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 세상을 올바르게 세상을 따뜻하게 - 이코노미스트

Home > >

미국 고용지표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일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랜 만에 웃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5%오르는데 그쳤다. 6월 상승폭 9.1%를 밑돌아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물가 상승률 낮아진 데에는 유가 인하 덕이 컸다.     그뿐인가? 7월 고용 지표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어 경기 침체 우려까지 누그러졌다. 고용지표를 보면 9월 기준금리(자이언트스텝(0.75bp))를 큰 폭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를 보면 빅스텝(0.5bp)로도 족하다. 물가, 고용 숫자로만 보면 경기 침체를 벗어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은 침체와 안도가 공존하는 모습이 정확하다고 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빅테크에서 시작한 감원과 채용 자제가 다양한 업종으로까지 확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경영환경 악화 가능성에 따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고용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니라 뜨겁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풀리면서 각종 업종들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했다. 코로나 이전의 활황을 누려보려는데, 어떤 회사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기계를 놀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확실히 엔데믹 초기로 돌아가 보면 경기회복의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기를 거부했었다.     누군가는 이를 대량퇴직(the Great Regression) 시대라고 했다. 저마다 복귀하지 않는 사연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바이러스를 우려하며 복귀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실업급여나 지원금의 혜택을 즐길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 여가의 조화를 꿈꾼다. 삶의 질이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에게 퇴사는 자유, 해방, 새로운 시작이다. 불안이나 백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거의 무시할 정도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근로자 우위인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지난 7월 실업률은 3.5%였다.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3월과 동일한 수치로 완전 고용수준이라 하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용의 깊은 골이 발생했으나 2년여 만에 고용수준을 회복했다.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다. 미국 전체 고용시장을 볼 때 대기업 인력 감축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추정치인 25만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7월 실업률은 6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   미국만 좋은 고용상황 지속가능하지 않아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미국 실업 수당 청구건수가 늘어 경기 침체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고 구인 건수가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미국 정계의 시각이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고용상황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7월 고용보고서를 근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비상상태(2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라는 말을 불식시켰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고용상태가 지나치게 좋아 경기비관론자들은 당황했다.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 받는 한국경제는 그 덕에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랐다. 금리가 올라가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고용시장만 보면 경기침체는 당분간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가 정점이 지난 것은 맞는 것 같은 데 아직은 높아 두고 볼 일이다. 경제 지표의 변화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2분기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 보다 좋았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지났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옳았다. 그는 8월 4일 주주총회에서 향후 18개월간 완만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영에 있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6월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느낌(super bad feeling)이 든다고 트윗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시장의 어려움은 회복하는데 75개월이나 걸렸다. 2002년 닷컴 버블, 1990-1991년 저축대부 조합의 연쇄적 도산과 걸프 전쟁 발발도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지금 보다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미국 노동 시장 전체를 말한다면 근로자 우위이다. 왜일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원을 해고했던 업종들이 최근 수요 회복을 맞아 고용 인원을 늘린 결과다. 7월 기준 미국의 레저·접객업에서는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 등은 신규 채용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일손이 달려 고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선 고용난이 완화됐지만, 고용시장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더 많은 상태다. 미국 경제계 전반에 확산하는 경기침체 조짐은 GDP로 확인되었다.     다만 고용시장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 신기하다.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금리 인상 수준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업도 구인공고를 내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있는데 고용지표가 좋다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이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의 고용시장은 2달 연속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높은 상황을 감안하여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중국의 큰 손 때문에 더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큰 조정을 받고 폭락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만 보고 세계 경제가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니 달러만 웃고 다른 나라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해있다. 전 세계가 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며 제대로 된 글로벌 거버넌스를 생각해 본다. 세계화의 공은 G2의 패권경쟁 속에 묻혀져 가고, 팬데믹으로 상처받은 각 나라 고용상황은 미국과 달리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신흥국의 어려움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연준의 입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미국 고용지표 고용시장 상황 경기침체 가능성 전체 고용시장

2022-08-13

美 부동산 투자서비스 빌드블록, 시리즈 A 1차 100억원 유치

      미국 부동산 투자·구매 플랫폼 빌드블록이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단계 기업펀딩 1차 모집을 완료했다.   1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빌드블록의 이번 1차 펀딩에는 최근 미래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아이에스동서와 크릿벤처스, 기존 투자자인 프라이머사제가 참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빌드블록이 시리즈A 1차를 마무리한 데 이어 추가로 100억원 규모의 2차 클로징도 3분기 안에 무난히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빌드블록은 앞서 지난 2020년 3월 신한캐피탈과 두나무앤파트너스, 하나벤처스 등이 참여한 시드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지난해 Pre-A 투자유치를 통해 KB인베스트먼트와 한라홀딩스, 퀀텀벤처스코리아 등의 투자를 받아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라운드를 통해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프리밸류 기준 약 1150억원으로 시리즈 A 이후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   낯선 美 부동산 투자, 안전‧간편히 돕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    최근 주요 부동산 카페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구매나 국내 부동산 규제에 밀려 투자를 대체할 해외 부동산 특히, 미국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해외 부동산을 투자하거나 구매하기는 한계가 많다. 현지 부동산의 정보부터 중개, 인테리어 공사, 임대관리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부동산을 한국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와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큰 금액이 오고가는 부동산 투자에 적법하게 돈을 송금하기 위한 절차나 한국과는 다른 회계, 세무 사항도 살펴봐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금융기관 역시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빌드블록은 복잡하고 어려운 부동산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행정절차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빌드블록은 한국인들의 주요 관심지역인 캘리포니아(LA, 샌프란시스코), 뉴욕, 뉴저지, 텍사스(오스틴)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 자녀유학, 이민시 고객이 미국을 직접 가지 않아도 목적에 맞는 상품 중개와 필요한 모든 행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 중개뿐 아니라 리모델링 공사, 운용, 대출에 필요한 절차대행과 공사와 인허가에 필요한 기술사 면허가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에 종합건설 자회사도 있어 미국 부동산 구매나 투자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빌드블록을 통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장기투자, 단기투자, 신축 및 개발 3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거래는 고객명의의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해당 특수목적법인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한다. 이후 현지팀이 임대, 공사 등 부동산 운용을 하고 향후, 투자수익을 고려해 투자자가 원할 때 판매를 거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컨설팅을 통해 적법한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장기투자의 경우 월세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고, 목표 시세차익이 달성되면 되파는 투자방법으로 현지 세입자 인터뷰부터 부동산 유지보수까지 빌드블록이 관리해준다. 단기투자의 경우 미국의 낡은 주택을 저가에 구매해 리모델링을 하거나(Flip) 마당, 차고에 주택을 확장(ADU)하여 고가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전략이다. 투자자는 진행 과정을 빌드블록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진행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 플랫폼으로 성장 목표   빌드블록은 올해 5월 기준 누적 부동산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빌드블록은 기존 일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서비스를 기업과 금융기관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지원 빌드블록 대표는 “향후 한국과 미국을 넘어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빌드블록은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 외에 LA, 샌프란시스코, 뉴욕, 텍사스, 한국 여의도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며 미국 부동산에 관심있는 아시아 고객까지 확보하고자 사업영역을 한 단계 확장했다. 빌드블록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연내 하와이, 워싱턴(시애틀), 보스턴, 조지아, 애틀란타,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사를 설립해 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빌드블록은 한국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지사인 여의도 63빌딩에서 미국 뉴욕, LA, 텍사스 부동산 구매 및 투자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Club1을 포함한 각 지점 PB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부동산 투자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투자서비스 부동산 부동산 투자 부동산 구매 해외 부동산 미국 부동산 투자 아이에스동서 빌드블록 크릿벤처스 프라이머사제 시리즈 A 투자 유치

2022-08-10

‘칩4’ 반도체 동맹 고민하는 韓, 미국으로 한걸음 더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에 참여키로 하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말한다. 미국은 일본과 대만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참여하길 원하는데, 중국의 반도체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대만과 일본이 칩4 가입에 긍정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외교‧무역 등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 입장을 유보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리나라의 가입을 독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일단 ‘예비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예비회의 참석은 ‘가입’을 전제로 하기보다 국가 간 입장이나 상황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칩4 동맹 가입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중국과의 마찰 등을 고려할 때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칩4 가입 요구를 거절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국익 손실의 크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사실상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뜻 칩4 동맹에 가입할 수도 없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중국도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 등은 사설을 통해 “중국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시장이자 전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며 전 세계 시장을 갈라놓는 것을 반대한다”며 칩4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칩4 가입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휴가 복귀 출근길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잘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칩4 참여와 관련해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예비회의에는 우리나라 외교부·산업부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경제안보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 등의 참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미국 반도체 반도체 동맹 한국 반도체 세계 반도체

2022-08-08

알카에다 수장 제거로 본 표적 암살 공작의 국제정치학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미국이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드론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제거하면서 표적 암살 공작이 국제적으로 새롭게 주목받는다. 적의 우두머리나 주요 인사를 드론을 이용해 대놓고 제거하는 표적 암살 공작이 국제정치의 주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시각으로 7월 31일 오전 6시 18분(미국 동부 서머타임 기준 30일 오후 9시 48분)에 카불 중심부 셰르푸르 지역의 저택 발코니에 나와 있던 알자와히리를 드론(무인기)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제거했다.     이집트 안과의사 출신인 알자와히리는 2001년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오른팔로 테러를 사실상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이 2011년 5월 미군 특수부대 DEVBRU(해군 특수전 개발단)의 공격으로 숨진 뒤 그 뒤를 이어 알카에다의 수장을 맡아왔다. 미국은 빈 라덴의 두뇌 노릇을 한 최측근이자 후계자인 알자와히리를 드론으로 제거하면서 21년 만에 알카에다 최고 지도부에 대한 보복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집트 남성의 2020년 기대여명인 69.88세를 이미 지난 알자와히리를 9·11 21년 만인 이제야 뒤늦게 표적 암살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회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AP통신·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블룸버그통신·NBC 등 미국 매체와 타임오브이스라엘·독일의소리(DW)·프랑스24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작전은 장기간의 공작으로 이뤄졌다. 알자와히리는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에 은신해 있었는데, 2021년 8월 30일 미군이 카불에서 완전히 철수한 뒤 가족이 먼저 카불로 옮겼다. 이들은 카불로 옮긴 뒤 탈레반 내 강경파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가 제공한 부촌의 저택에 머물러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한 주 전에 작전을 승인했으며, 2022년 초 알자와히리가 카불로 옮긴 뒤부터 정보당국이 그를 감시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이 알자와히리의 카불 이동을 2022년 초에야 인지했다는 이야기다.     의문은 최초 정보를 누가 제공했느냐로 향한다. 눈여겨볼 점은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공작 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이 지난해 12월 5일 미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예루살렘포스트와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해 6월 취임한 바르네아가 맡은 가장 큰 임무는 이란핵합의(JCPOA) 복귀를 추진했던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알자와히리 가족의 카불 이주를 인지하고 감시를 시작했다는 올해 초가 바르네아가 워싱턴을 방문한 지 한 달쯤 뒤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스라엘로선 미국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카불에서 수집한 초특급 정보를 미국과 공유함으로써 미국의 JCPOA 복귀 포기나 연기를 설득하려고 시도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의 '시차'는 정보 소스를 감추기 위한 연막작전일 수 있고, 미국이 이스라엘이 제공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바이든이 취임 뒤 처음으로 7월 14~15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 많은 양보와 립서비스를 제공한 점도 이런 추측의 근거로 볼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밀접하지만, 바이든은 이번 방문에서 자신의 공약에서 상당히 후퇴해 이스라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바이든이 15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가진 모든 국가적 역량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구절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은 양국 정상회담에선 "외교가 최선의 방안임을 믿는다“고 했지만, 이스라엘 채널12와의 인터뷰에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최후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군사적 옵션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 용인하는 미국의 의도 대선 공약으로 이스라엘이 반대해온 이란핵합의(JCPOA) 복귀를 외쳤던 바이든으로선 의외다. 이스라엘로선 대미 외교의 개가라고 부를 만하다. 바이든의 기존의 입장을 선회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도 고개를 끄덕여준 것은 미국 내 유대인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과 별도로 바이든이 이스라엘에 뭔가 신세를 진 게 있지 않으냐는 짐작을 낳게 한다.     아무튼, 미국 정보 당국은 알자와히리의 집을 6~7개월간 계속 추적한 결과 그가 가족과 함께 그 집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집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빈집으로 있다가 탈레반 정부의 국방부 소유로 넘어갔으며, 최종적으로 하카니가 소유하게 됐다. 탈레반은 2020년 2월 29일 카타르의 도하에서 탈레반 측과 만나 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탈레반이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과 관계를 끊고 자신들의 지배지역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도하 합의’에 서명했다. 하지만 탈레반 내에서도 극단적인 주장을 펴온 하카니는 이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확인된 자와히리의 위치는 올해 4월 초 바이든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인 조내선 파이너와 국토안보 보좌관인 엘리자베스 셔우드랜돌이 상부에 알렸으며, 그 직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바이든에게 이를 보고했다.     미 정보 당국은 알자와히리가 집의 발코니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것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미국 당국은 집의 모형을 만들어 공격과 함께 다른 거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했다. 바이든은 이 모형을 7월 1일 직접 살펴봤다. 그는 미국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DNI)의 에이브릴 헤인즈 국장과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 국가대테러센터(NCTC)의 크리스틴 아비자이드 등 정보‧공작 최고책임자들과 공격을 논의했다. 바이든은 7월 25일 최종 보고를 받고 작전을 승인했다.     공격에는 드론이 동원됐다. 알자와히리가 아침에 발코니에서 나와 선채로 밖을 내다보자 상공을 은밀하게 선회하던 드론이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알자와히리는 현장에서 즉사했지만 같은 집에 살던 가족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AGM-114의 변형인 AGM-114 R9X는 미사일에 폭발물 대신 동역학 탄두를 장착했다. 발사 뒤 날카로운 대형 칼날이 여러 개 튀어나와 강력한 힘으로 목표물을 난자한다. 인간 목표물을 대상으로 사용하면서 이른바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특수 미사일로, ‘닌자 폭탄’ ‘나르는 긴수(미국의 유명 식칼 브랜드)’로 불려왔다. 미국 정보당국은 도·감청과 위성 사진 등으로 알자와히리의 사망이 확인된 뒤인 8월 1일에야 작전을 공개했다.     미국은 9‧11테러의 핵심 인물인 알자와히리를 제거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을 마무리한 것은 물론 지난해 8월 카불 철수에서 보여준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운 모습에 대한 만회 효과도 어느 정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바이든이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가안보 부문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얻었을 수 있다.   미국은 2020년 1월 4일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국제공항에서 드론 공격으로 암살했지만, 이라크는 미군과 정보기관이 주둔해 관련 정보 수집과 작전을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적진이나 다름없는 아프가니스탄이 카불에서 공작과 작전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물론 드론은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 목표물 공격을 위해 출격 기지로 사용해온 이웃 파키스탄 서남부의 비행장에서 이륙했을 가능성이 크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가까운 나라지만 과거 미국과 사이가 좋을 당시 확보하거나 제3국에서 조달한 미국산 F-16 전투기가 127대 이상이 있어 이를 계속 운용하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친중 국가임에도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선 드론 이착륙장을 제공하는 등 협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드론 조종은 미 본토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조정실에서 위성 통신을 이용해 했을 것이다.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무인-원격 공격 시스템이다.    보복 악순환 부르는 표적 암살과 전쟁 기술 눈여겨볼 점은 2020년 솔레이마니 공격 당시 이란은 보복을 외치며 이라크의 미군기지에 미사일 발사했지만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됐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할 수 없었던 이란은 이라크에서 벌어진 자국 주요 인사의 암살에 더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사실 미국 CIA의 대테러센터(CTC)는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등에서 무인기를 이용한 표적 암살 작전을 수행해왔다. 미국은 CTC 등 다양한 기관의 대테러 조직을 연결해 국가 대테러센터(NCTC)를 구성했다. 하지만 CTC는 조직의 수장도 ‘로저’라는 암호명으로만 알려졌을 뿐 누구인지 비밀에 부치는 등 철저히 비밀리에 은밀한 작전을 수행해왔다.   이스라엘은 군과 해외 정보‧공작 기관인 모사드를 앞세워 무인기를 통한 표적 암살 작전을 수행해왔다. 2004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정치‧군사 조직인 하마스의 창시자 아메드 야신을 가자지구에서 표적 암살했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로 위치를 확인한 뒤 F-16 전투기를 인근에 보내 굉음으로 주의를 분산한 뒤 아파치 공격용 헬기를 출동시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야신을 암살했다.     2007년 이후에는 무인기로 가자지구의 로켓 발사대를 수색‧파괴하는 작전도 벌여왔다. 하지만 2021년 5월 6~21일 예루살렘 일부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와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충돌 이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가한 로켓 공격을 막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로켓의 상당수를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했지만, 완전히 봉쇄하진 못했다. 결국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폭격 속에서 256명의 팔레스타인인과 13명의 이스라엘인이 목숨을 잃었다. 표적 암살이 대를 이어가는 적개심을 부추긴 셈이다.     모사드는 최근 들어 이란의 핵 과학자를 상대로 암살 공작을 벌여왔다. 핵 개발을 추구하는 이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핵심 인력을 제거해 개발 속도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역시 국가 수준에서 벌이는 표적 암살 공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오토바이 폭탄, 원격 조종 기관총 등 다양한 무기가 동원됐다.     드론을 활용한 표적 암살 공작은 은밀성·기동성·신속성을 확보한 데다 지휘부나 두뇌에 해당하는 뱀무리 제거로 인한 심리적‧정치적 효과가 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러시아‧중국 등 다양한 나라가 은밀하게 활용해왔다. 드론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더하고 여기에 무선통신기술, 원격제어기술 등 기술적 진보가 더해지면서 이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적에게 우두머리를 잃는 상실감과 함께 언제, 어디에서 당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어 상대를 효과적으로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 게다가 탄두에 폭발물 대신 칼날을 장착해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AGM-114 R9X의 활용으로 언론과 인권단체의 비난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이 작전의 활용을 부추길 수 있다.     표적 암살은 어둠의 전쟁에서 효과가 큰 작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확한 정보와 정밀한 작전계획의 확보가 난제다. 아무나 벌일 수 있는 작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대가 실력이 있는 경우라면 보복의 악순환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우려에도 이젠 표적 암살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 단위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주권국가를 대놓고 침략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또 하나의 안보 충격이다. 뱀 머리가 아무리 제거돼도 지구촌은 편할 날이 없어 보인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미국 국제정치학 표적 암살 알자와히리 가족 국제 테러조직 1647호(20220808)

2022-08-06

셀트리온, 2분기 영업익 1990억원…전년 동기比 21% 증가

      셀트리온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961억원, 영업이익 1990억원을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1%, 21.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3.4%를 기록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졌고, 케미컬 사업부문도 매출이 늘었다"며 "반기 매출이 1조원을 초과 달성한 건 사상 최초"라고 했다.     ━   램시마, 미국 시장점유율 30% 돌파…케미컬 매출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와 케미컬 부문 매출이 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 주력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해외 항암제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케미컬은 국내 케미컬 사업부문과 국제 조달부문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특히 램시마는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달성하며 공급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정보 기업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화이자를 통해 미국에 판매 중인 램시마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기준 30.8%를 기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의 시장점유율은 52.3%, 트룩시마 26.5%, 허쥬마 12.6%를 기록했다.     ━   2025년까지 11개 제품 출시…후속 파이프라인 강화   셀트리온은 2025년까지 11개 제품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10개 파이프라인을 추가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CT-P16는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이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승인을 권고받아 허가와 시장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외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CT-P47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혁신 신약과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제휴도 확대해 나간다. 영국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의 최대 지분을 확보했고, 익수다와 ADC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바이오랩과 과민성대장증후군, 아토피 질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면역항암제와 이중항체 분야에서도 플랫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미국 셀트리온 셀트리온 관계자 주력 바이오시밀러 케미컬 사업부문

2022-08-05

펠로시 대만 방문하자 국내 제과·수산 종목주 급등 [증시이슈]

    중국 정부가 대만산 식료품과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자 3일 국내 증시에서 제과·수산 관련 종목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일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3일부터 대만 기업들이 생산하는 식료품과 농·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대만 경제계와 언론계는 이를 중국의 보복성 무역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가 대만 식품 브랜드 100여 곳에 대해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과자, 빵 등으로 분류된 107개 제과 품목 가운데 35개가 수입 일시 중단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이 반사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주들이 출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연합신문망 등 대만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海关总署 세관 당국)가 이날 수입을 잠정 금지한 대만산 식료품 브랜드는 100여개에 이른다. 음료수 생산기업 ‘웨이취안’(味全)과 ‘타이산’(泰山), 과자류 생산기업 ‘궈위안이’(郭元益)와 ‘웨이거빙자’(維格餠家), 라면류 생산기업 ‘웨이리’식품(維力食品) 등 대만 식료품 분야의 대표 주자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들을 대부분 대만산 농·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이번 대만산 수입 금지 조치는 대만의 농·어민에게도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혔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에선 제과·수산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크라운제과는 이날 1만1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가격 제한선인 29.8%까지 오른 것이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일주일 동안 별다른 호재가 없었는데 중국의 조치 소식에 이날 장중 최고 1만1150원까지 치솟았다.     크라운제과우도 전날 2일엔 하락세로 마감했으나 3일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전일 대비 3350원(29.65%) 오른 최고 1만4650원을 기록했다.     크라운해태홀딩스도 이날 급등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7000원 안팎에 머물렀으나 3일 최고 9240원까지 뛰어 전일 대비 1290원(17.97%) 오른 8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과자주로 꼽히는 해태제과식품도 이날 장중 최고 8900원까지 올랐다. 전일 대비 1000원(14.29%) 오른 8000원에 이날 거래를 종료했다.     중국 정부가 이날 대만산 감귤·어류 등에 대해서도 수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이어지자 국내 산주 관련 종목도 급등했다.   수산물 냉동식품을 만드는 한성기업은 이날 장중 한때 최고 7500원까지 치솟았으며, 전일 대비 7.51% 오른 6870원을 기록했다.     수산물 가공·원양어업을 하는 사조씨푸드도 이날 강세를 나타냈다. 전일 2일엔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이날 최고 6090원까지 반등했으며 전일 대비 320원(5.69%) 오른 5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대표 참치 제조사 동원수산도 2일 하락세에서 3일 상승세로 반등했다. 이날 장중 최고 1만750원까지 뛰었으며, 전일 대비 640원(6.63%) 오른 1만300원을 기록했다.     동원수산 주가는 앞서 지난 3월 25일에도 러시아산 수산물 수급이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자 반사이익을 누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올해 러시아수역 명태·오징어잡이 입어와 러시아산 대게·킹크랩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었다. 이에 따라 국내 가격이 상승하고 관련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동원수산 주가는 당시 전일 대비 1100원(8.15%) 오른 1만4600원에 거래됐으며 장중 1만7350원까지 치솟았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중국 미국 수입 금지령 대만산 식료품 국내 식품업체들

2022-08-03

‘순하리’로 전세계 사로잡는다…롯데칠성음료, 해외시장 공략

      롯데칠성음료가 ‘순하리’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순하리’의 수출국을 미국, 중국, 베트남 등으로 넓히며 해외시장을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2016년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7개 국가에 총 419억원의 누적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3개년간 꾸준히 판매율이 성장하고 있는 미국(연평균 45%), 중국(연평균 49%), 베트남(연평균 102%), 필리핀(연평균 271%)을 중심으로 8월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현지 프로모션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국가별 현지 소비자들의 사용빈도가 높은 SNS를 중심으로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을 시작하고 현지 주요 상권에 대한 음용 유도 활동을 진행하는 등 현지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칠성음료는 수출 전용 제품으로 순하리 딸기, 순하리 블루베리 등 총 8개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주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제품, 새로운 수출시장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며 “최근 순하리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4개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해외 시장에 대한민국 주류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미국 롯데 칠성음료 해외시장 해외시장 공략 칠성음료 관계자

2022-08-03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LG화학·JW중외제약 치료제 개발 '박차'

    통풍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의 최종 관문에 도전하고 있다. LG화학과 JW중외제약은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했거나 부작용을 줄인 새로운 통풍 치료제의 임상3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풍은 한번 발병한 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률이 높은 대표적인 질환이다. 기존에는 40~5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났지만,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20~30대로 발병 연령층이 낮아졌다.   LG화학은 지난 1일 최근 자체 개발한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신약은 '티굴릭소스타트'로, 통풍의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의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임상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진 통풍 환자에게 티굴릭소스타트와 가짜약을 투여한 뒤 6개월 동안 관찰하게 된다. 요산 수치가 기준치 아래로 낮아진 환자의 비율을 비교해 티굴릭소스타트를 장기 복용해도 환자가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회사는 통풍 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치료제 성분인 알로푸리놀과 티굴릭소스타트의 효과를 비교하는 시험계획도 FDA에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1차 치료제 성분인 알로푸리놀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견줘서, 티굴릭소스타트를 환자에게 가장 먼저 투여할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허가 받기 위해서다. LG화학 관계자는 "2027년에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고, 2028년 글로벌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 현지의 연구개발(R&D) 법인을 키우고 판매 역량을 갖춰, 4~5년 후 티굴릭소스타트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이 성공적으로 티굴릭소스타트를 개발한다면 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통풍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통풍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7억8000만 달러(약 3조6348억원)로 조사됐다. 이 시장은 매해 14%씩 성장해 2029년 76억3000만 달러(약 9조9746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JW중외제약도 경구용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URC102'로 글로벌 통풍 치료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통풍은 우리 몸이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하거나 요산이 많이 생성돼 몸에 쌓이게 되면 발병한다. 특히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해 통풍이 발병한 환자는 전체 통풍 환자의 90%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 중인 통풍 치료제는 독성이 있어 신장과 간 등에 무리를 주거나 장기간 사용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은 이런 단점을 보완한 통풍 치료제 후보물질 URC102를 개발 중이다. URC102는 요산이 우리 몸에 다시 흡수되게 하는 요산 트랜스포터(URAT)-1를 억제해 요산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한 물질이다. 지난해 이 물질의 국내 임상 2b상을 마치고 현재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이 물질을 투여할 수 있도록 추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을 마치는 대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국내 임상 3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9년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스에 URC102의 개발과 판매 권리를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풍은 치료제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기존 치료제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로 사실상 식이요법으로 조절했다"며 "통풍 환자 대부분 요산 배출 문제를 겪고 있고 미충족 수요도 커 관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LG 미국 통풍 치료제 통풍 환자 글로벌 통풍

2022-08-03

테슬라 주가, 순풍에 돛 달고 날아갈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 세계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 속에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일 수 있다"고 트윗했다. 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난 것 같다는 말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제롬 파월 못지않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는 이 트윗으로 많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가상승 기대감을 주었다.     7월 미국 주식시장은 빅테크 실적 부각으로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 주식 역시 600달러대에서 800달러대로 오른 상태로 7월을 마감했다. 그는 또 다른 트윗에서 테슬라 자동차의 원자재가격이 상승이 아닌 하락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증거가 있을까. 법인세 인상 문제로 일론 머스크와 한바탕 입씨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못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는 CPI가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통계라고 치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이 월간 인플레이션 상승률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CPI 수치가 휘발유 값 하락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긴 130달러하던 유가가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1갤런(약 3.78L)당 5달러(약 6500원)를 넘어섰던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 4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밀과 같은 식품 가격도 많이 안정돼 미국 가정에 숨 쉴 여유를 주고 있는 걸까. 소비자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으나 그의 예시가 틀린 것은 아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에게 CPI 수치는 야속할 수 있다. 그와 각을 세우며 앞으로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찍겠다는 일론 머스크가 인플레이션 감소 이야기로 바이든 대통령을 위로 하고 있다. 리튬과 니켈을 포함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는 4월 최고치 대비 약 16% 하락했다.       ━   바이든, 미국 전기차제조기업 정책적 지원 나서     물론 전년대비로는 여전히 4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핵심 재료이다. 철강 가격은 올해 들어 1t당 1400달러 이상에서 출발했다. 4월에는 1t당 1500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제 1t당 9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알루미늄 가격도 같은 가격 패턴을 그리고 있는데, 3월 최고점에서 약 36%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는 바이든에게 감사할 일이 생겼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가 발생하는 행운에 대해 감사의 트윗을 날려야 하지 않을까. 종전까지 전기차 보조금은 8만 달러 이하의 전기 자동차에 적용되었다.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 회원에 의해 생산되어야 했다. 업체당 20만대까지만 적용되어 이미 2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한 GM과 테슬라는 세액공제혜택이 더는 없었다. 미국 외에도 중국·유럽(EU) 등 대부분의 국가는 보조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차량 가격과 성능, 제조사별 판매량을 고려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매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와 에너지 지출에 대한 약 3690억 달러의 기반시설 투자 입법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특히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 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로 꼽혔다.     이러한 와중에 물가인상으로 고통 받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공화당과 민주당 합의안으로 7월 28일 공개되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확대 안은 기존의 전기차 판매 대수 상한선을 없애고, 대당 7500 달러 지급을 유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내용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 통과시 즉각적인 효력이 발생한다.     그동안 20만대를 초과한 업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없앴다. 지금까지 미국은 특정 자동차 제조사로 보조금이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뒀었다. 이를 없애게 되면 GM·테슬라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에게 큰 선물이 되는 셈이다.       ━   소비구매력 커져 현대차·기아차 현지화에 긍정적 평가   소비자들이 GM이나 테슬라의 친환경 신차를 구매할 경우에 이들 회사는 소비자에게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다시 줄 수 있다. 물론 조건이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북미 국가에서 추출된 광물을 사용해서 가공하고 제조해야 한다. 중고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처음으로 40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새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GM이나 포드의 경우 생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함으로 자국 브랜드로서의 프리미엄 확대가 기대된다. 양사의 현 투자 스케줄을 감안할 때 2025년에 각각 150만대, 100만대 수준의 연간 생산능력 확보가 예상된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현 기준으로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 이외의 진영에서는 현지생산 전기차가 본격 출하되는 2024년부터 선명한 경쟁구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밸류에이션 상승을 제한해 온 배경인 전기차 생산 적체현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소외되어 온 미국 시장의 전기차 시장 진입 가속화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미국 내 높은 점유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생산현지화를 준비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에도 긍정적 신호가 예상된다. 미국 내 2차전지 구매량이 큰 GM·포드의 배터리 공급망에 속한 국내 업체의 수혜도 기대된다. 배터리 셀이나 소재 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이스 업체처럼 2차전지 전 생태계에 걸쳐 사업 진행속도가 가속화되고 기업가치 상승이 예견된다.     연결된 세계에서 주식시장도 예외를 두기 어렵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기에 미국 경제 상황이나 이슈는 국내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주식은 세계적으로 동조화 경향이 농후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운을 벌고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 그는 2분기 실적을 위해 비트코인 보유량의 3/4을 팔았다. 도지코인을 보유한 그가 비트코인 재구매 시기를 저울질 할까? 여하튼 미국 시가총액 5위인 테슬라의 순위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미국 인사이드 테슬라 자동차 전기차 보조금 전기차제조기업 정책적 1647호(20220808)

2022-08-01

기후변화 대책이냐 에너지 확보냐 갈등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이를 이용한 ‘여름 정치’를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기후정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더위 속에서 진기 수요가 폭등하는 유럽을 향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가하는 각종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염 속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 폭염과 산불이 줄을 잇고 있는 유럽에선 무더위 속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일자리를 죽인다’는 핑계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복귀시켰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42%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국 사회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사회·인프라·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 BBB Plan)’을 추진해왔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 정책’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공공 투자로 평가받는다.     BBB 계획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미국민과 미국 경제의 회생을 돕는 ‘미국 구제계획(ARP)’가 핵심이다. 여기에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악영향도 줄이는 ‘미국 일자리 계획(AJP)’이 더해졌다.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이 AJP의 핵심이다. 여기에 피고용인의 육아 휴직과 노후 복지 등을 지원하는 ‘미국 가족계획(AFP)’까지 포함됐다. 한마디로 거대 패키지의 아젠다이자 프로젝트다. 바이든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바이든에 대한 평가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바이든의 정치적 생명도 여기에 달렸다.     이 가운데 ARP는 초당적 지지를 받으면서 이론 없이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3월 바이든이 서명해 법안으로 발효됐다. 여기에는 1조90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른 부문이다. AJP의 인프라 투자 부문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일자리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11월 15일 바이든의 서명을 거쳐 입법화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협약 복원과 환경 투자, 그리고 재택 치료 지원 등 AJP의 다른 부문은 AFP와 통합돼 ‘더 나은 재건 계획 법안(Build Back Better Act: BBB)’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돼왔다.     2조2000억 달러를 투입되는 이 법안에는 320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세제를 지원하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모두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각종 방안이 포함됐다.     신재생에너지 법안 두고 바이든 정부와 의회 대립 이 법안은 2021년 11월 19일 민주당이 우세한 미 연방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과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특히 맨친 상원의원은 주요 석탄 산지인 지역구를 바탕으로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완강하게 맞서왔다. 맨친은 이 법안을 무산시키거나 최소한 투자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이다.     맨친은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의원으로 분류되며 일부 정책에선 민주당보다 공화당의 성향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향을 평소 발언에서는 물론 법안 표결에서도 서슴지 않고 나타내왔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민주당의 당론을 오가며 표결하는 ‘스윙 보터’로 불릴 정도다.       미국 연방상원은 현재 민주당(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각각 50대 50으로 의석을 나누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하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법안을 통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맨친의 완강한 반대로 BBB 법안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선 맨친 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등장한 것이다.     맨친은 이 법안을 위한 예산 마련에 필요한 부자 증세에도 반대해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지대 주민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이든과 민주당으로선 상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11월 중간 선거 이전에 이 법안을 통과하는 게 핵심 과제도 떠오른 셈이다. 바이든이 맨친 설득에 전력을 쏟는 이유다.     맨친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은 대통령으로서 행정명령을 발동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행정명령에는 정책의 영속성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할 경우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지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행정 명령에 의존할 경우 정권이 바뀌면 다음 행정부에 의해 정책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의회 권력이 교체되면 이에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BBB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에 의존해야 한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는 다음 행정부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최소 50% 줄인다는 바이든의 공약을 달성하지 못하고 24~35% 감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에게 환경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을 촉구해왔다. 민간업자들이 연방 소유 토지를 임대해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유지와 수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라는 요구다. 아울러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새로운 환경보호청의 규제를 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단체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국가긴급사태법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부활해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억제하라는 요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압박이다.       ━   기후변화 정책 위해 미국 국가비상사태 선포 고려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남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는 이미 지난 6월 11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6도에 이르러 1918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애리조나 중남부는 낮 최고 기온이 43~46도로 기상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그야말로 도로 표지판과 우체통의 페인트가 녹아 내릴 정도의 폭염이다.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50도를 넘었다. 미국 동부 대서양 해안의 보스턴은 매년 7월에 열리던 철인 3종 경기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7~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50개 중 절반이 넘는 29개 주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더위로 고통을 겪는 미국인이 1억5000만 명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동부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73㎢의 면적을 태우고 계속 확산 중이다. 미국 당국은 인근 주민 6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신불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발생할 때마다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든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최고 강도의 대응을 언급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0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폐쇄된 화력발전소 앞에서 연설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언 선포를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23억 달러의 예산으로 멕시코 만에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연방재난청을 지원하기로 했다.     7월 24일에는 존 케리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가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앙 속에 기후변화 정책을 더는 연기할 수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이 막대한 연방 예산의 집행을 책임진 행정부가 도대체 뭘 했느냐고 따질 수 있다는 정치적인 위기감이자, 기후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존재론적인 위기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BBB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기후변화 정책을 신속하게 펴야 할 처지다. 바이든과 케리의 말이 잇따라 나온 것을 보면 미국은 이미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전기 생산의 핵심 에너지원인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감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전역을 기록적인 폭염이 강타하고 있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자국에서 발트 해를 지나 독일을 거쳐 유럽 각국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놓고 서방을 목줄을 놓았다 죄었다 하면서 진을 빼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노르트스트림1의 파이프라인 터빈이 서방 제재 탓에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였다. 7월 11~21일에는 정기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에너지 정책 변경 고뇌   가스프롬은 정기점검이 끝나고 재가동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인 25일에는 공급량을 기존의 40%에서 20%로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반환을 약속하는 문서를 받았지만, 추가 문제가 남아있다”는 애매한 이유를 들었다. 캐나다가 수리를 맡았던 가스관 터빈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이라는 주장 때문에 반환이 일시 지연됐지만, 제재 면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반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인 것은 누가 봐도 경제제재를 가하는 서방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제재 해제 압박이다. 러시아가 말하는 ‘추가 문제’는 곧 경제제재를 풀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경제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이 폭염이 시달리자 천연가스를 ‘에너지 무기’로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에 주로 사용했던 전가의 보도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이를 휘두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러시아는 이를 활용해 자국의 존재감을 높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등을 돌린 서방에 호통을 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에너지밖에 없기도 하다. 에너지라는 칼을 빼 든 김에 아예 서방의 경제 제재를 중단하거나 약화할 길까지 찾아 나선 셈이다. 더 나아가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러시아의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푸틴으로선 서방 압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효한 무기가 이것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압박 속에 신속하게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7월 26일 유럽이사회가 8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가스 사용을 15% 자율적으로 줄이되 비상사태 시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낮은 남유럽 국가는 대상에서 제외해 유럽국가 사이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균열 조짐을 보인다.     겨울에 대비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에선 협력보다 각자도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확보는 코로나19 당시 백신 확보처럼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LNG 공급국가로 올라섰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에 몰두하는 사이, 유럽에선 화석연료인 가스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탈원전 국가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원전 수명 연장을 비롯한 원전 정책의 재설정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당·자유민주당과 연정하고 있는 녹색당은 반원전을 내세워왔지만, 러시아 가스공급 감축과 이로 인한 국민의 에너지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 폐쇄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이 전통적인 탈원전 정책을 포기할 경우 유럽 역사는 또 다른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하는 예기치 못한 여파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원전 정책을 뒤집고 2035년까지 원전 6~14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코로나19의 뒤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맞고 있는 2022년 여름은 에너지와 국제정치,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서 전 세계적인 변곡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미국 인사이트 파리 기후변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온실가스 배출량 1646호(20220801)

2022-07-3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