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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에 경제대란 … 세계 공존의 길은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물가가 날개를 달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와 실업률 같은 경제 지표가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 특히 생활물가는 각국 지도자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막강한 강대국의 지도자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의 1992년 선거구호가 21세기에 가장 절실한 정치 모토가 되고 있다.     글로벌 물가 상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식료품부터 기름까지 거의 모든 생활필수품 가격이 높이뛰기 경주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생긴 글로벌 수요 급증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곡물 교역 동맥경화, 거기에 중국 대도시에서 잇따르는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까지 겹쳤다.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작동한 '퍼펙트 스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몇 가지 데이터를 살펴보자. 핵심은 기름값이다. 전 세계 196개 국가에서 나오는 2000만 종의 경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6월 15일을 기준으로 평균 원유 가격은 배럴당 118.370달러로 1년 전보다 64.60%가 올랐다. 천연가스는 MMBtu당 7.4470달러로 1년 새 124.95%가 뛰었다. 인상 폭이 원유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소비자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가솔린 값은 갤런 당 3.95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16%가 뛰었다. 주유소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나는 상황이다. 어느 나라든 집권 세력 지도자는 간담이 서늘해 질 수밖에 없다.     난방유는 갤런당 4.4121달러로 한 해 전보다 108.32%가 인상됐다. 석유와 가스가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어지자 그동안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흉으로 지목돼 조만간 생산·소비가 종말에 올 것으로 예상했던 석탄이 주목받고 있다. 석탄은 톤당 383.00달러로 1년 새 206.40달러가 올랐다.     농산물 가격도 천정부지다. 밀은 부셸(36.36872리터)당 10.4750달러로 1년 새 58.02%가 올랐으며, 쌀은 33.62%, 귀리는 75.68%, 콩은 16.98%, 옥수수는 13.60%, 감자는 10.87%가 각각 뛰었다. 야자유는 톤당 5657.00말레이시아링깃으로 66.19%가 올랐다. 지난 1년 새 해바라기유는 51.52%가, 채종유는 51.98%, 버터는 78.18%가 각각 인상됐다. 우유는 40.70%, 오렌지 주스는 52.66%, 커피는 46.20%, 캐놀라는 33.37%가 각각 올랐다.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린 농산물은 목재(-46.73%)와 기호품인 차(茶·-15.36%)·코코아(-1.58%) 정도다. 농산물 중 산업 원료인 고무(3.43%)와 양모(3.23%)로 보합세다.     특히 쌀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본 곡물인 밀은 15일 부셸당 10.520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7.5800달러로 시작해 평균 종가가 9.9253달러에 이른다. 올해 최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 24일) 12일째인 3월 7일에 기록한 12.9400달러였다. 최저가는 1월 14일의 7.4150달러였다. 올해만 따져도 최저와 최저 가격이 1.75배 차이다.       ━   세계 각국, 국가 경제 성적표가 정권 흔들어   집단으로 상승하는 물가 때문에 각국 정부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 성적표도 좋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10대 경제 대국의 인플레율을 살펴보면 영국(9.0%)·미국(8.60%)·독일(7.90%)·인도·(7.04%)·이탈리아(6.90%)·캐나다(6.80%)·프랑스(5.20%)·한국(5.40%)·일본(2.50%)·중국(2.10%)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평균은 8.10%였다.     실업률은 이탈리아(8.40)·인도(7.80%)·프랑스(7.30%)·캐나다(6.80%)·중국(6.10%)·캐나다(5.10%)·독일(5.00%)·미국(3.60%)·한국(2.80%)·일본(2.50%)의 순이었다. 유로존 평균은 6.80%로 나타났다.     경제 성적이 낮은 정치 지도자는 가차 없이 여론의 심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정치적인 불투명성과 혼란 속에 정쟁이 가열하는 나라를 보면 경제 성적표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2020·2021년 벌어졌다가 올해 1월 말 드러난 파티 게이트로 집권 보수당에서 불신임투표에 회부됐다.     6월 6일 진행된 투표에서 소속 의원 59%의 지지로 간신히 자리를 지켰지만, 당내 불신임 투표까지 간 배경에는 이처럼 저조한 경제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좋아 집권당과 총리의 인기가 높고 정치적 기반이 탄탄 했다면 아무리 도덕주의자로 이뤄진 정당이라도 파티 게이트를 이유로 총리 불신임투표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성적이 그나마 주요국에서 중간을 유지한 프랑스에선 현직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프랑스에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다. 4월 10일의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4월 24일 결선투표에서 58.54%의 지지율로 당선했다. 마크롱은 6월 12일 총선 1차 투표에선 득표율 1위를 하지 못했다. 19일의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순항이 그리 쉽진 않을 전망이다. 높은 실업률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년연장 반대를 외치는 좌파연합을 대거 지원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은 문제가 심각하다. 11월 8일 연방하원의원 전체와 연방상원의원 3분의 1, 상당수 주지사를 새로 뽑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도 경제성적표가 정치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율 8.60%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 같이 인상된 금액으로 교체되는 주유소 기름값 표지판은 유권자를 놀라게 하면서 동시에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월 24일 36%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부지지율이 59%에 이르렀다. 6월 14일에는 지지율이 39%, 부지지율이 56%로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원 중에서는 지지율이 74%, 부지지율이 23%였으나, 공화당원들은 부지지율이 88%에 이르렀으며 불과 11%만 지지했다. 백인은 62%가 부지지, 35%가 지지를 나타냈으며, 비백인은 지지가 45%, 부지지가 44%로 나타났다.       ━   바이든 정권, 지지율 저조로 중간 선거 고심   여론조사 전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지난 3일로 취임 500일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0.8%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같은 시기 기록인 41.6%보다도 낮다. 1977년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대통령 이후 최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의 6월 14일 조사 결과, 바이든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39.5%, 부지지하는 비율은 53.9%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이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1910년 이후 지난 2018년까지 108년 동안 28차례 치른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상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단 7차례밖에 없다. 우드로 윌슨의 첫 집권 때인 1914년(50→53석),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첫 집권 때인 1934년(60→69석), 존 F 케네디의 1962년(64→68석), 린든 존슨의 1966년(67→64석), 리처드 닉슨의 1970년(43→45석), 조지 W 부시의 2002년(49→51석)과 트럼프의 2018년 중간선거가 여기에 들어간다.     2016년 대선과 연방의회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던 트럼프의 공화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에서 기존보다 3석을 더 차지해 54석을 확보했지만, 하원에선 241석에서 35석을 잃고 206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과반을 상실했다.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양분하는 형국이 됐다.   미국인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순위의 최상위에 늘 올리는 로널드 레이건도 1982년 첫 중간선거에선 기존 연방상원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1986년 두 번째 중간선거에선 53석에서 45석으로 8석이나 줄어들면서 과반도 잃었다.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다는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임기 중 여섯 차례의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이 줄었다.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늘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루스벨트는 임기 중 소속 정당인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의석은 줄었어도 과반은 차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루스벨트 외에 임기 중 소속 정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대통령은 단선으로 끝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지미 카터, 그리고 공화당의 워렌 하딩, 캘빈 쿨리지 정도다. 소속 정당의 의회 장악이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 국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에 힘을 실어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처럼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에게 유쾌한 결과를 안겨주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처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지지율이 가라앉는 경우는 흔치 않다. 비교적 낮은 실업률(3.60%)을 앞세워 경제성과를 내세워보려고 하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   코로나19 충격에 약소국들 경제 기반 무너져   그래도 이는 그나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이 튼튼한 10개 국가의 이야기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는 국가들의 국민은 더욱 큰 고통을 견뎌야 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에 식량 부족이 겹친 거대한 경제 쓰나미가 몰려온 것이나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생력을 잃어가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스리랑카는 6월 14일 공무원들이 집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가축을 키워 먹을 것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월~목의 주 4일제 근무를 하도록 했다고 BBC방송이 6월 15일 보도했다. 필수 부문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앞으로 석 달 동안 임금 삭감 없이 매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인구 2200만 명의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 2022년 명목 금액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이 3699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48위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끊기는 등 어려움 속에 외화가 바닥이 나면서 국가 부도 직전의 상황에 부닥쳤다. 이 나라는 지난달 18일 이후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상태가 됐다.     파키스탄에선 펜데믹으로 인한 경제난으로 외화 보유고가 바닥이 나면서 국민이 하루 한두 잔씩 즐기던 국민 음료인 차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처지가 됐다고 BBC방송이 15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고는 지난 2월 160억 달러에서 6월 첫째 주 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BBC는 두 달 치 수입액을 간신히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연간 6억 달러 정도의 차를 수입하는데 외화 부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BBC의 지적이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4200만 명이나 되는 큰 나라지만 경제는 1인당 GDP가 1562달러로 전 세계 214개 국가·자치지역 중 178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의 경고는 울림이 크다. 유엔은 6월 9일 발간한 글로벌 위기 대응 보고서에서 올해 94개국에서 16억 명이 먹고 사는 데 위협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차 수입 정도가 아니라 당장 매일 끓여 먹을 곡물을 수입할 돈이 없는 나라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기상재해에 분쟁과 정변, 그리고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인도주의적인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싱크탱크인 평화기금회가 취약국가(Fragile States)로 지정한 남수단·소말리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예멘·수단·시리아·콩고민주공화국(DRC)·차드·아프가니스탄·이라크·아이티·기니·나이지리아·짐바브웨·에티오피아 등은 식수·식량·주건·보건의료·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가는 지금 글로벌 사회는 가난한 나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인사이트 채인택 글로벌 경제 글로벌 물가 글로벌 공급망 경제대란 세계 각국 경제 지표 1640호(20220620)

2022-06-18

글로벌 공급 불안정 지속에…한은 “건설경기 회복 더딜 것” [체크리포트]

    견설경기 악화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재 가격 급등, 공급 불안정 등 공급 측면의 제약들이 쉽게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건설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건설경기가 2018년 이후 조정기를 거쳐 지난해 하반기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올해 다시 주춤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건설경기 수요가 최근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 가격 급등 및 공급 불안정 ▶외국인 및 숙련인력 부족 ▶건설현장 환경 변화 등 공급 측면의 여러 요인들이 건설경기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뛰면서 건설공사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져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신규 분양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공사의 상당수가 과거 원가부담이 낮은 시기(2019년~2021년초)에 수주‧착공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건설자재 가격 급등은 건설공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건설투자 증가율은 추세적 증가율(2005년 1분기∼2022년 1분기 0.8%)보다 2.0%포인트 낮았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요인과 건설부문 국내 공급 요인(인력·환경 등 포함)이 각각 2.0%포인트와 2.3%포인트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한은은 “건설경기가 한번 확장 국면으로 돌아설 경우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계획에 따라 건설경기가 확장기에 진입했다”고 내다봤다. 공급 불안 요인이 점차 완화될 경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건설경기는 공급제약 요인들이 점차 완화되면서 개선세를 나타내겠으나 최근 건설투자의 주된 제약요인 등으로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여 회복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사 이해당사자 간 합리적 분담 체계 마련, 건설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국내 물류망의 안정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건설경기 글로벌 공급망 한국은행 공급 코로나19 우크라이나

2022-06-18

유럽 출장길 나선 삼성·롯데·LG…행선지는 달라도 목적은 미래 먹거리

    재계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글로벌 경영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맞춰 총수를 비롯해 재계 고위 임원진들이 연이어 유럽 출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점검과 함께 인수합병(M&A) 등 사업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   독일, 헝가리 이어 네덜란드로…다음 행선지는 어디?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현재 유럽 출장 중이다. 지난 7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독일, 헝가리를 거쳐 네덜란드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과 함께 출국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11일 독일에서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다. 삼성 경영진들은 독일에서 삼성의 오랜 협력사인 BMW 등 완성차 업체와 만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관련한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로 행선지를 옮겼다. 네덜란드로 건너간 이 부회장은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6년 만이다. 2016년 9월 뤼터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하며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과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뤼터 총리를 만난 이 부회장은 ASML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 부회장은 귀국 전까지 글로벌 경영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       ━   신동빈, CGF 서밋 참석할 듯…현지 기업 협력도 강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신 회장은 약 10일 동안 유럽 주요 국가를 돌며 현지 기업들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글로벌 소비재 행사인 CGF (The Consumer Goods Forum) 글로벌 서밋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CGF는 1953년 설립된 소비재 업계 글로벌 협의체로 아마존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 70여 개국, 400여 개 소비재 제조사, 유통사가 참여한다. 신 회장의 CGF 서밋 참석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신 회장은 행사 참석과 함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 회장은 식·음료 분야와 명품 분야 등 롯데의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는 한편, 바이오 등을 비롯해 신사업 분야에서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도 구축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유럽을 방문했다. 조 사장은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이철배 디자인경영센터장, 이정석 글로벌마케팅센터장, CX(고객경험)담당 임원 등의 경영진과 지난 12일(현지시간)까지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22’에 참석했다.     조 사장이 생활가전과 TV사업을 대표하는 본부장들을 비롯해 고객경험 담당 임원들과 함께 출장길에 오른 것은 조직이나 제품 간 경계를 뛰어넘어 전사 차원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CDX(Cross Device eXperience)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LG전자 임원진은 보쉬지멘스(BSH), 스메그(SMEG), 몰테니앤씨(Molteni&C), 모오이(Moooi), 렉서스(Lexus), 이케아(IKEA) 등 산업의 경계를 두고 않고 다양한 기업의 부스를 찾아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살폈다.     재계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연달아 유럽을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현 상황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공급망 지역이 유럽”이라며 “직접 눈으로 재점검하면서 M&A 등 사업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좋은 곳도 유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총수가 출장을 떠난 삼성과 롯데의 경우 이른 시일 내 M&A가 발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이재용 신동빈 유럽 출장 글로벌 공급망 사업확장 가능성

2022-06-15

무협, 글로벌 최대 선사 머스크와 맞손…中企 긴급 수출운송

    무역협회는 세계 최대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사와 협력해 중소기업의 수출 화물 운송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를 위해 무역협회는 머스크사의 디지털 물류플랫폼 트윌(Twill)과 '중소기업 해상화물 긴급운송 채널 개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혼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 폐쇄 등 공급망 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지난 8일 기준 12주 연속 하락하면서 해운시장 정상화의 신호라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선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협은 머스크와 협력해 미국 서안,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머스크의 주요 300여개 권역에 협회 회원사 전용 선복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무협 회원사가 트윌을 통해 선적 예약을 진행하면 머스크는 이들 화물을 우선 선적하고 도착지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납기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준봉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을 위해 외국적 선사와 협업하는 첫 사례"라며 "최근 수출입 물류 불확실성 및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무역협회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의 선복 지원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수출운송 글로벌 덴마크 머스크사 글로벌 공급망 무협 회원사

2022-04-13

글로벌 공급망 전담 분석기관 출범…“법정기관 지정 추진”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GVC)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 수립을 주도할 전담 기관의 가동을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출범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유정열 KOTRA(코트라) 사장과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주요 업종별 협·단체 임원이 참석했다.   이 센터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 전문기관이다. 그동안 산업부는 대외 변수로 인한 공급망 우려가 커지자, 공급망 전담기관 신설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주요 품목별, 지역·국가별 국내·외 위기 징후를 분석하는 국가적 역량을 키울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는 앞으로 정부부처, 무역관, 업종별 협회 및 주요기업 등으로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공급망 관련 이상징후 발견 시 이를 신속히 전파하고 대응조치를 제언하는 등 국가 조기경보시스템(EWS) 운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및 전략 수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조직은 종합전략실, 산업분석실, 공급망 모니터링실 등 3개 실을 두고, 무역협회, 코트라 전문인력 및 업종별 협·단체 지원 인력 등 약 30명으로 구성된다. 센터장은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연구원장이 맡는다.   산업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센터의 법정기관화도 추진한다. 문승욱 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완화에 만전을 기하고, 소부장법 개정을 통해 센터를 법정 기관으로 지정해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가 정부·민간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법정기관 분석기관 글로벌 공급망 공급망 전담기관 공급망 분석

2022-02-09

내년 세계 통상 3대 이슈는 ‘공급망·기후변화·디지털’

    내년 국제통상은  세계 공급망을 비롯한 기후변화와 디지털 통상 등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022년 글로벌 통상 환경 전망 포럼’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내년 국제 통상 쟁점과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수입규제 전망을 주제로 정부·법조계·학계 관계자가 참여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성범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내년 핵심 이슈로 ‘안보와 공급망의 결합’, ‘기후 변화’, ‘디지털 통상’을 지목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이 도입을 추진 중인 경제안보 관련 법령이 세계공급망을 약화하고 무역전쟁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국내에서 이 같은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먼 레스터 전 케이토연구소(CATO) 부소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공격적인 무역정책 철회에 따른 정치적 위험을 원치 않는다고 봤다. 이에 미국이 기존 통상정책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한국과 같은 국가에 무역과 관련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는 “내년에는 국제교역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별·국가별·업종별 교역 회복 정도가 상이함에 따라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입규제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새로운 통상질서 구축시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다각도의 영향 분석과 총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축사에서 “해외 주요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경제회복과 교역 확대를 위한 협력과제로 무역과 보건을 통한 백신 생산·접근 확대,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교역 확대 촉진,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통상규범 마련, 세계무역기구(WTO) 기능 정상화와 개혁 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이들 4가지 과제 해결을 위해 통상당국이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미국 일본 글로벌 공급망 내년 글로벌 글로벌 교역

2021-12-20

“누웠던 필립스 곡선이 일어서다”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5)]

      저물가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일까. *필립스 곡선이 지개를 펴고 있다.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가 들썩이며 실업률과 물가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5%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6개월째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본 정책 당국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유로지역 소비자들은 1993년 이후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장기화 되면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2022년 1분기가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여러 정황을 보면 2022년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 이슈를 푸는 것이다.     시간을 돌려 보자.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2020년 상반기 국제선 여객기 운항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그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선박의 중국발 항로 쏠림 현상이 가중됐다. 2021년 상반기에는 수에즈 운하 통항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물류대란의 충격은 그렇게 연이어 이어졌고 화물운임, 원자재와 유가, 석탄, LNG 같은 에너지가격은 급등했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촉발된 고운임, 화물공간(선복) 부족, 운송 스케줄 지연으로 수출기업들은 현재까지 수출 화물의 적기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해상운임은 코로나19 이후 급등세를 연출했으며 현재까지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글로벌 물류 차질은 연말에 대규모 상품 소비 시즌이 몰려있는 것을 감안 할 때 더욱 심화될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11월 27일로 예정돼 있으며 크리스마스 특수도 있다. 올 11월 현재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항만 인근 해상 대기 선박 수는 약 150척 내외로 추정된다.       ━   왝플레이션과 국제적 두통거리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작은 수요의 변화가 세계 공급망을 크게 흔드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수요 초과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수요 붕괴를 예상하고 원자재 주문과 생산량을 줄였다가 빠르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지금은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대한민국 뉴스를 도배했다. 국내 화물운송 분담률을 보자. 철도(1.4%), 해상운송(6.0%), 도로운송(92.6%) 순이니 화물차 운행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수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온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의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존 경제 용어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며 왝플레이션(whackflation)’이란 용어를 제안했다.   블룸버그는 왝플레이션을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벌어지는 물가 파동으로 규정한다.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복잡한 경제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정 상태라는 의미를 생각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쪽의 공급 부족 문제가 다른 분야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펑치(Whack)로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 오래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생긴다. 불안할 때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가 우려된다. 채찍효과는 공급사슬관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제품에 대한 수요정보가 공급사슬상의 참여 주체를 하나씩 거쳐서 전달될 때마다 계속 왜곡되어 수요의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채찍을 쥔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채찍 끝의 변화는 매우 커지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년에 물가가 수백% 오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을 뜻하는 초인플레이션은 지금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과도한 표현이다.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불황’에 대한 해석의 여지로 현 상황 설명에 부적절할 수 있다. 당연히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미국 경제 상황만을 보면 이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 아닐까       물가가 갑작스레 치솟은 것처럼 갑작스런 가격 하락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10월 5일 톤당 269.5달러를 웃돌던 발전용 석탄 가격은 11월 11일 40% 하락한 152달러로 급락했다. 급등세를 보였던 철광석 가격도 5월 228달러에서 11월 11일 84.5달러로 급락했다.   물론 여전히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전히 높은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교란을 생각해서 국제통화기금(IMF)는 내년도 성장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원자재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한국 주식 시장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지속되고 있다. 죽을 쑤는 한국 주식시장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이다. 중국의 전력난과 기업의 채무 불이행 위기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게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도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시작한 ‘돈 풀기’가 끝나간다는 공식 선언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의 전초전 의미를 띤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제로(0) 금리의 인상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연준은 신중한 입장이나, 예상보다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10월 31일∼11월 6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 기록을 5주 연속 경신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 기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4000건 줄어들어 미국의 고용시장이 회복세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한미간 주식시장은 이런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파괴적 혁신을 강조하는 서학개미의 선봉장에 서 있는 아크인베스트(ARK invest)의 캐서린 우드는 역설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무시한다.     기술 혁신이 계속해서 물가를 크게 낮출 것이며, 디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놀랄 정도로 낮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역설은 적어도 단기간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그녀의 주장은 옳을 것 같다. 그녀는 디플레이션이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란 예상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이 우려하는 국채금리 상승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금리)은 장기적으로 3%를 밑돌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을 끌어 올릴 것이라는 그녀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녀에 의하면 채권시장은 거품이고 미국 주식시장의 테슬라 같은 종목은 거품이 아니게 된다.   그녀는 국제유가 상승도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유가가 더 오르면 석유 수요가 시들해지고 더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해 원유시장은 급격한 매도세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일까?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클래리다 부의장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상회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언급한다.     물론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손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22년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뜨거운 노동시장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아직은 소수견해이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자. 18명의 위원 중 절반인 9명은 내년까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난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마그네슘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 마그네슘을 공급하는 중국이 생산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마그네슘 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니 이래저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손꼽아 본다.     *용어설명 : 필립스곡선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가 찾아낸 실증 법칙으로, 실업률이 낮으면 임금상승률이 높고 실업률이 높으면 임금상승률이 낮다는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 곡선이다. 현재는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사이에 존재하는 역의 상관관계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세계 각국은 실업률이 너무 높으면 세금 감면이나 소비 촉진 그리고 이자율 인하 같은 확장 정책을 구사하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때는 세금을 인상하고 지출을 줄이며 이자율을 높이는 수요 줄이기 정책에 나서고 있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필립스 조원경 글로벌 공급망 인플레이션 상승압력 세계적 인플레이션

2021-11-16

글로벌 공급망 '중국 배제' 시작…美는 인텔에 제동, 日은 핵심시설 중국산 배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문제로 떠오른 핵심 기술과 시설이 대상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했고, 일본은 반도체 국내 확보 및 기술 해외 유출 방지 등을 내세우며 핵심 설비에서 중국산을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유는 ‘경제안보’다.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막고 핵심 공급망을 내제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인텔의 중국 청두공장 생산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인텔은 미국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하자 최근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 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아섰다.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 우려가 있고 중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열린 G20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을 주제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단일망에 의존해선 안된다"고 했다.     반도체는 모든 산업에 필수인 공급망의 핵심 고리다. 반도체 부족으로 다른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인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 설문지에 대한 답변을 지난 8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반도체 산업을 넘어 대(對)중국 전략적 투자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국가 안보를 해치거나 경쟁자들의 기술력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미국의 대외 투자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는데, 최근 정부가 해외 투자 심사를 위한 장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어떤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정부는 중국이 미국 기술, 노하우, 투자를 이용해 최첨단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했다.   인텔은 반도체 공급 확대를 위해 중국 생산 확대를 노리는 동시에 미국 내 파운드리 시설 투자 등 연방정부의 지원을 구하고 있어 백악관의 규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1조3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법안(CHIP Act)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몇달째 의결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인텔과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여러 접근법을 탐색했다는 것이다.     ━   일본, 반도체 패권 강화·핵심시설 중국산 제외      일본 정부도 반도체 등 공급망 강화와 더불어 첨단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특허 비공개 등을 담은 경제안보법안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신과 에너지 등 핵심 시설에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안이 담겼다.     14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가칭)을 내년 정기 국회 제출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복수의 정부·여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안은 크게 ▶공급망 강화 ▶기간 산업(인프라) 기능 유지 ▶특허 비공개 ▶기술 기반 확보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 자국 내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기술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 기지를 유치해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생산기지 지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 및 수년에 걸친 지원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하고 싶다”고 공언까지 한 상황이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21년 통상백서'에서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경제 안보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백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기존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각국이 경제안전보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다양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의 신뢰를 축으로 공급망을 새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반도체 산업 전성기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4.2%에 달한다.     기간 산업(인프라) 기능 유지 측면에서는 사업자가 통신과 에너지, 금융 등 중요 설비 도입 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외국 제품이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 심사하는 제도가 담긴다. 특히 이때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비는 중국산 도입을 배제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 정부도 반도체 공급망 및 디지털 협력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8일 서울을 방문한다. 미 통상장관 방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타이 대표와의 면담에서 반도체 협력을 공고히 하고 파트너십 대화 회의의 세부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중국 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일본 미국

2021-11-15

3000선 무너진 코스피, 악재 속에서도 눈 여겨 볼 업종은

      코스피지수가 5일 약 6개월 만에 3000선이 무너졌다.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재개 경계심리 등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한 탓이다. 미국의 가파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경기 회복 둔화 우려 가능성도 커지면서 국내 증시는 한동안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코스피지수 저점을 2950선(고점 3250선)으로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은 미국의 물가상승과 국채금리 상승, 중국 헝다 그룹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 등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신증권도 10월 코스피 상하단 밴드를 3210~2950으로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며 물가 상승압력이 확대됐다”며 “경기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상승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반등을 위해선 공급망의 안정과 유가 안정화가 되어야 한다. 올해 선진국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빠르게 회복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병목현상이 심화됐다.    이경민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안·물가 상승 여파에 약세를 보이는 만큼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공급망 안정이 중요하다”며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 시그널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나 공급망 안정이나 유가 하락 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증권업계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유 등의 에너지와 금융 업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에너지 업종은 유가 상승에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금융 업종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률 개선이 가능해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금리상승 가능성도 커지면서 에너지, 은행, 보험사 등도 투자할 만하다”라며 “2차전지 테마도 전 세계적 친환경 투자 활성화에 상승 동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1-10-05

"글로벌 공급망, 中→아세안으로 이동 심화" [체크리포트]

    글로벌 공급망의 주축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국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국 기업의 아세안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아세안 창설 54주년을 맞아 글로벌 공급망의 ‘아세안 시프트’ 특징과 이에 따른 한국의 통상정책 과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세계 대(對)아세안 직접투자(FDI)는 대중국 FDI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0년 기간 중 전 세계 대아세안 FDI는 2011~2015년 대비 30.4% 증가한 7310억달러(약 854조273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같은 기간 10.4% 늘어난 대중국 FDI 금액인 6989억달러(약 816조5248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미국의 수출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내 일부 외국인 투자가 이탈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 내 생산기지 셧다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편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주요 경제권 및 국가 중 대아세안 직접투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1~2015년 대비 2016~2020년 대아세안 직접투자 증가율을 살펴보면, 한국이 1위(74.2%)를 기록하였으며, 중국(65.4%), 대만(40.6%), 일본(21.8%)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아세안이 중국을 제치고 우리 기업의 가장 중요한 진출지역으로 부상하는 만큼, 통상당국은 주요 투자국에 대한 상업용 항공편 재개 등 아세안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수빈 인턴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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