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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식을 산다고? 종목의 ‘금리 민감도’ 꼭 따져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인이었다. 9월 22일 1.30%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1.5% 중반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도 2.07%에서 2.23%가 됐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금리가 갑자기 상승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점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조만간 발표될 거라는 언급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11월에 테이퍼링 방안이 나오고, 12월에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시행은 매월 150억 달러씩 유동성 공급 규모를 줄여,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끝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또한 기준금리 전망이 테이퍼링보다 더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거라 전망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 동안 연준은 고용이 기대에 부합할 경우 정책 변화를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8월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거론하는 빈도수가 늘어난 건데, 자산시장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 같다.     아직은 내년에 금리를 한번 인상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두 번 인상이 될 수도 있다. 사정이란 주택가격을 의미한다. 7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19.7%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로, 지금 주택가격을 잡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와 유동성 조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플레가 예상보다 강한 것도 정책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이 생겨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조만간 병목현상이 정리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견해를 바꿨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고, 내년에도 2%대 후반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다양한 물가 상승 요인을 안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 영국의 주유소 대란, 에너지‧비철금속 등 원자재와 운임지수 가격 급등 등 일시적 요인으로 치부하기에는 상승 요인이 너무 많고 강하다. 미국의 고용이 생각만큼 늘지 않고, 대신 임금이 상승한 것도 인플레 장기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금리에 부담이 된다. 지난 7월말 미국의 부채한도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재무부가 사용해 왔던 비상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여있다. 옐런 재무부 장관이 10월 18일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정부 셧다운과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공포가 커질 것이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공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   국내외 시중금리, 추가 상승이 예상돼   5년이상 장기금리와 2년이하 단기금리는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다. 장기금리는 경기와 물가 같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반면,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 올해 미국의 장기금리는 1~3월초에 크게 오른 후 반년 가까이 하락했지만, 단기금리는 그 기간에도 고점부근에 머물다 최근 다시 전고점을 넘었다. 테이퍼링 시작이 빨라지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금리에 반영된 것이다.     단기금리 상승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11월에 테이퍼링이 시작되는데다, 주택가격이 잡히지 않을 경우 정책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금리가 올라가면 시간을 두고 장기금리도 상승한다. 이번 국내외 금리 상승은 지난 3월 기록했던 금리 고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도 문제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전고점인 1.7%를 넘을 경우 2%까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럼 시장에서는 ‘이제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더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반응은 현재가 지난 1분기보다 더 강하다. 지난 1월 1.07%였던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이 3월 중순에 1.73%가 됐다. 50일 만에 저점에서 70% 가까이 상승한 건데, 해당 기간 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스닥 지수는 1.3% 하락했다. 이번에는 금리가 지난달 23일 1.30%에서 월말에 1.53%로 오르는 동안 나스닥 지수가 3.5% 하락했다. 금리 상승 폭이 1월의 절반도 안 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1월 3200에서 3월 3045까지 5.1% 하락한 반면 이번에는 2% 하락에 그치고 있다. 이 차이는 금리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 금리가 3월 1.7%에서 1.2%까지 내려오는 동안 우리 금리는 2.1%에서 1.8%로 떨어지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이 작았기 때문에 주가 하락도 작았던 것이다.     앞으로 주식시장 모양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주에 우리 10년물 금리가 3월의 고점을 강하게 돌파했다. 두번째 상승이 이전 고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속도를 더할 것이다. 연내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를 만든 후 대선이 열리는 3월 이전에 세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다른 선진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미 영국 중앙은행이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신흥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이 선진국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만큼 금리 위험이 커졌다. 금리의 영향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조만간 코스피 30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주식 매도, 지금은 투자를 할 때가 아님   당분간 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는 가정 하에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맞다. 매수를 보류하는 건 물론 매도를 통해 주식수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다. 이번 금리 상승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동력이 사라진 건데, 이 상태에서는 주가가 오를 수 없다. 1분기에 금리가 올랐을 때만 해도 상승이 일시적일 거란 전망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오랜 시간 낮은 금리에 길들여져 금리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금리가 두 번째 상승을 하고 있어 추세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주식투자를 하고, 투자 규모를 늘릴 이유가 없다.     투자 종목을 정할 때 금리 민감도를 꼭 따져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IT(정보통신)를 비롯한 기술주는 금리 상승의 타격을 크게 입으므로 피해야 한다. 당연히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불리하다. 반면 은행, 보험 등 금융주는 고려해 볼만한 대상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고, 보험은 채권투자를 통한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1-10-05

[증시이슈] 은행주, '금리인상 신중' 파월 언급에 일제히 하락…KB금융 4%↓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로 반짝 상승세를 타던 은행주들이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언급하는 금리 인상 이슈가 희석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4.02%(2200원) 하락한 5만2500원에 장 마감했다.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소식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다 4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신한지주 역시 2.42% 하락한 3만8300원, 하나금융지주는 3.32% 하락한 4만3650원, 우리금융지주는 2.64% 하락한 1만1050원에 각각 장을 마쳤다. 카카오뱅크 역시 2.27% 하락하며 8만1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주말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올해 말부터 자산매입 정책 축소를 시작할 수도 있다”면서도 “고용률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멀었다. 자산 매입 축소가 곧바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신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1-08-30

‘리스크’와 ‘행운’ 사이...테이퍼링을 대하는 투자자의 자세

      닮은 꼴 중에서도 싱크로율이 높은 경우를 가리켜 도플갱어라 한다. 그런데 만약 ‘리스크’와 ‘행운’을 도플갱어라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드나? 사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까지가 실력, 그리고 어디까지가 리스크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였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투자와 관련해 ‘우리가 알 수 없는 것들 중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결과가 성공적일 때 행운의 정확한 역할이요.” 당신은 운을 다룰 수 있나?   결과가 성공적일 때는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서부터가 노력과 재주의 결과이며, 어디서부터가 리스크의 결과인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어떤 결과가 100% 노력이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지금까지의 성적만 보면 작년에 비해 좋지 않았다. 주식시장 앞에 행운의 지렛대가 움직일지, 리스크의 지렛대가 움직일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주식시장이 크게 빠질 때 투자자들은 정신이 없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만이 아니라 시장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 실적이 예상을 충족하고 시장에 잔재한 이벤트는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뿐이라 생각했는데 시장이 주구장창 빠질 때 당황하기 쉽다. 테이퍼링은 경기 침체기에 경기 회복을 위하여 썼던 각종 완화 정책과 과잉 공급된 유동성을 경제에 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정책으로 자산매입 축소,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한다. 불확실성에 놓여진 투자자에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의 최근의 말은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   잭슨홀 미팅은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했을까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잭슨 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올해 말부터 자산매입 정책 축소를 시작할 수도 있다”면서도 “고용률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멀었다. 자산 매입 축소가 곧바로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신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델타 바이러스 확산을 단기 위험요인으로 보았고, 향후 바이러스 확산의 전개 과정과 경제지표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 볼 것이라 말했다.     다만, 델타 바이러스 영향에도 불구 고용 전망은 양호하다고 밝혀 경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급등은 일시적이나 물가불안을 방임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단어를 71회나 언급했으나, 임금-물가 악순환(spiral)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일시적인 물가변동에 대응하는 것은 좋은 점보다 해로운 점이 더 많다’는 밀턴 프리드먼 발언도 인용했다. 지난 3개월 일자리 평균 증가가 83만2,000개에 달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의 시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리의 즉각적인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연준의 직접적인 개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점에 시장은 안도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는 빅테크를 필두로 한 성장주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동시에 금리 인상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6월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필요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7월 FOMC는 테이퍼링 세부방안을 논의했고, 8월에 테이퍼링 연내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테이퍼링 수순을 진행 중인 것이다. 물론 팬데믹으로 고용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연준도 완전고용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실업률 외에 광범위한 고용시장 지표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용시장 참가율을 중시할 경우 실업률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금리인상 시기는 더욱 지연될 수 있다.       ━   파월의 ‘중립금리’ 발언,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팬데믹 시기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는 `21.8월 현재 국채 2.9조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1조 달러 등 총 4조 달러로 연준의 자산은 4.2조달러에서 8.3조로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의 자산매입(`08.11월~`14.10월)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당시 MBS 2.1조 달러, 국채 1.7조 달러 등 총 3.8조 달러가 증가해 연준의 자산은 `08.11월말 2.1조 달러에서 `14.10월말 4.5조로 증가했다.    미국 경제의 상황과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기 위해서는 ‘중립금리’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만약 중립금리가 코앞에 있다면 금리인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제로 금리’를 유지한 후 2018년 금리인상이란 병목과 마주하며 엄청난 혼돈 속에 있었다. 그해 미국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중단시킨 것도 파월의 입에서 연유했다. 그 당시 중립금리 관련 그의 발언을 음미해 보자.    파월 의장은 그해 11월 “금리는 여전히 역사적 기준에 비해 낮으며 미국 경제에 중립적인 수준으로 여겨지는 넓은 범위 바로 밑에 있다”고 발언했다. 10월 발언인 ‘중립금리에서 멀어져 있다’는 발언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당시 금리가 중립금리와 비슷한 수준임을 암시한 것이다. 10월의 금리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 주가가 폭락한 바, 일련의 금리인상으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발언이었다.   연일 폭락하는 미 증시를 바라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했는지 2018년 11월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리고 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경제에 중립적일 수 있는 수준 바로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래에 있다는 말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된 것이다.   그는 그해 11월 3일만해도 “(금리가)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중립금리가 코앞에 있다는 말은 2018년 1차례, 2019년 3차례의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미국 자산시장은 다시 팬데믹이 오기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11월 2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이(Jay·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누구를 탓할 건 아니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진 않았다. 그 대신 미국 경제가 3%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 달성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미국 주식 시장의 가치평가(valuation)는 역사적으로 적정수준으로, 미국의 기업부채와 상업용부동산 가격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며, 금융안정성 수준을 전반적으로 보통(moderate)으로 규정했다. 미 주식 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화답했다.       ━   중립금리 논란 지속...우리 생애 저금리는 언제까지?   당시나 지금이나 연준의 효과적인 통화 정책은 정확한 중립금리 측정이 관건이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하면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2019년부터 경기하강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평가한 상황에서 파월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금융위기 직후 7년간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회복으로 과잉 유동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변경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하강을 초래하는 반면 지나치게 낮은 금리수준은 자산가격의 거품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에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중립금리 추정치를 정기적으로 재평가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중립금리 추정치가 불명확하므로, 기존 금리인상 기조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에서였다.     당초 연준은 자국경제에 초점을 맞추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했으나,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통화정책결정에 반영할 가능성이 증대된 점도 있었다. 파월 의장은 미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을 지목했다. 세계경제 둔화가 미국의 무역과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019년부터 전반적인 통화정책과 관련한 연구에 착수한 바 양적긴축 속도, 금리인상 사이클, 통화정책수단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그 후로도 이토록 오랜 기간 저금리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립금리 하락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며 저금리의 핵심을 들여다보자. 그 근저에 고령화와 성장둔화가 거론됐다. 최근에 와서 소득 불평등 심화가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저소득 가구에 비해 더 많이 저축하는 성향이 있는데, 중립금리 하락 추이는 상위 10% 가구의 소득 비중이 `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 연설에 대해 새로운 가이던스는 없었지만 대체로 예상보다 완화적(dovish)이었다고 평가가 이어졌다. 금융시장은 주가상승, 금리하락, 달러 약세로 반응했다. 잭슨홀에서 흘러나온 새로운 정보나 가이던스는 미미했다. 향후 연준은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9월, 11월, 12월 FOMC에서 언제든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9월 FOMC에서는 사전 소통을 지속한 후 11월 발표 예상되나 델타 영향 확대로 시기는 늦춰질 소지도 있다. 매 FOMC 회의별로 국채 100억달러, MBS 50억달러씩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향후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시행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고용지표가 금리인상 시기 결정의 최대 변수이다. 테이퍼링이 진행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탠트럼(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과 탠트럼 위험이 낮은 테이퍼링(Tantrum-less) 가능성이 양립하고 있다. 미래는 항상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열려 있다. 과거를 보자. 탠트럼(`13.5~9월: 10년물 +102bp) 이후 `14년에 테이퍼링(`14.1~10월: -69bp)이 진행되어 금리 경로를 통한 시장 충격이 미미했다. 이번에도 같을까? 향후 테이퍼링 전개 과정에서도 연준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중한(Baby-step) 정책기조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필드 메뉴얼]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2021-08-30

[금리 인상 후폭풍②] 역대급 ‘불장’ 집값에 ‘소방수’ 될까

      한국은행이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장기간 초저금리 시대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0.75%로 인상했다. 동결 기조를 유지한 지 15개월여, 2018년 11월 인상 후 2년 9개월여 만이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 꺾일 기미가 없는 집값 상승세, 커지고 있는 자산시장 거품 등 국내 부작용들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테이퍼링에 시동을 걸 조짐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은행이 꺼낼 카드는 ‘금리 인상’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이 가계·기업·부동산 등에 미칠 파장에 대해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 후폭풍] ① 가계 유동성 파티 끝, ‘빚투’ 청구서 온다 ② 역대급 ‘불장’ 집값에 ‘소방수’ 될까 ③ 기업 “코로나보다 이자가 더 무섭다”   연이은 ‘집값 고점’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전국 부동산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안정될까. 한국은행(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는 금리 인상이 가파른 집값 상승에 하방 압력을 줄 순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당장 안정시키기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선 이미 예상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빠르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이뤄질 전망이어서 집값 대출이자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으로 최소 0.50%포인트, 최대 0.75%포인트 인상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이번 달에 이어 올해 4분기와 내년 3분기까지 금리 인상이 세 차례 추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통위는 8월에 이어 10월과 11월에도 통화정책 방향 회의가 예정돼 있다. 저물어가는 초저금리는 그동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얼룩진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인플레이션·물가와 맞물려 집값 상승 부추길 수도”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게 돼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투자수요가 줄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국토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 상승할 때 수도권 집값이 연간 0.7%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가 오르면 주택가격도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통화 정책이 추진되면 집값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준다는 과거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다른 거시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역시 “금리 인상은 경제 정상화와 인플레이션 이슈를 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물가 상승에 기인한 실물자산 가치 증대가 오히려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설문조사에서도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절반을 넘었다. 국토연구원이 일반가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주택가격전망 설문 조사에서 일반가구는 ‘하반기에도 집값이 다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49.6%)로 가장 많았다.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자(3.2%)를 합치면 과반이 전국 집값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반면 집값이 다소 하락할 것이란 응답(7.5%)은 많지 않았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소비심리지수와 압력기수를 종합한 6월 부동산시장 종합지수(K-REMAP)에도 드러난다. 수도권 기준으로 이 지수는 2015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142.1을 기록했다. 이는 거시경제, 주택 공급과 수요, 금융 등의 변수를 합친 ‘압력지수’와 ‘소비심리지수’를 통합했을 때 시장 여건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는 의미다.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곧바로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집값 하락을 유도하려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하고 확실한 ‘시그널’(신호)이 있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인상 시그널 계속해야 집값 안정 유도할 수 있어”   다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3~4%일 때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조사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주택담보대출금리 수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일반가구 34.7%가 연 3~4% 수준의 금리면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 주담대 금리는 연 2% 후반 대에서 3% 초반 대이기 때문에 소폭 오르면 집값에 부담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계 피해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집값 하락을 유도하려면 앞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하고 확실한 ‘시그널’(신호)이 있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올해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진할 것”이라며 “8월을 시작으로 연내 2~3번 이상 인상 조치로 주택 시장에 지속적으로 확실한 시그널을 준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도 “장기간 금리를 꾸준히 올린다는 시그널이 있다면 내년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출자들은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대출 금리가 곧바로 따라 오를 가능성은 낮다. 이미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 등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담보대출자 보다 변동 금리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 대출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담보대출 금리보단 신용대출 금리가 더 많이 오른다. 2005~2008년 금리 인상기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4%에서 7.2%로 평균 33% 오를 때 신용대출 금리는 6.5%에서 8.9%로 37% 올랐다. 지난 6월 신규 가계 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율은 82%로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08-26

당분간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에 관심을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23년말까지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다고 얘기했다. 동시에 올해와 내년 경제 전망도 내놓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물가 전망이다. 올해 전망치가 3.4%로 연준이 그 동안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주장에서 한 보 후퇴해 3%대 상승을 공식화했다. 공급 병목현상이 존재하고 그 요인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오랜만에 연준이 시장과 생각을 맞춰가는 것 같다.     연준의 발표가 있은 후 두 개의 의문이 제기됐다. 하나는 과연 2023년까지 금리를 두 번밖에 안올리겠냐는 의문이다. 2년 반동안 금리를 두 번 인상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연말 4.2%에 그쳤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7%로 높아졌다. 내년에도 3.3% 성장이 예상된다. 작년에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성장이 둔화됐던 걸 감안해도 예년보다 높은 성장이 2년간 계속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도 올해 3.4%를 전망하고 있다. 실업률은 내년에 3.8%까지 떨어져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걸로 보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빠르게 회복될 거라고 전망하면서 금리는 2023년에 인상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다. 경제 변수와 금리 사이에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   금리인상 공식화로 실적 장세가 더 뚜렷해질 전망     연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유동적이 됐다. 성장이 빠르거나 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을 경우 연준은 언제든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금리 인상을 현실로 받아들인 이상 연준이 정책을 펴는데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연준의 정책 변경이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만기가 1, 2년인 단기금리와 10년 이상인 장기금리는 움직이는 동력이 다르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변화에 반응하지만, 장기금리는 성장과 인플레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큰 이벤트가 벌어질 때 둘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한다. 2013~2014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13년 5월 테이퍼링 언급이 나온 직후 2.0%에서 상승을 시작해 3개월만에 3.0%가 됐다. 이후 박스권 내에 머물다 테이퍼링 시작과 함께 하락해 2.3%가 됐다. 반면 단기 금리인 미국의 2년물 국채수익률은 0.25%에서 1차로 0.5%까지 상승했다가 테이퍼링 시행과 함께 1.0%로 올랐다. 둘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건데 당분간 국내외 시장 금리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성장과 금리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정리한 게 이른바 ‘주식시장의 사계절’이다. 금리가 오르내리고,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네 개 국면으로 나눠 각 국면마다 주가 움직임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금융장세가 펼쳐진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직전 하락으로 주가가 낮은 상태여서 경기 회복이 미미한 것에 비하면 주가가 크게 오른다. 이 국면이 지나면 경기 회복이 뚜렷해져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만 주가가 상승한다. 기업 이익이 주가를 끌고 가는 실적장세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실적장세가 끝나면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역금융장세, 마지막에는 경기와 실적 둔화로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역실적장세가 펼쳐진다.    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침에 따라 유동성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끝났다. 앞으로 실적장세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 상승 속도는 현저히 느려질 것이다. 금융장세 때 이익증가의 상당 부분이 선반영돼 어지간히 실적이 좋지 않고는 주가가 반응할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금융장세 때에는 두 달 만에 주가가 1000포인트나 오를 정도로 화려한 장세가 펼쳐졌지만, 올해는 6개월만에 겨우 1월의 고점을 넘을 정도로 상승이 약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고치 같이 저항선을 넘을 때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를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모멘텀 약화를 이겨내야 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0% 가까이 늘어난 이익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3분기에는 30%, 4분기는 15%로 증가율이 둔화될 걸로 보인다. 경제 변수는 더하다. 미국의 소비 증가율이 2개월 연속 전망치를 밑도는 등 이미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와 기업실적의 절대 수치가 높아도 증가율이란 모멘텀이 약해질 경우 주식시장에 힘이 빠지는 게 일반적이다.     ━   투자할 때 기업종목 내용 꼼꼼히 따져야       수급도 개선되어야 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개인투자자가 하루에 2조원 넘는 돈을 시장에 집어넣을 정도로 명확한 매수 주체가 있었다. 지금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1000억원치를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그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일 정도로 시장의 기반이 취약해졌다. 6개월 동 큰 상승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인데, 매수 주체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주가가 계속 지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 상승도 필요하다. 국내외 시장이 가끔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넘은 후에도 속도가 붙지 않는데 우리 주식시장만 올라갈 수는 없다.     주도주도 필요하다. 5월까지는 경기 민감주 등 일부 새로운 종목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조차 없다. 매일 매일 다른 종목이 순환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어제 오른 주식이 오늘 떨어지는 형태여서 코스피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주도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대형주는 실적이 괜찮을 거란 전망이 오래 전부터 있어서 어지간한 재료가 모두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반면 중소형주는 기업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아 실적 중에서 주가에 반영될 부분이 많이 있다. 시장에 상당히 많은 유동성이 있는 만큼 좋은 중소형주가 나오면 주가가 단기에 급등할 수 있다. 이는 매수세를 계속 중소형주에 묶어 놓는 역할을 한다.     시장의 방향성이 위쪽으로 찍혔지만 상승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몇 달이 지나고 보면 주가가 조금 올라있지만 단기간에는 변동 폭이 아주 작아 주가 상승을 체감하기 힘들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흥분할 때가 아니다. 아직은 어제의 상승이 오늘의 상승을 담보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코스피 보다 개별 종목의 내용을 꼼꼼히 따지는 대응이 더 필요한 상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2021-06-23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가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미국 현지 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금리 인상이 2023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보다 앞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의 질서 있는 정상화’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연초 예상과 다르게 경기가 강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증한 가계부채를 더는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 통화 완화 정책의 기조 전환을 이끄는 형국이다. 이에 금리 인상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경계감도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이자 부담 높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3~5월)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7.4% 증가하면서 2017년 3분기(7~9월) 13.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외부감사법 적용 대상인 2만914개 기업 가운데 3862개 기업을 표본 조사해 추계한 결과다. 한은은 “반도체·자동차 수출 결과가 좋았고, LCD(액정표시장치) 등 제조업 전반이 호조를 나타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에 숨죽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대표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이율(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2018년 31.3%에서 2019년 31.0%로 소폭 줄었다가 2020년 들어 34.5%로 상승했다. 지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인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적으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10곳 가운데 3곳은 이자비용도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영업적자)인 기업도 2018년 21.6%에서 2019년 21.1%로 감소했다가 2020년 25.2%로 급증했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 한계기업들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이미 초저금리로 진행된 대출에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대출과 이자상환 유예 등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던 한계기업이 금리 인상이라는 난관을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지난 7일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코로나19 후 경제회복을 위한 한계기업 정상화 과제와 정책시사점’ 보고서는 “한계기업 특성상 외부자금에 의존해 기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한계기업의 높은 타인자본 의존도는 정부 지원 또는 외부차입에 의존한 생존을 시사한다”며 “코로나19 발생 후 단기적 부실 위험을 가진 기업이 증가해 향후 이들 중 일부가 한계기업이 될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한은의 ‘금융안정 상황 평가’에 따르면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들이 부담하는 평균 이자율이 0.09%포인트 상승하고 이자 부담액은 약 5000억원 증가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평균 이자율 0.09%포인트 상승 시이자 부담액이 5000억원 증가해 대기업(0.08%포인트 상승 시 1000억원 증가)에 비해 높았다.   민경희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시급한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는 대책들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자리한 부실기업과 구조조정 관련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선제적 사업 재편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   금리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 12조↑     역대 최고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이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이다. 가계 신용은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해 1년 새 약 153조원(9.5%)이 늘어났다. 특히 올 1분기에만 37조6000억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시중금리 역시 오르게 되고 결국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출 금리는 오름세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3월(2.88%)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한 달 새 변화가 없었지만,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을 두 달 연속 유지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0.99%포인트 높아진 상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70% 가까이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이자 부담이 불가피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 593조원 중 404조원(68.1%)이 변동금리에 쏠려 있다. 특히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던 20대의 변동금리 비중은 72.6%에 달하는 상황이다.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수한 경우 당장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이자 부담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 8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금리가 0.5%포인트가 오른다고 해도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약 6조원(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 2000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금리 인상은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금리 방어력이 취약한 계층에 자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에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부채 전체의 총량 관리와 함께 가계부채, 부동산금융 등 특정 부문별 총량관리 목표를 설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 대출 등 위험이 높은 부문에 별도로 총량 목표를 제시하거나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6-20

테이퍼링? 금리 인상? 세계가 파월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긴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펼쳤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장기화하자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돈줄을 죄는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일종의 출구전략)’ 개시 신호는 점점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 당국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흐름 전환 기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   13년 만에 높은 물가 상승률, 인플레이션 우려       “(노동 시장의) 개선을 계속 목격하고 개선이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앞으로 몇 차례 회의에서 자산 매입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는 유동성을 확대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연준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0%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런 노력으로 경기는 점차 회복했지만,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하루아침에 정상으로 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수도꼭지를 천천히 조금씩 잠그듯이 정부가 시장에 푸는 돈의 규모를 서서히 줄여 간다는 의미로 테이퍼링이란 용어를 당시 버냉키 의장이 처음 언급한 것이다. ‘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은 버냉키 당시 의장의 발언 후 7개월이 지난 2013년 12월 개시됐다. 돈 풀기를 천천히 줄이던 연준은 2년이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역사상 두 번째 테이퍼링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 4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FOMC 회의록에 따르면 몇몇 참석자들은 “경제가 FOMC의 목표를 향해 계속 빠르게 진전할 경우 언젠가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1년간 매달 800억 달러(약 90조 전후)의 재무부 채권과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부 채권 등 총 1200억 달러(약 134조원)를 매입해 왔다.     FOMC가 우려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이다. 해당 회의에서만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55번이나 언급됐다. 이 같은 우려는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 1.2%, 2월 1.4%, 3월 2.6%, 4월 4.2% 등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CPI는 2008년 8월 5.3% 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상승폭은 경제학자들의 예상보다 높다”고 전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4.7%였다. 강력한 재정 지원과 백신 접종률 증가로 경기 회복이 전에 없던 속도를 보이는 것이다.       ━   물가 상승 흐름에 연준 “기저효과에 공급 병목현상 때문”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6~7%까지 전망되는 상황이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FOMC 위원)는 최근 “완화적인 금융 여건, 강력한 재정 지원, 광범위한 백신 접종으로 올해 성장률은 1980년대 초 이후 경험하지 못한 속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대 성장이 현실화한다면 1989년(7.7%) 이후 최고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연준은 최근의 물가 상승 흐름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에 대규모 통화·재정정책과 일시적인 세계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 등이 겹쳐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지수 가운데 의류·신차·중고차·항공운임 등 특정 품목들이 상승 폭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에 전월 대비 10% 상승한 중고차 값은 5월에도 7.3%나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지연으로 신차 생산이 늦어지자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오른 셈이다. 시간이 지나 반도체 물량이 확보되면 상승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가의 시각은 다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먼은 지난 14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분명한 것은 연준 내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의 발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달 25일 “앞으로 다가올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지표가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긴축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회의’는 15~16일(미국 현지시각) 진행되고 있는 FOMC 정례 회의가 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2인자가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   모건스탠리 CEO “연준, 내년 초 금리 인상 가능성”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7일 “만약 금리가 조금 더 높아지면 미국 사회나 연준에 사실상 플러스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과 너무 낮은 금리와 싸워왔다”며 “금리가 정상적 환경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테이퍼링을 넘어 금리 인상까지 언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3년 당시 테이퍼링 언급 이후 실제 개시까지 7개월, 이후 금리 인상까지 2년이 걸린 전례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례를 따라가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상당히 빠르다”며 “테이퍼링 개시 시점은 연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0.5~0.75%포인트가량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올 연말에도 전격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예상은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의 전망과도 유사하다. 고먼 CEO는 지난달 26일 “2023년 예상보다 빠른 내년 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연준은 여러 경제지표 중 어떤 것에 의해서든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테이퍼링 시기는 올해 말,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초 고먼은 연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 해 12월 연준은 인상을 단행하며 그의 예상이 적중하기도 했다.     2013년 5월 당시 버냉키 의장의 테이퍼링 언급 후 당시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채권·통화가 삼중 약세를 나타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한 적이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긴축 발작이 재현될지 관심사다.    이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 후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동반 급등한 자산가격 흐름은 테이퍼링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면서도 “주식시장의 긴축발작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여지는 배제할 수 없지만, 2013년과 같은 충격을 줄지도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당시와 비교해 현재 세계 경제 사이클, 중국 경기 리스크, 달러화 흐름, 국제 교역 사이클, 신용 리스크 등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인다”며 “이번 테이퍼링 시그널(신호)이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 수준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달 FOMC 정례회의는 현재(15~16일) 진행 중이다. 정례회의 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16일(미국 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파월 의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테이퍼링·인플레이션·금리 등에 대한 발언을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는 현재 파월 의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6-16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융완화정책' 약화되면 주식시장은?

        ━   한국은행, 금융완화정책 축소 가능성 내비쳐     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9개월째 금리를 움직이지 않은 건데, 예상됐던 결정이어서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정작 관심을 모은 건 경제 전망이었다.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와 2.5%에서 4.0%, 3.0%로 상향 조정했다. 여러 분석기관의 전망치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4%대 전망을 내놓은 건 한국은행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경제 전망은 앞으로 금융정책 방향에 대한 기초 자료가 된다. 수정 전망이 발표되자 금리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금융상황을 보는 한국은행의 시각도 금리 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늦추는 것도 부작용도 크다"라고 얘기해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해주었다.     지금 한국은행의 가장 큰 고민은 자산시장 불균형과 경기회복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동안은 경기회복과 대면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백신의 원활한 보급과 빠른 접종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상황이 집단 면역을 논할 정도가 아니어서 긴축으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고 얘기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빠른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등 상황이 변해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   한국은행이 처해있는 입장을 고려할 때 빠르면 연말쯤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준이 2023년 이전에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한국은행 입장에선 연준의 정책 방향을 참고할 수 없다. 그 대신 부동산 가격과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을 확실하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할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처럼 중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에도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이전이라도 유동성 공급 와중에 비정상적으로 시행됐던 정책들을 바로 잡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자금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   금리 상승이 자금 이동 촉진     연초에 국내외 시중 금리가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2~3월의 주가 하락은 금리가 예상 외로 급등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인데, 실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면 반응이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금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자금 이동을 통해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자금 이동이 이루어져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는 2.1% 정도다. 한국은행과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로 금리가 오르면 연말에 해당 수치가 2.5%를 넘을 수 있다. 그러면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간다. 대한항공이 BBB+ 등급에 속해 있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채권을 사놓으면 부도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오랜 시간 얻을 수 있으므로 자금 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지금이 3200 정도니까 13년 사이 6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수익만 따져도 그런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이익과 후순위채 같이 금리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이익까지 감안하면 주식과 채권 사이 수익률 격차가 더 커진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간데다 금리의 방향성이 밑으로 향했기 때문에 채권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다르다. 채권을 통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주식에 몰려있던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지금까지 자금 유입은 주식이 중심이었다. 수익이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금융완화정책 약화로 금리가 오를 경우 주식과 채권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금융완화정책 약화는 투자 종목의 변화를 가져온다. 성장주는 금리 상승으로 나쁜 영향을 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들은 기업의 역사가 짧고, 전통기업보다 보유자산이 작아 금리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반면 은행, 보험 등은 금리 상승의 수혜를 본다. 보험사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장기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다. 연간 2%씩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판매한 보험은 금리가 떨어져도 그만큼의 돈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해같이 금리가 1%대 초반까지 내려갈 경우 보험회사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2%를 넘으면 보험사의 손실이 줄어든다.     은행은 금리가 올라갈 경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커져 혜택을 본다. 만약 시중금리가 1%이고 예대금리차가 0.4%라면 고객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시중금리에 비해 금리차가 너무 높아 고객이 큰 희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3%이면 금리차를 0.5%로 올려도 무방하다. 시중금리에 비해 예대금리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 은행은 0.4%였던 금리차가 0.5%로 커져 별 저항 없이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   재료 공백으로 금융정책 변화 영향 커질 가능성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면서 재료 공백 상태가 됐다.     연초 4% 초반이었던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최근에 6%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기대치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연초처럼 극적으로 상승하긴 힘들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으면서 집단면역 이후에 대한 전망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호텔, 레저, 운송업은 경기가 본격 회복 궤도에 오르지 못했어도 주가는 코로나19 이전을 뛰어 넘었다. 집단 면역이 가격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2분기를 지나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약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6월말 이전까지는 재료보다는 수급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금융완화 약화의 힘이 세질 수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했고, 한국은행도 늦지 않은 시간에 정책을 조정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시장을 끌고 왔다는 사실과 앞으로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 변화는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경기 기대지수는 기준선에 겨우 근접한 반면 물가 전망은 12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인플레와 테이퍼링 우려는 긴장과 완화를 거듭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 것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락하지도 않고 있다. 이미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순환매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 종목에 국한해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어떤 종목이든 한번 상승 흐름을 타면 큰 폭으로 오른다. 종목별 흐름에 잘 올라타는 게 중요한데 그래서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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