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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식을 산다고? 종목의 ‘금리 민감도’ 꼭 따져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인이었다. 9월 22일 1.30%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1.5% 중반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도 2.07%에서 2.23%가 됐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리가 갑자기 상승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점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조만간 발표될 거라는 언급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11월에 테이퍼링 방안이 나오고, 12월에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시행은 매월 150억 달러씩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여,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끝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전망이 테이퍼링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거라 전망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 동안 연준은 고용이 기대에 부합할 경우 정책 변화를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8월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거론하는 빈도수가 늘어난 건데, 자산시장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 같다.     아직은 내년에 금리를 한번 인상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두 번 인상이 될 수도 있다. 사정이란 주택가격을 의미한다. 7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19.7%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로, 지금 주택가격을 잡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와 유동성 조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플레가 예상보다 강한 것도 정책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이 생겨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조만간 병목현상이 정리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견해를 바꿨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고, 내년에도 2%대 후반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다양한 물가 상승 요인을 안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 영국의 주유소 대란, 에너지‧비철금속 등 원자재와 운임지수 가격 급등 등 일시적 요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상승 요인이 너무 많고 강하다. 미국의 고용이 생각만큼 늘지 않고, 대신 임금이 상승한 것도 인플레 장기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금리에 부담이 된다. 지난 7월말 미국의 부채한도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재무부가 사용해 왔던 비상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여있다. 옐런 재무부 장관이 10월 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정부 셧다운과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공포가 커질 것이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   국내외 시중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돼   5년이상 장기금리와 2년이하 단기금리는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다. 장기금리는 경기와 물가 같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 올해 미국의 장기금리는 1~3월초에 크게 오른 후 반년 가까이 하락했지만, 단기금리는 그 기간에도 고점부근에 머물다 최근 다시 전고점을 넘었다. 테이퍼링 시작이 빨라지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단기금리 상승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11월에 테이퍼링이 시작되는데다,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을 경우 정책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금리가 올라가면 시간을 두고 장기금리도 상승한다. 이번 국내외 금리 상승은 지난 3월 기록했던 금리 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도 문제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전고점인 1.7%를 넘을 경우 2%까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럼 시장에서는 ‘이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반응은 현재가 지난 1분기보다 더 강하다. 지난 1월 1.07%였던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이 3월 중순에 1.73%가 됐다. 50일 만에 저점에서 70% 가까이 상승한 건데, 해당 기간 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스닥 지수는 1.3% 하락했다. 이번에는 금리가 지난달 23일 1.30%에서 월말에 1.53%로 오르는 동안 나스닥 지수가 3.5% 하락했다. 금리 상승 폭이 1월의 절반도 안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1월 3200에서 3월 3045까지 5.1% 하락한 반면 이번에는 2% 하락에 그치고 있다. 이 차이는 금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 금리가 3월 1.7%에서 1.2%까지 내려오는 동안 우리 금리는 2.1%에서 1.8%로 떨어지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이 작았기 때문에 주가 하락도 작았던 것이다.     앞으로 주식시장 모양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주에 우리 10년물 금리가 3월의 고점을 강하게 돌파했다. 두번째 상승이 이전 고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속도를 더할 것이다. 연내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를 만든 후 대선이 열리는 3월 이전에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다른 선진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미 영국 중앙은행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흥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선진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만큼 금리 위험이 커졌다. 금리의 영향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조만간 코스피 30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주식 매도, 지금은 투자를 할 때가 아님   당분간 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맞다. 매수를 보류하는 건 물론 매도를 통해 주식수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동력이 사라진 건데, 이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를 수 없다. 1분기에 금리가 올랐을 때만 해도 상승이 일시적일 거란 전망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오랜 시간 낮은 금리에 길들여져 금리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금리가 두 번째 상승을 하고 있어 추세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주식투자를 하고, 투자 규모를 늘릴 이유가 없다.     투자 종목을 정할 때 금리 민감도를 꼭 따져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IT(정보통신)를 비롯한 기술주는 금리 상승의 타격을 크게 입으므로 피해야 한다. 당연히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불리하다. 반면 은행, 보험 등 금융주는 고려해 볼만한 대상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고, 보험은 채권투자를 통한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1-10-05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융완화정책' 약화되면 주식시장은?

        ━   한국은행, 금융완화정책 축소 가능성 내비쳐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9개월째 금리를 움직이지 않은 건데, 예상됐던 결정이어서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정작 관심을 모은 건 경제 전망이었다.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와 2.5%에서 4.0%, 3.0%로 상향 조정했다. 여러 분석기관의 전망치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4%대 전망을 내놓은 건 한국은행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경제 전망은 앞으로 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기초 자료가 된다. 수정 전망이 발표되자 금리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금융상황을 보는 한국은행의 시각도 금리 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늦추는 것도 부작용도 크다"라고 얘기해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해주었다.     지금 한국은행의 가장 큰 고민은 자산시장 불균형과 경기회복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동안은 경기회복과 대면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백신의 원활한 보급과 빠른 접종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상황이 집단 면역을 논할 정도가 아니어서 긴축으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고 얘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빠른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등 상황이 변해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   한국은행이 처해있는 입장을 고려할 때 빠르면 연말쯤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준이 2023년 이전에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한국은행 입장에선 연준의 정책 방향을 참고할 수 없다. 그 대신 부동산 가격과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을 확실하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할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처럼 중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에도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이전이라도 유동성 공급 와중에 비정상적으로 시행됐던 정책들을 바로 잡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자금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   금리 상승이 자금 이동 촉진     연초에 국내외 시중 금리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2~3월의 주가 하락은 금리가 예상 외로 급등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인데, 실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면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금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자금 이동을 통해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자금 이동이 이루어져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는 2.1% 정도다. 한국은행과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로 금리가 오르면 연말에 해당 수치가 2.5%를 넘을 수 있다. 그러면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간다. 대한항공이 BBB+ 등급에 속해 있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채권을 사놓으면 부도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오랜 시간 얻을 수 있으므로 자금 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지금이 3200 정도니까 13년 사이 6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이익과 후순위채 같이 금리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까지 감안하면 주식과 채권 사이 수익률 격차가 더 커진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간데다 금리의 방향성이 밑으로 향했기 때문에 채권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다르다. 채권을 통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주식에 몰려있던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자금 유입은 주식이 중심이었다. 수익이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금융완화정책 약화로 금리가 오를 경우 주식과 채권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금융완화정책 약화는 투자 종목의 변화를 가져온다. 성장주는 금리 상승으로 나쁜 영향을 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들은 기업의 역사가 짧고, 전통기업보다 보유자산이 작아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반면 은행, 보험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장기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연간 2%씩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판매한 보험은 금리가 떨어져도 그만큼의 돈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같이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갈 경우 보험회사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2%를 넘으면 보험사의 손실이 줄어든다.     은행은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커져 혜택을 본다. 만약 시중금리가 1%이고 예대금리차가 0.4%라면 고객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시중금리에 비해 금리차가 너무 높아 고객이 큰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3%이면 금리차를 0.5%로 올려도 무방하다. 시중금리에 비해 예대금리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 은행은 0.4%였던 금리차가 0.5%로 커져 별 저항 없이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   재료 공백으로 금융정책 변화 영향 커질 가능성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재료 공백 상태가 됐다.     연초 4% 초반이었던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최근에 6%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기대치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연초처럼 극적으로 상승하긴 힘들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으면서 집단면역 이후에 대한 전망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호텔, 레저, 운송업은 경기가 본격 회복 궤도에 오르지 못했어도 주가는 코로나19 이전을 뛰어 넘었다. 집단 면역이 가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약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6월말 이전까지는 재료보다는 수급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금융완화 약화의 힘이 세질 수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했고, 한국은행도 늦지 않은 시간에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시장을 끌고 왔다는 사실과 앞으로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 변화는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경기 기대지수는 기준선에 겨우 근접한 반면 물가 전망은 12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인플레와 테이퍼링 우려는 긴장과 완화를 거듭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 것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락하지도 않고 있다. 이미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순환매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 종목에 국한해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어떤 종목이든 한번 상승 흐름을 타면 큰 폭으로 오른다. 종목별 흐름에 잘 올라타는 게 중요한데 그래서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2021-05-31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업 호실적에도 주가 불확실성 여전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각각 101%, 203% 늘었다. 코스피에 속한 기업 중 67%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을 정도였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기업 중 이익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기업 대비 예상보다 좋았던 기업의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과 에너지, 철강, 화학 등 소재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이익이 특히 좋았다. 이는 인플레와 경기 회복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은행의 이익은 연초 이후 국내외 금리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가장 큰 수익원인 대출과 예금금리 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도 사정이 비슷했다. 보험사들은 보상 주기에 맞추기 위해 장기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과거 금리가 높은 때 팔았던 상품은 금리가 떨어져도 약정된 금액을 줘야 하므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그 규모가 줄었다. 증권은 주식시장 활황 덕분에 이익이 크게 늘었다.     에너지, 철강, 화학업종의 이익 증가는 특수 요인이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자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줄였다. 경제가 얼어붙어서 물건을 만들어 봐야 팔리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반기에 재정 투자 확대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어도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재고를 털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1분기에는 생산과 재고에 따른 비용이 줄어든 반면,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이 올라 이익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   2분기에 들어오면서 이런 일방적 관계가 약해졌다. 1분기에 우리나라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까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이어서 원자재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 물가 상승률이 낮았다. 4월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하더니 5월에는 급기야 수입물가가 15% 넘게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기업들의 매출원가 상승을 촉발해 마진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인플레와 기업 이익이 관계를 보면 물가가 오르는 초기에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경우 이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일시적인 이익 증가보다 장기적인 물가상승이 주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과거 기업 이익 증가율 정점찍고, 주가는 상승 멈춰     1분기 이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향후 이익에 대한 전망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 달 전에 비해 2분기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가 6.8% 증가한 33조5000억원을 기록할 정도다. 이익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지날 경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익의 절대치가 커졌기 때문에 1년 전 이익과 비교한 증가율은 1분기나 늦어도 2분기에 정점을 친 후 빠르게 둔화할 텐데 이 경우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0년 1분기에 순이익이 전년보다 258% 늘어나 역대 최대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이익 규모는 이후 1년간 계속 늘었지만, 증가율은 현저히 둔화했다. 주가는 이익 증가가 정점을 친 후에도 25% 정도 더 상승했다. 2017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3분기 이익 증가율이 최고점을 기록한 후 주가가 곧바로 하락으로 바뀌어 1년간 20% 넘게 떨어졌다.     2010년은 주식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익 증가가 정점을 기록한 1분기에 주가가 최저점에서 80% 정도 상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보다는 300포인트 낮은 상태였다. 최고점과 주가 사이에 차이가 커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었다. 반면 2017년은 이익 증가가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점에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이 조금만 변해도 주가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기업실적은 두 경우의 특징 모두를 가지고 있다. 2020년 3분기에 이익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 1분기에 큰 폭의 증가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2010년 1분기와 상황이 비슷하다. 반면 주가가 이미 최고치를 돌파했다는 점에서는 2017년과 비슷하다. 주가가 어떤 한쪽과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겠지만, 신경 쓰이는 변화인 게 분명하다.     앞의 두 경우를 포함해 그동안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는 동안에는 주가가 연간 평균 15% 정도 상승하지만, 이익 증가율이 낮아지면 상승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익의 역할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인데 하반기에 이익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   테이퍼링 언급됐지만 주가 영향 크지 않아     4월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거론됐다. 아직 확정된 게 없지만, 연준의 공식문서를 통해 처음 공론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테이퍼링 가능성이 언급된 후 주가가 상승한 반면, 금리는 하락했다. 상황상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게 맞는데 연준이 계속 부인하니 시장에서는 갑자기 긴축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테이퍼링 언급을 계기로 이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런 반응은 연준보다 시장이 주도했다. 2013년에 연준이 갑자기 테이퍼링 가능성을 끄집어내 주가가 한꺼번에 15% 넘게 하락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는 시장이 사전 경고를 통해 이런 악영향을 차단한 것이다.     일시적 반응이 끝난 후 주식시장은 테이퍼링을 포함한 긴축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에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유동성 공급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1년이 가까이 걸렸다.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유동성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여나가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 비춰 볼 때 5월에 테이퍼링을 공식화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공급이 완전히 멈추는 건 내년 말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이 끝나고 1년이 더 지난 후에야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테이퍼링이 공식화되더라도 당장의 자금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테이퍼링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압박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 동안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공급한 돈보다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그 덕분에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격을 끌어올린 동력이 금리와 돈인 만큼 주식시장은 유동성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2021-05-26

[이종우 증시 맥짚기] 새로운 동력 원하는 한국 주식 시장

      ━       미국의 인플레를 언급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장의 모든 관심이 물가로 쏠리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상승해 2008년 9월 4.9% 상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 비해서도 0.8% 올라 시장 전망치 0.2%보다 월등히 높았다.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건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5월초 있었던 옐런 재무장관의 금리 상승 발언과 합쳐졌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물가 상승을 가져온 만큼 앞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 건데, 금리 인상까지는 몰라도 자금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은 조만간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월 물가 상승은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작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줄였다. 만들어도 판매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였는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내놓자 상황이 돌변했다.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기업이 가지고 있던 재고가 급감했고,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해운 운임지수가 작년에 비해 크게 상승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10배 가까이 띈 것도 이런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다. 작년 말부터 기업들이 바뀐 상황을 인정하고 생산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급등했다.     보복 소비가 시작된 것도 인플레의 원인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본격화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졌다. 작년 7월과 달리 이번에 지급된 보조금은 많은 부분이 소비에 사용되고 있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 소비가 늘다 보니 물가가 올라간 것이다.     공급 병목현상은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6~7월부터 작년 낮은 물가로 인해 올해 물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까지 감안하면 물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물가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아니다. 4월 미국의 총통화(M2) 증가율이 25%를 넘었다. 1960년이후 증가율이 아무리 높아도 10%를 크게 넘지 않았던 사례와 비교된다. 미국에서 통화가 증가하고 1년 정도 지나면 물가가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영향이 올해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반기에 집단 면역이 이루어지면서 서비스물가가 상승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종합할 때 당분간 미국의 물가는 2%대 중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   연준에 대한 신뢰 약화도 주가 하락 요인     인플레 외에도 주가를 움직인 요인이 많이 있다. 연준에 대한 의심도 그 중 하나다. 그 동안 연준은 인플레 압력이 있어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인식이 틀린 건 아니다. 몇 년 전만해도 경기가 둔화될 때마다 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갑자기 인플레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이어질 거라 걱정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가가 낮기 때문에 완화정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금리 수준은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미국이 올해 7%, 내년에도 3% 성장할 걸로 예상되는 상태에서 0.25%의 기준 금리는 너무 낮다. 금융위기 직후 기준금리가 0.25%일 때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였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 시장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보고 있는데, 연준은 앞으로 2년간 금리 인상이 없고 올해에 유동성 공급을 계속하겠다고 얘기하니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시장 압력에 떠밀려 금리를 갑자기 올리거나 유동성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산 가격 급등도 금융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1970~80년대에 연준은 물가와 싸우는 게 일이었다. 높은 물가가 경제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면서 인플레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일이 없어졌다. 2007년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를 넘은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로 물가가 안정됐다. 대신 자산가격이 문제가 됐다. 2000년과 2008년에 미국은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 2000년은 IT버블 붕괴가 경기 둔화의 원인이었고, 2008년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연준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물가에서 자산가격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은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연준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의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상황이 벌어지면 복합불황이 발생할 거라 경고했다. 여러 유럽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래 없는 일로 그만큼 채권 가격이 높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4배까지 올라왔다. 주식이 한 주당 순이익의 24배로 거래되고 있는 건데, 과거 평균이 14배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PER이 지금보다 높았던 건 IT버블이 정점을 향해 가던 2000년이 유일한 경우였다. 부동산도 사정이 비슷하다. 1분기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연율로 11.2% 상승해 15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시장은 자산가격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를 할 거라 보고 있는데, 연준이 이를 계속 부인하니 정책이 갑자기 바뀌지 않을까 하는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   시장 여건에 비해 주가 상승이 크지 않아     2분기는 가장 좋은 상황일 때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기간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1분기 기업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자산가격 급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 정부의 재정 투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에서 한꺼번에 최상의 조건이 만들어진 예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상황이 좋다.     여건에 비해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혹시 지금이 고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도 코스피가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면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익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치고 내려오는 시점부터 주식투자 수익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2008년이 그랬고, 201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익 증가율이 올라가는 동안 평균 15%를 기록했던 주식투자 수익률이 이익 증가가 최고점을 지나면서 5% 밑으로 떨어질 정도였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이 틀에 갇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인플레로 촉발된 주가 급등락이 어떤 형태로 끝나든 상관없이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형태일 수 밖에 없다. 주가는 오를 때 올라야 한다. 그 때 오르지 못하면 거꾸로 내려가게 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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