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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책이냐 에너지 확보냐 갈등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이를 이용한 ‘여름 정치’를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기후정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더위 속에서 진기 수요가 폭등하는 유럽을 향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가하는 각종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염 속에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 폭염과 산불이 줄을 잇고 있는 유럽에선 무더위 속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일자리를 죽인다’는 핑계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지만, 바이든은 지난해 1월 취임하자마자 복귀시켰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42%로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국 사회의 체질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사회·인프라·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더 나은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 BBB Plan)’을 추진해왔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 정책’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공공 투자로 평가받는다.     BBB 계획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미국민과 미국 경제의 회생을 돕는 ‘미국 구제계획(ARP)’가 핵심이다. 여기에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일자리를 늘리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악영향도 줄이는 ‘미국 일자리 계획(AJP)’이 더해졌다. 기후변화를 위한 대책이 AJP의 핵심이다. 여기에 피고용인의 육아 휴직과 노후 복지 등을 지원하는 ‘미국 가족계획(AFP)’까지 포함됐다. 한마디로 거대 패키지의 아젠다이자 프로젝트다. 바이든을 상징하는 정책이다. 바이든에 대한 평가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바이든의 정치적 생명도 여기에 달렸다.     이 가운데 ARP는 초당적 지지를 받으면서 이론 없이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3월 바이든이 서명해 법안으로 발효됐다. 여기에는 1조90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다른 부문이다. AJP의 인프라 투자 부문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일자리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연방의회를 통과해 2021년 11월 15일 바이든의 서명을 거쳐 입법화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협약 복원과 환경 투자, 그리고 재택 치료 지원 등 AJP의 다른 부문은 AFP와 통합돼 ‘더 나은 재건 계획 법안(Build Back Better Act: BBB)’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돼왔다.     2조2000억 달러를 투입되는 이 법안에는 320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세제를 지원하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모두 5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각종 방안이 포함됐다.     신재생에너지 법안 두고 바이든 정부와 의회 대립 이 법안은 2021년 11월 19일 민주당이 우세한 미 연방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과 크리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특히 맨친 상원의원은 주요 석탄 산지인 지역구를 바탕으로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완강하게 맞서왔다. 맨친은 이 법안을 무산시키거나 최소한 투자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이다.     맨친은 민주당 내에서도 중도의원으로 분류되며 일부 정책에선 민주당보다 공화당의 성향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런 성향을 평소 발언에서는 물론 법안 표결에서도 서슴지 않고 나타내왔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민주당의 당론을 오가며 표결하는 ‘스윙 보터’로 불릴 정도다.       미국 연방상원은 현재 민주당(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각각 50대 50으로 의석을 나누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하면 민주당에 유리하게 법안을 통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맨친의 완강한 반대로 BBB 법안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선 맨친 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등장한 것이다.     맨친은 이 법안을 위한 예산 마련에 필요한 부자 증세에도 반대해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지대 주민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바이든과 민주당으로선 상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11월 중간 선거 이전에 이 법안을 통과하는 게 핵심 과제도 떠오른 셈이다. 바이든이 맨친 설득에 전력을 쏟는 이유다.     맨친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바이든은 대통령으로서 행정명령을 발동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법안 통과와 행정명령에는 정책의 영속성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할 경우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지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행정 명령에 의존할 경우 정권이 바뀌면 다음 행정부에 의해 정책에 뒤집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의회 권력이 교체되면 이에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BBB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에 의존해야 한다. 그럴 경우 기후변화는 다음 행정부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최소 50% 줄인다는 바이든의 공약을 달성하지 못하고 24~35% 감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에게 환경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을 촉구해왔다. 민간업자들이 연방 소유 토지를 임대해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는 것을 중단하고, 공유지와 수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라는 요구다. 아울러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새로운 환경보호청의 규제를 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환경단체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국가긴급사태법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원유 수출금지 조치를 부활해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억제하라는 요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압박이다.       ━   기후변화 정책 위해 미국 국가비상사태 선포 고려   현재 미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서남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는 이미 지난 6월 11일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6도에 이르러 1918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애리조나 중남부는 낮 최고 기온이 43~46도로 기상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그야말로 도로 표지판과 우체통의 페인트가 녹아 내릴 정도의 폭염이다.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50도를 넘었다. 미국 동부 대서양 해안의 보스턴은 매년 7월에 열리던 철인 3종 경기를 다음 달로 연기했다.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7~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50개 중 절반이 넘는 29개 주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더위로 고통을 겪는 미국인이 1억5000만 명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동부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73㎢의 면적을 태우고 계속 확산 중이다. 미국 당국은 인근 주민 6000여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신불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발생할 때마다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든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최고 강도의 대응을 언급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0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폐쇄된 화력발전소 앞에서 연설하면서 국가비상사태 선언 선포를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23억 달러의 예산으로 멕시코 만에 풍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연방재난청을 지원하기로 했다.     7월 24일에는 존 케리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가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앙 속에 기후변화 정책을 더는 연기할 수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이 막대한 연방 예산의 집행을 책임진 행정부가 도대체 뭘 했느냐고 따질 수 있다는 정치적인 위기감이자, 기후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존재론적인 위기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BBB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기후변화 정책을 신속하게 펴야 할 처지다. 바이든과 케리의 말이 잇따라 나온 것을 보면 미국은 이미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전기 생산의 핵심 에너지원인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감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전역을 기록적인 폭염이 강타하고 있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자국에서 발트 해를 지나 독일을 거쳐 유럽 각국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놓고 서방을 목줄을 놓았다 죄었다 하면서 진을 빼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노르트스트림1의 파이프라인 터빈이 서방 제재 탓에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였다. 7월 11~21일에는 정기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에너지 정책 변경 고뇌   가스프롬은 정기점검이 끝나고 재가동을 시작한 지 나흘 만인 25일에는 공급량을 기존의 40%에서 20%로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가스관 터빈의 안전한 반환을 약속하는 문서를 받았지만, 추가 문제가 남아있다”는 애매한 이유를 들었다. 캐나다가 수리를 맡았던 가스관 터빈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대상이라는 주장 때문에 반환이 일시 지연됐지만, 제재 면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반환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인 것은 누가 봐도 경제제재를 가하는 서방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제재 해제 압박이다. 러시아가 말하는 ‘추가 문제’는 곧 경제제재를 풀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경제 제재를 받아온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이 폭염이 시달리자 천연가스를 ‘에너지 무기’로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에 주로 사용했던 전가의 보도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이를 휘두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러시아는 이를 활용해 자국의 존재감을 높이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등을 돌린 서방에 호통을 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에너지밖에 없기도 하다. 에너지라는 칼을 빼 든 김에 아예 서방의 경제 제재를 중단하거나 약화할 길까지 찾아 나선 셈이다. 더 나아가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러시아의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푸틴으로선 서방 압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효한 무기가 이것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압박 속에 신속하게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우선 7월 26일 유럽이사회가 8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가스 사용을 15% 자율적으로 줄이되 비상사태 시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낮은 남유럽 국가는 대상에서 제외해 유럽국가 사이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균열 조짐을 보인다.     겨울에 대비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에선 협력보다 각자도생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확보는 코로나19 당시 백신 확보처럼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LNG 공급국가로 올라섰다. 지난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에 몰두하는 사이, 유럽에선 화석연료인 가스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탈원전 국가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원전 수명 연장을 비롯한 원전 정책의 재설정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당·자유민주당과 연정하고 있는 녹색당은 반원전을 내세워왔지만, 러시아 가스공급 감축과 이로 인한 국민의 에너지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 폐쇄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이 전통적인 탈원전 정책을 포기할 경우 유럽 역사는 또 다른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푸틴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하는 예기치 못한 여파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원전 정책을 뒤집고 2035년까지 원전 6~14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코로나19의 뒤끝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맞고 있는 2022년 여름은 에너지와 국제정치,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서 전 세계적인 변곡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미국 인사이트 파리 기후변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온실가스 배출량 1646호(20220801)

2022-07-30

기후변화 논쟁은 미래에서 온 사람들과의 대화다 [이윤정 에코앤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나는 주말에 잠깐씩 교육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부모로서의 소양을 쌓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본 동영상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님의 인터뷰였는데, 그 중 특히 인상적인 부문이, ‘부모와 아이는 30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으니 (서른 살 이후에 아이를 낳았다면 그 이상) 부모는 이 아이를 “미래에서 온 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세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30세 전후일 것이므로, 부모가 30년 이후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면 참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30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가져야 할 것이고, “아빠 클 때는 없어서 못 먹었는데, 너희들은 차려 준 밥도 안 먹냐?” 같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잣대로 아이를 비난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아이의 단기 성과 (예를 들어 영어·수학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범함도 단련해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올해, 2022년에 태어난 아이는 진짜로 2052년에 서른 살이 되어 2052년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30년 후 이 세상의 주역이 되어 살아 갈 아이들의 문제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IPCC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넷 제로) 상태를 달성하여야 한다고 한다.       ━   정부·기업 상대 기후·환경 소송 증가   2050년이 되면, 올해 태어난 아기는 28세가 되고, 12세인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40세가 되며, 18세 청소년은 46세가 된다. 그러므로 기업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때 과거 경험에 기대거나 현재 처한 상황에 맞추기 보다는, 미래에서 온 사람들인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들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50년에는 지금의 아이들이 기업의 투자자, 소비자, 임직원이 될 것이고, 각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환경단체나 개인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이유로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 데이터베이스에 취합된 전 세계 기후변화 소송은 총 2,002건이고, 이 중 약 70%는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것이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건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탄소 대량 배출 기업, 기타 화석 연료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식품, 농업, 운송, 플라스틱, 금융업에 종사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환경단체들은 2013년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Urgenda Foundation v. 네덜란드 정부), 네덜란드 대법원은 2019년 12월 20일, 유럽인권조약상의 생명권, 개인 생활권 등에 의거하여 네덜란드 정부는 과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의 위험을 방지해야 하므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줄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지구의 벗 등 환경단체들은 위와 유사한 논리로 2019년 4월 글로벌 에너지회사 A 사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소송을 제기하면서, A사의 사업모델상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불충분하여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목표에 위험을 가함으로써 인권과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A사는, 사기업은 파리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탄소 배출 한도와 관련한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관할 지방법원은 2021년 5월 26일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A사는 기존 사업모델에서 계획하였던 것 보다 더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   에너지 안보 중요하지만 탄소중립 더 중요해   독일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미래세대, 즉 아이들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2020년 2월 독일에서 일단의 젊은이들이 독일연방헌법 재판소에 기후변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Neubauer, et al. v. 독일 정부), 독일 연방기후보호법에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하지 않아서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독일과 유럽의 의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독일 연방 기본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29일, 국가는 기후변화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미래세대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고, 현행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상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련 규정은 미래세대에게 탄소예산을 소비할 권리를 불평등하게 분배하고, 그 결과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위반이 있다며 독일 연방기후보호법 일부 위헌결정을 발표하면서 2022년 말까지 감축 목표를 개정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에 따라서 독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개정되었다).     올해 들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폭등과 인플레 문제 등 정치, 경제적 불안 요소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전에 비해 어느 정도 덜한 것도 사실이다. 유수의 글로벌 대기업들의 대주주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0년과 2021년에는 투자 대상 회사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던 데 비해 올해는 대부분의 기후변화 관련 주주결의가 너무 극단적이고 규범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어서 전통적인 연료 (화석연료) 생산에 단기적으로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 기업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고, 경영진의 판단도 블랙록과 유사하리라고 생각한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위기상황에서 당장 살아남기도 힘든 판국에 30년 후 탄소중립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사치라고 느끼고 있을 기업들도 상당히 있으리라 추측된다.     물론, 현실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한편, 곧 다가올 어쩌면 더 큰 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절대 게을리 하면 안될 것이다. 부모가 아무리 하루하루 살기 힘들어도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지고 아이를 양육하여야 하는 일을 포기하면 안되듯이, 기업 경영자는 현실에서 당면한 위기 해결에 몰두할 때 조차도 30년 후의 투자자들, 소비자들이 우리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 필자는 환경법 전문가로,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이다. 환경부 고문 변호사이자 중앙환경분쟁조정회 위원이다.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2022년 환경의 날 대통령 표창 포상을 수상했다.   이윤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기후변화 이윤정 기후변화 문제 세계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1646호(20220801)

2022-07-30

재계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업부담 우려…단계적 도입해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0대 그룹과 주요은행 17개사를 대상으로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국제 지속 가능성 공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73%가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해 공시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같은 날 '제2차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 회의'를 열고 ESG 현안 중 하나인 ISSB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은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변화 공시기준과 ISSB 기준이 연이어 공개됐고, 4월말에는 EU 지속가능정보공시(CSRD) 기준까지 나오면서 법적요건으로 미국과 유럽의 ESG 정보공시기준과 회계기준 관점에서의 ISSB 기준이 동시에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공시예상 쟁점으로 어떤 기준을 사용할지, 정보공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정보공시 품질검증기준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ESG 공시제도 안정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든 기업은 사업장별 ESG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SG 경영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영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KSSB를 통해 국내 기업, 투자자, 유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ESG 글로벌 공시기준 도입에 따른 국내기업의 입장을 균형감 있게 논의하고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ESG 공시는 향후 ESG 경영의 노력과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ESG 글로벌 이슈 대응을 위해 구성한 아젠다그룹을 통해 ISSB 공시기준 제정에 우리 경제계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ESG 아젠다그룹’은 세계적으로 경제·경영·사회 전반에 걸쳐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경제계 대응역량 강화, 대정부 정책건의, 민관 소통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현재 국내 주요그룹과 은행 등 16개사가 가입해 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IS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글로벌 공시기준 기후변화 공시기준

2022-05-30

20여 개 감자 품종개발에 성공한 임영석 학장의 '농업혁명'

      유전자변형식품(GMO)이 밥상에 오른 지 20년이 지났지만, 유해성 논쟁은 여전하다. 어느 쪽도 자기주장에 대해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MO를 찬성하는 쪽에선 유해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하지만, 반대 진영에선 장기적인 영향은 알려진 바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논리는 물론, 식량 주권과 글로벌 농업자본에 대한 반감 등 온갖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난전을 펼치고 있다. 찬성 진영에선 일반 농산물 대비 값싼 가격을 강조하지만, 반대쪽 진영에선 특정 글로벌 기업이 GMO 특허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는다. 식량 위기가 커지면 이들 글로벌 기업에 식량주권을 잃을 수 있다.   그런데 경제논리에서 전통적인 육종(종자개량)을 고집하는 학자가 있다. 임영석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학장(생명건강공학과 교수)이다. 30여 년간 20개가 넘는 감자 품종을 개발했고, 이 중 일부는 미국에 기술료를 받고 넘겼다. 세계 최대 감자 주산지인 미국 아이다호에 임 학장이 개발한 품종이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미국에서 수미감자를 들여온 지 50년 만이다.   최근엔 수미감자보다 생산량을 30% 늘린 품종을 개발했다. 2년간 시험 재배하며 가능성을 검증했다. 온도 변화에 강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를 겪고 있는 전 세계 농업계에 희소식일 법하다. 임 학장은 “유전자변형이 아닌 육종 방식으로 23년 만에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GMO 반대 학자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변형기술 자체를 반대하진 않습니다. 농가소득도 늘고, 소비자도 더 싼 값에 음식을 즐길 수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필요한 형질을 지닌 품종을 전통적인 방법보다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죠. 저도 2006년 제초제 저항 유전자를 써서 감자 품종을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 몸에 정말 나쁜지는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았고요. 단정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이유는. 재배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GMO가 제초제를 흡수하지 않아서 살아남는 게 아닙니다. 제초제를 흡수하고도 살아남는 겁니다. 이렇게 자란 작물을 먹으면 사람 몸에 농약이 축적됩니다. 그런데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잡초가 또 나오죠. 그러면 더 강한 제초제를 만들고, 제초제 저항력이 더 강한 GMO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악순환이죠.     몇 년 전 토종 종자로 옥수수를 키우는 농가에 갔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품종보다 맛은 고소했지만, 생산량이 기존 품종의 30% 미만이라고 하더라.   저는 감자 품종에 집중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13년간 감자육종소재은행을 운영하면서 감자 종자만 1000여 개를 모았어요. 예를 들어 자주색 감자를 만든다고 해볼까요. 저는 이미 자주색을 내는 품종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품종과 교배시켜서 맛과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식이지요. 유전자를 직접 넣을 때보단 느리지만, 제 나름대로 답을 찾은 셈입니다.   품종 등록까지 과정이 어떻게 되나? 교배 1세대로 1000개 정도를 만듭니다. 그중에 100개, 10개, 마지막엔 후보 품종 2개를 남기죠. 여기까지 4~5년 걸립니다. 그다음엔 후보 품종을 계약 맺은 농가에 공급해서 2년간 시험합니다. 그렇게 해서 독창성·연속성·균일성 등을 인정받으면 국립종자원에 새로운 품종으로 등록됩니다.   그렇게 만든 품종으로 GMO와 경쟁할 수 있나? 지난해 품종 등록한 ‘골든킹’(금왕) 감자가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과자 브랜드 중에 ‘수미칩’이라고 아시나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만든 감자 품종 이름 ‘슈페리어’(수미)에서 딴 겁니다. 국내에서 한 해 수확하는 감자의 70%가 수미 품종이거든요. 그런데 수미 품종보다 생산량을 30% 넘게 늘렸습니다. 대부분이 특대 등급이라 상품성도 좋고요.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기존 품종에 한계가 많았던 건가? 감자는 어떤 환경에서든 잘 자라는 작물로 알려져 있죠. 기근 때 주식 대신 먹는다고 해서 구황작물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기후변화가 문제였습니다. 감자는 기온이 섭씨 25도 미만이어야 잘 자랍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감자가 점차 자라기 어려워요. 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감자 생산량이 5%씩 준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지금까지 감자 품종 21개를 개발해왔다. 전 세계 최대 감자 산지가 미국 아이다호 주입니다. 지난 2019년 현지 회사에 8개 품종 권리를 8만 달러에 넘겼어요. 한국 종자 산업 역사상 미국 기업에 기술료를 받고 권리를 이전한 사례는 많지 않아요.     최근엔 산업용 대마(헴프)로 눈길을 돌렸다.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강원도가 연구비를 나눠 내는 사업입니다. 저는 한국형 헴프 품종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고요.     감자와 관계가 있나? 감자가 잘 나는 곳에선 대마도 잘 자랍니다. 기후가 선선해야 하거든요. 강원도 정선과 대관령 지역이 옛날부터 대마 주산지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감자와 대마를 번갈아 키울 때 땅이 더 비옥해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그간 마약으로 오용될 수 있어 강하게 규제했는데, 최근엔 잘 정제하면 의료용으로 가치가 높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용으로 쓰는 데 조건이 있나? 환각 성분 비율이 0.3% 미만이어야 합니다. 품종 개량은 뇌전증 치료 효과가 있는 칸다비디올(CBD) 함량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주로 키우는 품종은 7~8% 수준에 그치거든요. 이걸 10~15% 수준까지 높인 것이 최근에 제가 개발한 ‘핑크페퍼’입니다. 해외에서도 그간 음성적으로 키워왔기 때문에 품종 개량이 더뎠어요.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만한 분야입니다.   학장인데 작업복 입은 사진이 더 많다. 언젠가 집사람이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농부들하고 사진 찍을 때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더라’고 말입니다. 학장으로 역할을 할 땐 가끔 연기하지만, 현장에 있을 땐 연기를 하지 않게 돼요. 현장 가면 농업인 분들하고 호형호제하면서 막걸리 먹고 그럽니다. 그땐 저도 한 명의 농부일 뿐이죠. 학생들에게도 육종학자에게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감자에 몰입하는 이유가 있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감자만 한 작물이 없다고 봅니다. 단적으로 중국은 벼에서 감자로 주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벼농사를 지을 물이 갈수록 줄어드는 바람에 쌀 생산량이 줄고 있거든요. 탄소배출권 문제도 있죠. 또 북한 기아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된다고 봐요. 참여정부 때 북한 환경에 맞는 슈퍼감자 품종을 개발하고 있었거든요. 정부가 바뀌면서 중단돼 아쉽습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농업혁명 기후변화 감자 품종 감자 생산량 제초제 저항력 1634호(20220509)

2022-05-08

"기후변화로 매개 전염성 질병 증가" 건강과 기후변화 연관성은

    생명보험 관점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위험 평가 및 개선을 위한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존 보험산업에서 기후변화 영향은 물리적 위험 및 경제적 피해와 관련해 손해보험에서 주로 논의돼왔다.   보험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생명보험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생명보험·건강보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의료·보건시스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변화는 ▲매개 전염성 질병 증가 ▲대기 질 저하 ▲급격한 온도 상승 ▲물과 식품의 오염 ▲정신 건강 등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과 질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계 수단 및 주거 안정, 의료 및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 등 사회적·환경적 결정요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에서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영양실조·말라리아·설사·열사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25만명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소득이 적은 국가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후변화가 생명보험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물리적 위험에 노출된 자산의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책 변화 및 기술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고, 신기술로의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WHO는 “기후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별 노력이 진행 중이나 건강위험에 중점을 둔 구체적인 대응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위험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및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건강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회복력·적응력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조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가 많고 위험의 규모와 정도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극단적 기후변화로 인한 상해 또는 사망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유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보험산업 또한 다중 이해관계자로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기후변화 보험연구원 기후변화 영향 극단적 기후변화 생명보험 관점

2022-02-20

[CES 2022] SK텔레콤, 그린 ICT 기술 공개…"기후변화는 곧 경영위기"

    SK텔레콤이 CES 2022에서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하기 위한 그린 정보통신(ICT) 기술을 선보인다. 넷 제로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순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SK텔레콤은 5일(현지시각)부터 7일까지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SK이노베이션·SK하이닉스 등과 함께 공동 부스를 마련하고 그린 ICT 기술을 소개한다. 부스는 전시장 내 센트럴홀에 920㎡(약 278평) 규모로 꾸려졌다.   이번 부스는 SK그룹이 앞서 발표한 '2030 SK 넷 제로 약속 선언'을 주제로 구성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과 싱글랜 기술처럼 지금보다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사피온은 SK그룹의 대표적인 혁신 기술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보다 전력 사용량을 80% 정도만 사용하는 환경친화적인 반도체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다회용 컵 순환 프로그램 해피 해빗, 최적 경로 내비게이션 티맵 등 일상 속에서 탄소 발생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ICT 서비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최근 기후변화를 기업경영의 큰 위협요인으로 꼽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지정학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라며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기후변화 경영위기 최근 기후변화 차세대 기술 혁신 기술

2022-01-05

볼보 ‘기후변화 대응 기업 평가’ 최고등급…“2030년 전기차 전환”

    볼보자동차는 자사가 글로벌 비영리 환경단체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의 2021년 기후 변화 대응 기업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 리스트에 올랐다고 10일 밝혔다.   CDP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수자원 및 산림을 보호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2000년 문을 열었다.   올해 CDP는 590개 기관 투자자와 협력해 전 세계 1만3000여개 기업의 환경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평가했다. 볼보는 ▶배출가스 감축 ▶기후 위기 요소의 완화 ▶기후중립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인정받아 A 리스트에 선정됐다.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제조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에는 기후 중립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5% 줄이고, 2018~2025년에는 자동차당 탄소 배출량을 40% 줄일 계획이다.   앤더스칼버그 볼보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 총괄은 “배출가스를 줄이고, 기후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CDP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른 기업이 환경을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기후변화 최고등급 기후변화 대응 전기차 전환 전기차 제조사

2021-12-10

최태원 회장 “기후변화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더 큰 문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다”며 “지정학적 문제는 사람이 만든 것이니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변수”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샐러맨더리조트에서 열린 ‘제1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이하 TPD)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최종현학술원이 6일부터 8일까지 개최한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태평양과 동북아의 각종 현안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집단 지성 플랫폼이다. 최 회장은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자격으로 TPD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온도를 낮춰야 하는 건 아는데 누가 얼마만큼 희생할 것이냐를 놓고 (합의가) 안 이뤄지면 기온이 올라가고, 올라간 기온은 다시 지금같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다른 리스크를 불러온다”며 “이런 문제는 여태껏 우리가 계산에 넣고 움직인 것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SK하이닉스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 장비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반대한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상이 나타나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아마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중국 공장은 거기대로 계속 돌아가고 용인에 얼마든지 큰 투자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옛날처럼 비용이 싼 곳만 쫓아다닐 수는 없다”며 “과거엔 하이닉스가 중국에 공장 지으면 비용이 줄어든다고 했지만, 지금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비용 산출 계산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수년간 구상한 플랫폼인 TPD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혁직 관료를 비롯해 정치·외교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주), 척 헤이글 전 국방부 장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주) 등도 TPD를 찾았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기후변화 최태원 지정학적 리스크 지정학적 문제 최태원 회장

2021-12-09

윤종규 KB금융 회장 "고탄소 배제 넘어 친환경 기업 적극 지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7시(한국 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공식 행사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고위급 회의’에 참석했다.   11일 KB금융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기후 위기 극복 방안에 논의하고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노력과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개최됐다.     UN 대표로 ‘안토니오 쿠테흐스’ UN 사무총장과 ‘알록 샤마’ COP26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 분야를 대표해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이 참석해 ‘정의로운 Net Zero(넷제로·탄소중립)의 미래’라는 주제로 논의했다.   KB금융은 ‘과학기반 탄소 감축 목표(SBTi)’를 금융권 최초로 승인받고 ‘NZBA(넷제로 은행연합)’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은행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초청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KB금융 기후변화 대응 전력과 관련해 “고탄소 산업을 배제하면 그만인 네거티브(negative) 전략으로는 금융회사의 넷제로(net-zero)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의 넷제로를 달성하기 어려워 KB금융은 친환경 전환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포지티브(positive)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윤 회장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NZBA 활동 질문에 대해 “NZBA는 참여 은행 및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탈탄소화 전략 구현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며, 그 이유로는 실물 경제의 Net Zero 전환과 관련해서 금융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기후변화 윤종규 기후변화 회의 윤종규 회장 윤종규 kb회장

2021-11-11

수출입은행, 기후변화 대응 1억달러 지원…국제공조 '잰걸음'

      한국수출입은행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일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콜롬비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한 국제 공조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방문규 행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개최된 영국 글래스고에 참석했다. 방 행장은 현지에서 미주개발은행(IDB) 등 협조융자기관 대표들과 만나 '콜롬비아 지속가능 및 회복력 있는 성장 프로그램 협약서'에 서명했다.   프로그램은 콜롬비아의 ▲기후변화대응 계획·재원조달 강화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저탄소 차량기술 확산 등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개선을 지원한다.     6개 개발은행이 국제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차원에서 총 12억 달러 상당의 원조자금을 지원할 예정으로, 수은은 EDCF를 통해 이중 1억 달러를 콜롬비아에 제공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3일에도 국내 최초로  'IFC 주도 임팩트 투자 원칙(Impact Investing Principles)'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는 세계은행그룹(WBG) 산하에서 개도국 민간부문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개발금융기관이다.   IFC 주도 임팩트 투자 원칙은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에 규율·투명성·신뢰성을 제공하기 위해 IFC가 주요 임팩트 투자기관들과 함께 2019년 4월 수립한 프레임워크다. 사회·환경 가치 창출에 기여할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한다.   방 행장은 "임팩트 투자 원칙 도입을 통해 수은이 ESG 경영을 가속하고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국책은행 최초로 ESG 경영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담부서인 ESG경영부·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달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ESG 채권 발행을 통해 대체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친환경 사업 지원에도 나섰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기후변화 수출입은행 기후변화대응 계획 유엔 기후변화협약 임팩트투자 콜롬비아 esg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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