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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낮추고 권력 경계한 ‘국제무역 대부’ 역관 김근행 [김준태 조선의 부자들 (22)]

      조선시대 역관(譯官) 중에는 부자가 많았다. 외국을 오가며 수입상, 중개무역상 노릇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규모 국제 무역을 주도하며 거부(巨富)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었는데, 오늘 소개할 김근행(金謹行, 1610~생몰연대 미상)도 여기에 해당한다.     인조에서 현종 대에 이르기까지 대일 외교의 최일선에서 활동한 김근행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종한 공로로 호성원종공신 1등에 봉해진 역관 김득기의 아들이다. 고모는 선조의 후궁 순빈 김씨로, 비록 중인 계급이기는 하나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집안이었다.     김근행은 인조 5년인 1627년, 왜학(일본어) 역관 취재시험에 합격하여 조정에서 대마도주에게 파견하는 공식 외교사절인 문위행(問慰行)의 통역관이 되었다. 이후 대마도와 일본으로 가는 외교사절의 통역을 전담하다시피 하였고, 1663년에는 직접 문위행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탁월한 능력과 세심한 업무 처리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덕분에 그는 정2품 자헌대부 지중추부사에까지 오른다.     그렇다면 김근행은 어떻게 그처럼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돈을 번 케이스가 아니다. 워낙 실력이 좋고 인품도 훌륭하다 보니, 김근행은 자연스레 일본의 실력자들과 친분을 맺었다. 특히 대마도주와 교분이 두터웠는데, 대마도주의 처지에서도 매번 바뀌는 사신보다는 그때마다 통역으로 함께 온 김근행이 친근했고 믿음직스러웠을 것이다. 김근행은 이 신뢰 관계를 활용해 1666년(현종 6) 대마도주가 조선에 파견하는 사신의 횟수를 줄이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대마도에서 사신이 오면 조선 조정에서는 이들을 대접하고 막대한 답례품을 하사해야 하므로 재정적인 부담이 컸다(반대로 대마도로서는 사신을 자주 보낼수록 유리했다). 상국의 입장에서 먼저 줄이라고 말하기도 체면이 깎이는 상황에서, 김근행이 이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또한, 김근행은 대마도와 일본에 구축한 자신의 인맥을 활용하여 조선 조정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당시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던 조선은 화약 제조의 필수 재료인 유황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고 유황이 풍부한 일본에서 대놓고 수입했다가는 청나라로부터 문책 받게 된다.       ━   저품질·저렴한 의복 입어 세간 시선 방어 처세 관리     이에 좌의정 원두표, 훈련대장 이완, 한성부우윤 유혁연 등 군부의 책임자들이 김근행에게 상의했고, 김근행은 밀수의 형태로 유황을 사들여왔다. 비변사등록 효종 7년 3월 26일자 기사를 보면, 김근행이 유황 1만 5천 근을 수입해왔는데 종전에 나라에서 구매한 것보다 3분의 1이나 싼 가격이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김근행은 유황 4만 근의 반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조총, 장검, 화약 등 무기 수입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유황과 무기를 비밀리에 반입하려면 그것을 감출 수 있을 정도의 다른 물품이 필요했다. 일본으로부터 은·구리·흑각·후추 등을 수입하고, 일본에 쌀·공목(公木·무명)·비단·인삼을 수출하는 무역선에 위장해 실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김근행은 자연스레 대일무역에 개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것이다. 일본과 거래하고 싶은 조선 잠상이나 조선과 거래하고 싶은 일본 잠상을 연계하며 받은 수수료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나랏일을 하는 것이니 당연히 조선 조정의 비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대마도주를 비롯한 일본의 실력자들로부터도 후원받았으니 그의 국제 무역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역관은 어디까지나 약자다. 아무리 김근행이 공신의 아들이요 순빈 김씨의 조카라 하더라도, 아무리 그가 나랏일에 공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양반 관료들이 천시했던 중인 역관에 불과하다.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그의 재산쯤은 언제든 가로채어 갈 수 있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도 있다. 김근행의 인품이 훌륭하고 인간관계가 두루 원만한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실제로 그가 중인 주제에 정2품 품계를 받고, 엄청난 재산을 가졌다며 질시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김근행은 여러 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따라서 김근행은 처세에 각별하게 신경 썼다. 당상관이었지만 질이 낮은 관자(貫子)와 갓을 착용하였고, 관복이나 의복도 값싼 재질로 만들어 입었다. 사용하는 용품들도 모두 평범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화려하고 아름다우면 양반 귀족들이 탐낼 것이다. 내가 이것을 주지 않으면 인심을 잃게 될 것이고, 심하면 강제로 빼앗기거나 도둑맞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골고루 나눠줄 수도 없지 않은가? 대저 사치와 자랑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김근행은 자손들에게도 결단코 사치하지 말고, 물건을 자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   권력에 탐하지 않고 줄 안 서니 풍파에 휘말리지 않아     조선 후기의 학자 심재가 지은 ‘송천필담(松泉筆譚)’에도 관련 일화가 등장한다. 후배 역관이 처세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자, 김근행은 “역관은 직무상 필연적으로 높은 분을 모실 수밖에 없네. 하지만 틀림없이 망할 것 같은 가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게. 잘못하면 큰 재앙을 입고 말 걸세.”라고 하였다. 후배 역관이 ‘망할 것 같은 가문’은 어찌 구별할 수 있는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을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을 취하려는 자, 점쟁이나 잡술가를 청해다가 공적인 일이건 사적인 일이건 길흉을 묻는 자, 거짓으로 말과 행동을 꾸며 선비인 체하는 자,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하는 자, 항상 윗자리에 있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말걸세.”     역관은 통역관일 뿐 아니라 무역 상인이고, 나라 밖의 최신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중국 조정의 사정을 알고 싶다든가, 중국이나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품을 사고 싶다든가 하는 이유로 권세가들이 역관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관으로서도 권세가의 후원을 받아야 활동이 쉬워지기 때문에, 이래저래 이들을 잘 모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세가가 몰락하면 그를 따르던 역관 역시 재앙을 입는다.     실제로 인조 후반기 최고 권신이었던 김자점이 실각할 때 측근이었던 역관 이형장이 참형을 당했다. 그래서 김근행은 권력을 탐하고, 탐욕스럽고, 거짓되게 행동하고, 음모를 꾸미길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몰락하고 말 것이니, 이런 사람의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또한, 김근행은 “다른 사람이 자네는 누구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네.”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권세가들의 일을 도와주더라도 특정인의 줄에 서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누구 라인이다, 누구 파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정적들이 보스를 공격할 때, 가장 약한 고리인 나부터 과녁으로 삼는 법이니 말이다. 요컨대 김근행은 자신을 한껏 낮추고 조심한 덕분에 재산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군주의 조건]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김준태 칼럼니스트국제무역 김준태 조선시대 역관 후배 역관 역관 취재시험 1639호(20220613)

2022-06-12

1분기 자산운용사 순이익 3747억원…전년比 36%↓ [체크리포트]

    올해 1분기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 등으로 운용사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적자 회사 비율도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361개 자산운용사의 1분기 순이익은 37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4%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수수료 수익 및 증권투자 손익이 감소하면서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한 40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외이익은 지분법 이익 감소에 따라 70.8% 감소한 654억원에 그쳤다.     361개 자산운용사 중 245개사가 흑자를, 116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회사 비율은 32.1%로 지난해(11.2%) 대비 20.9%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사모운용사의 경우 285개사 중 102개사(35.8%)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년(11.4%) 대비 적자 비율이 24.4%포인트 올랐다.   3월 말 현재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운용자산(펀드수탁고, 투자일임계약고 기준)은 136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 늘었다. 펀드수탁고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가 모두 늘면서 전년 대비 4.3% 증가한 819조5000억원을, 투자일임계약고는 1.6% 늘어난 545조원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 주가 하락 등 운용환경의 악화로 적자회사 비율이 대폭 상승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정에 대비해 운용사별 재무 및 손익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hur.jieun@joongang.co.kr올댓머니 체크리포트 자산운용사 자산운용사 순이익 국내 자산운용사들 적자회사 비율 1639호(20220613)

2022-06-12

코로나19 첫해 이직한 직장인 40%는 월급 줄었다 [체크리포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해인 지난 2020년, 일자리를 바꾼 근로자 5명 중 2명은 임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일자리 이동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직장을 옮긴 근로자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36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용 및 특수형태 근로자를 제외한 상시 임금근로자 가운데 39.8%는 일자리를 바꾼 이후 임금이 줄었고, 59.2%는 임금이 올랐다. 임금이 줄어든 경우는 1년 전보다 8.1%포인트 늘었고, 임금이 오른 근로자 비율은 8.4%포인트 줄어들었다.   임금이 오른 근로자 중에선 30세 미만 근로자의 비율이 64.1%로 가장 높았다. 반면 60세 이상 근로자는 51.7%로 가장 적었다. 임금이 내린 근로자 중에선 60세 이상 근로자가 46.7%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30세 미만 근로자는 35%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임금을 100만원 단위로 나누면 이직 이후 임금 구간이 상승한 근로자는 29.3%에 불과했다. 임금 구간이 하락한 근로자는 19.6%였고,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을 받은 근로자가 37.2%로 가장 많았다. 500만원 이상이 35.8%,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은 33.2%로 뒤를 이었다. 다만 임금으로 5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는 이직 이후에도 임금 구간을 유지한 비율이 64.2%로 가장 높았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체크리포트 일자리 일자리 이동 비임금근로 이동자 가운데 임금근로자 1639호(20220613)

2022-06-12

지역별 근로자 평균 급여액 상위 2위는 '서울'...1위 지역은? [그래픽뉴스]

    지역에 따라 근로자 평균 총급여액(연간 근로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뺀 값)이 크게는 10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광역자치단체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주소지 기준)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4380만원으로 전국 평균(3830만원)보다 550만원 많았다. 이는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국 중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공무원·공공기관 종사자가 많은 행정 도시 세종(4520만원)이 꼽혔다. 제조업 도시 울산(4340만원)은 세종과 서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14개 시도는 모두 1인당 총급여액이 4000만원에 못 미쳤다. 가장 낮은 지역은 제주(3270만원)였고, 전북(3400만원), 인천(3410만원), 강원(3440만원), 대구(3500만원), 부산(3520만원), 경북(3560만원), 경남·충북(각 3580만원), 전남·광주(각 3590만 원), 대전(3710만원), 충남(3730만원), 경기(3890만원) 등이었다.   가장 근로소득이 높은 지역 세종과 낮은 지역 제주의 1인당 총급여액 격차는 1250만원에 달했다.   2020년 과세 대상 근로소득 746조3168억원 가운데 423조4516억원이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했다. 근로소득의 수도권 집중도(56.7%)는 전년(56.4%)보다 0.3%포인트(p) 높아졌다.   서울 거주자 총급여액(169조5768억원)은 강원(17조8269억원)의 9.5배 수준으로 고연봉 일자리가 서울 등 일부 지역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연말정산 그래픽뉴스 지역별 근로자 1인당 총급여액 급여액 상위 1639호(20220613)

2022-06-12

디바이스 승자는 누구인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오늘날 모바일 혁명의 시작은 누가 뭐래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면서 시작됐다.사실 스마트폰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이미 노키아나 에릭슨, 삼성, 엘지, 그리고 블랙베리가 이메일 정도만 되는 원시적인 수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놓고 눈치를 보면서 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다렸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전화기라고는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애플이 아이팟(MP3)의 기능을 탑재하고, 터치스크린 기능을 혁신적으로 향상해 모든 단추를 없애면서도, 무선 인터넷 브라우징 기능이 컴퓨터 수준으로 향상된 손 안의 컴퓨터 개념으로 스마트폰을 도입하면서 세상을 바꾸었다. 놀라운 변화는 단순히 기기로써 스마트폰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픈 API를 통한 모바일 앱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IOS(아이폰 운영체제)라는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데이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고 누구나 아이폰 안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오픈 API라는 개념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 이른바 플랫폼의 시대를 열고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에 의해 개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빛의 속도로 아이폰을 뒤따라간 삼성의 갤럭시 디바이스에 탑재되며 하드웨어는 애플과 삼성, 운영체제는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로 굳어졌다. 데스크톱 OS의 강자 MS가 뒤늦게 노키아와 협력해 윈도폰과 OS를 만들었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노키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새로운 무림에서 패권을 빼앗긴 블랙베리 역시 운명을 달리했고, 에릭슨, LG 등 당대 1, 2위를 다투던 강자들은 형체도 알 수 없이 사라져 갔다.   이렇듯 모바일 시장에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들어오면서 인터넷 세상의 질서가 다시 재편되었던 것을 경험하면서, 강자들은 넥스트 인터넷으로 평가 받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무림에서도 디바이스를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면서 IT 공룡들이 디바이스 개발에 사활을 건 기술 경쟁에 돌입 하는 이유다.     ━   메타-프로젝트 ‘켐브리아’와 ‘나자레’의 승부수   이 시장의 미래를 보고 제일 먼저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메타’다. 일찌감치 증강현실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오큘러스’라는 VR 헤드셋 기업을 인수 해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금도 VR기기 시장에서는 1천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오큘러스의 ‘퀘스트2’ 라는 제품이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의 후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프로젝트 켐브리아’ 라고 불리는 새로운 VR 헤드셋이다. 지난 5월 초 CEO인 저커버그가 직접 시연한 시제품 디바이스는 VR기기를 쓰고도 주변의 환경을 색채감 있게 볼 수 있고 현실 모습 위에 가상현실을 덧입힐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우리 돈 100만원(8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8~9월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이 제품 말고도 메타는 AR 글래스인 프로젝트‘나자레(Nazare)’를 24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기기의 특징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연동하지 않아도 자체적인 운영체계와 기능으로 작동되는 AR기반의 스마트폰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져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애플과 삼성의 하드웨어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모바일 시대에 IOS와 안드로이드의 그늘에서 늘 프로그램 제공자에 그친 그들의 숙명을 메타버스를 계기로 강점인 플랫폼은 물론 하드웨어시장까지 장악하며 OS도 주도하는 거대 제국의 건설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   구글-최초의 AR글라스 상용화, 스타라인으로 차별화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dar Pichai)는 메타 버스를 ‘증강현실(AR)과 함께 몰입형 방식으로 진화하는 컴퓨팅’으로 정의하고 디바이스 개발에 몰입 중이다. 사실 구글은 AR글래스를 세계최초로 상용화시킨 장본인이다. 사실상 실패했지만, 모바일과 연동한 최초의 AR글래스 ‘구글 글라스’를 이미 2012년에 선보인 바 있다.     구글은 이 제품의 실패를 거울삼아 2020년 캐나다 스마트 안경업체인 ‘노스’를 인수해 ‘프로젝트 아이리스’라는 코드명으로 AR 헤드셋 개발을 진행하며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더버지’라는 IT 전문 채널의 보도에 따르면 2024에 출시예정인 이 제품은 카메라를 이용해 컴퓨터그래픽과 현실 세계의 동영상을 융합해 기존 AR 헤드셋보다 몰입감 높은 복합현실 체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단순히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전부라고 본 것이 2012년의 실패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고, 헤드셋 전용의 OS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2년 5월 구글 개발자 연례 회의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안경의 스크린에 자막처럼 실시간 자동 번역해 주는 AR 글라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아직 정식 출시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구글은 그들이 꿈꾸는 메타버스 디바이스 기능의 일부분을 이미 완성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구글이 2021년 소개한 ‘스타라인’ 프로젝트도 흥미진진하다. 헤드셋 디바이스가 없어도 육안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과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안경이나 해드셋 없이도 실물같이 사실감을 전달하는 혁신기술)에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공간감 오디오, 실시간 압축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누군가가 바로 옆에 앉아 얘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   애플-AR생태계 선점, 오늘의 메타버스시대 주도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AR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애플이 VR보다 AR에 집착하는 이유는 VR 기술은 세상과 인간을 단절시키는 기술인 반면, AR는 현실을 개선하는 기술인 만큼 훨씬 일상적이고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VR은 게임이나 기업 등 제한된 분야에서, 제한된 기회에서만 활용될 것이지만 AR는 그 범용성이 훨씬 커 보이고 기존의 IOS 세계의 웨어러블 기기들인 애플워치, 에어팟, 과의 연동이 자유로워 보인다. 애플이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극도로 꺼리고, AR 기술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이유다.     보안에 신경질적일 정도로 예민한 애플의 AR 글라스에 관해서는 추측만 난무할 뿐 분명하게 공개된 것은 없다. 애플의 AR 헤드셋이라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은 애플 팬이나 전문매체들이 예측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사진이다. 22년 말 혹은 23년에 출시예정이라는 애플 글라스의 사양을 일부 유출된 정보를 종합해 보면 어마어마하다. 컴퓨팅의 심장인 프로세서를 2개를 장착해 기존 애플 디바이스와 연동도 되지만 자체구동도 가능한 독립된 기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10개~12개의 카메라 모듈을 통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구현할 것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주변 환경 감지 센서로 자율주행에 사용) 등 각종 환경 인식 센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에서 개발자들이 손쉽게 AR 앱을 만드는 도구인 AR키트를 공개해 지금 까지 앱스토어에는 1만4천 개의 앱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AR를 통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이미 조성해 놓고 있으며 애플 글라스가 출시되면 어떤 IT 기업보다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메타’가 내일의 메타버스를 준비한다면, 애플은 오늘의 메타버스를 준비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IT 제조 업체이자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강자인 한국의 삼성도 애플만큼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올해 들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와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WMC)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언급한 것을 통해 상당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로봇산업과 더불어 메타버스를 꼽고,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혁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AR 기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기업 가운데 선두주자인 ‘디지 렌즈’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공동으로 디바이스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영화‘아바타’와 같은 세상의 열쇠는 메타버스 디바이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가상의 세계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가상세계와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는 그 차원이 다르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의 중심에는 AR(증강현실), 혹은 VR(가상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디바이스에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열광했던, 혹은 마케팅 용어라는 말로 평가 절하되기도 했던 메타버스가 진정으로 인류의 일상생활을 영화 ‘메트릭스’, 혹은 영화 ‘아바타’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AR 글라스라는 증강현실용 안경과 VR용 헤드셋의 대중화가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삼성을 포함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디바이스의 승자는 OS(운영체제)의 선점을 통한 생태계 전반을 장악할 것이고 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스마트폰의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애플이 이 시장에 뛰어들 때만이 메타버스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 글라스가 범용모델로 시중에 출시되는 시점에 메타버스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말이다. AR 생태계를 아이폰에 존재 하는 1만 4000개의 앱을 통해 이미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애플은 메타버스가 AR기술의 다른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구글, 메타, MS 그리고 삼성은 저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메타버스 라는 새로운 무림을 놓고 경쟁하는 글로벌 IT업계 초강자들이 인류의 가까운 미래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흥미롭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애플 삼성 시제품 디바이스 디바이스 개발 모바일 시장 1639호(20220613)

2022-06-11

尹 정부에 밀려오는 중국 압박용 한·미 동맹 청구서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0~22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맞았다. 한국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한‧미 정상이 대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5월 21일 발표한 한·미 공동성명은 두 정상 간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미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상호공약 확인, 경제안보와 공급망을 둘러싼 협력 태세 강화 등 안보와 경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안한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한국 참여를 약속 받았으며 한국에 이어 방문한 일본에서 이를 공식 출범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글로벌 역할을 강화하기로 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한 목적이 보인다. 사실 동맹 강화에 대한 청구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미 공동성명 곳곳에 한·미의 전략적 결합을 강화하는 부분이 보인다. 문제는 그 결합의 최종 과녁이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최고 전략 목표가 중국 견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동성명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미래는 21세기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의해 규정될 것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 정상은 핵심·신흥 기술과 사이버 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양 정상은 또한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언뜻 보면 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문구가 왜 공동성명에 굳이 명시됐는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21세기 도전’이라고 두루뭉수리로 적었지만 사실 미국의 속내는 중국에 대한 압박에 한국이 동참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읽힌다. 미국의 국가 목표가 미·중 대결에서 중국을 누르는 것이니만큼 미국이 동맹국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21세기 도전은 여러 가지를 가리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와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도용하거나 해킹하면서 자국의 기술산업 발전에 이용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런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을 일으켜 산업혁명과 IT 혁명에 이은 새로운 경제혁명으로 세계를 주도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은 이미 일반화한 전망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는 대신 도용하거나 해킹해서 쓰려고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다.       ━   과학기술에 민주주의 이데올로기 적용해 중국에 대항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양 정상은 핵심·신흥 기술과 사이버 안보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는 부분은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성명에는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부분도 있다.     이를 결합하면 미국은 중국이 굴기하는 데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 등 첨단 기술이 더는 중국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보호’란 미국과 한국의 이런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과 특허가 중국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하면서 중국의 무상 접근을 공동으로 막자는 의미일 것이다.     ‘양 정상은 또한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약속하였다’는 부분은 권위주의적인 중국에 첨단 기술이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과 미국 등이 막자는 합의로 볼 수 있다. 과학기술에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적용해 대중국 유입을 막자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미국의 대중국 통신 압박이다. 공동성명에 있는 “통신 보안과 사업자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양 정상은 또한 국내외에서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RAN) 접근법을 사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장비와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는 부분이 이를 가리킨다. 이미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방미 당시 공동성명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미국이 집요하게 한국에 요청하는 내용이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언급한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RAN‧오픈랜)’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오픈랜은 미국 업체의 오픈랜은 5G 무선접속망의 소프트웨어(SW)과 인터스페이스를 개방형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네트워크 하드웨어(HW)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때 해당 제조사의 것만 계속 쓸 필요가 없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SW와 HW를 분리한다거나, 제조사 종속성 탈피라고 표현한다. 이동통신사가 필요에 맞게 업그레이드 소프트웨어를 마음에 맞는 걸로 골라 쓸 수 있어 비용 절감과 효율 상승을 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장비 제조업체가 없는 미국의 산업계가 통신망 업그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효과가 있다. 오픈 랜에 대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은 뜨악한 표정이다. 초기 장비 공급을 계기로 계속 독점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사업에 미국 업체가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한국 업체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과 조건을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   나토,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   바이든의 방한 뒤 한국 정부가 곧바로 받은 청구서의 하나는 5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초청받은 것이다. 현재로썬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일본·호주·뉴질랜드와 같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핀란드·스웨덴 등 한때 중립국(지난달 나토 가입 신청을 했다), 우크라이나‧조지아 등 옛 소련에서 분리한 국가와 함께 파트너 국가에 속한다. 나토 사이버 방위센터의 정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에 안보 위기 상황이 온 상태라는 배경도 있다. 나토와 미국으로선 한국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할 때 더 세력을 크게 보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나토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나토에 대한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5월 1일 워싱턴에서 미국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달 말 열릴) 나토 정상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위협을 다룰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전략 개념이란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 등을 담은 공식 문서다. 한마디로 나토의 입장과 방향을 보여주는 문서다. 이를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손보면서 중국이 중요한 위협이란 사실을 명시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나토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중국의 위협을 명시적으로 밝힌 데 이어 2021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새로운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구조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1948년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방위 기구로 설립된 나토가 중국까지 위협으로 문제 삼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핵심 의제로 다룬 것이다. 블링컨의 이번 발언은 이를 아예 ‘나토의 전략 개념’ 속에 명시하겠다는 이야기다.     사실 블링컨은 이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발간 100주년 기념 온라인 대담에서 중국 견제 이유가 당시 바이든이 말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구조적으로 도전’임을 재확인했다. 바이든은 이날 대담에서 중국을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으로 다시 한번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 질서를 다시 구성하려는 의도와 이를 위해 필요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을 모두 갖춰가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미국 내부로의 투자, 동맹·우방과의 연계, 경쟁 등을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략 개념에는 중국의 급속한 군사화와 러시아와의 ‘제한 없는 우정’, 세계 평화와 안보에 필수적인 법치를 바탕에 둔 국제질서의 약화 시도 등이 포함된다”며 전략 개념 수정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제한 없는 우정’은 지난 2월 4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성명에서 나온 표현이다. 중국은 이 표현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용인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중국과 러시아의 끈끈한 결합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블링컨이 이 대목에서 이를 사용한 이유다.       ━   미국, 한국에 중국 경제적·군사적 압박하는 동맹 요구   문제는 이를 전략 개념을 유럽에서 유럽+아태로 확장하는 전략 개념 수정 결의를 할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초청됐다는 사실이다. 나토와 미국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국가 정상을 이번 회의에 초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러시아와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과의 전략적 경쟁이 점차 늘어나는 시기에 대비하고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전략 개념을 채택하기로 (블링컨 장관과) 합의했다”며 “이는 이달 말 정상회의에서 내려질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의 목적이 나토와 인태 국가의 결합을 통해 나토가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힌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 및 인·태 지역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냉전 초기인 1949년 서유럽·북미 국가들이 소련에 대항하고 공동방위를 하기 위해 결성한 나토가 대중 견제용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사실 나토는 경쟁 상대였던 바르샤바 조약기구(55~91)가 소련 붕괴 뒤 해체되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나토를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가치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존속시켜왔다. 그러다 이번에 미국이 새로운 위협으로 상정한 중국까지 견제하는 조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는 셈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나토를 인·태 지역의 미국 동맹·우방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파워기구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각자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미는 서로 차이가 없다. 문제는 미국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 이처럼 중국을 경제적·군사적으로 포위하고 압박하는 동맹 체인 구성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을 중국 압박의 기제로 보는 미국과 안보와 북핵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한국 사이에 미묘한 틈새가 보이는 부분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극복해야 할 새로운 과제다. 동맹 협력과 국익 사이에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한국의 국력이 그만큼 커진 상황에서 한·미 동맹도 새로운 형식이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 대만 같이 중국과 경제 교류가 큰 국가는 미·중 경쟁 상황에서 특수한 상황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주도의 경제 제재에서 이스라엘은 불참했다.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사활이 걸린 이란과 시리아와 관련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인정해서다. 이스라엘에는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과 비유대인(주로 배우자) 이주자 인구도 상당해 국내 정치적으로도 예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 일본·대만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대중 압박 동참에서 일정 부분 유예를 받을 필요도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미국 중국 한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한미 공동성명 1639호(20220613)

2022-06-11

한국 직업-교육 매칭 수준 OECD 30개국 중 30위 [체크리포트]

    한국의 직업과 교육 간 매칭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비중은 낮고, 직접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은 OECD 국가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 ‘세계 인적자원경쟁력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OECD 38개국 중 24위로 중하위 수준에 그쳤다. 특히 해외인력 유입·여성인력 고용 등 측정하는 ‘매력도’ 부문 순위는 33위, 직업교육ㆍ직업능력 개발 등 인재의 성장 가능성을 측정하는 ‘성장성’ 부문 순위는 25위, 노동생산성 등 직업/기술 역량 부문 순위는 28위로 비교적 낮았다.     이 같은 상황은 결과적으로 교육과 직업 간 미스매칭이 크고, 노동생산성이 낮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적자원 혁신의 결과를 나타내는 종합지표인 ‘직업·기술적 역량’ 부문은 OECD 38개국 중 28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하위 지표인 ‘스킬-매칭 정도’에 있어서는 비교 가능한 OECD 국가(30개) 중 30위로 꼴찌였으며, 노동생산성도 38개국 중 22위로 중하위로 기록됐다.     인적자원 경쟁력 상위 국가들은 인재 적극 유치, 직업교육 활성화, 실질적 직업역량 개발 등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래지향적인 인적자원 혁신정책보다는 고용유지 등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은 GDP 대비 ‘직업훈련’ 지출 비중이 0.06으로 OECD 평균(0.11)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직접일자리 창출’ 정책 비중은 OECD(0.05) 대비 3배(0.15) 수준이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체크리포트 수준 인적자원 혁신정책 유치 직업교육 교육과 직업 1639호(20220613)

2022-06-11

서울도 양극화 심화…강남·강북 아파트값 7억원 차이 [체크리포트]

    서울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한강을 기준으로 양극화하고 있다. 서울 한강 이남과 이북 중형 아파트값 격차가 7억원 넘게 벌어졌다.   8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중형 아파트(전용 85㎡ 초과 102㎡ 이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893만원, 한강 이남 11개 자치구는 18억9970만원을 기록했다. 두 아파트값 격차는 7억7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한강 이북이 5억7872만원, 이남이 9억391만원으로 격차가 3억2519만원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셋값 격차도 마찬가지로 커졌다. 올해 5월 한강 이북 평균 전셋값은 6억3386만원, 이남 전셋값 9억3233만원으로 2억9847만원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7년 5월엔 이북(4억744만원), 이남(4억9919만원) 격차는 9175만원에 불과했다.   경제만랩은 한강 이북과 이남 아파트값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혜택이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에게 집중하면서 ‘똘똘한 한 채’ ㅍ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택을 처분하고 역세권, 한강변, 우수학군 등의 입지가 뛰어난 곳으로 몰리고 있다”며 “한강 이북과 한강 이남의 집값 편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체크리포트 아파트값 아파트값 격차 서울 강남 강북 아파트값 강남 강북 격차 커져 서울 양극화 심화 서울 아파트값 1639호(20220613)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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