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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철강 수급 차질 가능성 낮아…안정화 총력”

    포스코가 3개월 내 포항제철소 전 제품 재공급을 목표로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포스코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복구와 관련해 9월 말 1냉연과 2전기강판, 10월 중 1열연과 2·3후판 및 1선재, 11월 중 3·4선재 및 2냉연, 12월 중 스테인리스 2냉연 및 2열연공장 등 단계적으로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사 및 유통점이 열연, 후판, 스테인리스 등 주요 철강 제품의 2~3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포스코 측의 판단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및 해외법인 전환 생산은 물론 타 철강사와의 협력,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유 수입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사들이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되는 선재, 스테인리스, 전기강판 제품 등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선재공장은 총 4개로 10월 중 1선재, 11월 중 3선재와 4선재가 복구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선재 제품 재고는 평균 2개월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10월까지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포스코는 일부 긴급하게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자사 재고 제품을 활용하고 우선 가동되는 1선재공장에서 생산해 고객사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2선재공장에서만 생산 가능한 일부 대구경 제품은 타 제철소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수급 안정화를 꾀한다.     스테인리스 제품의 경우 현재 재고가 약 5개월 수준으로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제품 수급과 관련해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 태국 포스코-타이녹스 등 해외 생산법인을 활용한 국내 공급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추진 중인 듀얼 생산 체제도 가속화한다. 이 체제는 포항제철소에서 만든 스테인리스 슬래브(철강 반제품)를 광양으로 이송해 스테인리스 열연 및 냉연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변압기 등에 사용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 제품과 전기차 구동모터·가전용 모터에 쓰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NO) 제품의 재고는 2~3개월 수준이다. 포항제철소 3전기강판공장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 17일 시운전에 돌입한 2전기강판공장도 9월 말 가동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요에 대부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판단이다. 일부 자동차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제품의 경우 원활한 공급을 위해 고객사와 광양제철소 열연공장 전환 생산 및 인증 절차를 협의 중이다.   석도강판의 소재인 BP제품(냉연 제품 일종)도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배터리 케이스용 BP는 재고가 3개월 수준으로 예상된다. 선(先) 공정인 1열연공장이 복구되는 10월 말부터 제품 출하가 가능해 당장 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고객사 및 전기차 산업을 고려하고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및 인증을 검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가 공통적으로 생산하는 열연, 후판, 냉연 제품 등의 경우광양 3열연공장 수리 일정 조정 등을 통한 광양제철소 최대 생산 체제와 현재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하면 수급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조선용 후판의 경우, 일반 제품은 광양제철소에서 충분히 생산 가능하며, 포항제철소 중심으로 생산 중인 열처리재 및 박물(두께 10㎜ 미만) 제품은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및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한 대체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광양제철소에서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어 고객사 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 측은 “글로벌 철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수요 둔화로 철강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의 우려와 달리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국내 철강 가격도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포스코 가능성 포항제철소 선재공장 철강 반제품 수급 안정화

2022-09-21

“끝장 투쟁도 각오”…한국GM 노조, 무분규 분위기에 ‘찬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무분규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GM만 노사 갈등의 끈을 쉽사리 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파업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사측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재무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미래차 확보에 성공해야 하는 한국GM이 노조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단협 관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곳은 한국GM뿐이다.   임단협 교섭 시즌인 여름철 잦은 파업으로 ‘하투’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최근 국내 완성차 노조는 화합 및 상생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 19 지속, 환율 급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성공했다. 뒤이어 르노코리아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2024년 오로라 프로젝트(신차 출시 계획)의 성공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선 모습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이날(31일) 사원총회에서 합의안 찬/반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PBV 등 미래차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기아 역시 전날(30일) 노사 합의안을 끌어내면서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 노조는 다음달 2일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교섭 주기를 다년제로 변경해 올해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한국GM은 지난 25일 진행된 제17차 임단협 교섭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사측이 제시안에는 ▶기본급 4만1000원 ▶성과급 500만원 ▶투명경영 및 신뢰경영 조항 제시 ▶직장 내 성희롱 방지 및 괴롭힘 금지 신설안 제시 ▶건강진단 종합검진 2년 주기 제시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10% 할인 프로그램 시행 등이 포함됐다.   한국GM 노조 측은 마지막 교섭 이후 “추석 전 타결을 원한다면 진전된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조합원 등에 공유된 선전물을 통해서는 “때를 놓치면 남는 것은 아쉬움과 노사 간 돌이키기 힘든 타격이 될 것”이라며 “임금 및 미래 제시안 없으면 끝장 투쟁도 각오한다”고 사측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   8년 적자 끊어야 미래 보인다     한국GM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파업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 이미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한국GM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이 올해 파업에 나설 경우 사측의 경영정상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의 올해 목표는 손익분기점 도달이다. 재무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미래차 배정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한국GM 노조 등은 인천 부평공장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재무 개선은 한국GM이 줄곧 강조해온 부분 중 하나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사업장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위해 “재무적 관점에서 실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GM이 올해 손익분기점 도달을 기대하는 이유는 2018년 배정 받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전체 실적의 80% 정도인 한국GM의 핵심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올해 들어 7월까지 7만6360대가 수출됐다. 이는 현대차 코나와 아반떼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GM은 유럽, 호주 등은 물론이고 군산공장을 통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사업장에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보여줬다”며 “업계 분위기상 파업 가능성은 작다고 보인다. 결국 합의안을 찾겠지만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한국GM 파업 가능성 노사 갈등 노조 리스크 전기차 한국지엠 투쟁 파업 무분규 상생

2022-08-31

美 인플레 감축법 악재에도 외국인은 ‘현대차’ 담았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가 8주 연속 현대차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영향으로 현대차 주가가 하락했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이면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한 주간 61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현대차를 9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완료된 제품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IRA 법안은 현대차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최종적으로 서명한 16일 당일엔 주가가 3.8% 떨어진 것도 그런 이유다. 서명 이후 29일까지 주가는 4.5% 하락했다. 29일 현대차는 전날보다 2.58% 떨어진 18만8500원에 마감했다.      주가 하락에도 증권가에선 현대차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 강세로 호실적이 예상돼서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상승 중이다. 29일 장중 1349원까지 치솟으면서 4거래일 만에 연고점을 다시 찍었다. 실제로 고환율 효과로 실적이 개선됐다.     현대차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35조9999억원, 영업이익은 15% 늘어난 2조9798억원을 기록했다. 단가가 높은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고급 세단 등의 판매가 늘었고 달러 강세로 마진율이 오른 덕이다. 상반기로 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액 66조2985억원, 영업이익은 4조908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14.9%, 영업이익은 38.6% 늘어났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로 인한 우호적인 환율과 SUV 판매 증가로 호실적을 냈다”면서 “현대차의 수요는 여전하며 생산량이 늘면서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RA과 관련한 주가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조금 대상 제외로 인한 우려가 현재 주가에 단기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는 보조금 대상 제외 소식은 부정적 상황을 온전히 반영된 상황”이라면서 “2024년 출시 예정인 차량과 미국 공장 가동으로 IRA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현대차 외국인 전기차 시장점유율 인플레이션 감축법 호실적 가능성

2022-08-29

11% 하락한 카뱅, 당분간 주가 전망 ‘흐림’ [이번주 株인공]

    지난주(8월 16~19일) 코스피는 전주(2527.94)보다 35.25포인트(1.39%) 내린 2492.69로 마감했다. 한 주 동안 개인은 4253억원, 외국인은 4304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8621억원 순매도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주(8월 22~16일) 코스피는 2450~25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카카오뱅크다. ‘카톡 송금 논란’과 3대 주주인 국민은행 블록딜 소식이 겹치면서 이틀 동안에만 10% 넘게 떨어졌다.    19일 카카오뱅크는 전날보다 8.17%(2550원) 하락한 2만8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이후 장중 52주 신저가(2만7150원)까지 밀렸다. 공모가(3만9000원)보다 30% 넘게 빠졌다.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3만원대를 밑돈 건 지난 7월 27일 이후 약 3주 만이다.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엔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법(전금법) 개정안에 선불충전 기반의 간편 송금을 금지하는 방안을 담았다는 소식이 영향이 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톡에서 송금·이체할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가 금지될 수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간편송금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주가는 이틀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카톡 송금 논란’에 더해 3대 주주인 국민은행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소식이 겹치면서 주가 하락 폭을 더 키웠다. 19일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국민은행이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주식 1480만주에 대해 전날 종가에서 8% 할인된 2만8704원에 블록딜을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주식 3809만7959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8%로 국민은행은 카카오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이어 3대 주주다.     블록딜은 대주주나 기관들이 다른 주체에게 대량의 지분을 장 이외 시간에 매각하는 것이다. 장중에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장 이외 시간에 매매에 나선다. 할인율이 적용돼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의 물량이 대량으로 풀려 주가에 악재다.       ━   2분기 실적 부진에 목표주가 줄줄이 내려       두 악재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도 시정 예상치를 30% 넘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2분기 당기순이익은 570억원,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7%, 6.8% 감소했다. 앞서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가 2분기에 영업이익 1080억원, 당기순이익 7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뱅크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아쉬운 실적에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하이투자증권(6만원→4만2000원), KB증권(3만8000원→3만6000원), 한화투자증권(4만7000원→3만원)은 목표 주가를 내렸고 DB금융투자는 목표 주가 2만4600원을 유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예상보다 인건비와 전산비가 증가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면서 “금산분리 완화로 신규 사업 영향이 확장된다면 주가 매력도가 있겠지만, 아직 예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등을 위해선 뚜렷한 대출 증가나 플랫폼 수익이 중요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주보다 높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받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은행주보다는 성장주, 금융 플랫폼 관련주로서의 정체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면서 “2분기 실적에선 차별화된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카카오뱅크 주가 카카오뱅크 목표 카카오뱅크 주식 카카오뱅크 가능성

2022-08-22

직원 개개인의 가능성을 보고 장기 투자하라 [유웅환 반도체 열전]

    실리콘밸리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은 개인역량 계발계획(IDP: individual development plan)이라는 걸 설정한다. 연초에 매니저와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매니저가 관리, 점검, 그리고 평가한다. 여기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일년치 프로젝트를 망칠 수도 있다. 이 때 크게 세 가지 사항을 생각해 보면 좋다.     첫 번째, 개인의 자질이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적합한 사람인지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나의 객관적인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때 업무 달성 확률이 높아진다. 두 번째, 개인의 열정이다. 그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수록 업무 효율성 및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다. 세 번째, 회사 조직이다. 회사가 누군가를 뽑았다면 그가 회사를 위해서 어떠한 일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자질·열정·조직의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최상의 업무를 찾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좋은 업무 계획이란 내가 잘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고, 회사가 원하는 일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필자와 같은 부서에 ‘마리오’라는 측정 기술자가 있었다. 10여년 간 측정을 전담해온 그는 단순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일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필자는 앞선 기준에 맞춰 마리오와 함께 수 차례의 면담을 통해 IDP 초안을 완성했다. 이후에는 분기별로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IDP 세부사항을 재설정했다. 그의 개인역량 계발을 지속적으로 코칭했다. 필자가 새로운 직장에 가게 되면서 못 보게 되었는데, 수년이 지나 한 저명한 학회에서 재회하게 됐다.     그가 직접 본인의 논문을 발표하러 온 것이다. 그와 같이 전문대를 졸업한 기술자가 박사급 인력들과 기술 토론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괄목상대(刮目相對)였다. 그가 성장한 모습에서 IDP의 성과를 봄은 물론 매니저로서의 보람에 뿌듯했다.   이때 목표 설정은 현실과 이상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과제 및 프로젝트 설정 자체는 늘 매니저와의 상의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치에는 문제가 없지만 개인적인 관심이 덜한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라면, 추후 매니저에게 자신의 관심사에 가까운 일을 할당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관심은 많지만 현재 능력치에서 수행하기 힘든 과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는 일련의 교육 과정을 요구해볼 수도 있다. 자기 계발 계획의 성공적인 완수는 회사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지만, 그 출발점에는 항시 개인의 성장이라는 동기와 의지가 결부되어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알면 회사를 도울 수 있고, 나 자신이 성장하면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   물론 계획을 세웠다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업무는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예상보다 일이 늦어지거나, 역량 미달로 과제 수행이 어렵거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그 외에 건강, 육아, 결혼 등 개인 신상의 변화로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서 진땀을 빼느니 즉각 멘토에게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상책이다.   멘토는 수직적? 수평적인 멘토도 필요해 보통 직장 내에서 멘토라는 건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에서 동시에 만들어진다. 전자는 직장 내 동료들 사이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바탕으로 업무상에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이다. 후자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경영 시스템 속에서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그 팀의 구성원들은 두 종류의 매니저와 함께 일한다. 우선 팀의 구성원들은 실무상에서 프로젝트 리더의 도움을 받는다. 이처럼 구성원과 리더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수평경영’이라고 한다. 한편 인사상의 여러 문제들에 있어서 팀원들은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피플 매니저로부터 관리를 받는다. 이러한 매니저는 회사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 계획, 레벨 세팅, 과제 점검, 수행 평가, 그리고 승진 등과 같은 전 영역에 대해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와 같이 상하 관계 속에서 위계를 갖는 조직 문화를 ‘수직경영’이라고 한다.   좋은 조직이란 멘토들이 수평적으로도 많고 수직적으로도 많은 곳이다. 이러한 조직은 수평 경영의 장점과 수직 경영의 장점을 잘 응용해 매트릭스 구조와 같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란 수직 경영에서 발생하는 상하명령 중심의 관료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직원 개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서 돕는 구조를 말한다.     유연한 조직일수록 직원들이 비빌 언덕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주변의 동료·선배·상사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어 회사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쉬이 줄일 수 있고, 또한 스스로 비전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 중 하나인 브로드컴에는 유명한 매니저 한 명이 있었다. 한 번은 그가 아끼는 직원 중 하나가 집에서 사무실까지 통근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해당 직원의 집으로 찾아가 재택근무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 설치해주었다고 한다.     새로 들어온 엔지니어가 처리한 데이터를 1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자신이 처리한 데이터와 비교 대조해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이 전설적인 매니저의 일화는 멘토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배려와 신뢰라는 걸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장 생활의 만족도는 연봉과 같은 수치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회사에서 느끼는 자부심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단기적으로는 좋은 연봉과 높은 직급이 나의 가치를 높여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직원 스스로가 자신의 직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그 스스로가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직업에서의 소명의식을 갖지 못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잠재력이 어떤 순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는 직원 개개인의 가능성을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곳이며 멘토들은 모두 그러한 성장을 견인하는 수레바퀴와도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동료가 인정해주는 곳, 그곳이 좋은 회사다.     ※ 필자는 27년 경력의 반도체 열사(烈士)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를 지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스카웃돼 최연소 상무로 재직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SKT 부사장(ESG그룹장) 등을 거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정책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반도체 분야 90여 편의 국제 논문과 Prentice Hall과 고속반도체 설계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다.    유웅환 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개개인 가능성 개인역량 계발계획 실리콘밸리 회사들 업무 수행 1649호(20220822)

2022-08-21

미국 고용지표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일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랜 만에 웃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5%오르는데 그쳤다. 6월 상승폭 9.1%를 밑돌아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물가 상승률 낮아진 데에는 유가 인하 덕이 컸다.     그뿐인가? 7월 고용 지표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어 경기 침체 우려까지 누그러졌다. 고용지표를 보면 9월 기준금리(자이언트스텝(0.75bp))를 큰 폭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를 보면 빅스텝(0.5bp)로도 족하다. 물가, 고용 숫자로만 보면 경기 침체를 벗어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은 침체와 안도가 공존하는 모습이 정확하다고 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빅테크에서 시작한 감원과 채용 자제가 다양한 업종으로까지 확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경영환경 악화 가능성에 따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고용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니라 뜨겁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풀리면서 각종 업종들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했다. 코로나 이전의 활황을 누려보려는데, 어떤 회사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기계를 놀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확실히 엔데믹 초기로 돌아가 보면 경기회복의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기를 거부했었다.     누군가는 이를 대량퇴직(the Great Regression) 시대라고 했다. 저마다 복귀하지 않는 사연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바이러스를 우려하며 복귀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실업급여나 지원금의 혜택을 즐길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 여가의 조화를 꿈꾼다. 삶의 질이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에게 퇴사는 자유, 해방, 새로운 시작이다. 불안이나 백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거의 무시할 정도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근로자 우위인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지난 7월 실업률은 3.5%였다.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3월과 동일한 수치로 완전 고용수준이라 하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용의 깊은 골이 발생했으나 2년여 만에 고용수준을 회복했다.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다. 미국 전체 고용시장을 볼 때 대기업 인력 감축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추정치인 25만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7월 실업률은 6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   미국만 좋은 고용상황 지속가능하지 않아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미국 실업 수당 청구건수가 늘어 경기 침체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고 구인 건수가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미국 정계의 시각이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고용상황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7월 고용보고서를 근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비상상태(2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라는 말을 불식시켰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고용상태가 지나치게 좋아 경기비관론자들은 당황했다.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 받는 한국경제는 그 덕에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랐다. 금리가 올라가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고용시장만 보면 경기침체는 당분간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가 정점이 지난 것은 맞는 것 같은 데 아직은 높아 두고 볼 일이다. 경제 지표의 변화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2분기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 보다 좋았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지났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옳았다. 그는 8월 4일 주주총회에서 향후 18개월간 완만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영에 있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6월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느낌(super bad feeling)이 든다고 트윗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시장의 어려움은 회복하는데 75개월이나 걸렸다. 2002년 닷컴 버블, 1990-1991년 저축대부 조합의 연쇄적 도산과 걸프 전쟁 발발도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지금 보다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미국 노동 시장 전체를 말한다면 근로자 우위이다. 왜일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원을 해고했던 업종들이 최근 수요 회복을 맞아 고용 인원을 늘린 결과다. 7월 기준 미국의 레저·접객업에서는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 등은 신규 채용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일손이 달려 고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선 고용난이 완화됐지만, 고용시장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더 많은 상태다. 미국 경제계 전반에 확산하는 경기침체 조짐은 GDP로 확인되었다.     다만 고용시장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 신기하다.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금리 인상 수준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업도 구인공고를 내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있는데 고용지표가 좋다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이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의 고용시장은 2달 연속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높은 상황을 감안하여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중국의 큰 손 때문에 더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큰 조정을 받고 폭락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만 보고 세계 경제가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니 달러만 웃고 다른 나라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해있다. 전 세계가 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며 제대로 된 글로벌 거버넌스를 생각해 본다. 세계화의 공은 G2의 패권경쟁 속에 묻혀져 가고, 팬데믹으로 상처받은 각 나라 고용상황은 미국과 달리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신흥국의 어려움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연준의 입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미국 고용지표 고용시장 상황 경기침체 가능성 전체 고용시장 1648호(20220815)

2022-08-13

가계 부채가 불러온 장기 침체 그림자 [최배근 이게 경제다]

      전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이른바 S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 진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최근 경기침체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사실상 많은 국가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사람들에게 경기침체는 소득 후퇴가 가장 구체적 신호일 것이다. 그리고 대개 소득 후퇴는 고용 상황의 악화와 관련이 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반영하는 지표가 GDP이다 보니 기술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이 진행될 때 경기침체 국면이라고 말하곤 한다. 성장률이 한 나라의 평균적인 소득 변화율을 의미하기에 마이너스(-) 성장률 자체는 한 나라 전체의 평균적 소득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리고 (공급 측면에서) GDP는 단기적으로 고용 규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GDP의 감소는 고용 규모의 감소, 즉 실업의 증가를 의미한다.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이 (미국 경제가 전기대비 기준으로 1분기에 –0.4%에 이어 2분기에도 –0.2%를 기록했음에도)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 배경도 일자리 창출이 지속하고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연준 의장인 파월 역시 (여러 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는 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한 가계는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고, 많은 기업 역시 매출 증가율 둔화 및 순이익 감소 그리고 그에 따라 고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많은 경제주체는 경기침체를 이미 실감하고 있다.     게다가 고용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물론, (6월에 3.6%를 기록한) 미국의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그러나 얼마나 일자리를 갖고 있냐를 나타내는 고용률을 보면 6월에 59.4%로 팬더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60.1%를 기록한) 3월 이후부터 꺾이고 있다. 물론, 고령화나 인구 증가 요인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노동력(25~54세) 고용률 역시 전체 고용률과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게다가 미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경영자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 상태이거나 침체 직전에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는 침체 혹은 침체로 진입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일부에서는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한 금리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 경기침체 압박이 증가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도 인플레이션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현실화하기 어렵다. 이전 칼럼에서 ‘이지 머니 시대의 종언(the end of an easy money era)’을 말한 이유이다.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 이전까지 금융완화에 의한 경기와 자산시장 부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둔화한 성장률이 더 둔화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이는 저성장 혹은 무성장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   부동산 매개로 한 한국 사회의 자산 집중과 불평등...시대 말기적 모습과 유사     문제는 한국 경제이다. 한국 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미국 경제보다 더 악성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곡물 수입 그리고 중국이라는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무역적자가 구조화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할 점은 가계부채와 자영업부채다. 가계부채로 금융위기와 (그 연장선인) 유로존위기를 겪은 국가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을 동원하여 가계부채를 관리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자영업부채가 폭증하였다. 가계부채는 팬데믹 직전 GDP 대비 95%에서 지난해 말까지 106.6%로 증가했고, 자영업부채는 팬데믹 직전 GDP 대비 35.6%에서 올해 1분기에는 45.8%까지 증가하였다.     가계부채 및 자영업부채와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그런데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택구입부담과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 수요가 억압되고 가처분소득의 감소 및 담보가치의 하락으로 가계소비 둔화 및 부채 축소(와 그에 따른 주택 매물) 압력이 증가하면서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주택 수요 감소와 공급 증대 압력으로 작용하며 다시 주택거래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혹은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Sheet Recession)’의 초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채 디플레이션이나 대차대조표 침체는 용어 자체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나 90년대 일본의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뿌리를 두고 있듯이 한번 진행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산시장의 붕괴는 한국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2019년 말 대비 지난해 말까지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약 96조원이 증가한 반면, 가계의 순자산은 2291조원, 즉 소득의 24배가 증가하였다. (불평등을 결정하는 요소가 소득에서 자산으로 이동한 사실에 초점을 맞춘) 피커티계수(=자산/소득)를 보면 한국이 어느 주요국보다 높다. 2021년 한국의 (순자산/순소득) 배율은 11.9배로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5.8배를 크게 앞서고 있다. 자산 중심의 경제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의 힘이 경제력을 결정하고, 경제력은 자녀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고, 교육 수준은 다시 국가의 공적 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와 정치력 및 경제력 축적 기회를 증대시킨다. (금수저-흙수저의 존재가 오래 전 우리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듯이) 자산이 신분 대물림의 원천이 되었다. 사회의 계층 사다리는 사라지고, 사회자원들은 혁신을 통한 소득 창출보다 자산 축적 활동에 배분된다. 출산률이 떨어지고 수축사회로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구매력을 반영해 측정한 성인 1인당 (자산/소득) 배율은 2020년 기준 한국이 8.4배로 미국 5.3배나 독일 5.1배, 일본 6.2배 등보다 높다.     자산 집중과 불평등은 시대 말기의 대표적 징후이다. 예를 들어, 전통 사회에서 왕조 말기에 토지 집중과 귀족의 권력 강화는 국가 세수 감소와 국가 권력 약화, 그리고 생산자 농민의 궁핍화 및 예속민으로의 전락으로 이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토지개혁을 명분으로 한 혁명과 왕조 교체는 역사적 공식이었다. (기독교 사상에 기초한) 서양 사회에서 (채무 면제와 노예 해방, 즉 빚에 의해 사람이 지배되지 않는 장치로서 의미를 갖는) ‘희년(禧年)’을 설정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산 축적의 메커니즘은 수많은 개인을 채무노예로 전락시키고, 사회의 역동성은 약화하기 때문이다. 구질서에서 신질서로의 이행과정에서 역사는 자산 불평등의 비극적 경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을 매개로 한 한국 사회의 가계부채와 자영업부채는 시대 말기적 모습과 유사하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의 연착륙, 그리고 자산 축적에 기반한 한국 경제를 혁신에 기반한 경제로 바꾸지 않는 한 (S공포가 끝나기 전에 밀려오는 D공포의 결합이 만들어낼) 장기침체는 불가피하다. 재앙을 막을 시간이 별로 없다.     *필자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현재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튜브 채널 ‘최배근TV’를 비롯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이며, 한겨레21, 경향신문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이게 경제다] 등이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능성 최배근 최근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매출 증가율 1647호(20220808)

2022-08-06

후판 가격 인하 기대감…조선업계, 실적 개선 ‘속도’

      국내 조선‧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하고 있는 가운데, 후판 가격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이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연일 하락하면서 후판 가격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양호한 수주 실적에도 원자재 폭등 여파 등의 악재로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업계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등에선 “국내 조선업계 중 일부 회사들이 하반기에 흑자 전환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은 t당 113.30달러로, 연초보다 7.8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1일 가격(t당 96.40달러)보단 다소 오른 상태지만, 연초 가격 흐름과 비교하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전날 기준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은 t당 188.00달러로 연초 가격과 비교해 47.72% 내렸다.     폭등해온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조선‧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에 합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조선‧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흐름 등을 감안하면 후판 가격 인하 예상이 많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현재까지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가격 동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가격 인하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   조선업계, ‘적자 늪’ 빠져나올까     그간 국내 조선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갔다. 대규모 수주 성과에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이 오르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성도 결정되는 구조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4조1886억원, 영업손실 265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2분기 매출액은 선박 건조 물량 증가로 1분기보다 7.2% 증가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4262억원, 영업손실 255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2분기에도 적자 탈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후판 가격이 인하되면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회사들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현대중공업의 하반기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흑자 전환 이유에 대해 “수익성이 좋은 선박 건조 비중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현재 현물 가격을 감안하면 하반기 후판 가격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조선업계 기대감 국내 조선업계 하반기 후판 인하 가능성

2022-08-03

빗썸 최대주주 비덴트 “FTX와 인수 협의는 사실”…주가 급등

    비덴트가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빗썸 인수설에 대해 관련 협의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26일 비덴트는 공시를 통해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FTX가 한국의 코인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 언론에서도 김앤장 로펌을 통해 협상 마무리 단계라는 소식과 함께 FTX가 제시한 매각가가 4조원대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다만 비덴트는 “이는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재 시점에서 매각 조건이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진 바가 없어 구체적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다”라며 “본건과 관련해 1개월 이내 또는 추후 처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덴트는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로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이자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의 지분도 34.22% 보유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로 버킷스튜디오와 인바이오젠, 비덴트는 소위 빗썸 테마주로 알려져 있다.   실제 FTX의빗썸 인수설은 비덴트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25일 비덴트 주가는 전 거래일(22일) 대비 2730원 올라 상한가를 기록하고 1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6일에도 전일보다 7.56%(900원) 오른 1만2800원으로 종가를 형성해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최대주주 가능성 최대주주 비덴트 비덴트 주가 가능성 검토

2022-07-26

외환위기가 소환되는 이유 [최배근 이게 경제다]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외환위기가 소환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무역수지 적자가 상반기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외환위기의 표면적 원인이었던 외환보유액의 빠른 감소! 등이 그것이다.     외환위기 가능성을 진단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정리를 하자. 먼저 현재 경제 문제의 출발점인 인플레이션은 (지난 칼럼에서 70년대 인플레와 다르다는 얘기는 했고) 지금 비교되는 외환위기 당시의 인플레와는 다르다. 주지하듯이 현재의 인플레는 팬데믹에 이은 전쟁으로 인한 이른바 ‘생태계 충격형 인플레’이다. 반면, 외환위기 당시 인플레는 외환위기로 최고 두 배 넘게 치솟았던 환율 급등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인플레는 한국과 동남아 일부 국가만의 현상이었다. 대만은 안정적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싱가포르는 98년 하반기부터 1년 가까이 디플레를 보였다. 현재의 인플레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세계적 현상이다.     둘째, 무역수지 적자는 외환위기 이전 만성적 현상이었고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 외환위기 직전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하며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 감소를 주도하였고, 이를 해외에서 유입된 달러 등 외화로 메웠다. 그러다가 97년 여름 태국발 금융위기가 확산하며 국내 유입된 외화자금이 갑작스럽게 유출되며 달러 유동성 위기가 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무역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겪는 일이고, 그 규모가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다 보니 외환위기를 소환하고 있다.     현재의 무역적자는 인플레 원인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현재의 무역적자는 인플레(와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 및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와 석유 및 원자재 수입액의 증가, 그리고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 및 러시아에 대한 무역적자 악화 등에서 비롯한다. 금융위기 이후 약 25%를 차지하였던 중국 수출이 최근 5~6월에는 22%로 줄어들었고, 무역수지도 최근 적자로 전환하였다. 그런데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는 내년에 더 후퇴하고, 고유가도 지속하거나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고, 최근 무역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대러 무역적자의 구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 후퇴 가능성 커져   사실 이 모든 요인이 (가치동맹에 기반한) 바이든식 패권 추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어떤 국가든 국제 규범 위반하고 질서 존중 안 하면 규탄하고 연대해서 제재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패권주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나토 참석과 탈중국 선언이 외국인 투자자 등 국제사회의 눈에는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외환위기의 대표적 징후 중 하나가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변동성이다.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약 19.9조원 이상이 유출되었고, 한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미국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도 6월부터 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되었다. 자금 유출은 상반기에만 약 10%에 달하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상반기라 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률과 일치한다. 앞에서 언급한 생태계 충격형 인플레의 근본 원인인 패권 충돌의 산물이다.     환율 상승률은 1년 기준으로 하면 약 15%에 달한다. 환율 변동성이 10% 이상일 경우 외환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높은 환율 상승률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다른 나라에 비해 인플레를 더 악화시킨다. 그리고 달러 강세와 더불어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외환보유액 감소는 대외 투자자에 대한 상환 능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외환보유액 대비 외국인이 보유한 국고채 비중은 지난해 연말의 31%에서 상반기에 약 40%까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상환 능력의 약화는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의 악순환을 만들면서 내국인까지 달러 사재기로 번지고 있다. 4000억 달러대의 외환보유를 갖고 있음에도 환율 변동성이 큰 이유는 GDP 대비 비중으로 아직도 낮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5% 안팎에 불과했던 비중을 끌어올렸지만 2010년대 이래 약 25%에 불과하다. 반면 국가채무 비율이 150%에 육박하지만 90년대 이래 국가신용등급이 트리플A(AAA)를 유지하는 싱가포르는 10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인플레로 인한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금리 상승과 대출이자 비용 증가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및 자산가격 하락 등과 더불어 가계,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생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의 도산과 대규모 실직 사태 발생 후 생계 위기와 심지어 가정 해체 등에 내몰린 가계 상황에 비교될 정도가 아니라도 서민 가계의 위기가 시작되고 있고, 향후 물가의 고공행진 속 경기침체로 인해 가계 위기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수출 증가율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환경이 나빠지는 가운데 내수 약화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는 이유이다.     ━   경제주체 심리 반전 못시키는 정부가 더 문제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빠르게 나빠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위기에 내몰리는 가계에 대한 지원보다는 대기업 및 부자 챙기기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외환거래 사전신고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고,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내국인 부자들에게 달러 유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상황에서 나올 대책인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외환위기 직전 김영삼 정부에서 외환제도의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추진한 외환거래 자유화는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다. 불안한 국민에게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것은 정부인 것이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분열된 사회는 외국 투기자본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블룸버그가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큰 신흥국 50개국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한국이 포함되었다.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경제 규모 세계 10위, 무역 규모 7위(사실상 5위)인 한국이 어떻게 베트남, 카타르, 카자흐스탄, 심지어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가나, 파키스탄 등 부채 리스크와 부채 위기가 현실화하는 국가군의 하나로 분류될 수 있는가?   * 필자는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다. 현재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튜브 채널 ‘최배근TV’를 비롯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이며, 한겨레21, 경향신문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이게 경제다] 등이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중국 외환위기 외환위기 가능성 외환위기 직전 외환위기 이후 1644호(20220718)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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