공사를 선정한 곳들이다.     특히 2021년 리모델링 수주로만 도급액 1조원을 채운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12월 초 잠원동아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1년간 리모델링 수주액만 1조2159억원을 달성한 상태다. 이에 앞서 DL이앤씨는 2021년 상반기에 이미 공사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산본 율곡아파트 사업을 수주하며 리모델링 수주액 1조원을 넘겼다.       ━   재건축 규제 대안…1990년대 아파트 리모델링 본격화     이 같은 성과는 2020년 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을 시작으로 2021년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연이어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몇 년 새 도시정비시장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중층 아파트의 본격적인 노후화와 신축 아파트 인기, 그리고 2017년부터 강화된 정비사업 규제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1990년대 아파트는 점차 주차난, 상수도 녹물, 누수 등 노후화를 겪으면서도 1970~1980년대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 기준을 채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00%로 1990년대 당시 규제 완화에 따라 이 상한이 넘는 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는 재건축할 경우 오히려 전용면적을 줄여야 한다.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면 용적률 상한과 상관없이 전용면적의 30~40% 범위 내에서 증축이 가능하다. 안전진단 기준 역시 C이상(수직증축 시 B이상)만 충족하면 되기에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 분당을 시작으로 일산, 산본 등 1990년대 초반 조성된 수도권 1기신도시 단지들과 서울 강남과 용산에서 재건축 연한(30년)을 넘지 않은 아파트들이 대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부터 속속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고 있는 용산구 이촌1동에서만 향후 총 4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 같은 성장세는 물론 공사비가 재건축과 큰 차이가 없고 인허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금융비용 등 리스크가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이 그렇듯 리모델링 역시 사업성을 충족할 만큼 입지가 검증된 곳에서 주로 추진되기 때문에 최근 고급화 흐름에 따라 공사비가 3.3㎡당 500만~600만원 선으로 오르고 있다.     한편 중대 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 역시 빨라졌다. 중대 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에게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운명의 2022년, 건설현장 안전강화 잰걸음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 재해처벌법은 재계 전체의 화두였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ESG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 안전사고는 가장 큰 리스크로 대두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선 일반 제조업보다 비교적 현장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역시 이런 위기의식에 불을 질렀다.     이에 따른 대응은 2021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우선 중앙에서 관리한다는 기존의 안전관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장 근로자들의 자율성이 강화됐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근로자가 직접 경각심을 느끼고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위한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된 작업중지권에 대한 선포식을 연 뒤 6개월 동안 우수제보자 상금 등으로 1억6600만원을 지급했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로 삼성물산은 이를 급박한 위험 외에 근로자가 판단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상황까지 확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현장용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인 ‘안심, 안전에 진심’을 출시했다. ‘안심’앱의 장점은 SK에코플랜트 소속뿐 아니라 협력사 근로자들까지 해당 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 근로자들은 해당 앱에서 그날의 안전사항을 점검하고 현장 내 위험사항을 공유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밖에 통합 안전관리 관제센터를 신설하고 10년간 수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위험사고를 분류하고 중점관리한 결과 지난 11월엔 ‘500일 중대 무사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 건설장비 도입을 통한 사고 예방 노력도 지속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갱폼’ 인양을 위한 자동화 장비(DSG, Daewoo Smart Gangform)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갱폼은 건설현장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외벽 거푸집으로 이를 타워크레인으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고정볼트가 풀려 추락하거나 바람에 날려 지상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청라국제도시역 푸르지오 시티 현장에서부터 이런 수동인양 방식 대신 레일 기반 유압 인양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연말에 추진되는 조직개편을 맞아 안전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한 건설사도 있다. 롯데건설은 기존에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던 안전보건부문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하고 산하 팀을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등 3개로 확대했다. 건축·주택·토목·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신설된 안전팀은 본부장 직속으로 현장 안전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무엇보다 각 사업본부와 전략, 인사 등 사내 주요 임원이 안전보건 임원협의회를 구성해 전사 차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 또한 “2022년 최우선 경영목표를 안전에 두기로 했다”면서 기존에 2개 팀이 속해있던 안전환경실을 안전환경실로 바꾸면서 7개 팀 규모로 확대했다. 특히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독립적인 예산·인사·평가 권한을 부여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2021 건설업계 리뷰 리모델링 건설사 아파트 리모델링 리모델링 조합설립 시공사별 리모델링 1617호(20220103) 스페셜리포트

2022-01-02

규제에서 공급으로 눈 돌린 정부…2·4 대책의 효과 언제쯤?

      2021년은 그야말로 부동산 불장의 시대였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집값을 잡겠다’는 기조 아래 각종 규제 정책을 도입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 3기 신도시와 올해 2·4공급대책 등을 발표하며 기존과는 다른 노선인 주택 공급을 늘리는 기조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전문가들은 2·4대책에 대해 공급이 시작되는 2025년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2·4대책 이후 효과 있었을까?   2·4대책 핵심은 노후된 도심을 공공이 주도하에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2025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총 83만6000가구를 신규 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정책이다. 공공이 주도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 공급 수준이다. 게다가 이중 약 80%에 해당하는 약 67만 가구를 분양 아파트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또 역세권, 준공업지역, 단독·빌라가 지역에 용적률을 완화해주며 도심공공주택복합 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제3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는 추세”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2·4대책 예정지구 지정으로 공급 확대 기대감이 늘면서 집값이 떨어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2·4대책의 효과는 발표 직후 나타났다. 유의미한 집값 하락 시그널은 없었지만 집값 상승 변동률이 소폭 감소한 것이다. 전국과 수도권 모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소폭 하락했다. 2·4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매매가격지수는 2월 전국은 0.25%, 수도권에서 0.31% 상승률을 보였다. 이후 3월에 0.3%p, 0.2%p씩 떨어지며 상승 폭이 줄었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2.4공급대책 발표 후 매수 문의 감소와 관망세 나타나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이후에도 2·4대책의 일환인 광명·시흥 등 신규택지 발표와 공급대책 구체화에 따른 기대감 등으로 3~5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변동률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효과는 길게 가지 않았다. 공급 정책 특성상 기대감으로 매매심리를 떨어뜨릴 순 있지만 토지 보상, 착공, 준공 등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긴 시간이 남아 있어 당장의 주택 공급량에 변화를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도 5월 이후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고, 8월에는 수도권(0.39%)과 전국(0.29%)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9월 이후부터는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는 가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2·4대책 효과 올해는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전문가들은 2·4대책에 대해 올해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대책의 가시적인 효과는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2·4대책과 같은 공급 정책은 주택에 실제 입주하는 시점에 효과가 극대화 된다”며 “2·4대책의 핵심은 노후도심의 고밀개발인데 결국, 언제쯤 유의미한 규모의 입주 가능한 주택들이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2.4대책과 같은 공급 대책이 올해 영향을 미쳤다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값 하락 시그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2.4대책의 효과는 실제 공급이 현실화되는 2025년 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 랩장도 “2.4대책과 같은 공급 정책은 정책 효과가 장기적으로 현실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주택 공급 대책은 공급에 대한 신호를 줌으로써 잠시나마 안정감을 주긴 하지만 2.4대책으로 인한 주택 공급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2025년이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4대책의 일환인 주요 부지별로 개발구상과 사업계획 수립, 실시설계, 착공 등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부동산 불장의 시대② 공급 규제 기준금리 인상 주택공급 조치 주택 공급 1617호(20220103)

2022-01-02

경계감 더하는 외환시장, 달러 강세 이어질까?

      2021년도 외환시장은 새해 첫 영업일 달러/원 환율 1080.30원으로 연간 저점을 출발해, 10월 12일 장중 1200.40원까지 상승했다. 2021년 12월 15일 현재 1180원대 중반에 형성되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우상향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2022년도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측하기 위해 2021년도 외환시장을 되돌아보고 2022년도 환율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를 알아보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했던 2021년도 1분기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 통과, 유로존 백신접종 지연, 미-중 긴장 등의 우호적인 대외 환경 속에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였다.     2분기에는 4월 배당금 역송금 경계 속에서 위험 선호가 강화되며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지속, 견고한 수출여건 확인 등으로 환율이 1100원대로 하락했으나, 아시아 코로나19 재확산, 매파적인 6월 FOMC 여파로 인해 달러는 강세로 전환했다.       ━   2021년 코로나19 확산세 속 강(强)달러 기조     이후 3분기에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경제회복 둔화 우려 속에 달러/원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8월말 잭슨홀 미팅,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에 강달러 분위기는 완화됐으나 중국발 규제 리스크, 공급망 차질, 메모리 반도체 정점론 등에 달러 강세는 지속됐다.     4분기에는 유럽, 중국의 전력난에 원자재 가격 급등 및 중국 헝다 리스크가 부각되며 장중 1200원을 상회했으나 중국 경제 우려가 완화되며 다시 환율은 1160원대까지 반락했다. 2021년 연말 환율은 1170원~1190원대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추이 그래프는 2021년의 달러/원 환율 및 달러 인덱스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   코로나, 테이퍼링, 중국 등 외환시장 주요 변수     2022년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주요 요인으로는 ▶오미크론과 위드 코로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과 연준 테이퍼링 자산매입 축소 ▶중국 경기둔화 우려 ▶미·중 패권 ▶한국경제와 한국은행의 스탠스로 보여진다.   ① 오미크론과 위드 코로나 우선 남아공에서 발견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높은 전파력을 지녔으나 증상이 가볍고 변형된 백신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직은 시장에 큰 우려감이 없으나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긴장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중증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태로 지금의 위드 코로나 상황이 바뀔 수 있어 당분간은 경제 상황에 영향을 크게 주는 요인으로 보인다.   ②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최근 부각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2년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결과로 원자재, 재화, 물류, 고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으며 ▶원자재의 경우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급증, 중국/인도의 화석 연료 재고 부족, 탄소 중립 전환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재화의 경우는 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생산 중단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물류와 고용으로는 항만 정체 등의 운송차질, 인력 부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원자재, 재화, 물류 부분에서는 조정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의 경우 각국의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재차 강화된다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③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테이퍼링’ 2021년 11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6% 상승해 31년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고, 중국 10월 생산자 물가도 13.5%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주된 요인이었다.     미국의 과감한 재정 확대 및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의 요소가 되었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 또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1월 미국 비농업 부문고용지표가 21만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 절반에도 못 미쳤으나 경제활동 인원의 증가세와 실업률이 4.6%에서 4.2% 하락하는 등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어 연준은 테이퍼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④ 여전한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중국 시장은 크게 헝다 리스크, 지준율 인하,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주요 변수다. 우선 헝다 리스크의 경우 2021년 12월 3일 헝다 그룹이 기습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 채무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하는 등 처음으로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간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개입을 통해 헝다 그룹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고, 설사 공식 디폴트를 내더라도 개별 이슈로 중국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당국이 선을 그었으나 중국 부동산 투자 및 소매 판매 추세 감소세를 보이는 등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압력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둘째, 2021년 12월 3일 중국 리커창 총리가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준율 인하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번 조치로 공급되는 유동성은 만기 도래하는 중기유동선지원창구(MLF)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으로 보이나 중국 당국이 현재와 같이 부동산발 경기 둔화 압력이 가중되는 등의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향후 지준율 인 하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중국 지준율 인하는 위안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며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인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나 최근에는 위안화와 원화의 방향이 같은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셋째, 규제 관련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는 2022년에 중국 지도부 교체에 따른 정치·정책·패러다임 등 3가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며 정치적으로는 국가 통치 전략의 전환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 체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부양의 강도가 내년 정책 결정의 핵심이 될 것이며 중국 무역흑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당국 정책 기조가 부양보다는 규제에 집중될 수 있다.     ⑤ 계속되는 미-중 패권 갈등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갈등 양상은 무역 전쟁에서의 첨단산업 패권전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반도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배터리·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선두권을 점유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021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실시에서 보여준 것처럼 입장차가 큰 상태로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도록 압박만을 시사할 뿐, 갈등을 해소할 만한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정치적 이슈로 주변국가 및 환율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⑥ 한국경제와 한국은행의 스탠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물가, 부동산 가격 상승세, 가계 부채 증가세라는 금융시장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2021년 11월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했다. 현재에도 오미크론 등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2022년에도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한국은행도 2회 정도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2022년 ‘소폭’의 달러 약세…연간 1100~1280원   달러/원(USD/KRW)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면 달러화 강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우위의 경기흐름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존의 코로나 재확산 및 오미크론 출현, 글로벌 공급망 문제, 중국 리스크 등의 시장 불확실성은 이 같은 달러 강세 압력 요인에 해당된다. 2021년 달러화가 박스권에 머물다 저항성을 상향하는 모습이나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기술적인 1.15 레벨 밑으로 하락하며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한다. 단, 공급망 병목 문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 등의 시장 불확실성 요인들에 대해 시장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주춤했던 경기가 재차 회복세에 접어들며 미국 외의 국가로의 자금 흐름이 재개되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유로/달러(EUR/USD)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달러 강세 압력과 경기 모멘텀 방향 감안 시, 상반기에는 약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유로존 중심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오스트리아 등 주요국 방역조치를 강화하며 이에 경제 정상화 지연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데,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약세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유로화 약세폭을 제한해 하반기에는 기존의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달러화의 연간 레인지는 1.05~1.15달러로 예상한다.   달러/위안(USD/CNY) 위안화는 신흥국 통화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양적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통화·재정 부양 여력이 크지 않아 추가적인 경기 회복 모멘텀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헝다 등의 부동산 개발업체의 유동성 리스크와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정책, 미중 패권 경쟁 등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공존하고 있어 위안화 약세 압력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내수 위주의 발전을 꾀하고 있어 가파른 위안화 변동성은 경계할 것으로 판단한다. 연간 최저/최고 환율 예상 레인지는 6.20~6.54위안이다.  김성호 SC제일은행 외환파생영업부 이사대우외환시장 대예측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경제회복 아시아 코로나 1617호(20220103)

2022-01-02

‘매’의 발톱 드러낸 연준, 긴축시계 빨라지나?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놀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고 밝혔다. 긴축 속도를 당초보다 2배 높이고, 2022년에만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임을 분명하게 예고했다.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선언에 가까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겠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쏟아냈다. 2021년 11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40년만에 최고치인 6.8%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슈퍼 비둘기’로 불리우던 파월 의장을 ‘매파’로 급변시킨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던 정책을 끝내고, 높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것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표현을 이번 성명에서 삭제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3월 금리 인상과 조기 대차대조표 축소를 가리킨다”며 “매파 연준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미 긴축속도가 예고된 만큼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시중에 유포한 막대한 돈을 거둬들이면 자산시장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가계와 기업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칫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인플레 파이터’ 택한 연준, 3월 테이퍼링 조기 종료     미 연준은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서와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2022년 1월부터 테이퍼링 규모를 월 300억 달러(국채 2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앞선 2021년 11월 FOMC 정례회의에선 국채 100억 달러, MBS 50억 달러 등 매월 총 150억 달러씩 매입량을 줄여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급변한 태도는 최근 6%대를 훌쩍 넘어선 물가와 개선된 고용 상황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이같이 긴축 가속페달을 밟음에 따라,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2022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겨진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채비도 마치게 된다.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종료 시점과 기준금리 인상 사이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시점이 이르면 2022년 3월인 셈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Fed워치는 “2022년 3월 인상 확률이 45%, 5월은 64%”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FOMC 위원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선 다수의 위원이 2022년 3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18명 위원 중 10명이 2022년 말 금리를 0.75~1.0%로 전망했다. 현재 0.0~0.25%인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2022년 3차례 인상이 예상된다. 4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기준금리1.0~1.25%)한 위원도 2명이나 됐다.     더 나아가 2022년 이후에도 금리 인상은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금리를 1.25~1.5% 혹은 1.75~2.0%라고 전망한 위원은 각각 5명이나 됐다. 1.75~2.0% 금리는 현재 금리에서 0.25%포인트씩 총 7번을 인상해야 하는 수치다. 이는 2022년 1~2회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연준 관계자들의 중간값에 근거한 전망치를 분석하면, 기준금리는 2022년 말까지 0.9%, 2023년 말 1.6%, 2024년 말 2.1%수준으로 상승이 점쳐진다.   연준은 또 다른 긴축 카드도 꺼내들었다. 양적 긴축으로 불리우는 대차대조표(B/S) 축소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 사태로 채권 매입을 통해 불어난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의 시점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FOMC 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차대조표 축소는 채권 매각 등을 통해 자산을 줄이는 것으로, 테이퍼링보다 더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보다 테이퍼링 자체를 주목해야한다”며 “연준이 이번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한 물가연동채권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용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고, 실질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긴축발작’ 충격은 제한적, 장기적 자산시장 위축     연준의 긴축 가속화는 장기적으로 자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돈(유동성)이 점진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의 조기 종료는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향후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증시 등 자산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 3회’에 걸친 금리 인상 전망을 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시티은행은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라며 “2022년 6월 첫 금리인상을 전망하며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3월에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점도표상 2022년 3회 금리 인상, 실업률 전망 대폭 하향 조정, 일시적 인플레이션 표현 삭제 등은 매파적”이라며 “첫 금리 인상 시점을 2022년 5월에서 3월로 앞당기고 매분기 0.25%포인트씩 9번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며 예상보다 빨리 자산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 외에도 영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긴축에 착수하거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긴축 정책과 금리인상은 신흥국에게는 ‘충격의 시기’였다. 1970~1980년대 중남미의 외채위기를 비롯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 등은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쇼크로 발생했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미국금리 전망과 한국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미 연준은 충분한 긴축 신호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미 연준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연준과 달리 ECB는 당분간 테이퍼링,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독일 등 유로지역의 물가가 급등하는 만큼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2021년 12월 16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영란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1년 12월 17일 기준 금리를 연 8.5%로 1%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2021년 7번째 이뤄진 금리 인상으로, 연초 4.25%였던 기준금리가 2배로 치솟았다.     이들 국가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몰고 왔음에도, 최악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한은,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전망…3차례 인상 관측도        한국은행도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 금리 수준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를 가진 나라가 아닌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적정금리 수준을 유지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하는 물가 우려도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준다. 2021년 11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022년 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21년 11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2022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러한 금리인상은 코로나19 여파로 부채가 많이 쌓인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낳고 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최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부채가 많은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평상시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며 “금리 인상에 동의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경제대예측 발톱 기준금리 인상 긴축 시계 세계 금융시장 1617호(20220103)

2022-01-02

집값 광풍과 분양가 규제가 탄생시킨 ‘로또 청약’

      ‘로또보다 청약.’ 2022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집마련이 꿈인 서민들은 청약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에 청약 당첨은 곧 로또라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이에 서울, 지방할 것 없이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수십·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일반화돼 버렸다. 연말 들어 청약시장이 주춤한 모습이지만 막판까지 옥석을 가리는 청약통장 눈치게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1년 상반기 125.2대 1에서 하반기 231.3대 1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서울 아파트 연간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부동산R114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였던 2020년(88.3 대 1) 기록도 단숨에 넘어섰다. 전국으로 봤을 때도 청약 열기가 하반기에 더욱 고조됐다. 전국의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1년 상반기 18.6 대 1에서 하반기 23.2 대 1로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도의 경쟁률이 하반기 들어 더 높아졌다. 부산은 같은 기간 28.1 대 1에서 49.6 대 1로, 강원도는 4.4 대 1에서 24.5 대1로, 경상남도는 9.3 대 1에서 29.8 대 1로 높아졌다. 확연한 감소세를 보인 곳은 대구(7.2대 1→2.6 대 1)와 전라북도(22.83 대 1→10.3 대 1), 제주도(14 대 1→3.5 대 1) 정도다.       ━   공급 부족한 서울 중심 로또 청약 광풍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존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청약시장에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1년 서울은 신규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 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일반분양 기준)은 총 3275가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6334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분양가 문제 등으로 다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의 분양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일반분양 803가구), 송파구 잠실진주(일반분양 819가구) 등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분양이 2022년으로 대거 연기됐다. 서울 분양 물량이 줄어들자 1순위 청양통장도 대거 몰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62.9대 1로 지난해(89.8대 1)의 약 2배 수준을 기록했다.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몰린 추첨 물량 경쟁도 치열했다. 2021년 서울과 경기지역 추첨 물량(1만879가구)에는 청약자 118만2732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08.7대 1를 넘어섰다.     가점이 낮은 이들에게는 인기지역 추첨 물량 당첨 역시 로또 청약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최고 경쟁률은 추첨제 물량이 있는 전용 102㎡A에서 나왔다. 이 평형은 71가구 모집에 10만7508명이 몰려 네 자릿수인 15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거주의무 강화 등으로 청약시장이 무주택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입지나 분양가 등에 따라 경쟁이 치열하거나 미달되는 곳이 생겨나는 등 온도차가 생겨나서다. 또한 금융당국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단기 조정인지 추세 하락인지를 판별하는 수요자들의 심리 싸움도 계속 되고 있다.     실제 2021년 청약 열기 속에서 미분양 물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은 1만 4075가구로 전월(1만3842가구)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 서구와 미추홀구는 연초까지 만해도 미분양 물량이 ‘제로’였지만, 9월에 접어들어 각각 238가구·107가구가 미분양 물량으로 나왔다.       ━   인기지역부터 비인기지역까지 분양 양극화     세종시는 5년6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지난 10월 세종시 미분양 주택은 129가구로 조사됐다. 2016년 4월(3가구) 이후 처음이다. 미분양 물량 규모는 2015년 1월 나온 295가구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확대에 따른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대구는 이달 들어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 5곳 중 4곳이 미달됐다. 지난달 16일까지 청약접수를 진행한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1순위 759가구 모집에 221명이 신청해 대구 지역 중 미달이 가장 많았다.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는 245가구 모집에 118명만 청약을 신청했다. 2019년 대구에 공급된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은 1만857가구에서 올해 10월까지 2만731가구로 늘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만780가구, 3만4128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2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청약을 받은 지방의 분양 아파트 총 30개 단지 중 20개가 미달됐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 청약 마감을 하지 못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미분양 단지가 4개로 가장 많았다. 이외 ▶경남·경북·충남 3개 ▶강원·전남·전북 2개 ▶제주 1개 순이었다.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미달되는 곳이 발생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당첨 등으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지된 물량을 재공급하는 제도다. 가점이 낮은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대구에서는 9~1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9곳 중 4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대구뿐 아니라 올해 청약 열기가 높았던 경기 일부지역과 규모, 입지, 가격 등에서 밀리는 서울 비인기 지역에서도 무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화된 무순위청약 요건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무순위 청약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며 해당 아파트가 있는 시·도에 사는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주택 공급량이 늘어난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으로 미계약 물량을 채우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신규 청약 현장 주택은 기존 주택 대비 가격이 상당히 낮게 형성돼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지방의 경우 풍선 효과로 상승한 고가 주택에 대한 거부감과 실수요자 부족으로 당분간 미분양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세 관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분양하는 수도권 같은 경우 입지가 좋지 않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은 미분양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눈치게임 청약 청약 경쟁률 아파트 청약 청약통장 눈치게임 1617호(20220103) 스페셜리포트

2022-01-02

“소상공인 87만명 사라졌다”…예술·스포츠 종사자 20% 급감 [그래픽뉴스]

    지난해 한해간 소상공인 87만명이 사라졌다. 12월 2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종사자 수가 557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87만1000명(13.5%)이 줄었다.     특히 예술·스포츠·여가업 종사자 수는 3만9000명이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5%다. 도소매업의 종사자 수 감소율은 16.7%, 숙박·음식점업은 16.2%에 달한다. 절대적인 종사자 수 감소 폭으로 보면 도소매업이 31만3000으로 가장 많고 숙박·음식점업이 25만2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사업체당 매출액은 2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5%(1100만원) 감소했다. 매출 감소율은 제조업이 12.2%로 가장 높았고 예술·스포츠·여가업도 11.9%에 달했다.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1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1%(1천400만원) 급감했다. 월별로 따지면 16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1년 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예술·스포츠·여가업은 1년 영업이익이 3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5.2% 급감했다. 교육서비스업은 800만원으로 66.4% 감소율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의 영업이익 감소율 역시 56.8%로 전년 영업이익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소상공인이 지난해 보유한 총부채는 294조4000억원으로 47조7000억원이 늘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소상공인 그래픽뉴스 스포츠 종사자 소상공인 사업장 소상공인 실태조사 1617호(20220103)

2022-01-02

“일본 갈 뻔했던 반도체 공장, 요즈마가 용인으로 끌고 왔죠”

      2021년 10월 이스라엘 의료기기 스타트업 ‘나녹스(Nanox)’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공개기념식을 열었다. 차세대 엑스레이기기에 들어갈 전용 반도체를 만드는 시설이다. 나녹스가 이 공장에 들인 돈만 4000만 달러(약 475억원)다. 2020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회사 입장에서도 제법 큰 투자규모였다.     이 공장의 원래 행선지는 일본이었다. 나녹스의 원천기술을 일본기업 소니로부터 받았고, 기기에 들어갈 다른 부품도 일본 업체가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의 국적을 바꾼 건 이스라엘 벤처캐피탈(VC) 요즈마그룹이었다. 아시아사업을 총괄하는 요즈마그룹코리아에서 나녹스에 한국행을 권했다. 한국법인이 SK텔레콤과 함께 나녹스에 투자한 인연이 있었고,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란 점도 내세웠다. 당시 한국법인 측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파트너사가 있다는 점부터 한국과 이스라엘의 비슷한 과거사까지 어필해 공장을 용인에 지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 크려면 제조 인프라도 필요…한국이 적격     요즈마그룹은 무엇보다 일본보다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게 나녹스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스라엘엔 연구실 기업이 많지만, 사업을 키울 만한 생산 기반이 많지 않다. 한국의 탄탄한 제조기업들이 이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요즈마그룹은 그런 판단력을 갖춘 회사다. 1993년 설립 이후 20여개의 기업을 입성 과정이 가시밭길 같은 나스닥에 들여보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나스닥 상장 전문 VC’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요즈마그룹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이동준 국내부문 대표를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VC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가늠하고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요즈마는 글로벌 VC지만 낯설어하는 독자도 있다. 회사소개를 요약해 달라.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만든 펀드가 시작이었다. 정부가 40%, 민간이 60%를 투자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설립 후 15년간 수백 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후 1998년 민영화했고, 2015년엔 한국에 첫 해외법인을 세웠다.   왜 한국에 처음으로 법인을 세웠나. 이원재 법인장(현 해외부문 대표)의 역할이 컸다. 현지 히브리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이스라엘 총리 아시아경제자문관 등을 지냈다. 그때 만났던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과 마음이 맞았던 것 같다. 이원재 법인장이 회장에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능성을 잘 어필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풍부하지 않았다. 어떤 가능성을 어필했던 건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한국에선 기술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1년 나왔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에서 만든 ‘웨이즈’와 성능이 거의 같았다. 그런데 웨이즈는 구글에 9억6600만 달러(1조1461억원)에, 김기사는 카카오에 650억원에 팔렸다. 해외 네트워크가 있는 벤처캐피탈이 있었다면 김기사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거다. 요즈마의 한국법인이 지금 하는 역할이 이런 거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면 이점이 확실히 많겠다. 이스라엘의 나녹스가 한국에 제조시설을 세운 것처럼 말이다.   요즈마가 해외 매각·상장 전문 VC가 된 이유가 있다. 스타트업이 크려면 배후에 부품 공급업체·조립업체도 있어야 하는데, 이스라엘엔 기술기업이 개발한 상품을 만들어줄 제조 인프라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이스라엘 기업을 한국에 연결하는 건 나녹스가 첫 사례인가. 2019년에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기초과학연구소인 ‘와이즈만연구소’와 한국 바이오기업 ‘바이오리더스’ 간 합작법인을 만들도록 주선했다. 합작법인에선 와이즈만연구소가 가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항암치료제를 개발한다. 현재 임상시험 진입 단계에 있다.      ━   2022년 한-이스라엘 기술이전센터 개소 예정   한국 VC는 스타트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손을 떼는 경우가 많은데, 요즈마는 경영에 제법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벤처캐피탈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놓고, 전략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기업에 파견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이런 방식을 반기지 않는다. 자칫 경영 개입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기업에 경영에 왈가왈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기업과 함께 성장할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사업화 지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업화 지원? 낯선 개념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나녹스처럼 해외(한국) 생산시설과 연결할 수 있고, 바이오리더스처럼 해외 원천기술을 이전받는 형태일 수도 있다. 이렇게 촘촘하게 연결할 때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다른 국내 벤처캐피탈은 추구하기 어려운 요즈마그룹코리아만의 강점이다.   사업화까지 돕자면 필요한 인력이 더 많겠다. 한국법인에서 32명이 일하고 있다. 2022년 1월이면 누적 운용규모가 4000억원이 되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VC보다 두 배가량 인원이 많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으냐’고 업계에선 놀라더라. 재무 검토나 투자 관련한 지원 인력 말고도 사업 개발하고 컨설팅해주는 인력이 있어서 그렇다.     중견기업연합회와도 협력한다고 했다. 2021년 4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중견기업 성장펀드(‘요즈마-ATU Game Changer 1호’)를 만들었다. 연 매출 5000억~1조원 사이인 중견기업들은 투자 수익보다도 새로운 성장 동력에 관심이 많다. 그걸 초기 기술기업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런 전략적인 목적에서 출자한 기업이 많다. 2022년 초엔 아예 한국-이스라엘 기술이전센터를 만들어서 대응하려고 한다.   기술이전센터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한국 중견기업이 신사업이나 새 기술을 찾을 때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취지다. 한국 중견기업은 2세 오너가 회사를 물려받을 때 해외 기술기업에 관심을 특히 많이 가진다. 새로운 사업으로 본인의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니 더 그렇다. 몸집이 작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양쪽을 연결해보자는 거다.     VC치고 벌이는 일이 많다. 본연의 업무인 투자 실적은 어땠나.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더 끌어올리자는 거다. 누적 운용규모 약 4000억원에서 절반을 2021년 한 해 동안 투자하는 데 썼다. 그만큼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또 투자한 곳 중 2022년에만 4곳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한다.     ━   “투자기업 네 곳 2022년 나스닥 상장 기대”   나스닥 입성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도 많다.   나스닥 입성을 돕는 건 우리가 잘하는 일이지만, 꼭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요즈마는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하게 커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왔다. 차세대 엑스레이기기를 만드는 나녹스만 해도 어느 나라에서나 잘 팔릴 게 뻔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뉴욕증시 입성을 노렸던 거다. 상장이 중요하다기보단 상장을 통해서 어떤 비즈니스를 펼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이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능성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에선 두나무가 눈에 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곤 있지만, 사업성 자체가 글로벌하게 주목받을 만하다.     상장을 앞둔 4곳 중 배터리기업도 있다고 들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Store Dot)이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5분 안에 완전히 충전되는 배터리다. 현재는 아무리 빨라도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지난 9월엔 테슬라가 쓰는 4680 원통형 셀을 10분 만에 완충하는 시제품을 발표했다. 요즈마는 물론 영국 BP와 독일 다임러, 일본 TDK 등이 투자했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제 막 생태계에 발을 디딘 초기 스타트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들었다.   소니스트가 좋은 예다. 호흡기질환 재활운동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경북테크노파크 중소벤처기업 성장촉진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육한 기업이다. 지금은 프랑스 금연치료 기업인 ‘크윗(Kwit)’과 연결해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2015년 처음 법인을 만들었을 때도 경기도 판교에 창업보육기관인 요즈마 캠퍼스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   상장 직전인 기업부터 초기 스타트업에까지 모두 투자한다.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고 싶다. 실제로 1억원 미만인 시드 투자부터 상장 전 투자(프리IPO), 그리고 메자닌(상장사 채권 투자)까지 집행해왔다. 투자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후속 투자까지 꾸준히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업화 지원을 한다는 점과 함께 한국법인을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점이다.   모든 단계의 투자를 다 하려면 고충은 없나. 단계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다르다. 초기 스타트업을 심사하는 자리에 액셀러레이터 팀이 아니라 벤처투자 팀을 들여보내 봤는데, 대부분 반려하더라. 한 회사로 다 같이 가면 인력 구성이나 사업 전략이 분산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그래서 2022년에는 각 사업 부문을 계열사로 나누려고 한다. 여러 단계의 투자를 해봤고 운용규모도 충분히 키웠기 때문에 나눌 때가 됐다고 본다.     ━   “벤처투자에도 싸움의 기술 필요해”   변화를 앞둔 시점이 2021년 11월 대표가 됐다.   국내부문을 맡았다. 2019년 최고전략부시장(CSO)로 합류했을 때부터 투자와 사업개발을 담당해 왔다.     이전까진 스타트업 생태계와 큰 인연이 없었다.   졸업한 뒤 대기업 전략팀에 있었다. 전략적인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하는 일을 했다. 그 뒤에는 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을 했었다. 그때 대기업에서 지닌 경영 관리 기법이나 전략을 이식했다면 더 큰 성과를 냈을 텐데 하고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나. 협력업체 중에 하나가 워크아웃(기업 채권단이 합의해 금융부채를 조정한 뒤 기업을 정상화하는 제도) 상태였다. 그런데 채권단에 있는 시중은행 한 곳이 추가 대출을 다 막았다. 쉽게 말하면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일단 자기 빚부터 갚으라는 거다.   그러면 방법이 있나. 그때는 대환(기존 대출을 다른 대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번엔 담당 회계법인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문턱이 높은 1금융권에서만 대환해줄 곳을 찾고 있더라. 결국 상호금융기관을 찾아가 해결했다. 상대적으로 여신심사 기준이 유연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기업에서 일반적으론 상호금융권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종의 싸움의 기술인 거다.   사업화 지원까지 도맡는 요즈마에서도 그런 싸움의 기술이 유용했을 것 같다. 성공할 것 같은 스타트업에 미리 돈을 대는 게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과 기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필요해 보였는데도 담당 임원이 없던 스타트업이 있었는데, ‘CFO를 영입하는 게 우리의 투자조건’이라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     최근 주목하는 투자처가 있나. 메타버스와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어떤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말하긴 빠른 것 같다. 다만 수익성 외에도 우리의 정체성에 맞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투자했을 때 가치를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을 찾으려고 한다.   이스라엘과 한국의 협업으로 순항 중인 나녹스 같은 기업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이미 진행하고 있다. 스토어닷이 그중 하나다. 생산을 한국에서 하려고 한다. 지금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업체를 찾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이스라엘 스타트업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투자업계 1617호(20220103)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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