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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제로금리 시대' 끝났다…자산시장 곳곳 '유동성 잔치' 종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돼 온 '유동성 잔치'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2년 가까이 유지돼온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정상화 스텝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부터 본격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역대급 유동성 환경 및 물가급등에 따른 금리 정상화 압박에 노출돼 있어 정책 선회에 따른 산발적 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은, 내년 초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사…美도 인플레 압력 노출     25일 기준금리를 연 0.7%에서 1.00%로 인상한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1.00%로 인상한 기준금리 인상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경기 성장이나 물가 전망을 고려하면 현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실질기준금리가 마이너스여서 중립금리보다 낮고, 광의통화량(M2) 지표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은 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1월 돌입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준 내부에서조차 금리 정상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연준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참석자들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테이퍼링 속도는 물론 기준금리도 올릴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연준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정도에 따른 테이퍼링 수정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FOMC 위원들은 '인내심 있는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장기적 물가 안정과 고용 목표에 해가 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FOMC 위원들이 언급한 '인내심'의 범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5.0% 올라 지난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자, 전월 상승률(4.4%)보다 크게 높아져 물가 상승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달리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의 또다른 핵심 축인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7만1000 건 급감했다. 이는 1969년 11월 둘째 주 이후 52년 만의 최저치로,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역사적인 경제적 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파월 의장으로서는 통화정책 변경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연준의 판단은 아직 '유보적'인 편이다. 참석자들은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랜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내년 중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일부 해소되면서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   美 유동성 완화 정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중 갈등에 기인한 '공급망 교란'이 주된 원인인 만큼 '일시적'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현재는 '위드 코로나'로 인한 수요 회복 요인까지 겹치면서 기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상황이다.   여기에 각국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 금융 불균형을 키우고 있는 만큼, 지금의 자산가격 과잉을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유동성 완화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환경지수는 최근 4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코로나19 이후 역사적 저점에 위치했다. 미국 시카고 연은이 산출하는 금융환경지수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저점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금융환경지수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한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0.00~0.25%)가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인데, 특히 실질금리 대용치인 미국 TIPS 금리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시기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환경은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연준의 정책변화와 함께 실질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금융환경 정상화의 보폭과 속도인데, 전문가들은 연준이 향후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테이퍼링 '속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테이퍼링 실시 발표와 이후 실행 시기에 TIPS 금리 반등이 나타났고, 금리 인상이 단행될 때도 반등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속에 TIPS 금리도 최근과 같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위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연준이 내년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도 금융환경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다만 현재 자산시장의 경우 연준의 정책변화 초입인 '긴축 초기'에 위치한 만큼 당분간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그는 "과거 첫 금리인상과 테이퍼링 시기를 살펴보면 증시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춰야겠지만, 위험자산 선호를 유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자산시장 제로금리 기준금리 인상 기준금리 추가인상 유동성 잔치

2021-11-25

[빚 권하는 대한민국①] ‘통제 불능’ 가계부채, 자산시장 거품붕괴 부메랑 되나

      가계빚 급증세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자산시장 거품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주식 및 가상자산 등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도 갈수록 덩치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 동시다발적 자산가격 상승이 빚투로 이어지고 신용확대가 다시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빅테크.핀테크 등 쉽고 간편한 대출 역시 대출 증가세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   고삐 풀린 가계부채 증가세...주요국 대비 3배 빨라   이른바 ‘영끌’과 ‘빚투’로 대변되는 가계부채 폭증은 향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과거에도 자산시장 거품은 필연적으로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이로 인한 시스템 위기는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졌다. 과거 카드부실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무차별적 신용확대가 불러온 위기였다.           사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산가격 급등은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의 경우 전 세계 ‘최악’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가계부채 규모는 약 1765조원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 경제성장률 3.1%의 두 배를 넘어선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0.4% 늘어난 데 비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71.5%로 1년 만에 11.4%포인트 급등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내년에는 4% 안팎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유동성 팽창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10% 안팎까지 증가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7개월간 국내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5조9000억원) 대비 72.6% 가량 크게 늘어난 수치로 사실상 가계부채 고삐가 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3배에 육박한다.   지난 7월 한달만 봐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월(10조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금융당국의 주된 규제 대상인 은행권 전체로는 10조원(잔액 1040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는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 공모주 청약 등의 자산시장 곳곳에서의 자금 수요가 발생한 영향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감안하면 2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개연성이 크다.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기존 통계에서 누락된 개인부채를 합치면 국내 가계부채가 3000조원 대까지 늘어난다는 점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가운데 복식부기 대상 개인사업자대출(254조원)과 임대보증채무(870조원 추정) 등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는 3170조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230%, GDP의 162%에 이른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수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규모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세도 미국, 영국, 일본 등 OECD 주요국 대비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금융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금융연구원도 가계부채 관련 경고의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임형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실물경기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며 “금리가 정상화하면 변동금리 비중이 크고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 차입자가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위험선호, 수익추구 강화로 부동산 가격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의 빠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초 경제여건 등을 통해 평가해보면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의 경우 상당히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   ‘쉽고 간편한’ 대출이 가계빚 증가세 부추겨   ‘쉽고 간편한’ 대출을 앞세운 비대면 대출의 가파른 성장세도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킨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주도해온 비대면 대출 경쟁은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주 고객층인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동안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가운데 2030세대의 대출 잔액은 130조원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16%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부실 가능성이 높은 20대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8조원으로 같은 기간 16.6% 늘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방침이며, 4년여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케이뱅크도 영업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9월부터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까지 은행권 경쟁구도에 합류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이 주도하는 비대면 대출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연 5%대 안팎의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지만, 자칫 중금리대출 경쟁이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PF 사태처럼 과당경쟁에 따른 대출 부실화를 앞당기는 또 다른 뇌관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리 단층이 발생하는 이유는 저신용자들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이 금융 불안기에도 적용 가능할지는 두고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은행 대출죄기에 따른 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골칫거리다. 당국은 은행권에 비해 느슨한 2금융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럴 경우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대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새 사령탑 최우선 과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정부 당국 역시 일찍부터 가계빚 증가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오락가락한 부동산 대책으로 정책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면서 규제 약발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일면 다행스러운 대목은 금융당국의 새 사령탑이 과거 어느 때보다 뛰어난 전문성과 가계빚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신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모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금융정책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PF사태 등의 금융 불안기를 직접 겪으면서 누구보다 시스템 안정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시장의 이목도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직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됐던 고 내정자는 지난 7월 금통위에서 7명 금통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상’의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보다 ‘시스템 안정’에 더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특히 고 내정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 급증세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도 ‘자산시장 과열 대응’ 및 ‘가계부채 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내세웠다. 대책 추진 과정에서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고 내정자가 ‘금융위와 한 몸’임을 내세운 금융감독원의 정 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와 함께 자산가격의 거품이 급격히 조정되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융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한편, 주택시장 불안 및 가계부채 급증세에서 비롯된 금융 불균형 해소 외에도 시장에서는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역차별, 가상화폐 규제 확립 등도 새 금융 사령탑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일단 시장은 ‘고-정 투톱 체제’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기존 수장들보다 높은데다, 취임 일성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도 금융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로 인해 급격히 덩치를 키우는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달리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비금융 수익 확대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2021-08-18

[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자산시장의 복병과 심리적 편향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은행 [신화=연합뉴스] 유동성 효과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맞물리며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올랐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주춤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증시를 압도한 전년도의 눈부신 랠리 이후 상대적 부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나스닥(NASDAQ)지수도 전년도의 랠리 탓에 올해는 상승세가 다소 뒤처졌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 등은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 주식시장도 2월 춘절 연휴 이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다. 올해 정책 기조가 부양을 자제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방향인 탓이다. 또 알리바바, 텐센트를 포함한 핀테크(fintech)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자산가격 랠리에 온도차 존재     원자재 가격도 자산 종류별로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방향이 같다. 구리나 철광석 등 산업 수요를 반영하는 원자재 뿐 아니라 농산물, 목재 등 안 오르는 게 없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사실 농산물 가격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산 효율이 향상되면서 지난 오랜 기간 장기적으로 하락해 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부터 가격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왕성한 수입 수요가 농산물 가격을 지탱하는 가운데, 온난화로 상징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시스템이 붕괴될 리스크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국제 금 가격과 은 가격은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미 랠리를 펼친 탓이다.     그나마 채권 가격은 올 들어 하락했다. 경제 정상화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하여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는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로 나눌 수 있는데, 실질 금리 상승은 제한된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많이 상승했다. 다만, 4월에는 미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멈추고 흘러내렸다. 향후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더욱 높아져 집단 면역에 도달하고 경제 정상화가 이뤄지면 미국의 실질 금리 상승이 다시 미국채 금리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 가격은 미국의 실질 금리 상승과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미국의 실질 금리가 상승한다면 국제 금 가격은 상방보다 하방 리스크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실질 금리와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Refinitiv]    그런데, 이러한 자산 가격의 랠리에 가장 큰 복병은 미국 달러화다. 달러화 가격이 강하게 상승하면 자산시장 전반에 부담을 가하게 된다. 특히,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시장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준(Fed)이다. 연준의 전폭적인 완화정책은 달러화 신용을 통해 전세계 자산시장의 가격을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연준이 태도를 바꾸면 시장 전체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퍼링에 앞서 시장에 신호를 보내겠다는 연준의 계획을 볼 때 미국의 집단면역 달성 시점인 여름 전후로 연준의 메시지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데, 1분기 미국 GDP 성장률(6.4%, 잠정치)이 1984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덕분에 차기 FOMC 회의(6/15~16일)에서 테이퍼링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연준은 8월 글로벌 중앙은행가들의 연례 행사인 잭슨홀(Jackson Hole) 미팅을 다시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연준이 전년도에 평균인플레목표제(AIT : Average Inflation Target)로의 통화정책 프레임 변화를 공식화한 것도 잭슨홀 미팅이었다. 연준이 테이퍼링 소통에 나서는 상황은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이 아니라 그들의 공언대로 현실적 증거를 확인한 이후가 될 것이다. 이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서 맴돌고 있는 실질 금리의 상승을 수반할 수 있는 만큼 달러화 매력을 다시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글로벌 경제 회복 모멘텀은 긍정적 시그널     하지만, 연준이 완화정책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환율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 사례로 대표적인 시기가 2013년 하반기와 2017년이다. 2013년에는 연준이 5월에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미국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가 한 달 남짓 상승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자 원달러 환율은 크게 하락했다. 다른 신흥국과 달리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 지표가 부각되며 원화 매력을 높였던 때다. 반면, 2017년은 반도체 호황기 등 글로벌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의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덕택에 환율이 1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어 수요가 증가하면 한국의 수출이 덩달아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 이익은 증가하고 기업 주가의 상승과 원화 가치의 상승, 즉 원달러 환율 하락이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국 연준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수출 모멘텀을 좌우할 글로벌 경제의 회복 시기와 강도 역시 중요하다. 연초 주춤했던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3월부터 다시 상승하는 것은 긍정적 조짐이다.     연준이 자산시장에 단기 충격조차 없이 장기간에 걸친 유동성 흡수 과정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언급하며 시장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부정적 뉴스를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우리는 부정적인 정보가 나타나면 다른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비중을 두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에 빠지기 쉽다. 부정적 자극에 위협을 느껴 생리적, 심리적으로 각성되면 부정적인 정보에 끌려 더 부정적인 정보만 받아들이는 악순환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기울여야 할 경계심보다 지나치게 자주 금융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부정적인 의견을 접하고 자산을 팔았다가 다시 오르는 것을 보며 되샀던 경험이 있거나 그런 충동을 느꼈다면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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